“와~ 저게 라이브라고?”
“에어플레인 원래 노래 엄청 잘 부르잖아. 외국 서바이벌? 뭐 그런 거에서도 엄청 잘해서 유명해진 거라던데? 거기선 무조건 라이브로 해야 됐었잖아.”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심야 토크쇼 ‘우지용의 0시 0분.’
흔치 않게 배우 우지용이 MC를 본다는 말에 그의 팬과 더불어 영화를 자주 봤던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위해 TV 앞으로 모였다.
영화 속에서의 우지용은 알아도 사람 우지용은 아는 바가 거의 없는지라 사람들은 그가 과연 MC를 잘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그 뿐만 아니라 무려 첫 게스트로 에어플레인을 섭외하는 깜짝 놀랄 시작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안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TV 앞에서 신규 런칭 프로그램인 ‘우지용의 0시 0분’을 시청하고 있는 가운데 새삼스럽게 에어플레인의 노래 솜씨가 화제를 모았다.
음향에 신경을 많이 썼는지 라이브 그대로 나가고 있다는 게 확실하게 느껴졌는데, 실력이 엄청났던 것이다.
얘네가 노래를 잘 부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새삼 엄청난 성량으로 무대를 씹어 먹다 보니 감탄이 안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얘네들은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야?”
얼굴도 잘 생기고, 노래도 잘 부르는데 심지어 앨범도 자체 제작하는 아이돌이다.
“그러니까 진해솔이 얼굴 값 하고 다니잖아.”
“아~ 이번에 여자 많다고 밝힌 거? 근데 저 정도로 잘났으면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닌가 싶은데.”
이번에 컴백한 타이틀 곡을 부른 에어플레인이 본격적으로 우지용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우지용 말 잘 한다.”
“그러니까 MC를 맡았겠지.”
“되게 젠틀하다. 목소리도 좋고.”
“잘 생긴 사람들로 화면이 꽉 찼네.”
“저 사람들 사이에서도 진해솔은 유난히 튀고 말이야.”
잘 생긴 사람들이 우글우글거리는데, 그 사이에서도 진해솔의 미모는 독보적이었다.
“저런 얼굴로 살면 어떤 기분일까?”
“죽여주겠지. 인생이 얼마나 즐거울 거야.”
“진짜 우리나라 잘 생긴 사람은 엔터 회사 연습실에 있다는 게 맞나봐. 그래서 우리가 거리를 아무리 돌아다녀도 잘 생긴 남자를 못 만나는 거였어.”
우지용 배우의 첫 MC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일단 보는데 불편함이 없고, 심야 시간에 보기 적절한 목소리가 시청자들의 귀를 편안하게 해주고 있었다.
에어플레인은 우지용과 얘기를 주고받으며 잔잔한 웃음을 주다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위해 마이크를 들었다.
우지용 배우는 살짝 뒤로 물러나서 무대를 에어플레인에게 양보했고, 그들은 일렬로 서서 준비를 끝냈다.
[이번에 들려드릴 곡은 저희가 가장 처음으로 무대를 섰을 때 불렀던 노래입니다. 제키씨가 편곡을 해줘서 좀 특별한 데뷔곡이 될 겁니다. 우지용의 0시 0분의 첫 게스트로 저희를 불러주신 거에 대한 감사와 축하의 뜻을 담아봤습니다.]
아무래도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첫 방영을 하는 것이다 보니 의미 있는 곡을 준비한 듯했다.
“데뷔곡? 쟤네 데뷔곡은 못 들어본 것 같은데. 보통 데뷔곡은 좀 별로지 않나?”
“아니야. 너도 아마 들어봤을 걸? 얘네 데뷔 시작부터 인기 많았어. 대형 소속사잖아.”
“어…어? 나 이거 들어 본 것 같아.”
“그렇지? 들어 봤을 거야. 오, 근데 편곡 엄청 많이 했네. 곡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어. 이런 분위기로 부르니까 되게 좋다.”
데뷔곡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엄청 잘한 편곡에 눈을 동그랗게 떴고, 이 곡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사람은 에어플레인이 각 잡고 노래 실력을 뽐내게 편곡 된 노래에 입을 쩍 벌렸다.
“와씨, 장난 아니네. 이 곡은 더 잘 부르는데? 성량 미쳤다. 아니, 곡이 너무 좋잖아!”
“원래 이런 곡 아니었는데. 되게 청량하면서 풋풋하고 그런 노래였는데 약간 재즈풍으로 편곡했나봐. 너무 좋은데? 음원 안 내주려나?”
확실히 에어플레인의 데뷔곡은 너무 예전 곡인지라 트렌드에 맞지 않기는 했다.
지금 불렀으면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에게 큰 감흥을 주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멤버 제키가 영리하게 편곡해서 곡을 거의 다시 만든 것처럼 직접 손을 댔다.
덕분에 편곡한 데뷔곡은 대박이 났다.
와아아!!!
짝짝짝짝짝!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쳐준다.
우지용이 감동 받았다는 듯 박수를 치면서 무대 위에 올라왔다.
[이 곡을 직접 편곡하셨다고요?]
[네, 맞아요. 오늘 특별한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제키가 편곡을 했어요.]
[와~ 진짜 대단하시네요. 그러고 보니 이번 타이틀곡은 해솔씨가 작곡했잖아요? 멤버 분들이 전부 능력자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이게 에어플레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사실 이번에 낸 곡도 너무 좋더라고요. 듣자마자 반해서 요즘 이동하는 내내 그 노래만 듣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곡 목록에 하나가 더 추가 될 것 같아요. 방금 들어본 곡이요.]
[제키가 편곡을 잘해요. 사실 데뷔곡은 이런 분위기가 아니거든요.]
“아우, 멤버 자랑하고 싶어서 어깨 올라간 것 좀 봐. 귀엽다.”
“멤버들끼리 사이가 되게 좋은가 보네.”
“당연하지! 멤버들끼리 친한 걸로 치면 에어플레인이 1위야.”
“아까부터 든 생각인데, 은근히 쟤들에 대해 아는 게 많다, 너?”
“…….”
[아~ 그래요? 어떤 분위기인데요?]
[약간 청량? 산뜻? 풋풋? 그런 느낌이죠.]
[근데 방금 불렀을 때는 속이 뻥~! 하고 뚫릴 정도로 화끈하고 시원하던데요? 그게 다 편곡이었다고요?]
[멜로디가 깔끔한 편이라 손을 대기 편한 곡이에요.]
제키가 진해솔의 자랑에 부끄러웠는지 슬그머니 설명을 시작한다.
기분이 영 나쁘지는 않은지 표정이 좋았다.
[그래도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손댈 곳이 많으면 중심 잡는 게 쉽지 않잖아요. 멤버들이 전부 능력자네요! 제가 알기로 다들 재능이 뛰어나다고 들었어요.]
[아유, 감사합니다.]
[너무 칭찬해주시니까 얼굴이 번들거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쏟아지는 칭찬을 감사하게 받아들인 에어플레인이 곡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이어갔다.
[이 곡은 저희 데뷔곡이라서 의미가 참 커요. 익숙하지 않아서 실수가 유난히 많았던 것 같은데,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준 곡이었죠.]
에어플레인은 처음 데뷔를 했을 때부터 반응이 굉장히 좋았었다.
대형 기획사 빨이라면서 흉을 보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보다 많은 팬들이 생긴 것이다.
“쟤 처음 나왔을 때 충격적이었지. 사람이 저렇게 예쁠 수 있나? 싶었으니까.”
“솔직히 말해봐. 너 에어플레인 팬이지?”
“…그냥 팬카페에 가입만 해뒀어.”
가족의 소심한 고백에 빵 터진 그녀가 으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이야~ 우리 집에 아이돌 팬순이 하는 사람이 나올 줄이야.”
얼굴이 새빨개진 동생을 뒤로하고 그녀가 다시 TV에 집중했다.
노래 실력도 좋고, 춤도 잘 추며, 얼굴도 잘 생겼으니 팬이 안 되는 게 이상하기는 했다.
그녀도 에어플레인은 좋아했다.
특히 이번 타이틀곡은 그녀의 플레이 리스트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니 말이다.
“근데 첫 게스트를 잘못 섭외한 거 아닌가 싶어.”
“첫 게스트로 에어플레인이 뭐가 부족하다고? 저렇게 무대도 잘했는데!”
이젠 일반인 코스프레는 포기했는지 그녀의 말에 동생이 펄쩍 뛰었다.
“아니, 그래도 나름 MC 신고식 하는 날인데, 에어플레인 존재감 때문에 우지용이 묻히잖아. 자기 이름 걸로 프로그램 하는 건데, 아마 이거 끝나면 기사에 에어플레인 얘기로만 도배 될 걸?”
이름 자체만으로도 화제를 모으는 게 에어플레인이다.
더욱이 그들의 방송 짭밥은 배우인 우지용이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지 않은가?
MC로 확실한 신고식을 하기에는 에어플레인은 너무 센 게스트였다.
“그래도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지용은 에어플레인 진해솔과 친분을 은근하게 밝히면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음악에 대해서는 괜히 모르는데 억지스럽게 아는 척 해서 불편하게 만들기보단, 차라리 저렇게 대놓고 잘 모르니 설명해달라고 부탁을 하니 모르고 있던 시청자들도 음악 관련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음악 토크쇼 MC라고 해서 음악에 대해 잘 아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봐.”
물론 이런 식으로 아는 게 없으면서 음악 토크쇼 MC는 왜 보냐고 흉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듣는 귀만 좋으면 되는 거지. 배우 데려다 놓고 음악에 대해 왜 모르냐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그럴 거면 작곡가나 가수, 프로듀서를 데려다놨어야지. 나는 우지용이 저렇게 모르니까 알려달라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이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우지용은 음악에 대해 알게 될 거다.
사실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 대부분도 음악에 대해 모르는 건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가수들이 알려주는 곡에 관련 된 이야기도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곡에 얽힌 이야기가 은근히 재밌네. 저런 건 팬들이나 알고 듣는 거지, 일반인들은 그냥 노래 듣고 끝이잖아. 근데 여기서 이렇게 알려주니까 되게 좋다.”
“은근히 유머감각도 있는 것 같아.”
“이거 시청률 얼마나 나올 것 같아?”
“에어플레인이 나왔는데 적어도 5%는 먹어주고 들어가야지.”
“거기에 우지용 이름값도 있을 걸?”
게스트를 띄워주면서도 고급스러운 유머로 본인의 이미지도 잘 챙기고 있는 우지용.
더군다나 게스트가 이야기 할 때 잘 받아주고, 조금 부족하게 설명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확인 시키면서 좀 더 추가적인 설명을 듣는 등 MC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 정도면 MC 신고식은 충분히 성공적으로 이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성공적인 신고식이 됐음은 시청률을 통해 결과로 증명이 되었다.
♧ ♧ ♧
[용용이 형 : 고맙따!!!!!!!!!!!!!!! 덕분에 우리 프로그램 순항 중!!!!!]
[나 : 나중에 또 불러주세요. 달려가겠습니다.]
형이 기분 좋았는지 문자에 오타가 났다.
그 오타가 지용이 형의 기분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용용이 형 : 당연하지!!! 시간만 내!!! 고향처럼 생각하고 나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말하라고. 그때까지 이 프로그램이 계속 방영 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 : 에이~ 이제 시작인데 약한 소리 하시면 안 되죠. 분명 롱런 하실 겁니다. 파이팅 :)]
[용용이 형 : 오케이! 파이팅!!!]
‘우지용의 0시 0분.’에서 우리가 출연해서 시청률이 잘 나오긴 했지만, 제작진들은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중요한 건 다음 화에서 이 시청률을 계속 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 주에 결과물이 나왔다.
생각보다 훨씬 좋은 결과로 말이다.
우리가 출연했던 첫 화보다 소폭 하락하긴 했어도 크게 떨어지지 않은 정도에서 시청률이 고정 된 것이다.
이건 우리가 게스트로 출연한 덕이라기보단 시청자들이 지용이 형의 MC를 긍정적으로 봤다는 신호였다.
그걸 형이 모를 리가 없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는 거다.
처음 봤을 때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지용이 형은 배우 활동만 하기에는 끼가 너무 아까웠다.
그가 단순히 MC로 자리를 잡는 걸로 끝내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본인의 재능을 뽐낸다면 훨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우리도 우지용의 0시0분에 출연하면서 의외의 인맥에 대한 관심과 노래 실력을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됐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많이 보여줬는데 새삼?' 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실력에 대해 주목을 받게 되니 기분이 좋았다.
특히 우리 데뷔곡이 다시 차트에 올라오는 비하인드까지 생겨서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더라.
'우지용의 0시 0분'에서 보여줬던 데뷔 편곡을 불러 달라는 요청도 은근히 많아서 그 방송 이후로 무대 위에서 몇 번이고 그 곡을 불러야 했다.
음원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심심치 않게 나와서 나중에 콘서트 때 이 곡을 추가해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