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19화 (617/849)

Chapter 619 - #90. (외전) 조연주 (9)

[HS 엔터 김원형 이적 준비 중? 은밀하게 다른 기획사와 접촉 중!]

예고했던 바대로 허니 엔터 협력 회사들이 대형 기획사의 살점을 뜯어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맛있어 보이는 먹이를 앞에 둔 이리떼들이 숨겨 둔 힘은 의외로 먹잇감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게 된다고?”

생각보다 내부적으로 잘 봉합이 안 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녀가 대형기획사들의 저력을 너무 과대평가한 걸 수도 있다.

이런 기사를 내게 했다는 것 자체가 그녀 입장에선 굉장히 놀라운 거였다.

“왜 이렇게 무능하지?”

그동안 그들이 누렸던 권력을 생각해보면 이런 기사는 절대 내지 못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윗선의 공백이 생각보다 큰 치명타를 날렸는지 대형 기획사들이 형편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라면 아무리 회사가 위험해도 소속 연예인들을 꽉 쥐고 절대 놔주지 않았을 것이기에 그들도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했다.

‘외부에서 공격이 들어 올 거라곤 생각 못했나보지.’

대형 기획사 직원들은 악수에 악수를 두고 있었다.

소속 연예인들을 당근으로 살살 달래서 앉혀 놓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최악의 수를 뒀다.

바로 소속 연예인들의 약점을 갖고 협박을 한 것이다.

협박은 아무 때나 막 사용해도 되는 게 아니다.

그게 먹힐 경우 일이 쉬워지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만드는 경우에는 일이 굉장히 복잡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회사에 협박을 받아서 기분이 나빴는데 다른 회사에서 도움을 주겠다며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

그들이 안 넘어갈 이유가 없었다.

“상상 이상으로 멍청하잖아.”

소속 연예인들의 협조를 받은 이리떼들은 거침이 없었다.

일단 언론을 통해 판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소속 연예인 이탈? “그런 일 없어. 섣부른 추측 법적 대응할 예정.”]

그럴 일 없다고 허겁지겁 반박 기사를 내긴 했지만 이리떼들의 공격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HS 엔터 소속 연예인들의 이미지 훼손 누가 책임져주나?]

[포주 회사 소속 연예인 조롱에 극심한 스트레스 받아.]

[회사에 협박 받았다? 그 대표에 그 직원들. 조폭인가 엔터직원인가?]

[녹음본 유출 파문 “회사 나가면 묻어버리겠다. 너 하나 묻는 건 일도 아냐.”]

가뜩이나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했는데 거기에 더해 소속사 연예인을 협박까지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니 가뜩이나 불타고 있는 곳에 기름이 촤악~ 부어진 격이었다.

[HS 엔터의 무리수인 줄 알았던 협박, 다른 회사 연예인도 당했다?]

[연예인을 노예로 아는 엔터 회사들. 이곳은 지옥이다.]

[우리 스타는 내가 지킨다! 회사 앞에 집결한 팬들. 직원들에게 계란 세례….]

HS 엔터의 무리수인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다른 회사에서도 소속 연예인들을 붙잡기 위해 협박을 한 게 드러났다.

[큐빅 엔터 한고연 계약 해지 소송! 회사에 큰 실망감 드러내.]

그리고 첫 연예인이 회사를 상대로 계약 해지 소송을 걸었다.

변호사들 대부분 현재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연예인 쪽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었다.

사실 웬만하면 계약서에 의거하여 회사가 유리한 게 정상이다.

하지만 회사가 연예인의 이미지에 손상을 가할 만큼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고, 그쪽에서 협박을 가해 온 증거까지 착실하게 수집을 해놓았기에 판이 매우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계약이 해지 된다면 그동안 한고연을 뒤에서 돕고 있는 회사가 맛있는 과실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처음이 어렵지 누군가가 선봉을 서면 두 번째부터는 쉬워지는 법이었다.

한고연을 따라서 HS 엔터의 김원형도 회사에 소송을 걸었다.

눈치를 보면서 상황을 살펴보던 다른 연예인들도 슬슬 다른 회사와 컨택을 하면서 탈출을 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그녀라고 가만히 두고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녀에게도 꽤나 매력적인 매물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소속 연예인이 되어 새로운 캐시카우가 되어 줄 상대였기에 직접 그녀가 나서서 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

회사와 계약해지 소송이 잘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불안감이 컸던 그는 허니 엔터 대표인 연주가 직접 자리에 나타나자 크게 안도하는 눈치였다.

대표가 나설 만큼 이번 계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 회사와는 최대한 깔끔하게 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 돕겠습니다.”

연주는 그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소속 되어 있는 회사에 단단히 당했기에 계약을 하는데 굉장히 신중해진 상황이었다.

그녀의 까다로운 조건에 통과 된 몇 안 되는 귀한 연예인이다 보니 그녀는 정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앞으로 허니 엔터가 어떻게 그를 서포터할지 자세히 알려주었다.

“이 모든 내용은 계약서에 확실하게 제시를 해둘 겁니다.”

허니 엔터는 소속 연예인들 중 더러운 사생활을 가진 연예인들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계약을 제시했다.

인성에서 한 번 거르고, 두 번째로는 본인이 가진 능력을 따졌고, 세 번째로는 직업에 대한 의욕도 또한 따져서 모두 통과를 한 사람에게 계약 제안을 넣은 것이다.

그 결과 허니 엔터가 건진 연예인은 딱 한 명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으셨을 텐데.”

이름 값 높은 회사에서 계약금까지 많이 얹어주기에 선뜻 계약을 했던 그.

그런데 정작 내부는 무능과 비리로 썩어가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다.

문제는 두둑하게 받은 계약금만큼 계약 기간도 7년이나 된다는 점이었다.

계약 전까지만 해도 최선을 다해 서포터 해줄 거라고 했던 이들이 말을 바꾸는 건 순식간이었다.

불만을 꾸준히 매니저를 통해 전달해봤으나 회사는 시큰둥하기만 했다.

“좋지 못한 일을 당하셨는데 계약에 신중한 걸 이해합니다. 이 정도 배려를 해드리는 게 큰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아무리 화장실 들어올 때랑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른 법이라지만, 태도가 바뀌는 게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래놓고 그를 이곳저곳에 써먹는 것은 잘했다.

각종 파티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얼굴마담을 시키질 않나, 제대로 된 작품을 구해오진 않고 CF만 잔뜩 잡아오질 않나.

시달릴 대로 시달린 그는 다음 계약을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회사를 벗어날 수 있는 지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기도 했고 말이다.

“돈은 상관없어요. 저는 제대로 된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저희가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그동안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했다는 증거를 착실하게 모아오신 덕분에 소송도 잘 진행 될 것 같고요.”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그리고….”

“네. 원하는 조건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아, 아뇨! 지금까지 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제가 말하려던 건 혹시 시간되시면 저녁 식사도 같이 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물론입니다. 예약해둔 곳이 있으니 자리를 옮기시죠.”

“어? 제가 대접을 해드리고 싶었던 건데….”

연주는 수줍게 말하는 그의 얼굴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쓸데없는….’

앞으로 오랫동안 허니 엔터 소속의 연예인이 되어주길 바라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연예인이 자신한테 호감을 보이고 있었다.

눈치가 빠른 그녀인지라 남자가 호감을 보이는지 아닌지는 금방 알아차린다.

다른 사람이 이런 호감을 보였다면 시작도 하지 말라는 의미로 바로 거절을 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회사에 들어올 연예인에게 냉정한 모습을 보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적당히 받아주는 척 해야 하나.’

뛰어난 가창력과 매력적인 음색, 더불어 깔끔한 사생활과 바른 인성으로 이미지가 굉장히 좋은 연예인인지라 계약을 하면 관리가 편했다.

이런 연예인을 데려 와놓고 관리를 못해서 다른 회사에 뺏기는 건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인 거다.

더불어 계약 직전의 상황에서 식사 자리를 요청하는 걸 거절하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짓이었고 말이다.

“가시죠.”

그녀가 그를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움직였다.

식사를 하는 동안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일단 남자 쪽에서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섰다 보니 분위기가 안 좋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혹시 신정경씨 아니세요?”

“아…네. 맞습니다.”

“어머! 너무 팬이에요!”

“하하, 감사합니다.”

“실례지만 사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죄송해요. 여자 친구 분이랑 오붓하게 시간 보내시는 것 같은데….”

“하하, 여자 친구는 아니세요.”

“어머! 그래요? 너무 미인이시라 두 분이 굉장히 잘 어울려보였어요.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대표님과 연인으로 오해를 받는 게 불쾌할 일은 아니니까요.”

“대표님이세요?”

“네.”

“아~ 요즘 소속 회사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정경씨처럼 바른 사람이 괜한 욕이나 먹고….”

팬의 말에 신정경이 멋쩍게 웃기만 했다.

사인을 받고도 아쉬움을 버리지 못하는 팬이 미적미적 자리로 돌아갔다.

다른 사람도 신정경을 알아보고 싸인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죄송해요. 번거롭죠?”

“아닙니다. 신정경씨가 팬 분들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신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눈으로 보니 기분이 좋네요.”

“저를 사랑해주는 팬 분들인데 당연히 잘해야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고요.”

“맞습니다. 조건 없이 주는 사랑을 권리라고 생각하면 안 되죠. 저희 회사가 아티스트한테 가장 바라는 태도가 그겁니다. 팬 분들이 주는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 것.”

“저는 굳이 말씀 안 해주셔도 되겠네요.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요.”

화기애애한 신정경과의 식사가 끝나고, 그녀는 집 앞까지 그를 친절하게 태워다주었다.

그리고 그날 두 사람이 식사하는 사진과 그녀가 그를 집에 데려다주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신정경이 다른 엔터 회사와 접촉했다는 기사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기자가 이상한 제목으로 기사를 내버렸다.

[신정경 묘령의 여인과 핑크빛 기류! 레스토랑에서 단둘이?]

[연인을 만나면 공개 연애 하고 싶다 밝히던 신정경, 피앙세와 오붓한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 보여.]

[신정경 “이상형을 만났다.” 미인과 식사 데이트! 도대체 언제부터?]

뜬금없이 그녀와 신정경의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슬하에 아들이 있고, 남편도 멀쩡하게 있는데 생긴 황당한 사건에 그녀는 순간 대형 기획사들이 수작을 부린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알아본 바에 따르면 기자가 그녀의 얼굴을 못 알아봐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여파는 전혀 해프닝 수준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신정경의 피앙세는 누구? 묘령의 여인 정체를 찾아라!]

[신정경 소속사 “사실 확인 중. 들은 바 없어.”]

당연하지만 소속사에서는 신정경이 스캔들을 내도 별 다른 조취를 취해주지 않았다.

그저 사실 확인 중이라는 불성실한 태도만 보인 것이다.

더욱이 소속사 쪽에선 스캔들이 난 대상이 누구인지 이미 파악을 한 상태라서 신정경의 일을 도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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