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96 - #86. 정리 (14)
유모님에게 해결 방법을 말하기 전.
칸나가 나를 찾아와 해맑게 영상에 대해 물었다.
“영상 보셨던데. 헤헤.”
“…봤지.”
“어떠셨어용?”
말해 무엇하겠나.
그 영상으로 한 발 뺐다.
하지만 그걸 말할 순 없었으므로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렸다.
“너도 알았겠지만, 유모님 문제의 원인을 알아냈어.”
“언니가 혼자서 가질 못하더라고요. 너무 신기했어요.”
“그렇지. 그게 문제야. 그렇다고 안 도와주면 혼자서 가보겠다고 별의 별 짓을 해서 몸을 다치게 만들더라.”
“그래서 언니 몸에 멍이 있었던 거군요?”
“그게 많이 나은 거야. 연고 발라서.”
다른 사람 손을 빌리면 갈 수 있는데, 혼자서는 갈 수 없는 자위.
“제가 계속 도와드릴 수 있어요!”
칸나가 생각보다 의욕을 보였다.
“너 엄청 좋아하더라?”
“헷. 뭐랄까? 오랜만에 옛날 생각이 좀 난달까. 그래서 재밌었어요.”
“그래, 그런 것 같더라. 표정이 딱 옛날 그 표정이었어.”
“앗. 티 났어요?”
“고양이한테 쥐를 맡기는 게 낫지. 너한테 유모님은 못 맡겨.”
“그럼 어떻게 하시려고요? 주인님이 거두시는 거에요?”
“아니. 방법이 있어.”
그때, 나는 정령을 이용하는 방법을 떠올리고 있었다.
유모님과 정령은 평생을 함께 할 존재가 아닌가?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보다 정령에게 그걸 맡기는 게 여러모로 편하지 않겠는가?
“정령.”
“정령이요?!”
“어차피 정령은 우리한테 안 보이잖아. 그런 정령한테 도움을 받으면 유모님도 편하게 할 수 있지 않겠어?”
“맞아요!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근데 정령이 해주면 갈 수 있을까요?”
“그건 해봐야 알겠지.”
그리고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정령이 유모님의 자위를 도와주겠다고 허락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매우 좋은 생각인 건 분명해요!”
그렇게 칸나의 열렬한 추천에 힘입어 유모님에게 말을 한 거다.
정령에게 도움을 받자고!
“말도 안 돼요!!”
나는 굉장히 기발하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들은 유모님의 반응이 생각보다 영 별로였다.
“차라리 섹스를 하고 말겠어요. 그런 걸 정령한테 시키라니, 절 얼마나 파렴치한 사람으로 만드시려는 건가요?”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해서 그 정도 부탁은 서로 들어줄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거부감이 심한가요?”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정령한테 그런 걸 시키는 건….”
유모님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좀 역겹지만, 이해시키려면 이런 비유를 할 수밖에 없네요. 사장님이 말씀하신 건 키우던 강아지한테 그, 그곳을 핥게 시키는 거나 다른없어요. 물론 정령이 애완동물인 건 아니지만요.”
“!!”
유모님의 설명을 들은 나는 그녀에게 사과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안해요. 그런 느낌일 줄은 몰랐어요.”
“…이해해주신다니 다행입니다.”
식겁했다.
내가 나름 기발하다고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그런 끔찍한, 금수보다 못할 짓일 줄이야!
“결국 또 제자리네요.”
내 말에 유모님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앞으로는 신경 써주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원인을 알아낸 걸로 충분합니다. 앞으로 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겠습니다.”
“이렇게 갑자기요? 어떻게 해결하려고요.”
“…그냥 방법이 있습니다.”
“설마 다른 남자한테 가서 자자고 할 생각인 건 아니죠?”
설마 했는데 유모님이 말이 없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져서 말했다.
“다른 남자들이랑 잔다고 유모님이 원하는 쾌락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칸나한테 도움을 받았을 때 뭔가 다르다는 걸 못 느끼셨나요?”
내가 손을 대기만 해도 조수를 뿜었던 유모님은 칸나의 도움을 받을 때는 조수를 뿜지 못했다.
절정에 도달하긴 했지만 내 손을 거쳤을 때보단 훨씬 부족한 쾌감을 얻은 것이다.
유모님이 쾌감을 얻기 위해 남자를 찾을 생각이라면 차라리 내가 그 남자가 되는 게 맞았다.
“그치만 사장님께 계속 이런 식으로 신세를 질 순 없지 않습니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입니다. 칸나한테 들켰는데 다음에는 누구한테 들킬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어코 다른 남자를 찾겠다?”
“일단 참아볼 생각입니다.”
“참다가 안 되면 남자 찾으러 가고?”
“…….”
그게 과연 참아질까?
나한테 그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줘 놓고?
짜증이 확 올라왔다.
그럴 바에야 그냥 내가 안아버리는 게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못 할 이유가 있나?’
유모님은 이미 우리에게 가족 같은 사람이다.
내가 그녀를 안지 않았던 건 이곳을 떠날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것 이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
그녀가 싫은 게 아니니까.
그런데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유모님을 엄한 놈이 채갈 상황이 됐다.
내가 보기에 유모님을 거절할 남자는 몇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남자를 본격적으로 구하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 하렘에 들어오라는 이들이 생길 거다.
‘그 꼴을 두고 봐야 하는 거냐?’
그럴 바에야 내가 거두고, 그녀가 우리 곁을 떠나지 않게 최대한 노력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어차피 아이는 계속 낳을 거다.
결국 유모님이 필요한 순간이 계속해서 생기게 된다는 뜻이다.
사람을 계속 바꿔가며 고용 할 바에야 유모님을 이곳에 눌러 앉게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유모님이 돈을 버는 이유는, 정령과 함께 남은 여성을 편하게 보내고 싶어서라고 했지.’
이미 살 곳을 정해서 그곳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아마 그 돈은 거의 다 모아갈 것이다.
내가 월급과 보너스로 챙겨준 코인이 제법 됐으니까.
더불어 유모님은 그곳에 가서 평화로운 퇴직 생활을 누리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문제를 안고 거기에 가서 살아 본들 좋겠냐고.’
다른 남자를 데리고 생활을 한다고 해도 유모님이 바라는 그 정도의 쾌감은 얻기 힘들 것이다.
내가 준 쾌감은 아무 남자나 선사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생각 정리가 끝난 나는 유모님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그냥 저랑 합시다.”
“…뭘요?”
“못 알아들은 척 하지 마시고요. 이 정도로 서로 노력했으면 누나들도 이해해줄 겁니다. 감당해야 할 부분은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니 저랑 섹스합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어차피 유모님은 저랑 섹스할 생각이셨잖아요. 그걸 제가 거절했던 거고요. 솔직히 지금도 상관없는 거 아닙니까? 아무 남자나 데려다가 섹스를 할 생각이 가득하니까요.”
“그런…!”
말 문이 막혔는지 유모님이 말을 하다가 분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야한 몸뚱어리를 갖고 남자들을 유혹해대면서 어리광을 부리겠죠. 제 아이들을 돌봐주셔야 하는 유모님이 밤에 그런 일탈을 하는 걸 두고 볼 순 없습니다. 보지 구멍이 걸레가 되기 전에 제가 거두는 수밖에요.”
“!!”
“걱정하지 말아요. 그 대가로 많은 걸 바라지 않을 겁니다. 유모님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제가 낳을 아이들을 돌봐주시면 됩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유모님이 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유모님을 닮았으면 정말 예쁠 것 같거든요.”
“아무리 사장님이라 해도 그런 모욕적인 말은 참을 수 없습니다!”
“이게 왜 모욕적인 말이죠? 유모님은 진짜 그럴 생각이셨잖아요. 이건 모욕이 아니라 사실 적시죠. 사.실.적.시.”
불쾌해지기 싫었으면 그런 되도 않는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내 방으로 끌고 왔다.
그녀의 방에서 하는 것보다 내 방에서 하는 게 확실하게 내 의사를 표현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었다.
“저, 정말 여기서 하시겠다고요?”
“어차피 말할 거니까 상관없어요.”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하시는 건…!”
“갑자기는 아니죠. 그렇게 야한 동영상을 몇 번이나 보내고, 야하게 가는 모습을 몇 번을 봤는데요.”
이미 나는 그녀의 그곳에 털이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 그녀의 성감대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고 있다.
그걸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생각이 없으며, 알게 할 빌미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 ♧ ♧
흐으응! 으…읏! 아…응…으…응…!!
칸나는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는 분명 섹스하는 소리였다.
“진짜 성공했네?”
살짝 조언을 해줬을 뿐인데, 이렇게 빨리 사장님을 낚을 줄이야!
칸나는 앙큼하게 웃으면서도 아쉬움에 쩝쩝 입을 다셨다.
저 안에 자신도 함께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때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아쉬워도 끼어서는 안 되는 순간이었다.
“얼마나 하시려나.”
적어도 한 두 시간은 더 걸리지 않을까 싶다.
“내가 찍었지만 참 잘 찍었단 말이지.”
사실 칸나는 실 언니와 함께 주인님에게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언니가 워낙 도와달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해오는데, 그녀를 스승님으로 생각하는 칸나가 거절을 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주인님이 아니면 느끼질 못하는 사람인 걸. 결국 주인님이 거두셔야 했을 거고 나는 그 과정을 좀 줄여준 것뿐이잖아.’
그녀가 보기에 주인님이 실 언니에게 마음이 없는 게 아니었다.
솔직히 이 작전 자체가 주인님이 실 언니에게 갖고 있는 호감을 전제로 하는 일이지 않은가?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녀들의 작전은 멋지게 성공했다.
아아아…좋아…조하요…! 사장님…아악!!!
‘좋아 죽으려고 하네. 크~ 부럽당.’
주인님에게 보낸 영상 중 진실을 담고 있는 건 첫 번째 동영상 뿐이었다.
실 언니가 혼자서 자위하는 영상 말이다.
주인님이 봤던 영상 중 거짓말은 칸나가 실 언니의 자위를 도와주는 영상이었다.
실 언니는 칸나의 도움을 받고서도 절정에 이르지 못했다.
그렇다.
언니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가는 게 아니라 ‘주인님’의 손길을 받아야 절정에 이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정확히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알게 된 언니와 칸나는 방법을 강구했다.
‘주인님 없으면 못 산다는 기분이 뭔지 내가 제일 잘 안단 말이야.’
그녀가 메이드 생활을 한다고 해서 주인님의 팬질을 멈춘 게 아니었다.
칸나의 방에는 비밀 방이 있는데, 그 안에는 주인님의 굿즈와 각종 팬아트 그리고 사진이 도배가 되듯이 걸려 있었다.
누가 보면 스토커냐고 할 법한 것들이 많았다.
그분을 주인님으로 모실 수 없었다면 이보다 더 심한 짓을 했을 것이다.
사장님에 대한 사랑은 갈수록 깊어지기만 하고 도무지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이젠 체념한 채로 평생 주인님만 사랑하며 살 생각이었다.
그게 훨씬 편하기도 하고 말이다.
문제는 칸나가 사랑을 한다고 해서 주인님의 사랑을 넉넉하게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메이드라는 위치는 그분에게 사랑 받기엔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았다.
그나마 주인님이 품어 줄 때는 자신보다 발 빠르게 움직인 멜리사와 비앙카 언니들이 자리를 차지해버린다.
그 둘에게 낑겨 있으면 칸나는 절대 기를 펼 수가 없었다.
‘그 언니들을 어떻게 이기냐고. 무조건 내가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인데.’
그래서 생각해낸 게 실 언니와 협력하는 거였다.
실 언니가 주인님과 이어지는 것을 돕고, 주인님과의 잠자리에 배려를 받는 것이다.
주인님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닿을 수 있다면 칸나는 못 할 게 없었다.
때문에 그녀들은 꾀를 썼다.
어떻게 하면 주인님이 빠르게 넘어올지!
그것이 두 번째 영상을 거짓말로 꾸민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