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75화 (575/849)

Chapter 575 - #85. 개봉 (6)

[쭌 : 너 대신 내가 가겠다고 하고 약 올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예능 스케줄 있어서 못 갈듯.]

[아시아 프린스 은규 : 나 데려가요!!! 나!!!]

[나 : 역시 너희들은 바빠서 안 되겠구나.]

그냥 나 혼자 가는 게 나은가.

몇 시간 정도 지나자 다른 애들한테도 연락이 왔다.

함께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연락이다.

초대권을 갑작스럽게 받은 거라서 큰 기대가 없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기라도 한 것 마냥 신애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가족이랑 오라고?”

내용은 내 가족과 와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가족’이 누구를 말하는지 신애가 모르고서 언급했을 리도 없다.

‘결심이 선 건가?’

서로 만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가족들에게 소개시켜서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집에 한 번 데려오라는 제안에 아직 때가 아니라고 했던 것이고.

그런데 신애 쪽에서 먼저 내 가족과 만나보고 싶다는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정말 내 가족과 만나보길 바라고 한 말인지, 확실하게 그녀의 생각을 알아볼 필요가 있어보였다.

-오빠! 많이 기다렸어요? 죄송해요. 문자를 지금 봤어요.

“촬영하느라 바쁜 거 다 아는데 죄송할 필요 없어. 사정 다 아는 사람들끼리 사과하지 말자.”

-헤헤, 네에~ 근데 무슨 일로 전화해달라고 하신 거에요?

“응. 내일 팬미팅에 정말 가족이랑 같이 가도 되나 싶어서.”

-그럼요! 가족분이랑 꼭 오세요.

“정말 진심으로 하는 소리 맞지? 나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어.”

-저도 오빠 여자잖아요. 다들 알고 지내는데 저 혼자만 동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요. 저, 저도 오빠 여자인 걸요.

마지막에 부끄러웠는지 목소리가 작아진다.

-그리고 사실 이번에 초대한 건 좀 영악하게 상황을 따져보고 한 거에요!

“영악하게 따졌다고?”

-제가 제일 예쁠 때를 보여드리는 거니까요.

처음에는 뭔 소리인가 싶었는데 말뜻을 생각해보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있었다.

원래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기세가 등등한 법이 아니겠는가?

그녀를 사랑하는 팬들로 가득한 팬미팅장에서, 풀 메이컵을 하고 가장 예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구경하러 오라는 거였다.

-그날 정말 예쁠 거에요. 자신 있어요.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하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그녀의 수작이 기분 나쁘기보단 귀엽고 앙큼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신애에게 가장 먼저 소개를 시켜줄 사람을 누구로 하는 게 좋을지 결정을 내렸다.

“알았어. 그럼 가족이랑 같이 갈게.”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신애가 이렇게까지 준비를 했는데, 나도 빈손으로는 갈 수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물로 어떤 걸 가져갈까 고민하면서 내일 시간이 날만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날렸다.

[나 : 내일 시간 있어? 간만에 데이트 어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로부터 답장이 왔다.

기꺼이 데이트를 수락하는 연락이었다.

♧ ♧ ♧

“세상에~ 예뻐라. 얘가 네가 만나고 있는 애지?”

“응. 맞아.”

“어쩜 이렇게 말랐다니. 여자 아이돌은 다이어트를 많이 하지?”

“아무래도 그렇지. 화면에 부하지 않게 보이려면 어쩔 수 없어.”

“맞아. 주아도 아이돌 한다고 했을 때 이 정도 몸매를 유지하느라 고생했다더라. 말로 들었을 때는 그렇구나 하고 말았는데, 여자 아이돌 출신 출연자 보고 깜짝 놀랐잖아. 너무 말라서.”

팬미팅장 가까이에 오니 신애가 소속 되어 있는 그룹의 멤버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잔뜩 있었다.

그리고 팬미팅이 목적지인 걸로 보이는 이들이 그 사진들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꺄륵꺄륵 즐기고 있었다.

‘눈 썩었군.’

애석하게도 꺄륵거리고 있는 사람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점에서 나는 내 눈을 잠시 뽑아두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가 내 다른 여자를 소개시켜주는 일이 되었음에도 민영 누나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 눈치였다.

‘내가 많이 무심했네.’

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필요한 것도 맞는 것 같았다.

한 명 한 명씩 시간을 내서 데이트를 한다는 게 말하는 것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저기 줄 서는 거 아니야?”

“신애가 말을 해뒀대. 팬미팅 시작 전에 잠깐 대기실에 들리기로 했거든.”

“아아~ 그래?”

스태프에게 초대권을 보여주니 미리 전달 받은 얘기가 있었는지 우리에게 안으로 들어가라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우리는 스태프가 말해준 방향을 따라 이동해서 대기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똑똑똑-

“들어오세여~~”

낯선 목소리였으나 신애의 멤버들이라고 생각했기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기 전에 안경의 기능을 off 시켜두는 것을 빼먹지 않고 말이다.

“오빠아악!!”

문을 열자마자 신애가 아닌 다른 멤버들의 얼굴이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신애의 목소리가 들리며 내 품에 안겨들었다.

“어이쿠.”

손에 꽃이 들려 있는지라 마주 안아주지는 못하고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는데, 민영 누나가 센스 있게 내 손에 들린 꽃을 가져가주었다.

덕분에 편하게 신애를 마주 안아 줄 수 있었다.

“안녕. 잘 있었어?”

“흐아아아~~ 오빠 냄새~~~ 너무 좋아!!!”

“야야. 아무리 우리끼리만 있다지만, 너무 과한 거 아니야? 너 화장이랑 의상 머리 생각해야지!!”

“아차차!”

신애가 멤버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렸는지 아쉬운 표정을 지은 채로 내게서 떨어졌다.

나는 살짝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만져서 정상으로 돌려주고 웃으면서 신애에게 말했다.

“팬미팅 축하해.”

“콘서트도 아닌데 뭘요. 헤헷.”

“오늘 예쁘다.”

“정말요? 헤헤, 화장이 좀 잘 먹긴 했어요. 어제 오빠가 준 마스크팩 하고 잤더니 피부가 정말 좋아졌더라고요. 고마워요, 오빠.”

“허얼~ 우리 소개도 안 시켜주고 자기들 세상에 빠져버렸어.”

“나, 나도 말 나눠보고 싶은데.”

“…선배님 보는데 눈에 사이다가 넣어지고 기분이야.”

“네 눈엔 사이다가 아니라 렌즈가 끼어 있어.”

멤버들이 우리 주변에서 재잘대는 터라 계속 신애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동안 열심히 선물을 안겨서 이미지를 올려놨으니 적어도 문전박대는 안 받겠지 싶었다.

“아! 안녕하세요. 멤버분들. 신애한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얘가 우리에 대해 좋은 말 할 리가 없는데, 그거 참 안타까운 말이네요.”

신애의 멤버 중 한 명인 슬비의 신랄한 말에 나는 웃는 얼굴을 바꾸지 않고 말을 받았다.

“신애가 장난으로도 멤버들 흉 봤던 적이 없어서요. 멤버들 전부 든든한 언니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얘를 어화둥둥 키우긴 했죠!”

성격이 좀 도도하고 까칠하다고 했던 슬비씨를 황급히 뒤로 보내고, 다른 멤버들이 내 말을 받았다.

참고로 신애가 해줬던 슬비씨에 대한 건 이렇다.

‘슬비 언니는 말이 별로 없는 편인데, 한 번 말할 때마다 사람 정곡을 콕콕 짚어서 기분 나쁘게 하는 스타일이야.’

말을 돌려서 하는 게 아니라 직설적으로 하는 편이라는 거다.

문제는 그렇게 직설적으로 하는 말이 남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 확률이 높은 편이라는 거다.

정작 본인은 그걸 의도한 게 아니라 그냥 그래 보여서 한 말인데 말이다.

고쳐보려고 애쓰는데도 영 고쳐지지 않아서 말수가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나와 가장 먼저 인사를 나눴다는 건 정말 큰 관심을 준 것이었다.

‘지금도 혹여나 슬비씨 말로 내가 오해 할까봐 수습하고 있는 거겠지?’

신애에게 미리 얘기를 듣지 않았다면 당황스럽기는 했을 거다.

그러지 말라고 할까 하다가 그룹 내 사정을 내가 너무 자세히 알고 있다는 걸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기에 화제를 바꾸려 애쓰는 멤버들에게 동조하기로 했다.

“저희가 신세를 많이 지고 있어요.”

“맞아요. 항상 저희들 몫까지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너무 받기만 해서 죄송스럽더라고요.”

멤버들도 신애를 통해 보냈던 마스크팩을 사용하고 잠을 잤는지 피부가 탱글탱글했다.

“아닙니다. 그냥 신애 챙길 때 조금 더 챙기는 것뿐인데요. 그나저나 오늘 팬미팅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놀다 가겠습니다.”

“저희가 정말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재밌으실 거에요!”

“아! 그리고 이쪽은 오늘 나랑 같이 온 내 가족.”

민영 누나가 내 말에 맞춰서 마스크를 내렸다.

덕분에 민영 누나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된 멤버들이 메두사와 눈이 마주친 것 마냥 굳어버렸다.

“!!”

“!!”

“안녕하세요.”

굳어진 몸이 풀어진 것은 민영 누나가 민망함을 감추지 못하며 인사를 했을 때였다.

“헉! 하, 한,민영…배우님!!”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계셔서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가리고 있었던 걸요.”

“근데 우와…너무 예쁘세요!”

멤버들이 민영 누나에게 순식간에 홀려서 다닥다닥 달라붙었다.

신애조차도 민영 누나의 실물을 보고 놀라서 굳어버린 상태였다.

“괜찮아?”

민영 누나는 내 여자라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밝혀진 사람이다.

주아 누나를 데려올까 민영 누나를 데려올까 고민했는데 신애에게 주아 누나는 너무 난이도가 높을 것 같아서 민영 누나를 선택해서 데려온 거였다.

근데 아무래도 내가 난이도 조절을 잘못한 것 같다.

만약 신애에게 귀가 있다면 시무룩해서 귀가 축 늘어져 있을 것 같았다.

“왜, 왜 이렇게 예쁘신 거에요…?”

그야 내가 바라는 이상형 그 자체로 열심히 깎은 얼굴이니까.

“민영 누나가 좀 예쁘긴 하지. 근데 너도 예뻐.”

“말도 안 돼요…. 저런 분이랑 같이 있는데 저 같은 애가 눈에 들어왔을 리 없어요.”

민영 누나와 주아 누나를 동시에 만났을 땐 어쩌려고 이렇게 기가 팍 죽나 모르겠다.

“신애야.”

“히잉….”

“호기롭게 만나보겠다고 해놓고 이렇게 시무룩해져버리면 어떡해? 만나서 예쁘고 멋진 모습 잔뜩 보여주겠다며.”

“자신 없어졌어요. 오늘 화장도 옅게 하신 것 같은데 너무 예쁘시잖아요.”

기가 잔뜩 죽은 신애에게 멤버들과 말을 나누던 민영 누나의 시선이 움직인다.

움찔!

완전히 기가 죽었는지 슬금슬금 뒷걸음치더니 내 곁으로 붙는다.

아마 무의식 중에 안전하다고 생각 되는 곳으로 몸을 움직인 걸 거다.

‘이러면 더 안 좋을 텐데….’

민영 누나는 평소에는 순한 편이지만 자기가 집착하는 것에는 엄청나게 집요하고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소유욕을 보인다.

그녀에게 연기가 그랬듯이, 나 또한 그런 존재가 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말을 거는 멤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우리 앞으로 민영 누나가 다가왔다.

꿀꺽-

구도는 민영 누나가 혼자 서있고, 그 맞은편으로 나와 고목나무에 매미 붙듯이 옆구리에 붙은 신애가 있는 상황.

내 이상형 그대로 만들어진 민영 누나의 얼굴이 무표정하게 변하니 제법 쌀쌀 맞아보였다.

하지만 나는 저게 기분이 나빴을 때 짓는 표정이 아니라는 걸 안다.

때문에 나는 진정하라는 의미로 그녀에게 손을 뻗어서 내 품에 껴안았다.

민영 누나는 반항하지 않고 내 품에 순순히 안겼고, 내 목덜미 쪽으로 고개를 움직여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그 모습이 너무 노골적이었고, 갑자기 시작 된 신애와 민영 누나의 신경전(착각이지만)에 멤버들이 숨을 죽이고 있었기에 그녀의 숨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킁킁킁킁!

“하악…하악…!”

“누나 여기서 그럼 안 돼.”

“아! 미, 미안해. 나도 모르게…. 자꾸 신애씨가 너한테 안기니까 나도 그러고 싶어져서, 최대한 참기는 했는데, 또 옆에 있는 걸 보니까 거기다가 네가 오라고 팔까지 뻗어줬잖아. 아예 코를 막아버리는 게 낫지 이렇게 안아주고 마는 건 정말 참을 수가 없어져버린단 말이야. 진짜 안 그러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아니, 그러니까 제발 진정 좀 해주세요.

그리고 혼자만의 신경전에 잔뜩 쫄아 있던 신애가 뒤늦게 상황파악을 하고 눈이 댕그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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