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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91화 (590/849)

Chapter 591 - #86. 정리 (9)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유모님과의 은밀한 밤이 지나가고….

유모님은 다음날부터 예전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일을 하셨다.

쌍둥이들을 돌보고, 지현이와 현오가 오면 놀아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가족들은 몰랐던 가정의 평화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그녀와 호텔방에서 있었던 일을 아예 없는 것처럼 행동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유모님이 워낙 중심을 잘 잡아주셔서 어색함을 이겨내고 평소처럼 그녀를 대할 수 있게 됐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툭.

“흣!”

“아, 죄송해요.”

주방에서 유모님과 어쩌다 보니 몸이 스쳤다.

별 생각 없이 사과를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유모님이 몸을 과하게 움츠리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

“어디 아프세요?”

“아닙니다.”

처음에는 몸이 좀 안 좋은가보다 하고 넘겼던 것 같다.

“아프면 말씀하세요. 약을 제공하는 것도 엄연히 계약에 포함 된 내용이니까요.”

“예.”

유모님은 이곳에서 신분이 없기에 몸이 아프면 내가 따로 상점에서 약을 사줘야 했다.

이건 고용주인 내가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계약서에서 명시 되어 진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유모님이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기에 괜찮은가보다 생각하고 넘겼다.

아픈 걸 굳이 숨길 이유가 없으니 나았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유모님의 이상한 변화는 그날로 끝나지 않았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함을 느끼는 빈도수가 늘어났다.

왠지 모르게 모르는 척 하고 싶은 변화였지만, 유모님의 행동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기에 외면할 수가 없어졌다.

가장 곤란했던 것은 유모님이 자꾸 나한테 접촉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아! 죄송해요.”

“...아닙니다.”

처음에는 실수인 척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길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대범해졌고, 위치는 점점 은밀해져갔다.

이건 그냥 눈치를 채달라는 무언의 압박인 것 같았다.

“유모님.”

“예?”

“허벅지에 손이 있습니다만….”

“어머! 이게 왜 여기에 있지? 죄송해요.”

“…예.”

이젠 허벅지까지 서슴없이 범(?)하는 유모님의 대범함에 나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허벅지에 손을 얹고 만지기까지 하는데 어떻게 모르는 척을 하겠는가?

별 생각 없이 저지른 실수라는 걸 믿을 수는 없었다.

‘이건…아무리 봐도 유혹이잖아. 근데 이제서 나랑 자고 싶다고 이러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나?’

그녀는 이미 나와 섹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물론 내가 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거절을 하기는 했지만 자위를 할 때 당시 그녀가 지금처럼 유혹을 했다면 홀랑 넘어가버렸을 것이다.

자위가 끝났을 때 유모님은 만족한 듯했고 감사 인사까지 했었다.

보글보글보글-

더 이상 유모님의 일을 뒤로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은 내가 라면을 끓이고 있을 때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라면을 끓이고 있던 내 뒤로 유모님이 은밀하게 다가와 내 목덜미 냄새를 맡았던 것이다.

뒤에서 누가 내 목덜미에 얼굴을 대고 냄새를 맡기에 정화씨가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곧 정화씨가 마트에 갔다는 걸 깨달았고, 등골이 쭈뼛 서서 황급히 몸을 빙글 돌려 누구인지 확인을 했다.

“헉!”

아니길 바랐던 상대가 어김없이 그곳에 서 있었다.

내 뒤에 바짝 서 있는 유모님은 누가 봐도 의도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

“유모님이셨네요. 제 뒤에서 뭐하시는 겁니까?”

“예? 저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요.”

"아무것도 안 했다고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사람의 뺨이 왜 이렇게 붉은 건지.

코는 왜 벌름거리고 있는 건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특히 나한테는 제법 익숙한 풀린 눈이 내 의심을 더 키웠다.

'저건 민영 누나가 자주 하는 눈빛이란 말이지. 이건 절대 설레발이 아니야. 내가 느끼고 있는 찜찜함이 진짜인 게 맞아.’

이젠 인정할 때가 맞다.

유모님은 그날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완전히 잊지 못한 거다.

‘이건 내 계획에 없던 일인데. 성인용품도 줬는데 왜 저러는 거지?’

내가 곁에 있을 때 하는 자위보단 쾌감을 덜 느끼긴 할 것이다.

그땐 내가 한계치 이상의 쾌락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도구만 이용한 자위가 그날의 쾌감보다 부족하다 해도 이 정도로 날 집요하게 바랄 줄은 몰랐다.

유모님은 나와 섹스를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내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에 일을 그만두겠다고 한 사람이다.

적어도 정령이 아니었다면 그런 부도덕한 제안을 할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랬던 사람이었는데…. 왜 저렇게 변한 거지? 내가 실수한 게 있었나?’

점점 대범해지는 유모님의 아찔한 스킨십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은 유모님이 나와 둘이 있을 때만 이런 짓을 하고 있지만, 점점 진해지고 잦아지는 스킨십 시도를 보면 들키는 것도 시간 문제인 것 같았다.

‘헐리우드 스타가 유모랑 바람 펴서 스캔들 나는 건 들어봤는데, 내가 그런 꼴을 당하기 일보 직전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이대로 모르는 척 하는 것은 일을 크게 만드는 일인 것 같았다.

결국 나는 날을 잡고 그녀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결심을 진행하기 딱 알맞은 날이 금방 찾아왔다.

“다녀와요.”

“응~ 다녀올게.”

“다녀오겠습니다, 주인님!”

때마침 정화씨와 칸나가 쌍둥이와 함께 외출을 한 것이다.

나도 몇 시간 후에 약속을 잡아둬서 나가야 했지만, 유모님과 얘기를 나눌 정도는 충분히 남아 있었다.

그녀들을 배웅하고나서 곧장 유모님의 방으로 갔다.

똑똑똑-

“유모님.”

“들어오세요.”

문을 두드리니 금방 유모님의 대답이 들려왔다.

살짝 문을 열고 유모님에게 말했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유모님은 내가 그런 말을 해주길 기다렸다는 듯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나를 방안으로 들였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네.”

아무리 이곳이 내 집이라지만, 유모님이 생활하는 공간에 이렇게까지 가깝게 와보는 건 처음인지라 쭈뼛댈 수밖에 없었다.

유모님이 가리킨 곳에 어색하게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할 말이 있으셔서 오신 거죠?”

“예.”

“말씀하세요. 들을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짐작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요 근래 유모님께서 좀 변하신 것 같아서요.”

유모님은 크게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일부러 저한테 스킨십도 많이 하고 계시고요. 처음에는 실수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더군요.”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참아보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제가 그런 짓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제가 그런 짓을 할 거라곤 상상도 못한 일이거든요. 저 스스로도 당황스러운 상황입니다.”

“이러시는 게 아무래도 그날 일 때문이겠죠?”

“네. 맞습니다.”

순순히 인정을 하니 나도 한결 마음이 가라앉았다.

단순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 듯 했다.

“도구로는 욕구가 풀리지 않던가요? 아니면 제가 가르쳐줬던 걸로는 부족해진 건가요?”

“도구…도구가 없습니다.”

“네?”

갑자기 유모님의 목소리에 물기가 서렸다.

그리고 이내 정말 울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유모님이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령이 사장님께서 주신 성인용품을 전부 망가트려버렸습니다! 혼자 손으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조금도 그때의 기분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아예 몰랐다면 몰라도 그런 걸 경험해놓고 다시는 느끼지 못한다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에요.”

끝내 눈물이 뚝뚝 흐른다.

유모님이 울 거라곤 상상도 못했기에 너무 놀라서 머릿속이 백지가 되어버렸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에 정신을 차린 나는 입술에 침을 바르며 말했다.

“도구가 다 망가졌어요?”

“예, 그래서 그때 이후로 만족스러운 자위를 해보질 못했습니다.”

“아…이런.”

알다시피 유모님은 성감대가 굉장히 깊은 곳에 있어서 손가락으로는 만족스러운 자위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왜 유모님이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닳아서 내게 진한 스킨십을 했는지 이해가 됐다.

“진작 말씀을 하시지 그랬어요. 그런 거였으면 다시 구해드리면 되는 일이었는데.”

“…어떻게든 혼자서 해결해보고 싶었습니다. 사장님께 이미 민폐를 끼쳤는데 또 다시 신세를 질 순 없었습니다.”

“차라리 그러는 게 나았을 거에요. 유모님이 자꾸 이상하게 행동하셔서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아세요?”

“죄송합니다. 이성을 붙잡아보려고 해도 사장님이 곁에 계시면 그날이 떠올라서 저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습니다.”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 말에 찰떡처럼 잘 어울리는 게 바로 섹스다.

웬만큼 최악의 기억이 아니고선 그때의 쾌감을 또 느껴보고 싶은 게 사람 심리였다.

그런데 유모님은 첫 자위에서 조수를 펑펑 쏟아냈다.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쾌락에 잠겼고 내 손짓에 의해 절정하고 또 절정했었다.

그 강렬한 기억을 쉽게 떨쳐 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게임 중독보다 더 지독한 게 섹스 중독인 법이다.

‘이제 막 맛을 봤는데,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미치고 팔짝 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혼자서 해결하려 하는 건 제 아집이었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전 사장님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상태입니다.”

“유모님이 어떤 상태였는지 확실하게 알았으니 문제를 해결하기만 하면 되겠네요.”

생각보다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 방에는 당장 그녀에게 줄 수 있는 다양한 성인용품이 존재했다.

“잠시 기다려…아니, 저 따라와요. 직접 고르게 해줄게요.”

“!!”

유모님을 데리고 2층으로 올라왔다.

우리 집에는 성인용품을 모아두는 방이 존재한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집이다 보니 성인용품을 아무데나 둘 수가 없었고, 아예 방을 만들어서 그곳에 물건을 두기로 한 것이다.

“집에 이런 방이 있었나요?!”

“아이들이 드나들지 못하게 잠가둔 방이에요. 아무래도 여기에 있는 게 좀 그런 물건들이다 보니 우리들이 직접 관리하고 있었고요.”

“여, 여기서 정말 제가 골라가도 되나요?”

“얼마든지요. 종류가 워낙 많아서 몇 개 가져가도 티 안납니다.”

다양한 크기의 성인용품에 유모님이 정신을 못 차리신다.

“이, 이거요.”

한참동안 도구들을 살펴보던 유모님이 수줍게 몇 개의 도구를 선택했다.

“이걸로 괜찮겠어요?”

“…네.”

“잠깐만요.”

아무래도 유모님이 성인용품을 써본 경험이 없다보니 비슷비슷한 것들만 고른 게 보였다.

이런 건 부위별로 도구를 선택하는 게 맞는 건데 말이다.

“이거랑 이거랑 이것도 써보면 괜찮을 거에요.”

“너, 너무 많습니다.”

“이 정도는 있어야 기본인 거에요.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가져가요.”

“…정말 감사합니다.”

도구를 품에 소중하게 안은 유모님이 홀로 방으로 들어갔다.

주변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보였다.

도구를 바로 써볼 생각이 가득했다.

‘그걸 바로 쓴다고? 이렇게 대놓고?’

자위는 보통 혼자서 은밀하게 하는 게 정상.

하지만 유모님은 내가 알아도 상관이 없다는 듯 당당하게 성인용품을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린 거다.

이렇게까지 정신 못 차리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잘못한 것 같다.

그때 너무 강도를 심하게 한 거다.

유모님은 그 부작용을 앓은 것이고.

‘지금 훔쳐보면 사람 새끼 아닌 거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령과 항상 함께하는 유모님을 훔쳐보는 건 100% 들키는 걸 전제해야 한다.

‘참자.’

어차피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한다.

자꾸 시선이 가는 유모님의 방을 애써 외면하며 예정보다 조금 더 일찍 집을 나섰다.

혼자서 애쓰고 있을 유모님을 배려해주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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