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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66화 (566/849)

“어이, 금메달리스트. 빨리 가서 좀 말려봐. 형사가 폭력 현장을 봤는데 가만히 있을 거야?”

“미쳤어? 낙하산. 너야말로 가서 해결 해봐. 능력을 보여주겠다며. 인맥만 재능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라고.”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화려한 전투 속에 끼어들어서 허우적대봐야 좋은 꼴 못 볼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형사1과 형사2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느라 바빴다.

사실 그들이 처음부터 이런 꼴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조폭들이 남자를 핍박하는 줄 알고 조폭들을 막으려고 했다.

그런데 남자가 갑자기 철조물에 올라가더니 그걸 이용해서 조폭을 막 쓰러트리는데, 너무 놀라서 머릿속이 새하얗게 됐다.

“쟤도 전직 금메달리스트였을까?”

“금메달리스트가 대단한 건 맞지만 저건 좀….”

남자의 몸놀림은 정말 예사롭지가 않았다.

일단 사람 한 명이 우르르 몰려 든 조폭들 가운데에서 깡 좋게 서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평범하지 않다는 걸 증명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범상치 않은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근데 쟤가 맞겠지? 그 제보자 말이야.”

“저 모습을 보니까 단순한 제보자는 아닌 것 같은데….”

형사들은 심각해져서 남자와 접촉을 해볼 것인지, 아니면 동료를 불러서 전부 잡아들일지 고민했다.

“일단 부르자. 우리 둘이서 저 남자를 어떻게 감당해?”

“금메달리스트시라면서요. 웬만한 년은 한 주먹거리도 안 된다며!”

“쟤는 년이 아니라 놈이잖아!”

속닥속닥!

형사들은 본인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했다.

“저렇게 살벌한 애한테 어떻게 덤비라는 거야? 그리고 난 웬만한 년이라고 했지 년들이라고 한 적 없거든?”

여자가 아니라 남자이며, 저 남자가 쓰러트린 건 여자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라는 점에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음이 당연하다는 것을 형사2가 필사적으로 항변한다.

“그럼 어쩌자고?”

“네 화려한 인맥으로 사람들 좀 잔뜩 불러와. 그래서 잡으면 되잖아! 저 남자도 일단 잡아놓고 우리가 찾던 그놈이 맞는지 확인하자고.”

형사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조폭들과 남자의 싸움은 한층 더 격렬해져 있었다.

사방에 피가 튀고, 날카로운 예기를 내뿜는 칼이 서슴없이 누군가를 향해 휘둘러지고 있었다.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남자도 한 둘이 아닌 인원을 모두 감당하는 건 불가능했는지 점점 몸에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병신들아! 남자 하나를 못 넘어트리냐!? 움직이지 못하게 해! 그냥 막 덮쳐버리라고! 다 같이 덮쳐서 매달려!”

남자가 자꾸만 요리조리 빠져나가자 약이 오른 조폭이 부하들에게 명령을 했다.

그냥 냅다 몸을 들이대서 남자를 잡아버리라고 말이다.

부하 조폭들이 형님의 말을 무시할 순 없었는지 두 눈 꽉 감고 우르르 달려들었다.

“으, 으아아!!”

“죽여!! 덮쳐!!”

“시발, 남자 위에 올라타는 건 내 장기라고!”

몸 이곳저곳에 생긴 상처들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남자는 점차 거리를 좁혀오는 조폭들을 해결할 방법으로 다시 철조망을 선택했다.

피할 곳이 철조물 뿐이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으아악! 저 새끼가 또!! 내려와!! 내려오라고!!”

결국 또 다시 반복 되는 광경이 벌어진다.

철조물 위를 기어오르는 조폭들을 하나씩 쓰러트렸던 것이다.

그래도 한 번 당한 게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한두 명씩 올려 보내지 않고 엉덩이를 발로 차서라도 우르르 철조물 위로 올려 보낸다.

“으악!”

하지만 그 방법도 썩 좋은 효과를 보지는 못하는 듯 했다.

남자가 정말 날다람쥐라도 되는 것 마냥 철조물 위와 아래를 돌아다니며 조폭들을 쓰러트렸기 때문이다.

남자의 유연한 몸놀림은 몸이 둔한 조폭들이 감히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혀, 형님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애들이 계속 떨어져서 다치고 있어요!”

“시발!! 체조선수도 아니고, 뭐 저렇게 봉을 잘 타!!”

철조물 높이가 만만치 않았기에 바닥으로 떨어지면 허리를 다치든, 어디 뼈가 부러지든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남자는 철봉에서 사는 사람처럼 봉을 유연하게 잘 탔다.

봉을 잡느라 티셔츠 아래로 아랫배가 아슬아슬하게 노출이 됐는데, 그걸 본 조폭이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시바, 얼굴도 잘 생겼을 것 같은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남자가 내뿜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알 수 있었다.

저놈은 분명 엄청난 미남이다!

어쩌다보니 엮이게 된 놈.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놈 때문에 조직이 곤란해졌다.

저놈 때문에 그들을 쫓는 형사들에게 꼬리가 잡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저놈을 잡아 들여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제보만으로 그 많은 경찰들이 움직였을 리가 없다.

분명 저놈은 무언가 큰 약점이 될 만한 것을 갖고 있는 것이고, 조폭들은 놈을 잡아서 그것을 빼앗아야 했다.

‘잡아서 오늘 흘린 피만큼 뽕을 뽑고 만다.’

어떻게 된 놈인지 남자면서도 미친 듯이 싸움을 잘해서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결국 저 남자는 우리들에게 붙잡힐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네가 이런다고 바뀌는 건 없어. 너는 결국 붙잡힐 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형님이 바라는 대로 이용당하다가 죽는 거야. 이렇게 발버둥쳐봤자 나중에 네 취급만 더 고달파지는 거라고.”

“…너희들은 사람을 도대체 뭐로 보는 거냐.”

“사람? 그야 돈이지! 사람을 이용하면 돈이 생기거든.”

조폭의 말은 결국 사람을 가축으로 본다는 뜻이었다.

이런 놈을 살펴둘 필요가 있을까?

없었다.

남자의 눈빛이 좀 더 스산하게 가라앉는다.

그때부터 남자의 손속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는 돈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알려주마.”

재물을 향한 탐욕도 원초적인 감정이지만, 그보다 더 인간을 바닥으로 만들 수 있는 원초적인 감정이 존재했다.

바로 공포.

누군가에게 주기만 했을 감정을 본인들을 직접 느끼게 해줄 생각이었다.

♧ ♧ ♧

평범했던 어둑한 골목길이 피칠갑이 되고, 카메라는 그 광경을 적나라하게 영상으로 담아낸다.

그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 피칠갑 된 공간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남자를 황홀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물론 피칠갑 한 남자가 바로 나다.

“와이어가 오히려 방해되는 느낌인데 빼고 해보면 안 될까요?”

“안 돼. 와이어는 액션을 위해서도 있지만,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거야.”

화면의 리얼함을 망치는 와이어가 아쉬웠지만, 그래도 현장을 책임져야 하는 감독님이 딱 잘라 안 된다고 말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와이어를 빼고 촬영하는 건 너무 큰 욕심이었나보다.

“이야~ 액션이 대단하다는 건 들었지만, 상상 이상인데? 감독님, 진짜 대박나겠어요.”

“그럼 당연하지. 나 연화정이야.”

“박소원 너도 앞으로 쟤한테 깝치지 마. 한 주먹 거리도 안 되겠어.”

“해솔아, 혹시 내가 너 서운하게 한 적 있으면 다 풀어라. 내가 나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거든.”

지용 형과 소원 형님이 내 액션을 보고 많이 놀랐는지 내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아무리 와이어를 착용했다지만, 철조물 위를 날아다니는 걸 봤는데 동요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더 찍을 필요는 없겠어.”

“벌써 끝나요?”

“그럼 이런 힘든 걸 하루 종일 찍기라도 할 생각이었어? 손님까지 있는데 적당히 하자고.”

“그래도 아직 더 보여드릴 수 있는데….”

오랜만에 리미트를 해제하고 신나게 날뛰었던 것 같다.

그런데 초반부터 너무 신나게 날뛴 게 문제였는지 감독님이 내 액션에 만족을 해서 일찍 끝내버렸다.

사실 오늘은 하루가 다 가도록 봉 액션을 찍는데 쓰기로 한 상태였다.

고난이도 액션이다 보니 쉽게 쓸만한 장면이 나오기 힘들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기껏 시간 내서 와줬는데 배는 채워서 보내야 할 거 아냐.”

“아! 그렇죠.”

“우리 배 채워서 보낸다고요? 뭐 대단한 거라도 사주는 거야?”

“당연히 그래야죠. 뭐 드시고 싶으세요? 제가 쏘겠습니다.”

“이야~ 해솔이 네가? 너한테 얻어먹는 거면 상황이 달라지는데. 감독님한테는 많이 얻어먹어서 영 재미가 없거든. 나 입맛 고급이라는 것만 알아둬. 거기다가 많이 먹기까지 한다고.”

“아무렴요. 얼마든지 원하시는 거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전부 사드릴게요. 오늘 카메오로 출연해주신 것만으로도 그럴 자격 있으세요.”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먹고 싶다는 걸 못 사드릴 이유가 없었다.

“그럼 삼겹살에 소주 먹으러 갈까?”

“얘 돈 많어. 먹고 싶은 거 먹어도 돼. 아이돌이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데. 그치?”

“맞습니다. 저 돈 많으니까 부담갖지 마시고 한우 먹으러 가시죠.”

“키야~ 역시 우리 동생이 클레스가 있다니까?”

“너는 동생한테 얻어먹는 게 그렇게 좋냐?”

“아 당연하지! 못 얻어먹어 봤으면 말을 말어. 그리고 기껏 카메오 출연했는데 씬을 쟤가 다 잡아 먹었잖아. 이 정도 심술은 부려도 되는 거 아닌가?”

카메오를 왜 출연시키는가?

화제성과 홍보에 유용하게 쓰기 위함이다.

카메오를 하는 사람은 왜 출연을 하는가?

인맥을 통해 부탁을 받기도 하고, 출연한 영화가 잘 되면 부담 없이 자신의 이름을 화제성에 올릴 수 있으니 하는 거다.

그런데 기껏 카메오로 출연을 해놓고 보니 오늘 한 연기로 영 주목 받을 것 같지가 않았다.

형들이 출연한 것에 깜짝 놀라 반응을 보이기도 전.

내가 화려한 액션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버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거 보니까 지금부터라도 운동을 빡세게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감독님 영화 개봉하고 나면 한동안 따라하겠다고 액션 영화 엄청 만들 걸? 영화판이 바뀔 만한 영화야.”

지용 형은 꽤 진지하게 우리 영화가 개봉 되었을 때 바뀔 영화판의 미래를 예측했다.

“너무 과하게 금칠 해주는 것 같은데. 이런다고 뭐 좋은 거 안 나온다.”

연화정 감독님은 지용이 형의 말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의심하며 물었고, 지용이 형은 고개를 저었다.

“금칠은 무슨. 완전 진심이구만. 찍고 있는 당신이 모르고 있을 리는 없고. 뜬금없이 겸손 있는 척 구는 이유는 뭐야?”

“흐흐, 티 났어?”

“당연하지.”

“이거 찍고 나면 각종 상이란 상은 다 받을 텐데, 미리 겸손한 척 구는 거 연습해야 할 것 같아서.”

“이야~ 리스펙트 해야 된다니까. 저 누나.”

소원 형님이 감독님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 실력에 자존감이 낮을 리가 있겠니? 내가 잘난 건 맞잖아.”

“맞지맞지.”

언제 만나도 세 사람은 유난히 죽이 잘 맞는다.

“가게 예약 했으니까 빨리 촬영 끝내고 먹으러 가요.”

“오! 젊어서 그런가 애가 빠릿빠릿하네.”

“빨리 남은 촬영 끝내자.”

“아휴, 너랑 나랑 찍는 건데 뭐 순식간이지.”

내 말에 정신을 차린 세 사람이 빨리 다음 씬 시작하자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술 먹을 생각에 신난 게 보였다.

두 형님들이 자신감을 내보이며 시작 된 촬영.

호언장담한 대로 그들은 순식간에 촬영을 끝내버렸다.

이 정도는 식후 땡 담배도 안 된다는 듯이 말이다.

역시 명불허전의 베테랑 배우들이었다.

다 함께 회식 장소로 움직였고, 준비  된 화려한 마블링의 한우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오늘 회식은 진해솔씨가 쏘는 겁니다! 다들 박수!"

와아아~!!! 진해솔! 진해솔! 진해솔!

더불어 나는 혹여나 눈치 볼 스태프들에게 괜한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로 모두에게 말했다.

"다들 벨트 푸시고 배 터지도록 먹고 마셔주세요. 오늘 회식비로 500만원 이하 나오면 두 번 회식은 없는 겁니다."

우와아아!!!!!

내 화끈한 선언에 스태프들이 환호했다.

다들 내 말을 듣고 흔쾌히 벨트를 풀었고, 그때부터 상다리가 부셔져라 음식들이 줄줄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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