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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99화 (597/849)

Chapter 599 - #86. 정리 (17)

내 허벅지를 비비며 유모님이 절정에 오른다.

가볍게 몸을 떤 그녀가 이내 배시시 웃으면서 내 품에 안겨온다.

“혼자 자위해서 간 건 이번이 처음?”

“네에….”

근데 이것도 혼자서 갔다기에는 내 허벅지의 도움을 꽤나 많이 받은 거였다.

키스도 한 몫 했을 것이고 말이다.

“근데 제 허벅지를 자위용으로 써놓고 뒤처리도 제대로 안 해주는 겁니까?”

“아…!”

나는 축축하게 애액으로 젖은 허벅지를 보란 듯이 들어서 보여주었다.

그러자 유모님이 꾸물꾸물 움직여서 탁자 위에 있는 휴지로 내 허벅지를 닦아준다.

“이, 이제 됐죠?”

“흠…마음에 들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괜찮네요.”

본인의 것이니 스스로 핥아서 깨끗하게 하라고 할까 고민했는데, 아직 배울 게 많은 그녀에게 진도에 맞지 않은 걸 시킬 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멈춘 것이다.

“오늘 수고 했어요. 연고 발라줄게요. 앞으로 자위하고 싶어지면 갖고 놀고 싶은 도구 가지고 제 방으로 오면 돼요.”

“사모님들과 잠자리를 자주 하시는 걸로 아는데 제가 그래도 될까요? 그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제가 방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그 정도 시간도 못 내진 않으니까. 음, 보통 10시쯤에 오니까 그 시간은 피해서 오면 될 겁니다.”

“네에.”

유모님 대답이 영 자신 없어 보인다.

“걱정 돼요?”

“사모님이 절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니까요.”

내가 다른 여자를 데려온다 해도 크게 뭐라 하는 사람이 없기는 하지만, 축제를 들 정도로 좋아 할 일은 아니긴 하다.

“여자들 사이는 솔직히 내가 끼어들기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해요.”

몰랐을 때는 왕은 지 후궁들이 난리가 났는데 왜 아무 짓도 안 하고 있나 했는데, 실제로 내가 그 대상이 되어보니 이래서 잘 안 끼어드는구나 싶더라.

솔직히 여자들 기 싸움에 남자가 나서서 뭐하겠는가?

그녀들이 기 싸움 한다는 걸 눈치 채는 것도 어렵고, 가봤자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한다.

일이 진정 되기는커녕 더 부채질만 될 게 분명한 것이다.

그래서 유모님에게 다 책임지겠다는 듯 큰소리를 쳐 놔도 정작 누나들 앞에 서면 입 다물고 처분만 맡길 수밖에 없는 게 내 운명이었다.

“제가 설마 그걸 모르고 있겠습니까? 제가 저지른 일이니, 겸허하게 감수하겠습니다.”

앞으로의 미래를 떠올린 것인지 유모님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주로 귀족 가문에서 일하고 다녔다고 했지.’

그곳에서 벌어지는 여자들 사이의 기싸움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온 사람이라 진흙탕 싸움에 절대 들어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나와 끝까지 가버렸고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것을.

그녀 혼자서 한 일이 아니니 나도 책임을 지는데 한 몫을 해야 했다.

“지금 당장 말하는 건 너무 빠를까요?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긴 한데.”

“…예, 아무래도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너무 오래 걸리지는 말아요. 여기서 사는 여자들, 눈치 하나는 엄청 빠르거든.”

“예.”

아마 나와 유모님이 대화를 나누는 걸 보면 바로 눈치를 챌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주로 정화씨나 주아 누나 아니면 복순 누나가 그러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둔한 사람이 있다면 아현이와 민영 누나다.

민영 누나는 내게 다른 사람이 생긴 것에 크게 상관하지 않아서 괜찮을 테고, 아현이는 유학을 하고 있는 중이라 나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메이드들인 비앙카와 멜리사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냥 알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결국 우리 집에 사는 여자들 모두 눈치가 100단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 사람들이었다.

뭔가를 숨기기엔 최악의 환경이다.

그리고 유모님도 내 말에 순순히 수긍하며 최대한 빨리 생각을 정리하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해왔다.

“이 정도면 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가려고요?”

“제가 무슨 염치로 이 방에 오래 머무르겠습니까. 마음 쓰지 마시고 편히 쉬십시오. 그게 절 위한 일입니다.”

나와 계속 이 방에 있는 걸 불편해하는지 유모님은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싶자 마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좀 더 침대에서 뒹굴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말이다.

‘아직 마음은 못 얻은 건가.’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라는 건 알지만, 새삼 유모님은 떠나야 하는 사람이라는 걸 떠올리게 만들었다.

어떻게 해야 그녀가 떠나지 않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잠자리에서는 그렇게 고분고분했으면서. 끝나니까 쏙 빠져나가버리고 말이야.’

아직 그녀는 내 어항으로 들어오지 않은 팔딱이는 물고기였다.

어부가 된 기분으로 그녀를 어떻게 잡아먹을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손아귀에서 놔주지 않고 꽁꽁 묶어버릴 방법을 궁리하기 위해서 말이다.

♧ ♧ ♧

연화정 감독의 영화로 대박을 친 진해솔은 배우로서 훌륭하게 입지를 다졌지만, 한동안 그룹 활동에 집중하면서 영화 관계자들의 아쉬움을 샀다.

아니, 배우로 그렇게 대박을 터트려놓고 갑자기 가수로 복귀를 할 게 뭐란 말인가?

관계자들은 회사가 참 일할 줄 모른다며 혀를 차고 싶었다.

[에어플레인 ‘억!’ 소리 나는 수입 올려….]

가수 활동이 너무 잘 돼서 혀를 차고 싶어도 찰 수가 없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런 그룹 활동도 언젠가는 끝나기 마련.

나왔다 하면 대박을 치는 그룹인지라 부르는 곳도 많고, 콘서트도 해서 활동 기간이 굉장히 길었지만 그래도 끝은 왔다.

[에어플레인 활동 종료. 다음 활동은…?]

[활발한 개인 활동 예고한 에어플레인! 방송가는 에어플레인을 잡아야 한다!]

드디어 에어플레인이 개인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던 영화 관계자들이 진해솔 회사에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진해솔은 다음 활동을 신중하게 이어갈 생각인지 휴식기에 들어간 지 몇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을 들려주지 않았다.

진해솔을 캐스팅하길 바라던 관계자들은 소식 없는 진해솔에 너무 비싸게 구는 거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연화정 감독의 영화로 얻었던 이미지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히는 법 아니겠는가?

“이게 고르고 고른 가운데 남은 작품이라 이거죠? 그동안 계속 거절만 해서 별로 안 오고 있을 줄 알았는데.”

“슬슬 고르긴 해야 돼요.”

“맞습니다. 요즘 관계자들 사이에서 안 좋은 말이 나오기 시작했더군요. 이 중에 하나는 꼭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셔야 합니다.”

“예엡~ 그럴게요.”

직원이 알려준 말에 나는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 시놉과 대본을 챙겨서 나갔다.

대규모로 신규 직원을 채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땐 회사가 많이 어수선 했다.

이것저것 자잘한 사고도 많이 났고, 다들 피곤해서 안색이 창백했었지.

신입들을 믿고 맡길 수가 없어서 일을 시켜놓고도 오히려 기존 인원들이 수시로 참견과 보고를 받아야 했다.

‘신입 들어오면 사수로 일 가르치는 게 지옥이긴 해.’

특히 고문관이 들어오면 일이 2배에서 몇 배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환장하게 되는 거다.

다 가르쳐 놨더니 도망가는 놈도 있다.

그때 느끼는 허무함과 현타란….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아무튼, 그렇게 회사는 한동안 진통이 오듯 앓으면서 꾸역꾸역 일을 진행해 나갔고 이젠 제법 회사의 모습을 한 채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새로 들어 온 신입들이 각자 맡은 바의 일을 제대로 해내준 덕분이다.

“이 중에 뭘 해볼까….”

애들은 개인 활동을 시작한지 오래다.

그리고 이미 모두 말을 해서 당분간 그룹 활동 대신 개인 활동에 힘을 주기로 한 상태였다.

개인 활동에 힘을 준다는 건 단순히 몇 개월 활동하고 끝낸다는 게 아니라 1년 넘는 시간을 계획해 두고 있다는 뜻이었다.

멤버들 모두 그룹 활동으로 하고 싶은 것들은 이미 다 해봤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룹 활동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해볼 시간이 온 것이다.

그간 조금씩 조금씩 개인 활동을 통해 각자가 바라는 분야로 발을 넓혀놨었고, 이제 본격적으로 그것을 공략할 때가 왔다.

모두가 동의한 선택이었기에 원만하게 회의가 끝났고, 그렇게 현재가 된 것이다.

“첫 단추가 잘 되도 너무 잘 됐단 말이지.”

스크린 데뷔로 무려 천만 영화를 찍었다.

하지만 단독 주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천만을 찍은 데는 진해솔이라는 배우의 덕보다는 연화정 감독의 이름값을 더 쳐주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천만 영화 주연의 이름값은 대단했고, 각종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다.

그가 한 번 보여준 적 있는 ‘액션’을 위한 역할로 말이다.

‘배우한텐 한 가지 이미지로 굳어지는 건 최악이지.’

악역으로 대중들에게 기억이 되면 계속 악역만 하게 되는 법이었다.

그걸 피하기 위해 나는 다음 작품을 결정하는데 시간을 많이 들였다.

사람들이 연화정 감독의 영화에서 보여줬던 이미지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정도 공백이면 새로운 이미지를 집어넣는데 충분해졌을 것이다.

내가 다음 활동으로 새 작품이 아닌 가수로 활동을 한 것도 이미지를 바꾸는데 도움이 됐을 거다.

‘덕분에 관계자들한테 슬슬 찍히기 일보직전이 됐지만 말이야.’

다음 작품은 액션이 들어가지 않은 작품을 선택할 거다.

문제는 아직 대중들이나 관계자들이 내 연기력에 물음표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과연 누가 내 연기력에 도박을 걸고 캐스팅을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내 이름값이 그 정도 모험을 가능하게 해줄 테니 말이다.

“오?”

회사에서 받아 온 대본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는데, 액션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본 중에 액션 쪽이 끼어있었다.

그만큼 놓치지 아쉬운 작품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단호하게 액션 쪽 대본은 다른 쪽에 넘겨버렸다.

액션과 관련 없는 작품부터 살필 거다.

“어?”

그리고 그곳에서 의외의 장르를 건져냈다!

‘이걸 나한테 시키겠다고? 직원 분이 실수하신 거겠지? 아니면 정말 이 장르가 여기에 오를 정도로 가망성이 높던가.’

평범하지 않은 장르.

연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도 이 장르는 목록에 넣지도 않았던 장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그 장르가 보이자 호기심과 충동이 불쑥 튀어나왔다.

바로 ‘공포’.

“겨울에 찍고 여름에 개봉하면 딱 좋긴 하지.”

개인적으로 공포는 좋아하는 장르이다.

어둑하고 사람의 심장을 조여 오는 긴장감은 쉽게 느낄 수 없는 쫀득한 맛이 있다.

그걸 내가 사람들에게 선사해줄 수 있다면….

‘재밌을 것 같다.’

눈이 절로 반짝인다.

흥미로운 대본을 이렇게 빨리 찾을 줄 몰랐는데.

문제는 내가 이 장르에 어울리는 사람냐는 거다.

연기를 잘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그래도 일단 대본이 좋은지부터 확인해야지.”

부디 대본도 내 마음에 쏙 들기를 바라며 대본의 첫 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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