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77화 (576/849)

Chapter 577 - #85. 개봉 (8)

“음, 우리 신애 아니, 시애씨가 집착이 좀 있으세요.”

“집착이요??”

“네, 팬 분들은 아실 거에요. 자기 팬에 대한 소유욕이 아주 강합니다. 그리고 그게 연인 관계에서도 분명 있을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연인으로는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집착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시나보네요.”

집착해줘!!!!!

사회자가 어느 팬의 외침에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렇다고 합니다. 팬 분들은 집착해달라고 난리에요.”

“아~ 물론 집착이 좋으신 분들도 있을 수 있죠. 근데 저는 아닙니다. 쟤는 1시간마다 어디서 뭐했는지 보고하라고 할 게 분명하거든요.”

이미 신애의 연애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멤버들은 그녀의 연애 사정을 훤하게 알고 있었다.

“하, 한 시간은 아니에요.”

신애도 그걸 아는지라 차마 격하게 아니라곤 못하고 소심하게 변명을 했다.

“아니에요?”

“아닐 거에요!!! 제가 그 정도로 집착할 리 없잖아요.”

“정말 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집착은 안 하시겠답니다. 그럼 멤버들 생각도 바뀌는 건가요?”

“다른 좋은 선택지를 두고 위험을 자초하지 않겠습니다.”

“네에~ 결국 멤버분들은 선택을 바꾸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멤버들한테 서운하게 한 일이 있는 것 같아요. 팬미팅 끝나고 집합시켜서 단단히 혼…아니, 잘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네에~ 아주 사이좋은 모습이네요. 팬미팅 이후에 멤버 분들 신상이 살짝 걱정 되긴 합니다.”

팬미팅은 화기애애하게 진행이 됐다.

멤버들끼리 투닥거리는 걸 팬들도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돌발 상황이 벌어진 건 그때였다.

“아! 그리고 오늘 특별한 분이 찾아와주셨는데 아시는 분?”

“특별한 분이요?”

멤버들은 사회자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이 됐다.

사전에 얘기가 되지 않은 화제가 꺼내졌기 때문이다.

멤버들은 몰래 초대 된 손님인가 싶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눈치다.

하지만 나는 사회자가 은근하게 바라보고 있는 곳이 어딘지 알고 있었기에 작게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팬미팅 분위기가 좋다보니 저 사회자가 너무 나갔다.

“저도 사실 이분을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라서 깜짝 놀랐는데, 어떻게 친분이 있는지 굉장히 궁금하더라고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잠깐 무대 위로 모셔도 되겠습니까?”

“어?!”

사회자가 가리킨 곳을 본 신애가 황급히 사회자를 만류하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회자가 가리키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와 민영 누나였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무대 위에 올라가는 걸 거절하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수 있었다.

적당히 웃으면서 받아주고 내려오는 게 나중에 있을 논란을 피하는 일.

민영 누나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무대 위에 올라갔다.

웅성웅성-

누구야?

마스크 쓰고 있어서 모르겠는데.

팬미팅에 온 팬들이 웅성댄다.

나와 누나가 마스크를 내리고 얼굴을 보이자 그제야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탄성으로 바뀌었다.

진해솔이랑 한민영이잖아!

우와!

애인이랑 같이 왔네?

사진 찍어도 되나?

일단 찍고 생각해!

관객들의 격한 반응에 우리는 머쓱해졌다.

“안녕하세요. 에어플레인 진해솔입니다.”

“배우 한민영이에요.”

와아아아!!!

“아니, 귀하신 분이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처음 봤을 때 긴가민가했는데 얼굴을 다 가리고 계셔도 티가 나기 마련이거든요.”

“시애씨한테 초대를 받게 됐어요.”

민영 누나가 센스 있게 먼저 나서서 이곳에 온 이유를 대신 말해줬다.

내가 말하면 분위기가 다소 이상해질 수 있으나 민영 누나가 초대의 당사자가 된다면 팬들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아~ 시애씨한테요? 두 분이 친한 줄 전혀 몰랐네요.”

“시애씨가 워낙 예쁘고 귀엽잖아요.”

“맞아요. 오늘 시애씨 예쁘지 않습니까?”

네에에에에엑!!!!!

예쁘다 안신애!!!!!!!!

우어어어어!!!

사회자의 물음에 팬들이 화답했다.

거의 악을 쓰듯이 소리를 지르는 팬들을 향해 신애가 활짝 웃었다.

“언니 앞에서 예쁘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부끄럽네요.”

그러면서도 부끄러운 듯 한 발 물러난다.

객관적으로 보면 민영 누나가 여기서 가장 예쁘기는 하다.

하지만 이곳에 모여 있는 이들은 민영 누나가 아니라 주아 누나가 이 자리에 있어도 멤버들이 더 예쁘다고 할 사람이었다.

“그리고 우리 진해솔씨! 이야~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인데 이런 말 많이 들으셨겠지만 저어엉말 잘 생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히야~ 가까이서 보면 더 감탄이 나와요.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잘 생길 수가 있죠? 눈이 부십니다.”

“하하.”

“그래도 안 물어볼 수는 없겠죠? 제 눈을 포기하고 질문 드리겠습니다. 혹시 멤버 분들 중에 가장 응원하시는 분이 있으십니까?”

내가 민영 누나와 함께 오지 않았다면 가장 마음에 드는 멤버를 말해달라고 할 기세다.

물론 사회자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고 해서 순순히 당할 내가 아니다.

“저도 팬미팅을 해봐서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 순간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멤버분들 모두 남은 팬미팅을 지금처럼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해내실 수 있게 응원하고 있습니다만 이대로 대답하면 분명 한 명만 찍어달라고 하시겠죠?”

“하하하, 잘 아시네요.”

“멤버 분들 전부 응원하고 있지만, 이렇게 딱 한 명을 꼽으라고 한다면 제가 시애씨 초대를 받고 온 거잖아요? 그래서 시애씨를 다른 멤버 분들보다 조금 더 응원하겠습니다.”

적당히 멤버들 모두 응원한다고 하면 사회자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에 적당히 신애를 언급했다.

“아~! 깔끔한 대답 감사합니다. 여기서 시애씨, 소감을 안 들어볼 수가 없는데요. 진해솔씨의 응원을 받고 계시는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오늘 저희 팬미팅에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에 힘입어서 더 열심히 좋은 무대 만들겠습니다. 선배님!”

“이야~ 훈훈하네요. 갑작스럽게 무대 위에 올라와서 자리를 빛내주신 두 분께 박수 한 번 부탁드립니다.”

사회자도 나름 눈치가 있었는지 시애와 나를 엮는 말은 하지 않았다.

팬미팅에서 그런 짓을 하면 손해는 우리가 아니라 본인이 져야 할 거다.

남의 잔치에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기에 사회자의 말에 냉큼 무대 밑으로 내려왔다.

우리 주변 사람들이 움찔움찔 몸을 떠는 게 보였지만 애써 무시하고 마스크와 모자를 냉큼 썼다.

“고마워, 누나.”

“이 정도 커버는 당연히 해줘야지.”

우리는 남들이 듣지 못하게 귓속말로 대화를 나눴다.

사방에서 우리를 찍고 있는 게 느껴졌기에 주의를 할 필요가 있었다.

편하게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건 아무래도 팬미팅 이후나 되어야 할 수 있을 듯했다.

♧ ♧ ♧

“후아!”

“나 오늘 완전 미친년처럼 날뛴 것 같애.”

“우리 전부 그랬어!”

“몸이 너무 매끄럽게 움직여져서 깜짝 놀랐어.”

“맞아맞아! 나 혼자서 너무 텐션을 높이는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너희들 전부 다 그러고 있더라.”

“푸하하! 맞아.”

“평소보다 노래도 잘 불러졌던 것 같아.”

“현장 반응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

“우리가 잘 해서 반응이 좋은 것도 있을 걸?”

팬미팅이 끝나고 대기실로 돌라 온 신애와 멤버들은 오늘 있었던 무대의 흥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몸이 너무 가볍고 잘 움직여졌으며 힘이 펄펄 넘쳐서 목이 뻥 뚫린 것처럼 노래도 잘 불러졌다.

신기한 것은 그런 감각을 자신 혼자만이 아니라 멤버들 모두 느꼈다는 점이다.

멤버 모두가 같은 감각을 느꼈기에 강약 조절을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대의 조화가 깨지지 않을 수 있었다.

“어으으~ 나 이제 힘 쭉 빠진다.”

“아아…나는 이미 누워버렸어. 못 일어날 것 같애.”

“슬비 얘는 벌써 잔다.”

그리고 흥분감이 사라진 자리에는 순식간에 피곤함이 채워졌다.

펄펄 날아다니던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된 것이다.

“얘들아!!! 오늘 너희들 대박이었어! 어쩜 그렇게 잘 하니? 리허설 할 때보다 몇 배 이상 잘했다고!!”

그녀의 스태프들이 대기실에 들어와서 쉬고 있는 멤버들에게 대단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멤버들은 스태프들의 칭찬에 반응해줄 만큼의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얘들이 많이 피곤해 하네.”

“빨리 데려가서 재워야겠다.”

“오늘 회식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따로 날 잡죠.”

“네네~”

스태프는 멤버들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빠르게 휴식을 취하게 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아아~ 저는 빠질게요. 오늘 와주신 분들이랑 같이 저녁 먹기로 했어요.”

“진해솔씨랑 한민영씨?”

“나 깜짝 놀랐잖아. 한민영 배우랑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평소 친분이 있었으면 진작 말해주지.”

“제가 언니랑 친한 걸 왜 말해요?”

“요즘 스타끼리 친분이 얼마나 홍보에 도움이 되는데!”

“이번에 알려졌으니까 된 거 아니에요?”

“그건 그렇지. 앞으로 이런 친분은 숨기지 말고 널리 널리 알리자고.”

신애가 티 나지 않게 입술을 삐죽였다.

친구를 홍보하려고 사귀는 건 아니지 않은가?

여자 아이돌로 사는 게 이렇게 어렵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필사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든 세계인 것이다.

스태프도 그걸 알기에 신애에게 그런 말을 한 거다.

‘우리를 위해서라지만 그래도 저런 말은 좀 심한 거 아닌가?’

오오!

그때, 스태프들이 핸드폰을 보며 깜짝 놀란다.

“왜 그래요?”

“너희 팬미팅 기사 났어.”

“기사요?”

“응. 팬미팅에 깜짝 등장한 진해솔 한민영 커플! 이라면서 말이야.”

“아이고…결국 기사 났구나.”

“연예인들의 연예인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아. 이분들 아니었으면 여돌이 팬미팅 하는 걸 기사로 낼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고.”

회사에서 기자에게 기사 의뢰를 하지 않는 이상 나올 리 없는 기사다.

그런데 지금은 기자들이 진해솔과 한민영 투샷을 확보하고 정신없이 기사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돈 한 푼 내지 않았는데 말이다!

더욱이 그들이 나타난 곳이 팬미팅장이었기에 덩달아 그들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애너랑 한민영이랑 뜻밖의 우정이라면서 기사도 나고 있어.”

“이야~ 이 기세면 섭외 좀 들어오겠는데?”

“어쩌다가 이런 사람을 낚았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잘 했다.”

“아잇, 그만해여! 큰일 난 거 아니면 저 먼저 가볼게요! 기다리고 있단 말이에요!”

“어어~ 그래그래. 어서 가서 놀다 와. 기왕이면 바깥에 많이 돌아다니고.”

두 사람의 인지도를 뼛속까지 뽑아 먹으라는 스태프의 말에 짜증이 왈칵 난 신애가 대답도 없이 대기실을 나가버렸다.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고친 후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로 움직였다.

“어디 계시지? 분명 여기라고 했는데….”

약속 장소에 도착한 신애가 주변을 둘러봐도 찾을 수 없는 두 사람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찾는데, 뒤에서 갑자기 기척이 느껴지며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이내 들리는 달콤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박혀왔다.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어.”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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