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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10화 (608/849)

Chapter 610 - #89. (외전) 로즈 박복순 (6)

그녀가 남을 질투하는 것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계속 됐던 일이다.

그녀가 본인을 가꾸고 노력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남을 질투하는 마음 때문이었을 정도다.

그래서 평생 그렇게 남을 질투하며 살 거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정작 본인이 이룬 것들에 행복해 할 줄 모르고서 말이다.

‘심지어 난 아들이 아니라 딸을 낳았던 것도 싫었으니까.’

남편은 특이하게도 슬하에 아이들이 딸보다 아들이 더 많았다.

성별에 차별이 있어선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속으로는 딸보단 아들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었다.

‘난 정말 쓰레기야.’

자신은 구재불능의 쓰레기가 맞다.

본인이 낳은 아이의 성별을 갖고 아들을 낳은 다른 여자들을 질투했으니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못된 버릇을 평생 고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버릇은 고쳐졌다.

지금도 때때로 남을 질투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들기는 하지만, 그 질투심으로 본인의 자존감을 때리는 짓은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는 모두 남편의 덕이었다.

“아구, 그래쪄요? 우리 공주님. 아빠한테 뽀뽀.”

쪽쪽쪽쪽쪽!

솔직히 지금도 남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모두가 아들을 낳으면 최고라고 쳐주는데, 남편은 희한하게도 딸아이에게 껌뻑 죽어 못 살았다.

더불어 딸아이는 자신에게서 태어났다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웠고 말이다.

그녀는 어쩜 이렇게 못난 엄마한테서 저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넌 걔가 그렇게 좋아? 품에서 놔줄 생각을 안 하네. 편애 티내지 말고 다른 애들도 좀 안아줘.”

“아…티났어?”

“그래, 바보야.”

오죽했으면 남들 몰래 남편에게 편애 좀 그만하라고 지적을 해야 했을 정도다.

자식들은 모두 사랑하고 있긴 해도 딸아이를 더 좋아하는 게 은연중에 보였던 것이다.

사실 모르는 게 바보인 거다.

지현이를 만나기만 하면 품에서 놔줄 생각을 안 하는데 어떻게 모르겠나.

남편은 조심한다고 재차 말했으나 이미 딸 바보가 되어버렸는지라 바뀌는 건 없었다.

그리고 남편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추잡한 질투심과 편협한 생각을 했던 과거의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 됐다.

남편은 행동으로 그녀의 못된 심보를 고쳐주고,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학원에 더 이상 피해는 없는 거죠?”

“응. 그런 저급한 수작질에 흔들릴 정도로 회사를 허투루 키운 건 아니거든. 오히려 이번 기회에 마음에 안 들었던 선생들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어.”

사실 남편은 학원에서 벌어진 일을 듣고 잔뜩 화가 나 직접 도와주겠다고 말을 했었다.

하지만 남편이 나서면 일이 너무 커질 것 같아서 만류했다.

아직 학원에는 그녀가 진해솔의 여자라는 것을 밝히지 않은 상태였다.

자칫 잘못해서 그녀의 남편이 진해솔이라는 것을 들키기라도 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보컬 학원이기에 웬만하면 남편이 누구인지 들키지 않아야 했다.

‘소문나면 팬들이 잔뜩 찾아 올 텐데, 그 꼴은 절대 못 보지.’

원래 연예인 가족이 가게를 하면 팬들이 그 가게를 방문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진해솔의 여자가 운영하는 가게가 보컬 학원이다?

성지 순례한다며 거짓말로 상담 신청하는 사람이 수두룩할 것이고, 학원에 다니면서 그녀를 집요하게 괴롭힐 수도 있었다.

가뜩이나 하루하루가 소중한 아이들에게 이런 일로 방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 아이들에게 하루는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금과 같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나서서 해결해주겠다는 남편을 말렸다.

“거기다가 네가 잘 해결해달라고 연주 언니한테 말했다며. 그래서 우리 학원은 정말 피해 없이 끝났어.”

“연주 누님이 능력은 죽여주시죠.”

능글맞게 대답을 하는 남편이 참 새삼스럽다.

대외적으로 가족들끼리는 허니 엔터 대표를 연주 언니라고 살갑게 부르고 있지만, 그의 여자들 중 가장 대하기 어려운 사람 순위를 매겨보면 1위가 바로 연주 언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절로 기운이 쫙 빨리고 지친다.

분위기가 회장님 같아서 몸가짐을 절로 조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도 나름 기가 센 편이라고 자부하는데 연주 언니 앞에서는 새 발의 피였다.

‘도대체 어떻게 꼬신 걸까? 그 목석을.’

연주 언니는 업계에서 굉장한 목석으로 통했다.

그 정도 위치에 있으면 남자들이 먼저 접근을 한다.

그런데 연주 언니는 그런 쪽으로는 너무도 깔끔하게 관리를 했다.

‘그래서 고고한 학이라고 불렀지.’

그런 여자를 남편이 자기 여자라며 보여줬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얘는 정말 평범한 놈이 아니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아직도 그녀는 남편이 연주 언니를 꼬신 게 믿어지질 않는다.

더불어 그 언니가 남편의 자식도 낳은 사람이라는 점도 말이다.

‘잠자리에서도 설마 이겨먹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서 상상을 해봐도 그 언니가 자신처럼 남편한테 깔려서 신음을 뱉는 게 상상이 되질 않는다.

문제는 남편의 성향 상 침대에서는 절대 지려고 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에휴, 남의 성생활은 왜 상상하는 거람? 정신 차려야지.’

그 언니는 여행을 가서도 다른 여자들과 침대를 공유하지 않고 고고한 기품을 지킨 사람이지 않은가?

자주 얼굴 보기도 힘든데, 만나더라도 쉽게 말을 거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그녀는 한 가지 계획을 한 게 있었다.

기왕 이런 일까지 생겼으니 허니 엔터랑 제대로 얽혀보자는 생각이다.

“나 너한테 부탁할 거 있는데 들어줄 수 있어?”

“부탁? 뭔데?”

“연주 언니 말이야.”

“응.”

“이번 일이 아무리 허니 엔터 때문에 생긴 일이라지만,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잖아?”

허니 엔터에서 빠르게 해결을 해준 덕분에 추가적인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무리 그녀라 해도 대형 기획사들이 전부 손을 잡고 허니 엔터를 노린다는데 피해를 안 입을 수가 없었다.

‘그쪽에선 잔기침을 해도 나 같은 소상공인한테는 태풍이란 말이지.’

여러 대형기획사의 투자를 받아 크게 학원을 차린 그 학원은 현재 어떻게든 학원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홍보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대형 기획사가 당장 투자금을 빼진 않겠지만, 허니 엔터의 시퍼런 눈길을 피하긴 어려울 테니 조금씩 발을 빼고 지원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시작부터 일을 크게 만든 학원 원장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돈을 펑펑 쓰면서 화려하게 광고를 때려 붓고 있었다.

‘우리 계획을 어설프게 따라하던 그 광고도 이상한 삼류 소형 기획사를 썼던 걸 보면 처음부터 언제든 손절할 수 있게 한 것 같던데.’

치졸한 수작질이라고 했던 것도 다 이런 것들 때문이다.

대형 기획사들이 모여서 짠 계획이라기엔 참 소심하지 않은가?

차라리 대놓고 일을 꾸며서 나왔으면 훨씬 효과적이고 위협적이었을 거다.

그런데 얘네들은 시작부터 손절각을 바닥에 깔고 시작한다.

들키면 후다닥 발을 뺄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니까 허니 엔터에 당하지.’

요즘 대형 기획사들은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중소 기획사 출신 아이돌에게 인기를 빼앗길 정도로 말이다.

투자하는 자본의 차이는 극명한데, 정작 회수하는 건 비슷비슷하니 환장할 지경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태까지 허니 엔터가 남자 아이돌에 집중했다는 건데.

‘이젠 여자 아이돌을 데뷔시키기로 했으니 위기감이 들었을 거야.’

그런 소문을 모으느라 힘 쓸 시간에 연습생들을 키우는데 신경을 썼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그놈들이 언제 또 다시 비슷한 짓을 할지 모르니 확실하게 허니 엔터를 뒷배로 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워낙 잘나서 이런 쪽으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서 내가 대접을 한 번 해주고 싶거든.”

“굳이? 누님은 오히려 누나한테 피해 입힌 것 같아서 미안하다던데.”

“솔직히 그 정도 일은 언제나 일어나. 학원들이 서로 얼마나 견제를 하는데. 그래서 이 정도 견제는 별 거 아니었어. 기분 나쁘고 말 수준 정도? 여기서 더 일이 커졌으면 몰라도 시작하기 전에 끝났으니까 나한테 미안할 일은 아니지. 나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그쪽이랑 좀 더 친해지고 싶거든.”

“그러니까 한 마디로 비즈니스 적으로 만나서 대접을 하고 싶다는 뜻이네?”

“응. 네가 바라는 건 가족으로서 친해지는 거겠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건 그래.”

남편이 내 솔직한 고백에 고민이 많이 되는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남편이다 보니 이런 식으로 접근하려는 걸 못 마땅하게 생각할 수 있겠다 싶었다.

“나는 지현이랑 현오가 워낙 자주 노니까 누님이랑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어. 누님이 집에 오면 항상 둘이서 얘기 나눴잖아.”

“물론 그렇기야 한데, 그건 대화를 나눈 거지 친해진 건 아니거든. 개인적으로 연락을 나눠본 적도 없고, 나 그 언니 얼굴 못 본지 오래라서 얼굴 기억도 안나.”

“…누님이 요즘 다시 일에 집중을 해서 만날 기회가 없긴 했어. 내가 꾸준히 자리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거봐, 애초에 만나기도 힘든 사람인데 친하긴 뭐가 친하니?”

“알았어. 시간 낼 수 있는지 물어볼게.”

“굳이 내 의도를 숨길 필요는 없어. 거절당해도 괜찮으니까 편하게 부담되지 않게 말해줘.”

쿨하게 말했지만 그 언니가 불쾌하게 생각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긴 했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녀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생활하는 공간도 달라서 요즘 현오는 집에서 놀다가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간다.

“누나는 비즈니스 적으로 친해지겠다고 했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라도 친한 사람이 있었으면 하거든. 그리고 시작이 비즈니스 인맥이어도 자주 만나다보면 바뀔 수 있는 거 아니겠어?”

“모르지. 근데 내 쪽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는 게 아니잖아.”

그녀도 될 수 있으면 남편이 바라는 걸 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연주 언니가 그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만 했다.

그 부분은 남편도 인정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긴 해. 이런 걸 강요하고 싶진 않아서 내버려두긴 했는데, 지금까지 별 다른 진척이 없는 걸 보면 뭔가 해보긴 하는 게 맞겠지?”

그게 비록 비즈니스 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 해도 말이다.

다행히 남편이 그녀의 상황을 이해해주고 있었다.

“내 보기에 누나랑 연주 누님은 잘 맞을 것 같거든. 현오랑 지현이가 친한 것처럼 친해질 지도 모르잖아. 그나마 연주 누님이 대화를 나누는 가족은 정화씨랑 누나뿐이고.”

“응.”

“지금 상황을 다 말하고 자리를 만드는 것보단 부담스럽지 않게 지현이랑 현오가 다 있는 자리에서 만나는 기회를 늘려볼게.”

“그래. 나도 너무 비즈니스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만나볼게.”

생각보다 남편이 연주 언니에 대한 걱정이 많아 보였다.

‘그런 사람도 누군가에겐 걱정하는 대상이 될 수 있구나.’

그녀는 이런 남자가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나 같은 쪼잔한 여자도 품어 줄 수 있는 넓은 사람인 거니까.’

그가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넓은 마음으로 자신의 쪼잔한 마음을 품어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남편의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품에 안기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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