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73 - #85. 개봉 (4)
란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나를 어렵게 만드는 여자였다.
‘자기가 헤어지자고 할 리 없다고? 이건 진짜 억울하네.’
다양한 방법으로 나와 헤어짐을 요구하는 그녀를 막기 위해 그동안 들인 노력들을 떠올려보면 란나는 내게 저런 말을 못할 것이다.
물론 내가 사전에 막아서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 억울하다 할 순 없었다.
미래의 가능성을 엿보면서 조심스럽게 진행 되어 왔던 그녀와의 관계.
그것이 찰나의 실수로 어그러질 수 있었기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여왔는가?
‘내가 소설 주인공이었으면 바로 감금 루트 탔을 거라고.’
하지만 여긴 현실이고, 감금은 최악의 수라는 걸 너무 잘 알았기에 최대한 자재했다.
그런 식으로 그녀를 붙잡아봤자 우리 두 사람에게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금을 할 바에야 그냥 최면을 걸어서 헤어질 생각 못하게 하는 게 낫지.’
하지만 최면은 멜리사를 통해 부작용이 심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기에 사용 할 생각도 안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란나와의 관계가 안정화 되자 그런 방법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그녀를 잡아둘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멍청한 자만이었고, 방심이었지.’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에 너무 마음을 놓았던 게 문제였다.
유산이라는 끔찍한 일을 당하며 모든 게 어그러져버렸다.
‘유산은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지.’
그녀와의 안정적이었던 관계도, 결혼도, 가정을 이루기 위해 준비해왔던 모든 계획들도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
아무리 사는 게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지만 이건 심해도 너무 심한 일이지 않은가?
아무리 그녀가 나와 헤어질 운명이 강하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는 건 백프로 반칙이었다.
‘그쪽에선 이걸 미리 알고 나한테 임신만 시키라고 했던 건가? 그럼 더 억울한데.’
그들이 미리 예측을 했다면, 그건 란나의 운명이라는 뜻이 아니겠나?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진 않았을 거야. 그랬으면 그런 아이템도 존재하지 말았어야지.’
꿈을 통해 그녀의 미래를 엿보고 현재를 바꾸지 않았는가?
이번 일은 내가 운명을 너무 우습게 보고 방심해서 생긴 일이 분명하다.
그 방심으로 잃은 게 너무 크다는 게 뼈 아플 뿐.
아이템을 이용했을 때 부작용이 있었을지언정 계획했던 것을 실패했던 적이 없어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오만하고 자만했지.’
어디 영화나 소설에서는 운명을 바꾸려고 해도 어떻게 해서든 그 운명 따라 흘러가도록 알 수 없는 힘이 사건을 만들어 본래의 운명을 따르도록 한다는데, 내가 경험한 것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 대가를 왜 내가 아닌 내 아이가 받아야 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지만.’
잃은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콱 막혀서 아무리 뚫으려고 해도 뚫리지 않는, 무너진 광산을 보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건 란나가 나보다 더 심하고 강하게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안에다 하지 마요.”
“…약 먹고 있지 않아?”
“그래도 안에다 하는 거 싫어요.”
란나와의 잠자리가 많이 바뀐 것은 유산 이후로 생긴 변화 중 하나이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는 란나에게 차마 마음껏 성욕을 쏟아낼 수 없어서 뭐든 조심스럽게 행동 했고, 그러다 보니 그녀와의 잠자리에선 어느새 습관처럼 부드럽고 느릿하게 섹스를 진행하게 됐다.
지켜주지 못한 대상이다 보니 강하게 나갈 수가 없었다.
확실히 우리 관계에서 갑은 란나였고, 을은 나였다.
“오늘은 안에 하고 싶은데.”
“…정말 저 임신시키려고 하시는 거에요? 안에 한다고 안 생겨요. 저 약 챙겨먹잖아요.”
다른 때는 약 효과로 내 씨앗이 제 몫을 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좀 다를 것이다.
“약을 먹었는데도 아이가 생긴 거면 하늘이 점지해준 거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아이가 그렇게 쉽게 생길 리 없어요. 사장님이 괜히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한 번쯤은 기대해보면 안 돼?”
푹!
나는 애원하는 투로 말하면서 아직 그녀의 안에 있는 녀석을 푹 하고 찔러넣었다.
“흣! 사장니임…!”
“계속 사장님이라고 부를 거야? 여보라고 해줘.”
“자기야…!”
“예전에 여보라고 부르는 거 예행연습도 했었잖아. 난 자기보단 여보가 더 좋아.”
“그치만…으응…! 하으…응!”
크게 움직이기보단 안쪽에 있는 그녀의 약점 부분을 얕고 빠르게 자극을 주니 그녀가 허벅지를 꽉 조여 온다.
그녀의 허벅지 안에는 내 허리가 존재했기에 빠듯하게 조여 오는 압박이 느껴진다.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니었고, 나는 진정하라는 의미에서 그녀의 무릎을 들어 올려 그 부분에 자잘한 입맞춤을 날렸다.
쪽쪽쪽!
“오늘만. 응? 딱 오늘하고 이주일만 기다려보자.”
그녀가 계속 약을 먹으면 곧 생길 아이에게 영향이 갈 테니 먹지 않도록 해야 했다.
오늘 가져 온 영양제도 사실 임산부가 먹었을 때 좋을 영양제들이었다.
임신 중 태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성분은 흡수하지 않고 내보내며, 필요한 영양분들은 공급해주는 약.
하지만 이건 란나가 임신했을 때 이미 복용하라고 준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준 약에는 한 가지 더 추가가 되어 있다.
란나를 위해 무려 주문 제작을 한 약이었다.
‘운명이 란나랑 나를 갈라놓으려고 한다면, 나는 돈지랄로 그 운명을 뿌리 뽑아버리겠어.’
겉으로는 영양제로 보이지만 약 안에는 신비한 힘이 담겨 있었다.
이 신기한 힘은 란나의 몸 안으로 들어가서 태아가 착상 되는 돕고, 무사히 자라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며, 세상 밖으로 나올 때까지 곁에서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른 차원이라고 본인의 2세에 대한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고, 내가 구매해서 가져온 이 약은 뛰어난 2세를 보고 싶어 하는 귀족들이 주로 정실부인에게 복용시키는 약이었다.
정실부인에게 뛰어난 2세를 봐야 후계 자리가 굳건하여 가문이 평안하지 않겠는가?
더불어 사생아를 만들어도 안심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대신 더럽게 비쌌지.’
한때 장모님을 살리기 위해 사용했던 아이템을 기억하는가?
이 약은 그 아이템의 딱 반값이었다.
사람 한 명을 살릴 수 있는 코인의 반값.
어떻게 보면 싸다고 볼 수 있겠으나 반대로 재능 있는 아이를 태어나게 하는 값으로는 비싸다 볼 수 있었다.
그 약은 세기의 천재를 만드는 약이 아니지 않은가?
그저 아이가 건강하고 장애 없이 더불어 전체적으로 평균보다 살짝 높은 수준의 재능을 갖고 태어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약이었다.
그걸 살 바에야 차라리 그 돈으로 애가 태어나고 나서 영약을 사다 먹이는 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약이 꾸준히 팔리는 것은 VIP를 넘는 VVIP들이 여러 차원에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람들 덕분에 나도 이런 걸 꼽사리 껴서 구매할 수 있는 거고.’
내가 코인을 수급하는 방법은 여전히 미션을 깨거나 섹스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꼭 빼먹지 않고 섹스를 하는 것은 이렇게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였다.
‘문제는 섹스로 버는 코인이 너무 적다는 거야.’
실 유모님의 월급을 생각하면 내가 너무 복에 겨운 소리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필요할 때 뭉퉁뭉퉁 빠져나가는 코인을 보고 있으면 섹스로 버는 코인의 단위는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단위이긴 했다.
“하아~ 이런다고 생길 리가 없는데….”
“오늘만 나한테 져줘.”
“…제가 오늘 예민하게 행동하고 화도 냈으니까 딱 한 번만 사장님 뜻에 따를게요. 다음에는 얄짤 없어요.”
“응응. 고마워. 예쁘다, 우리 여보.”
“그냥 자기로 해요. 여, 여보는 너무 나갔어요!”
“알았어. 그럼 이제 자기 안에 싸도 될까요?”
일단 사장님이라는 호칭에서 자기로 다시 되돌아왔다는 점에 단단하게 걸어 잠궜던 마음이 조금은 풀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약해진 순간을 놓치지 않고 슬그머니 욕심을 드러냈다.
“흐응…마음대로 해요.”
“!!”
드디어 허락을 받았다!
오늘 잠자리로 아이가 생기면 그녀도 이때의 대화를 떠올리고 납득을 할 것이다.
약을 먹은 상태인데도 아이가 생긴 것이지 않은가?
감사의 의미로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마주대고,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침대는 대화 때문에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어도 금방 본래의 열기를 되찾았다.
금방이라도 날아가 버릴 것 같았던 란나가 어느덧 이렇게 회복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부드럽게 그녀의 몸 이곳저곳에 키스마크를 남기며 스퍼트를 달렸다.
란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 소리가 감미로웠다.
“응…으응…자기야…더 세게….”
“더 세게 해줬으면 좋겠어?”
“응…흣! 으으응…!”
좀 더 힘을 줘서 흔들기 시작하니 그녀의 엉덩이에 사타구니가 부딪친다.
찹찹찹-
살과 살이 부딪치면서 나는 소리가 무척이나 야했다.
엉덩이 살이 흔들리는 게 내 마음에 쏙 들었기에 그녀를 일으켜서 엎드리게 만들었다.
동그란 두 개의 둥근 엉덩이 볼이 귀여워 손으로 주물거리면서 허리를 움직였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를 온전히 다 지배하고 싶었다.
이보다 더 질척하고 서로가 한 몸이 된 것 마냥 진한 섹스를 우리 두 사람 다 기억하고 있었다.
란나도 항상 부드러웠던 섹스가 아니라 살짝 거친 섹스를 하니 그때의 기억이 났는지 안달을 냈다.
‘평소보다 애액이 더 많이 나네.’
그래도 그녀와는 강렬한 섹스를 하기가 꺼려진다.
나는 점점 자재하기 힘들어지는 것을 느끼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흣…으응…응…! 자기, 자기야아…!”
“응. 나 여기 있어. 괜찮아.”
“더어…세게 해도 돼요. 난 괜찮으니까…흣!”
“더 깊게 찔러도 되겠어? 그럼 정액이 거기까지 들어가버릴 텐데?”
질 안에 싸는 게 아니라 그녀의 더 깊은 안쪽에 정액이 들어가는 거다.
이미 임신은 확정이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란나에겐 꽤 의미가 클 터였다.
“오늘…읏…나 임신 시킬 거라면서요.”
“간신히 참고 있는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을 해버리면 위험한데….”
란나도 어쩌면 오늘 아이가 생겨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 관계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 게 맞다.
‘싫다고 했어도 한편으로는 다시 아이를 가졌으면 했던 거야.’
내가 란나의 마음을 너무 오랫동안 몰라줬던 것 같다.
기꺼이 그녀가 바라는대로 해주리라.
그녀의 잘록한 허리와 부드러운 가슴을 애무하며 몸을 좀 더 뜨겁게 달궜다.
앞으로 있을 다소 과격한 섹스를 감당해내기 위해 꼼꼼하게 사전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 정도로 쌌으면 임신이 안 되는 게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싸낼 예정이었다.
“오늘 임신이 안 되면 이상할 정도로 싸줄게. 각오해.”
“흣!? 자, 잠깐만…흐앗!”
내 목소리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란나가 나를 막으려 뒤로 손을 뻗었다.
애처로운 그녀의 반항은 고작 한 손으로 제압이 가능할 만큼 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