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70화 (570/849)

-우연이 ㄱㅇㅇ ㅠㅠㅠㅠㅠ

-ㅠ아구 이쁜아ㅠㅠ맘두 이뻐

-당연하지 완전 약속해ㅠㅠㅠㅠ

-너무 좋다. 꾸준히 정기적으로 했으면 좋겟어!!

-다음에는 꼭 당첨 돼서 봉사하러 갈게!!!

-팬들끼리 봉사모임 만들었어!! 꾸준히 봉사 활동하면서 좋은 일 할 거야!!

그리고 채팅에서 의외의 좋은 소식도 알게 됐다.

“정말요? 봉사 모임을 만들었어요?”

-응!!!!!

-봉사 활동한 사진 꾸준히 올릴게. 꼭 봐줘!!!

이건 좀 많이 뿌듯한데.

“네, 올려주면 꼭 볼게요.”

그래도 우리를 위한다는 이유로 본인에게 피해가 갈 정도로 봉사 활동을 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자재해달라는 말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몸이 상할 정도로 봉사 활동은 하지 말아요. 우리한테 제일 소중한 건 윙이들이니까. 알겠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울 애기들 너무 차캐

-당연하지!! 건강 챙기면서 봉사 활동할께!!!

이후로는 오늘 봉사 활동 때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형이 이런 걸 해본 적이 없으니까 엄청 당황했더라고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지 어리버리하게 서 있더라니까요? 그때 너무 웃겼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벙한 경태 ㄱㅇㅇ

“나 좀 그만 놀려.”

“형을 놀릴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으니까요! 있을 때 놀려둬야죠!”

“그래그래, 다 갖고 놀고 제자리에만 가져다 놔.”

“하하하!”

일을 제대로 못 한 멤버는 놀리고, 팬들이 물어보는 걸 대답해주다 보니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버렸다.

아직도 팬들에게 할 말이 잔뜩이었는데, 매니저 누나가 그만해야 한다고 말리더라.

라이브 방송을 꺼야 한다는 매니저 누나의 제스쳐에 앗! 하며 멤버들이 입술을 삐죽였다.

“앗!”

“우리 이제 가봐야 한 대요.”

-안 돼!!!!!!!!!!

-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

-안녕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래하기는 했지. 애들 피곤할 텐데 들어가서 푹 쉬어~

“안녀엉~”

“윙이들도 푹 쉬어요!”

“오늘 끝까지 함께해줘서 고마웠어요.”

“안녕! 금방 또 올게요! 안녀엉~!”

매니저 누나도 퇴근은 해야 하니까 계속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우리도 집에 가야 했고 말이다.

가지 말라며 붙잡는 팬들을 위로하고 라이브 방송이 종료 되었다.

“아으으~~ 힘들다~!”

“오랜만에 땀 좀 제대로 흘린 듯.”

“그래도 뿌듯했어.”

“그냥 돈으로 기부하는 거랑 이렇게 직접 현장에서 뛰는 거랑은 느낌이 많이 다르긴 하다.”

“그래도 직접 하는 건 안 돼.”

매니저 누나가 혹여나 우리끼리 봉사 활동을 하겠다고 할까 걱정이 됐는지 잽싸게 끼어들어서 말했다.

“에이잉~”

“너희들이 봉사 활동하면 그거 보러 오는 사람들 때문에 민폐끼치거든?”

“그건 그렇지.”

오늘도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이뤄진 거였다.

그러니 우리가 봉사를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그럼 다음 봉사 활동은 못하는 거에요?”

“아마 그렇지 않을까. 아니, 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 근데 국내에서 하는 건 불가능할 거야.”

해외 봉사라….

개인적으로 국내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데 해외까지 가서 봉사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편이었다.

“다들 잘 들어가.”

“빠이요!”

“다음 스케줄 때 봐요!”

함께 숙소에서 살던 멤버들이 이젠 각자의 집으로 흩어지는 게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내놈들을 한 집에 뭉쳐 놓았을 때보다 개인 집이 있는 게 몇 만 배 편했다.

다시 숙소 생활을 할 때로 돌아갈래? 라고 묻는다면 100억을 주겠다고 해도 싫다고 할 거다.

멤버들이 싫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다른 사람과 한 집에서 사는 게 불편한 거였다.

그렇게 멤버들과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져 집에 돌아왔다.

그러는 사이 우리의 봉사활동은 훈훈한 소식으로 기사화 되어 인터넷에 올라왔다.

이미지도 챙기고 팬들과 좋은 시간도 보내고.

이번 계획은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해도 될 것 같았다.

♧ ♧ ♧

감독님이 계획한 비장의 무기이자 비밀병기가 의도치 않은 사건으로 유출 되었을 때.

나는 감독님에게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내자고 제안을 했었다.

하지만 그게 제안하는 걸로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었다.

내 제안을 현실화하기 위해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필요한 일이었다.

연화정 감독님은 액션이 들어갈 장면을 고민하고, 홍사범님은 봉 액션보다 더 화려한 액션을 준비했고, 나는 그들이 준비한 것을 떠먹기 위해 숟가락을 들 준비를 해야 했다.

“와, 진짜 처절하게 멋있네요.”

그리고 연화정 감독님은 봉 액션 때보다 더 감정이 터지는 구간을 만들어왔고, 홍 사범님은 그에 맞춰 처절하면서도 멋있는 액션을 짜왔다.

이제 남은 건 그대로 촬영을 하는 거였다.

다만 난이도는 정말 높았다.

“화려함이 아니라 절재를 선택하셨네요. 그런데 그래서 더 머릿속에 남을 것 같아요.”

“공간이 좁아서 힘들긴 할 거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턴트들과 함께 보여준 액션에 더해 졸라맨으로 그려진 그림까지 준비해 온 홍 사범님.

덕분에 어떤 그림을 원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쭉 일자로 이어진 골목길에서 앞을 뚫기 위해 조폭들을 쓰러트려야 하는 상황인 건데….

벌써부터 몸이 근질근질했다.

빨리 카메라 앞에서 저 장면을 촬영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와 함께 액션을 본 감독님이 말했다.

“이거 롱테이크로 가능할까?”

“예에? 롱 테이크요? 이걸?”

홍 사범님이 연 감독님의 말에 기겁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가뜩이나 좁은 골목길을 상정하고 짠 액션인데 롱 테이크를 한다고요? 너무 위험합니다.”

“한 번 생각해봐. 골목길 시작부터 쫘악 끌고 내려가서 골목 끝까지 찍는 거야. 한 명 한 명씩 쓰러지고 처절하게 기가 막힐 것 같지 않아?”

컷을 바꾸지 않고 쭈욱 카메라로 찍는 액션.

좋은 그림이 떠올랐는지 연화정 감독님이 욕심을 드러내신다.

홍 사범님은 내게 큰 부담이 될 거라면서 반대를 했지만, 정작 촬영을 해야 하는 당사자인 나는 의외로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었다.

롱테이크로 촬영을 하면 끊어서 촬영할 때보다 배 이상의 시간이 들 거다.

모두가 힘들어 할 선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장면이 나올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연 감독님은 롱 테이크에 꽂혔는지 재차 설득을 해오셨다.

“한 번 생각을 해봐. 이 좁은 골목길에서 컷을 많이 딴다고 좋은 그림이 나오겠어? 오히려 정신 사나울 수 있어. 근데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찍으면서 하나하나 쓰러트리고 마지막에 골목길을 딱 빠져나가는 거야. 컷 전환 하나도 없이! 이게 뭔지 알아? 간지. 이거거든! 간지 말이야.”

“간지 찾자고 애 죽일 일 있습니까? 롱 테이크,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 액션 난이도를 생각하셔야죠. 그러다가 다칩니다.”

“그럼 액션 난이도를 좀 낮춥시다.”

“에헤이! 내가 이걸 짜느라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좋은 그림에 눈이 뒤집힌 감독님과 자기가 짠 액션을 조금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홍 사범님의 대치.

나는 두 사람의 의견이 모두 타당하다 생각하면서도 내 의견을 말했다.

“해보죠.”

“이걸 하겠다고?”

“저도 욕심이 있어서 더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데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고 싶진 않거든요. 해보고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면 포기할게요. 근데 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감독님들이 머리를 쥐어짜서 만들어 온 장면이다.

고작 롱 테이크가 어렵다고 약한 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고의 장면을 만들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에휴, 이럴 줄 알긴 했는데. 알았다. 그럼 롱 테이크에 맞게 액션을 바꿔 올게.”

“그럴 필요 없어요. 수정 없이 지금이 그대로 가요.”

“이걸?”

“감독님도 이 액션을 보고 나서 롱 테이크를 생각하신 거잖아요.”

못 할 게 뭐가 있는가?

더군다나 나는 이 액션에서 몇 가지 더 추가를 할 생각이 가득했다.

“이건 하기로 하는 걸로 하시고,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거든요. 한 번 봐주실래요?”

아까 봤던 액션을 정확히 기억하고 거기에 변형을 조금 추가했다.

내 액션을 받아줘야 하는 스턴트들에게 부담을 짊어주지 않으면서 액션을 조금 더 추가한 거였다.

“오! 괜찮은데?”

“받아주기도 이 편이 더 편합니다.”

“정말? 다시 해봐봐.”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해서 여기서 이렇게 하고….”

롱 테이크 촬영이라는 말에 불만을 표하던 홍 사범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내가 추가해서 보여주는 액션에 정신이 팔렸다.

“어우, 야 나는 이런 거 못해. 너만 할 수 있는 거야.”

“별로에요?”

“아니. 너 대단하다고. 그걸 한 번에 외운 것도 놀라운데 거기에 변형까지 시켰을 줄이야.”

내 의견이 더해져서 다시 한 번 액션이 수정 된다.

홍 사범님은 액션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걸 걱정하는 거지 수정하는 것에 불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연화정 감독님은 그 사이에 이번 씬에 어울릴 골목길을 찾아왔다며 우리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여기 골목길들이 후보군이야. 어때?”

“오! 멋진데요?”

“밤 사진도 있네요?”

“그럼, 당연하지. 해가 떠 있을 때랑 없을 때 같은 장소라도 느낌이 확 달라지거든. 특히 골목길 같은 곳은 말이야.”

해가 떠 있을 때는 별 거 아닌 장소여도 밤이 되면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근데 이걸 어떻게 이렇게 빨리 구해오셨어요? 골목길에서 액션 찍자는 건 방금 말했는데.”

“이 정도 자료는 기본으로 쌓여 있어. 이번 자료는 내 전작에서 후보군이었던 촬영 장소들이야. 물론 전부 탈락한 장소들이고.”

“저희가 이런 선택에 의견을 내도 되는 겁니까?”

“그거라고 꺼낸 거야. 얼마든지 의견 내도 돼.”

자칫 잘못하면 감독님의 권한을 넘보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촬영 장소를 결정하는 건 엄연히 감독님의 권한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연화정 감독님은 우리의 의견이 들어가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그만큼 자신의 권위에 자신감이 있는 거다.

“저는 이 골목길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밤뷰가 음산하고 좁은 게 처절한 액션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오! 나도 거기가 1순위였어.”

“저도 거기가 제일 나은 것 같네요.”

의외로 장소 부분에서는 세 사람의 의견이 모두 같았다.

그만큼 우리 액션에 잘 맞는 장소라는 것이니 흡족해야 할 일이었다.

우리가 꽤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 건 나 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연화정 감독님이 대화를 나누다가 뜬금없이 말했다.

“모든 영화가 이렇게 순조롭게 잘 진행 되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큰 사고도 없고.”

“영상 유출이 됐는데 큰 사고가 아니에요?”

“그 정도는 해프닝이지. 이 바닥에서 영화 촬영하면 정말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난다.”

영화를 다 찍어놓고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영상을 다 버려야 할 때도 있고, 영화를 중간 정도 찍었는데 갑자기 투자금을 싹 다 빼가서 영화가 뒤집어지는 것도 흔하게 벌어진다.

그뿐인가?

배우가 병크를 터트려서 찍은 걸 다 들여 내야 하는 일도 있다.

촬영을 해야 하는데 뭔가 꼬여서 촬영 장소에 갔다가 촬영을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장비를 빌리지 못해서 손가락만 빨던가 하는 일도 있는 것이다.

그런 걸 생각해보면 영상 유출은 별 거 아닌 거였다.

“더군다나 이렇게 비밀병기를 새로 찍기까지 하잖아. 그러니까 아무 문제없게 된 거라고.”

유출 된 영상의 중요도가 떨어졌다.

그러니 아무 문제가 없게 된 걸로 치겠다는 거다.

“그럼 저도 그렇게 생각해야겠네요. 영상 유출로 홍보 한 거라고요.”

“그렇지. 아무튼 남은 촬영도 순조롭게 진행 됐으면 좋겠다. 네가 다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해.”

“애 몸 걱정하는 사람이 롱 테이크 촬영을 하겠다고 합니까? 말이 안 맞잖아요.”

“에헤이! 나는 영화를 위해서 한 말이잖아. 그리고 액션 짜는 건 내가 아니라고?”

“크흠.”

“지금이라도 안전하게 액션 바꾸든가. 난 반대 안 해.”

“해솔이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의견을 내줬는데 이제서 바꾸긴 뭘 바꿉니까. 이대로 해야지.”

결국 우리 세 사람 다 영화에 반쯤 미쳐 있는 게 확실하다.

“전 바꿀 생각 없어요.”

“크흐흐! 누가 지금 이 모습 보면 미친 것들이라고 욕먹을 거다.”

영화가 뭐라고.

쉽게 갈 수 있는 일인데도 작은 디테일을 살리겠다고 이 지랄을 떠니,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욕 나오는 일이 맞았다.

그리고 아마 스태프들 중에는 우리 세 사람이 정상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본인들만 모르고 있을 뿐이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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