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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22화 (620/849)

Chapter 622 - #90. (외전) 조연주 (12)

아예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나도 처리하기가 쉽지 않은데, 무려 진실을 담고 있는 소문이 났으니 그녀 입장에서는 곤란한 게 맞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가 허니 엔터와 접촉 중이라는 사실이 스캔들을 막아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 번 스캔들이 났던 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신정경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누가 봐도 호감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작자를 피하자고 파티에 참석을 안 하는 건 말이 안 되는데.”

고작 그런 일 때문에 파티 참석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대형 기획사의 것을 뜯어 먹기 위해 사전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 그녀를 머리 아프게 만드는 신정경을 처리 할 방법을 마련해야 했다.

‘여자관계가 깔끔하다고 들었는데 다시 조사해봐야 하나?’

분명 애인이 있다고 했음에도 계속 접근한다는 건 남자의 존재를 무시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더군다나 저번에는 그녀에게 어처구니없는 소리도 했었다.

“누나라고 불러도 될까요?”

“…미안하지만, 호칭은 조대표로 충분합니다.”

“이렇게 자꾸 거절하시니까 민망하네요. 제가 너무 민폐를 끼친 건가요?”

“개인적인 관심은 지양해달라고 부탁드렸던 것 같습니다.”

“이 정도도 안 되는 건가요? 연주씨가 절 많이 신경 써주시고 도움을 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친해지고 싶었어요. 물론 제가 사심이 아예 없었다곤 할 수 없을 거에요. 하지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전 소속사는 저한테 정말 지옥이었거든요.”

“…….”

그렇다는데 뭐 어쩌겠는가?

결국 말로는 설득이 안 된다는 걸 의미했다.

“아니라고 하니 믿겠습니다.”

“물론이죠. 아! 그리고 제가 부부동반 파티에 초대가 됐거든요. 진짜 부부는 아니어도 파트너를 동반하면 참석이 가능한데 마땅히 아시는 분이 없어서요.”

“…설마 저랑 같이 가시겠다고요?”

“안 될까요? 여기 이번에 의원님들도 참석한다고 들었거든요. 높은 공직자 분들이 많이 오신다던데.”

“문우 기업 자선파티를 말했던 거군요. 그 파티는 저도 따로 초대를 받았습니다. 애석하지만 전 이미 파트너가 있어서 정경씨 파트너를 해드리진 못할 것 같습니다.”

“아…파트너가 있으시구나.”

“파트너가 없어서 참석을 못하실 것 같으면 제가 연결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필요하실까요?”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민폐를 끼칠 순 없죠.”

사실 그녀는 파트너 없이 혼자 참석을 할 생각이었다.

파트너가 필요한 파티장이지만, 반드시 파트너를 데리고 참석을 할 필요는 없는 자리였다.

‘거기서 만나면 대충 핑계대면 되겠지.’

계속 거절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그도 포기하게 될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녀의 남편을 신정경에게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건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했다.

거절당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둔한 건 아니었는지 시무룩해진 신정경씨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자존심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정말 진심이었던 모양이야.’

남자가 여자에게 이 정도로 거절을 당했으면 포기하거나 화를 내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신정경은 자신이 꺼려한다는 걸 분명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녀에게 접근해오고 있었다.

이건 그녀에 대한 신정경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뜻이었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매우 떨떠름했다.

♧ ♧ ♧

신정경의 파트너 제안을 받았던 문우 기업의 자선 파티 날.

물품을 경매하고, 경매에서 받은 돈은 좋은 일에 쓰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적당한 가격의 물품을 구매해서 문우 기업의 자선 파티에 도움을 줄 예정이었다.

“안녕하세요.”

“어머~ 조대표, 오랜만이에요. 어쩜 조대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젊어지는 거에요?”

“한울 사장님도 여전히 정정하십니다. 따님께서 딸 낳으셨다고 들었는데, 축하드립니다.”

“아! 맞아. 그때 선물 보내줘서 고마웠어요. 우리 딸이 정말 좋아했어. 그거 구하기 쉽지 않다던데.”

“돌잔치 때 불러주시죠. 그때 조카 보면서 인사 꼭 나누고 싶네요.”

“아휴~ 이래서 내가 조대표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니까. 이렇게 세심하게 챙겨주니 말이야. 안 좋아 할 수가 없다니까.”

파티장에는 그녀와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아니, 조대표! 이번에도 파트너 없이 온 거에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그러니까 내가 좋은 사람 소개시켜준대도.”

“맞아. 조대표라면 내가 진짜 좋은 남자 소개시켜줄 수 있어. 우리 조카 중에 참 괜찮은 애가 있거든. 나이도 조대표랑 궁합도 안 본다는 4살 차이야.”

그녀와 좋은 관계를 맺은 사람이 많은지라 남자를 소개시켜주겠다는 사람도 굉장히 많았다.

그녀는 능숙하게 소개팅을 거절하고 파티를 즐기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연예인이 왔네.”

“오! 나 저 사람 누군지 알아.”

그러던 중 사람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다.

요 며칠 사이 파티장을 다니면서 자주 들었던 소란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젠 지긋지긋할 정도로 익숙해진 신정경이 사람들의 시선을 뚫고 파티장 안으로 들어왔다.

“연주씨!”

그는 파티장을 쭉 훑더니 그녀를 찾아내서 기어코 아는 척을 해왔다.

속은 썩어가고 있었지만 이미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덤덤하게 표정 관리를 하며 말했다.

“왔어요?”

“네. 연주씨 오늘 정말 예쁘시네요.”

“어머! 세상에~ 오늘 조대표 파트너 없이 온 줄 알았는데 있었구나? 내가 눈치가 없었네.”

신정경이 그녀의 옆자리에 당연하다는 듯이 서니 주변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한울 사장이 섣부르게 오해를 했다.

“어? 아니에요. 제가 알기로 연주씨는 다른 파트너랑 오신다고 했거든요.”

“어머, 그래요? 나는 신정경씨가 조대표 파트너인 줄 알았는데 아쉽게 됐네요.”

“저도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파트너가 이미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아, 정말 귀찮게.

이런 식으로 행동한들 그녀의 마음이 바뀌는 게 아닌데 신정경씨는 그걸 모르는 건지 그녀 입에서 파트너가 없다는 소릴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제 파트너는….”

웅성웅성-

꺄악!!

“뭐야?”

“뭔 소리야, 이게?”

“연예인 왔대요!”

“연예인? 신정경씨?”

“에어플레인 진해솔이요!”

“진해솔?? 그 사람이 여기 왜 옵니까?”

“와! 오늘 조대표 왔다더니 진해솔을 데려왔나보네요.”

“실물 미쳤다.”

“사람 맞아? 어쩜 저렇게 얼굴이 작지?”

“어우, 나 심장 터질 것 같아요.”

신정경이 나타났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은 소란이 일어났다.

“누가 왔다고요?”

“오늘 조대표 깜짝 파트너가 누군가 했더니! 세상에 어떻게 진해솔을 데려올 생각을 했대?”

“저 진해솔 완전 팬인데! 어디 있대요? 조대표님, 싸인 받을 수 있나요?”

“…잠시만요. 아무래도 제가 데리고 와야 할 것 같네요.”

“그러네. 사람들이 잔뜩 몰려서 여기로 못 오는 것 같아.”

살짝 넋이 나가 보이는 신정경과 잔뜩 기대에 찬 한울 사장을 뒤로하고 소란이 일어나고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진해솔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떻게 여길?”

해솔이가 이런 파티를 참석할 리 없다.

아무리 회사가 달라졌다 해도 이런 파티 참석 같은 경우에는 그녀가 모를 수 없는 스케줄이었다.

“연주 누님.”

“여길 네가 어떻게 온 거야. 초대 받은 거니?”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귓가에 가져다대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누님 파트너로 온 건데요? 저 초대권이 없어서 입장이 불가능하거든요. 누님이랑 같이 들어가야 해요.”

“말도 안 하고 그게 무슨 소리니?”

“그럼 누님은 왜 신정경씨 일을 말 안 했는데요? 그 사람 누님 만나겠다고 파티장 따라다닌다면서요.”

“그걸 어떻게 알았어?”

“옛날에 누님 밑에서 코 흘리고 다니던 제가 아니라고요.”

“비앙카씨한테 들었겠지.”

“윽. 그렇게 단번에 알아차리면 좀 부끄러워지는데요.”

진해솔이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슬그머니 그녀의 옆자리에 와 팔짱을 끼었다.

자신이 누구의 파트너인지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주는 행동이었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등장이 당황스럽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좋은 돌파구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 온 그녀는 신정경 앞에 보란 듯이 그를 내보였다.

“진해솔씨! 내가 굉장히 팬이에요. 노래 정말 잘 듣고 있어요. 출연한 작품도 전부 다 보고 있고요.”

“감사합니다. 이번에 새 작품 하나 들어가니 그것도 재밌게 봐주세요.”

“아내 분 작품 말이죠? 정말 의리 있는 멋진 행동이었어요. 낭만적이고 아름다웠죠.”

“마침 쉬고 있어서 할 수 있는 선택이었을 뿐입니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일 거에요.”

한울 사장님이 호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남편과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조금 더 팔짱을 낀 팔에 힘을 줬다.

누군가가 100% 오해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딱히 오해도 아니고.’

이 정도로 행동했는데 못 알아먹으면 정말 따끔하게 제대로 말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신정경은 누가 봐도 전의를 잃은 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대표는 소속 연예인들이랑 사이가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보통 소속 연예인이어도 이렇게 친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누님이랑은 이제 대표랑 연예인이라기보단 친한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어요.”

진해솔은 능숙하게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냈다.

그리고 그녀는 신정경을 대할 때와 달리 파티 내내 진해솔의 곁에 붙어서 대화를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그녀의 바뀐 태도는 너무 확실하게 티가 나서 신정경의 마음을 잘근잘근 밟고 있었다.

그뿐인가?

그가 등장했을 때의 임팩트가 신정경과 차원이 달랐다.

그것이 신정경의 자존심을 시작부터 꺾어놨다.

“…연주씨가 말한 파트너가 해솔씨였군요.”

“아! 반갑습니다. 선배님. 누님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누님이요? 연주씨를 누님이라고 부르세요?”

“네. 뭐 문제라도 있나요?”

“화, 확실히 두 분이 친분이 깊긴 하네요. 저도 곧 허니 엔터 소속 연예인이 될 겁니다.”

허니 엔터에 들어오게 되면 그녀를 누나라고 부를 수 있을 줄 아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신정경이 짜증이 나 그녀의 눈빛이 슬슬 뾰족해졌다.

하지만 남편이 이해한다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신정경의 말을 받아주었다.

“아~ 누님한테 들었습니다. 현재 소속사를 두고 소송이 걸려 있다고요. 무사히 소송에서 이기셨으면 좋겠네요.”

“네, 허니 엔터에서 도움을 주기로 했어요. 특히 연주씨가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써주셨거든요. 해솔씨는 이제 소속이 다르니까 연주씨랑 자주 못 만나시겠네요.”

솔직히 그녀는 남편이 신정경에게 뾰족하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자기 여자를 건드렸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걱정과는 달리 진해솔은 차분하게 신정경과 대화를 나눴고, 오히려 전전긍긍하고 뾰족하게 구는 건 신정경이었다.

“글쎄요. 관계를 맺는데 중요한 부분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원래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저는 앞으로 자주 만날 생각입니다. 연주씨가 계약하면 신경을 많이 써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요.”

본인도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다.

계약을 하면 당연히 신경을 쓰긴 할 거다.

다만 신경 써주는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직원이 하게 될 거다.

이 바닥에서 1~2년 일하던 사람이 아니니 모를 리 없는데도 남편에게 자랑하듯이 말하는 신정경은 참 철없어 보였다.

반면에 남편은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태도로 신정경을 상대해주고 있었다.

한쪽은 어떻게든 기분 상하게 해보려고 아등바등하는데, 정작 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너그러운 태도를 유지하니 자연스레 진해솔에게 시선이 모였다.

‘진해솔 성격 되게 멋지다. 스윗하네.’

‘신정경은 좋게 봤는데 왜 저렇게 진해솔한테 뾰족하게 굴지?’

‘나이가 훨씬 적은데도 젠틀하네.’

‘이래서 연예인 이미지는 절대 믿으면 안 된다니까.’

주변의 수군거림을 들었는지 신정경의 귀가 붉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기가 한 말을 수습하려 다른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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