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56화 (556/849)

라이브 방송도 꾸준히 하고, 팬 사인회도 열고, 이곳저곳 무대를 서면서 팬들과 최대한 가까이 만날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가던 우리들.

팬들 사이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긴 했는데 정확히 어떤 일인지 모르고 있다가 회사 직원이 팬카페에 잠입해 사건을 알아냈다.

“팬들이 사생팬들한테 화가 많이 났나봐.”

“그래도 자꾸 싸우는 건 좋지 않은데….”

“그러다가 폭력이라도 일어나면 어떻게 해요? 말려야 할 것 같아요.”

멤버들은 우리 팬들이 일부러 계획해서 사생팬들을 막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덕분에 실제로 좀 편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팬들을 희생해서 평화를 누리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개인끼리의 다툼에 끼어드는 것도 웃기는 꼴인지라 어떻게 해야 할지 선뜻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진짜 우리 팬들은 왜 이렇게 스팩타클하냐.”

“좀 이상하다 싶긴 했어. 가는 곳마다 싸움이 일어나는 게 말이 안 되니까.”

결국 회사 직원과 회의 끝에 팬카페 운영진과 얘기를 나눴다.

현재 팬카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확인했고, 문제가 있음이 확인 되었으니 팬카페 운영자 측에서 분란을 수습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팬카페 운영진들도 사생팬과 관련 된 움직임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사생팬에 대한 적의가 그걸 묵인하게 만든 것이다.

물론 회사에서 문제를 확인했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걸 들은 이상 계속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하지만 팬들의 의지는 생각보다 단호했다.

“이대로 그만두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저희도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행동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희들한테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폭력이 일어나는 일은 없을 거에요. 저희들 목적은 사생팬들이 애들을 괴롭히지 않도록 보호하는 거에요.”

카페 운영진과 얘기를 해봤지만, 그쪽에서는 이대로 그만두는 건 사생들 기를 살려주는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앞으로 사생과 다툼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 단호하게 말을 한지라 회사에서도 딱 한 번은 넘어가주기로 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조취를 취해야 할 겁니다. 다툼이 벌어지면 애들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거 아시죠?”

“네!!”

팬들을 믿지 않으면 누가 그들을 믿겠는가?

우리의 믿음은 팬들의 행동으로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사실 처음부터 팬들이 사생들에게 대응하기 위해 다툼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사생들이 너무 과격하고 저질스럽게 나와서 분통이 터지다 보니 생긴 다툼이었다.

하지만 그 다툼이 애들에게 폐가 된다면, 팬들은 보살이 될 수 있었다.

“우리는 오로지 에어플레인을 위해 이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정작 그 활동이 애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렇다고 이대로 그만두는 건 안 돼요. 사생들이 우릴 얼마나 비웃겠어요?”

“맞아요. 그래서 제가 회사에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했어요. 이번에는 정말 주의를 기울여서 활동해야 해요. 사실 처음 저희가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행동한 게 맞잖아요? 반성하고 다시 시작합시다.”

이번 활동은 사생들이 멤버들에게 끼치는 불쾌한 행동들을 못하도록 막는 것.

아직까지 폭력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사생들의 저급한 언어와 행동에 화가 많이 난 팬들이 격한 욕을 하며 맞대응한 것도 사실이었다.

지난 일을 떠올리며 좋지 않은 일은 확실하게 피드백 하기로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몇 가지의 룰.

1. 사생팬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

2. 혹시 모를 분쟁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입을 열지 않을 것.

3. 어떠한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고 냉정을 유지할 것. 우리는 싸우려는 게 아님.

4. 문제가 생길 시 최대한 조용히 해결할 것.

5. 기자가 보이면 최대한 들키지 않게 해산. 들키더라도 절대 인터뷰 하지 말 것.

반드시 지켜야 할 룰.

만약 사생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수 있으므로 이런 선을 확실하게 정해두는 게 필요했다.

“만약 그년들이 진짜 피해자 코스프레 하면 혈압으로 1초 만에 쓰러질 자신 있어.”

팬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룰을 지킬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 사생팬과 부딪치면서 생긴 나름의 노하우.

그것을 곁들여서 좀 더 체계적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들의 체계적이고, 단호한 움직임은 효과가 있었다!

“아…쾌적하네.”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지만 좋긴 좋다.”

“쓰읍, 팬들한테 보호 받는 게 정상은 아니잖아.”

“이거 언제까지 한대?”

“아마 우리 활동 끝날 때까지?”

“뭔가 미묘한데….”

지킴받는다는 것이 사람의 감정을 참 묘하게 만든다.

“제일 걱정 되는 건 사람들이 이걸 알까봐야.”

“기사 나면 우리 팬들 괜히 욕먹을 수도 있겠지?”

“사생들을 더 욕하지 않을까?”

“그래도 기자가 나쁜 사람이면 우리 팬들도 욕할 수 있어.”

팬들이 잘못 될까 걱정하던 우리들도 슬슬 팬들의 행동에 믿음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도 사생이 줄어들어서 편한 걸 진심으로 즐기는 건 안 될 일이었다.

우리는 꾸준히 회사를 이용해서 그만해 달라는 의지를 팬들에게 보였다.

하지만 팬들의 단체 행동에 오기가 생긴 사생팬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반격을 하고 있어서 쉽게 끝날 일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역시 답은 우리가 활동을 안 하는 거야.”

극성팬들도 우리가 활동을 하지 않으면 좀 잠잠해진다.

“아무래도 그게 맞겠지?”

“어차피 굵직한 스케줄은 다 치렀어. 슬슬 해솔이 촬영도 다가오니까 더 이상 스케줄은 잡지 않는 걸로 하고 남은 CF랑 화보 촬영하면서 개인 활동 슬슬 시작하자고.”

예상보다 좀 빠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게 일정을 취소하는 것도 아니었다.

더 이상 무대에 서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활동을 더 못하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아직 찍지 않고 미뤄둔 각종의 CF와 화보들.

그리고 우리를 초대해준 여러 행사들 초대장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번 활동은 무대를 많이 서는 걸 목표로 하고 있었기에 미뤄두고 있었던 건데 결국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사생들이 자기들을 조직적으로 막는 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심상치가 않았다.

우리에게도 테러를 가하는 사람들인데, 팬들이라고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팬들 안전을 위한 일이니까. 아쉽지만 여기까지 하는 걸로.”

우리끼리 결론을 낸 의견은 회사에 전달이 되었고, 대표 형에게 올라갔다.

대표 형 입장에서야 우리가 무대에 한 번 서는 것보단 CF를 찍거나 화보를 찍는 게 더 이득이 됨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는 일이었다.

우리의 이러한 선택을 회사가 조심스럽게 운영진에게 전달했고, 운영진은 사생팬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던 팬들에게 은밀하게 얘기를 전달해줬다.

사생들의 눈빛이 점점 사나워지고 있다는 것은 팬들도 느끼고 있던 일이었기에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는 팬은 없었다.

속으로 안심하고 있는 팬도 있었던 것이다.

‘또라이들을 상대하는 게 일반인한테는 어려운 일이긴 하지.’

사생에게는 병먹금.

그것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기는 하지만, 인신 공격과 가족 언급을 서슴치 않은 사생들의 행태를 참아주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우리 애들은 이런 욕을 얼굴도 모르는 것들한테 먹고 산다! 우리도 참자!’

그렇게 이를 악물고 지내던 며칠.

그 며칠이 일 년보다 길었다는 걸 떠올려보면 정말 애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 잘해줘야지. 예쁜 말 많이 써주고.’

자신은 며칠만 경험했지만, 애들은 어쩌면 평생 저런 것들에게 시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시달려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인기의 대가니까.

팬들은 회사와 멤버들의 결정에 반박하지 않고 얌전히 따랐고, 덕분에 사생들은 한동안 SNS와 팬카페에서 각종 진상짓을 하며 화풀이를 했다.

하지만 팬카페에서 진상 짓을 한들 오히려 숨어 있던 사생을 검거 할 수 있게 됐다며 축배를 드는 팬들.

결국 사생팬들은 방해만 잔뜩 받고 보복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로 에어플레인의 활동이 마무리 되었다는 소식을 허무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한 팬들의 영웅담이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른 그룹의 팬들에게 말이다.

♧ ♧ ♧

“진짜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아니, 오랜만에 보는 게 맞긴 하지?”

“오빠!”

“되게 반갑다. 잘 지냈어? 나도 활동하느라 바빠져서 연락을 제대로 못했네. 미안.”

“아니에요! 나야 말로 먼저 연락을 했어야 했는데….”

기자 회견 이후로 연락이 드물어졌던 것을 티내고 싶지 않은지 슬금슬금 변명을 해온다.

나는 부쩍 여성스러워진 신애를 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그림은 계속 그리고 있어?”

“네에…대기 할 때 조금씩 그렸는데, 그게 쌓이다 보니까 분량이 제법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웹툰 공모전이 있더서 거기 도전하고 있어요.”

“오! 좋은데? 활동 바쁜데도 공모전에 도전하다니. 기특하다.”

“헤헤.”

신애가 내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드디어 편하게 웃기 시작한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공모전에 내보라고 할 생각이었거든. 내가 보기에 네 실력이면 충분한 것 같아서. 그런데 네가 스스로 알아서 잘 하고 있었구나.”

“그래도 아직 오빠 가르침이 필요해요!”

“하하, 정말? 실력이 많이 늘어서 이젠 내가 가르칠 게 없을 것 같던데?”

그림은 가르치는 사람이 중요하긴 하지만, 개인 스스로의 노력이 정말 중요하다.

“제가 그림 그려온 거 가져왔는데 봐주실 수 있을까요?”

신애가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주고 싶었는지 자기 그림을 냉큼 내밀었다.

나는 기꺼이 그녀가 그린 그림을 보며 부족한 부분과 잘 그린 부분을 말해주었고, 신애는 기쁘게 피드백을 받아들였다.

“이야~ 이 정도면 상위권이겠는데, 어디 공모전에 참가하고 있는 거야? 그림 잘 그리는 건 알았지만, 스토리도 잘 쓸 줄은 몰랐어.”

신애는 웹툰에 특화 되어 있는 능력자였다.

이 정도면 웹툰 작가로 데뷔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내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라하던 신애가 겸손하게 대답했다.

“오빠 실력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걸요. 오빠야 말로 공모전에 도전했으면 지금쯤 1위였을 거에요.”

“그림 그리는 거랑 스토리 만드는 건 다른 능력이잖아. 아마 댓글에 그림이 아깝다는 말을 잔뜩 듣지 않았을까?”

“에이~ 스토리도 잘 만들 거면서!”

“하하하.”

그쪽 능력을 코인으로 구매한다면야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도 아닌데 귀한 코인을 지불 할 생각은 없었다.

“정말 공모전에 나가보실 생각은 없으신 거에요? 너무 아까워요.”

“글쎄다. 네가 스토리 작가 해주면 몰라도 나 혼자서는 안 할 것 같은데?”

스토리 작가라는 말에 신애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낸다.

“정말요? 제가 스토리 작가 하면 공모전 생각 있으세요?”

“진짜 해주려고?”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스토리 작가를 정말 원하시는 거면 해드릴 수 있다는 뜻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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