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아써!!!! 으이구! 으이구!”
기사가 났다.
멤버 안신애의 남자친구가 된 진해솔의 스캔들이었다.
“!!!”
신애는 너무 놀라서 굳어버렸고, 멤버들은 화가 나서 쾅쾅 바닥을 발로 구르고 다녔다.
멤버들이 길길이 날뛰며 진해솔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했지만, 신애는 선뜻 그에게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가만히 안 둘 거야!”
“진정해! 기다려 봐봐!! 아직 확실한 거 아니잖아. 신애! 너 빨리 연락해봐.”
“나 무서워서 못하겠어….”
무서워서 연락을 못하겠다는 거다.
스캔들이 맞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면서.
“어떻게 하긴!!! 화내야지!!! 잘 해준다더니 이게 뭐냐고!!”
지켜보는 멤버들의 속을 터지게 하려고 작정을 했다.
이 미련한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애꿎은 자기 가슴만 퍽퍽 치며 멤버들이 심호흡을 했다.
“연애하기 전에 뭐라고 그랬어! 각오하고 있다고 했지!”
“야~ 너무 그러지 마. 얘가 뭐 벌써부터 그 각오를 당장 써야 할 줄 어떻게 알았겠어.”
“그건 그렇지. 씨이, 나쁜놈! 기왕 이렇게 된 거 독하게 마음 먹어! 확 질러버리라고. 아니, 이놈은 이런 짓을 저질러놓고 뻔뻔하게 연락도 없어?!”
멤버들은 신애를 잘 챙기는 모습을 보며 진해솔에 대한 호감을 쌓아가다가 이번에 스캔들로 마음이 다시 꽉 닫혀버렸다.
신애가 멤버들의 말에 울상을 지으며 선뜻 통화를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때마침 신애의 핸드폰이 울렸다.
“!!!”
“누구야?”
“해, 해솔이 오빠.”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빨리 받아봐.”
멤버들의 재촉에 신애가 입술을 물어뜯는다.
망설이는 모습에 속이 터진 멤버가 신애의 등을 퍽퍽 두들긴다.
“뭐하고 있어! 네가 왜 피하는데! 빨리 받아! 뭐라고 하는지 알아야겠어!”
“맞아! 내가 신애를 어떻게 키웠는데!”
“야, 신애는 내가 키웠거든? 쟤 똥 오줌 못 차리는 거 같이 화장실 가주고 그랬다고!”
“뭔 똥오줌이야. 푸하하!”
“지금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냐?
주접을 부리는 멤버들 덕분에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다.
‘그래, 받자. 받아서 말을 들어봐야해. 이대로 피하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오빠와 매우 행복하게 연락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날벼락이 떨어진 거다.
신애는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의미를 표현했다.
이를 본 멤버들이 잽싸게 입을 다물었다.
꿀꺽 침을 삼킨 신애가 통화 연결을 눌렀다.
“네에, 오빠.”
-신애야. 바쁘니?
“아니요오. 숙소에요.”
신애의 목소리에서 퉁명스러움을 느꼈던 걸까?
해솔이 먼저 본론을 꺼내왔다.
-기사 난 거 봤구나? 좀 더 빨리 연락했어야 했는데….
“…….”
좀 더 빨리 연락하면 뭐 달라지는 게 있나?
삐죽-하고 입술이 튀어나온다.
신애가 대답도 하기 싫었는지 입을 꾹 다물어버리니 진해솔이 계속해서 말한다.
-어쩌다 보니까 스캔들이 나버렸네. 마음 상할 일 안 만들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돼서 미안해. 스캔들 보고 마음 많이 상했지?
“…….”
당연하죠! 엄청 화났다구요!
속으로 생각을 하며 대답을 하지 않은 신애가 입술만 계속 삐죽이고 있었다.
멤버들은 더 강하게 나가라며 손짓을 해왔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있어서 그런지 도저히 강하게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항의는 말을 하지 않는 것뿐이었다.
“미안해. 근데 스캔들은 전혀 사실무근인 오보야. 회사에서 바로 기사 내보낼 거야. CF 촬영장에서 만나고 이후로 연락한 적 없고 얼굴을 본 적도 없어. 촬영장에서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그 여자가 일방적으로 느낀 호감이고. 너도 알겠지만 쉴 때 너랑 계속 연락하고 있었던 거 알지?
“아…!?”
신애는 그제야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분명 그에게 CF 촬영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CF 컨셉을 듣고 살짝 질투를 했었고 오빠는 질투 할 필요 없다면서 쉬는 시간이 되면 꼬박꼬박 연락을 하고 전화 통화를 했었다.
생각을 조금만 해봤으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인데, 멍청하게 떠올리지도 못했다.
-생각 났어?
“…네에. 기억 났어요. 스캔들에만 집중해서 그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래, 그럴 수 있지. 많이 놀랐겠다. 보기 전에 전화해서 상황 설명을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럼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닌 거에요?”
-응. 아무래도 저쪽이 신인 키우는 걸로 노이즈 마케팅을 한 것 같아.
“세상에!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대요? 그럼 오빠가 일방적으로 당한 거잖아요.”
신애는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최선을 다해 해솔의 편을 들었다.
잠깐이었지만, 스캔들을 마주하고 속으로 얼마나 그를 욕했나?
이럴 줄 알았다는 멤버들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그냥 그녀들의 말을 들었어야 했나 싶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모든 건 착각이었고, 연인은 피해자였다.
이번 일을 수습하는데 신경을 쓰느라 고생 중일 텐데 거기에 그녀까지 신경을 써야 했을 테니 마음고생이 심했을 거다.
그의 연인이라면 이럴 때 투정보다는 위로를 해줬어야 했다.
‘바보바보바보!’
최대한 티를 안 내야 한다.
-아무래도 기자회견 때문인 것 같아. 내가 여자가 많으니까 자기도 묻어갈 수 있을 줄 알았나봐. 근데 나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거든. 보다시피 네가 스캔들로 마음고생을 했잖아.
해솔 오빠의 목소리를 들으니 화가 많이 난 게 느껴졌다.
한편, 신애의 목소리가 돌변한 것을 본 멤버들은 어이가 없다는 시선을 보냈다.
‘뭐여? 벌써 풀린 겨?’
‘몇 초나 대화를 했다고 풀려?’
‘저게 다야? 진심?’
‘우리가 호구를 키웠구나. 호구를 키웠어.’
그리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멤버들이 포기하자며 서로 눈짓을 했다.
‘여기 있어봤자야. 더 무슨 꼴을 보려고. 가자.’
‘그래. 가자. 맛있는 거나 먹읍시다.’
본인이 저렇게 태도를 바꿨는데 옆에서 열을 내봤자 손해였다.
멤버들이 슬금슬금 자기 방으로 흩어졌다.
“이래서 연인 사이엔 끼는 게 아닌 건 가봐.”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드니….”
룸메이트인 멤버는 서로 속닥거리면서 신애의 호구력을 흉봤다.
신애는 멤버들이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걸 알았지만 이미 그녀는 다른 세상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남들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지금 중요한 건 해솔 오빠와 전화를 하는 거였다.
“아이, 전 정말 괜찮은데….”
-너 안 울리겠다고 다짐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일이 생겨. 나한테 티는 안 내도 속 많이 상했을 거잖아. 그리고 이번에 제대로 대응을 해야 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겠지.
기자회견을 잘 넘겼다고 해서 그 후폭풍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기자회견 전에는 감히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약점이 알려졌으니 한 번 이용해볼까 간보기 딱 좋은 상대였다.
다들 어떻게 한 번 얽혀볼까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그걸 이 앙큼한 고양이가 중간에 낚아챈 것이고 말이다.
“제가 많이 속상해서 하는 말은 아니구요. 진짜 괘씸해서 그러는 건데요. 그 여자 꼭 혼내주세요. 어쩜 그렇게 못된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식으로 사람들한테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응, 알았어. 다시는 이런 짓 못하게 따끔하게 혼낼게.
“뭐…그렇다구 너무 심하게 혼내지는 마시구요. 괜히 오빠가 나쁜 짓했다고 소문날까봐 걱정 되거든요.”
그 여자가 눈물 쏙 빠지게 혼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랬다가 괜히 그에게 나쁜 소문이 생길까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오빠도 참 힘드시겠어요. 그 여자한테 많이 시달렸어요? 제가 거기 있었으면 한 대 때려줬을 텐데!”
다시 기세가 살아난 신애가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한다.
마치 여자 친구 앞에서 허세를 떠는 남자친구처럼 말이다.
본인은 그걸 자각하지 못하고 한껏 가슴을 부풀린 채로 허세를 떨어댔다.
-그래? 그럼 신애가 앞으로 내 경호원 해줘야겠네.
“제가 시간만 있었으면 오빠 경호원 가능하죠!! 여자들이 접근하는 거 싹 다 막아줬을 걸요?”
그렇게 허세를 부리기도 하고, 스캔들은 어떻게 수습 될지에 대해 묻기도 하면서 두 사람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마냥 통화를 이어갔다.
-아무래도 스캔들 관련 일 때문에 끊어야 할 것 같아.
“앗! 네. 바쁘실 텐데 어서 가보세요.”
-상했던 마음은 좀 괜찮아졌니?
“아잇! 마음 안 상했어요. 그냥…전 오빠 믿고 있을래요.”
-그래, 믿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꺗!”
신애가 뜨끈뜨끈한 핸드폰을 귀에서 뗐다.
마지막에 해솔 오빠가 해준 로맨틱한 고백에 어쩔 줄을 몰라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기습적으로 그녀의 등에 손이 날라왔다.
“으앙!”
“이눔 자슥! 아주 그냥 연애 하느라 정신없지? 네가 오히려 위로를 해주면 어떡하냐! 넌 화를 냈어야지! 지금 확실하게 단속을 했어야 다음에 또 이런 짓을 안 한다니까?”
“뭐야, 간 거 아니었엉?”
“거실에서 그렇게 실컷 떠드는데 어떻게 안 들리니? 여기가 방음이 좋은 곳도 아닌데.”
“아니, 그게 얘기를 들어보니까 오빠도 피해자더라구…. 저 여자랑 같이 있었을 때 하루종일 나랑 연락하고 전화하고 그랬어. 그걸 내가 깜빡 했더라니까?”
“정말 그걸로 된 거야? 속상했던 게 풀어졌어?”
“응! 오빠가 그 여자 가만히 안 둔데. 나 속상하게 만들었다고. 흐힝~”
“어이구~ 좋단다. 아무리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스캔들이 얼마나 불쾌한 건데! 제대로 된 사과는 받은 거야?”
“응. 사과 받았어. 내가 연인이니까 믿어줬어야 했는데 너무 어리게 대처한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려. 내가 먼저 연락해서 오빠한테 괜찮은지 물어봤어야 했는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의심부터 했잖아.”
신애는 앞으로 스캔들이 나도 직접 본인에게 물어보고 상황을 알아본 후에 대응을 할 거라고 다짐을 했다.
“내가 여자들로부터 오빠를 지켜줘야 돼.”
진해솔의 스캔들에 대한 오해가 그렇게 풀리고. 얼마 후 그에게 들었던 대로 기사가 올라왔다.
[심유정과의 스캔들? 사실 무근! 소문 모두 사실 아냐.]
[호감 보인 심유정, 선 그은 진해솔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 심유정씨 후배일 뿐.”]
[연락처도 모른다. 여배우 킬러 진해솔, 심유정은 아냐.]
진해솔과 심유정의 스캔들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기사로 올라오는 글귀가 생각보다 쎘다는 게 멤버들과 신애를 깜짝 놀라게 했다.
“와~ 쎄다. 이거 그쪽 회사에서 시킨 거겠지?”
“보통 그렇지 않아? 화가 많이 나긴 했나봐.”
“수작이 저급하긴 했지. 스캔들로 인지도 높이는 사람이 있다고 듣긴 했는데,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듯!”
보통 스캔들 반박기사는 그냥 좋은 선후배 관계, 좋은 동료일 뿐 뭐 이런 식으로 한다.
그런데 저렇게 단호하게 선을 그어버린다?
이건 함부로 입방정을 놀린 상대방에게 크게 화가 났다는 뜻이 된다.
이러면 어떻게 되느냐.
-심유정 뭔 듣보냐?
-몰?루
-걍 0고백 1차임인 듯.
-0고백 아닌 것 같은데? 인터뷰 보니까 가관이던데. 진해솔한테 엄청 들이댔을 듯.
-진해솔 여자 때문에 인생이 피곤하긴 하겠다 ㅋㅋㅋ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여자들이 좋다고 저 난리를 피우니 ㅉㅉ 여자는 존심도 없나?
-쪽팔리긴 할 듯 ㅋㅋㅋㅋㅋㅋㅋㅋ 선긋이 오지잖아.
-보통 그냥 선후배 사이 이런 걸로 떼우지 않냐? 근데 이건 완전 저쪽 엿 먹으라는 대응임.
-얘네는 절대 연인일 수가 없다ㅋㅋㅋ
-왜 아니라고만 하는 거임? 연인인 거 숨기려고 일부러 더 단호하게 한 걸 수도 있지.
-유정아, 우냐?
-진짜 연인이 말이 되냐? 급이 다른데 ㅋㅋㅋㅋㅋㅋ 진해솔이 뭐가 아쉬워서 쟤를 만나.
필연적으로 심유정이 비웃음을 당하게 된다.
요즘 사람들이 눈치가 빨라서 어떻게 돌아가는 사정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스캔들 상대가 급이 좀 맞았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심유정과 진해솔은 급 차이가 너무 많이 나지 않은가?
-이거 스캔들로 인지도 좀 올려보려는 수작질인 것 같은데?
-와~ 요즘에도 그런 철 지난 짓을 마케팅이라고 한다고?
-진해솔이 만만하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이제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심유정은 이번 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
0고백 1차임녀 라는 어이없는 별명을 얻어버린 것이다.
이런 반응을 가장 신나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안신애다.
그녀는 수시로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며 청량하고 시원한 사이다를 느꼈다.
“흥! 남의 남자한테 꼬리를 쳤으면 이 정도는 당해야지!”
진해솔에게 적당히 하라고 했지만, 사실 심유정이 사람들에게 욕을 듣는 게 너무 좋은 신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