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26화 (624/849)

Chapter 626 - #91. 최관 (1)

“이름 최관. 전국 조폭들을 모두 아우르는 조직의 후계자입니다. 사실상 현 보스는 은퇴했고 후계자인 최관이 모든 걸 관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성향은?”

“현 보스와 매우 흡사합니다. 평생 보스의 뒤를 지키면서 보고 배워온 것이 있다 보니 조직의 운영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 보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젠 과거가 됐지만요.”

“슬슬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거지.”

“맞습니다. 현재 최관은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손을 뻗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무사히 꼬리를 자를 수 있었던 것도 정치권에 통 크게 로비를 한 덕분이라는 첩보가 있습니다.”

“헌신적으로 보스를 모시고, 결국 둘째 친딸을 쳐내게 만들었어. 내가 보기엔 대단한 야심가야. 전 보스는 무식하게 힘으로 밀어 붙이는 스타일이었지만 최관은 다를 거다.”

“현재 이들은 회사를 설립해 합법적인 분야로 진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걸 주관한 인물이 최관이고요.”

머리가 좋은 여자다.

옛날 조폭들은 무식한 것들만 있어서 힘으로 때려 부수면서 적당히 협박을 하면 어떻게든 관리가 가능했는데 이젠 저것들도 머리가 검어져서 웬만한 협박에도 꿈쩍을 하지 않았다.

형사들을 무서워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걸 다 알고 있는 탓이 컸다.

그들의 윗선에게 로비를 해놔서 살인이나 마약밀매 같은 걸 현장에서 잡아넣지 않는 이상 훈방조취가 되니 말이다.

“차라리 둘째 망나니가 후계자가 됐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아니면 습격 받았을 때 보스가 죽었던가.”

“그랬으면 일이 정말 편해졌겠죠. 둘째 망나니가 지금처럼 얌전하게 외국으로 나가진 않았을 겁니다.”

형사들 입장에선 너무 아쉬운 결말이었다.

둘째는 후계자에서 밀려나고, 새로운 후계자인 최관이 순식간에 조직을 장악해버렸다.

가장 흔들기 좋은 순간을 허무하게 뺏겨버린 것이다.

“습격에 당한 게 노인네한테 그렇게 충격이었던 걸까? 둘째를 단번에 쳐내고 최관을 후계자로 삼을 만큼 말이야.”

“그동안 망나니인 둘째를 어떻게든 후계자로 만들어보겠다고 아등바등했는데 자길 습격한 배우가 둘째였다면 마음이 바뀌지 않았겠습니까?”

형사들은 최관과 그 조폭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때문에 일의 서순을 추측으로 메꿀 필요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죽다 살아난 경험 때문에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라….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지. 내가 알기로 최관 저치랑 둘째 사이를 반목하게 만들 프로젝트를 준비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건 소용이 없었나?”

“예, 준비 중인 사항이었으나 갑작스럽게 후계자가 결정 되면서 스톱 됐습니다.”

“아깝게 됐군. 좀 더 세를 깎아먹을 수 있었을 텐데.”

그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말이 있는데, 조폭의 세계가 바로 그렇다.

그곳은 법이 통하지 않은 세계.

형사가 하는 일은 그들의 세계에서 끄집어내서 법으로 죗값을 받게 하는 것이었다.

“바퀴벌레 같은 박멸도 안 되는 쓰레기가 더 늘어나겠군.”

문제가 있다면 그러기 위해선 형사들도 법이 통하지 않는 세계에 발을 담궈야 한다는 점이었다.

“보스는 찾아냈어?”

후계자에게 조직을 넘겨주고 보스가 감쪽같이 모습을 감춰버렸다.

최관이 후계자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형사들은 마냥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후계자에게 조직을 맡기고 은퇴를 하고 노후를 보내려는 심산일 수도 있다.

허나 권력자들이 자기 권력을 쉽게 놓는 법은 없다.

그렇기에 해외에 나갔다고 해도 목적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늙은이가 명줄 하나는 기가 막히게 길구나. 세상이 참 불공평해. 그치?”

“하하. 이 일 하면서 항상 새롭게 느낍니다. 엿 같은 세상은 답이 없다는 걸요.”

소설 속에서나 악당이 처벌을 받는 거지, 현실은 악당들이 너무도 잘 사는 세상이었다.

착하게 사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에게 당하고, 피해자가 마냥 착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으면 안 됐다.

그런 복잡한 인간관계들이 싫어서 차라리 조폭들을 상대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다만, 조폭들을 상대하면 신변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에 일어난 그 일로 잘 엮었으면 타격을 크게 줄 수 있었을 텐데 자꾸 빗겨가는군. 윗선에서 질책을 꽤 강하게 한 거 알고 있지? 뭐라도 건져내야 돼.”

별 생각 없이 있다가 난데없이 터진 엔터 회사의 성노예 포주 사건으로 형사들이 질책을 많이 받았다.

그동안 수사를 어떻게 해왔기에 이런 엄청난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냐는 질책이었다.

물론 이 질책은 책임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형사들 입장에서는 이런 사건을 직접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자존심이 많이 상한 상태이긴 했다.

“솔직히 이거 우리가 발견했어도 윗선에서 잘랐을 겁니다. 걔네가 로비했던 목록 보면 화려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알고 있는 거랑 모르고 있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지. 우리한테 필요한 건 성과라는 현재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형사들을 모두 불러서 조직 보스 후계자인 최관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는 것도 성과를 올리기 위해 먹잇감을 살피는 과정이었다.

최관을 건드리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알지만, 건드렸을 때 가장 맛있는 먹잇감이 될 것임은 사실이었다.

“최관을 건드리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저희가 잡아들인다고 해도 죄를 묻게 하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나도 알아. 하지만 잡아들였다는 게 중요한 거다. 우리한텐 실적이 필요하다고 했잖냐.”

“그래도 너무 위험한 것 같은데요. 괜히 건드렸다가 불똥 튈 수 있습니다. 위험한 최관 말고 그 아래를 노리시는 게….”

“어허이! 지금 아니면 평생 최관은 못 잡아들여! 이번 일로 명분을 쌓은 최관이 조직을 자기 입맛대로 바꾸기 시작할 거라고.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내가 장담하마. 이번 일만 잘 되면 최관 잡아넣을 수 있어.”

최관의 성향이 그리 진취적이지 않다 해도 위험성이 높은 것은 정치권과 적당히 거리를 두던 전보스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동안은 보스의 눈을 의식했는지 그대로 답보하며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관을 잡아넣으면 후계자 자리 매꾼다고 지들끼리 전쟁하고 난리치겠네요.”

“그렇지. 그렇게 바퀴벌레들을 없애는 거야. 우리가 힘들여서 없앤다고 걔네들이 박멸 되는 게 아니잖냐.”

“하아~ 알겠습니다. 시나리오 나온 거 있으십니까?”

“짜샤, 나 하루 이틀 보냐? 나만 믿어 봐.”

최관을 엮기 위한 형사들의 작전이 시작 됐다.

♧ ♧ ♧

영화에서 조폭의 끄나풀이 꼭 경찰들 사이에 숨어 있는 클리셰를 아는가?

클리셰가 괜히 클리셰겠는가?

실제로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니 클리셰인 거다.

“꽤 큰 걸 가져왔네. 두둑하게 챙겨줘.”

“예, 형님.”

최관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가뜩이나 조직 개편으로 하루가 언제 지나가는지 모르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경찰들이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

‘나를 붙잡으려고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보스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감히 그런 짓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후계자가 되어 조직을 개편하고 있는 그녀는 상대적으로 건드리기 쉬워 보였던 모양이다.

보스에 비하면 부족한 면이 있다는 건 그녀도 인정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 건드려 보는 것 같은데….’

어떤 사람을 건드렸는지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었다.

인생은 실전이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가진 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조사 시작해. 싹 다 털어서 터트려.”

“알겠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털었는데 먼지가 없다? 그럼 먼지를 만들어. 그리고 아무것도 못하는 자리에 넣어. 팔 다리 다 잘려서도 기세등등할지 일단 보자고. 그리고 뻐꾸기도 좀 더 넣어야겠다.”

“하나 더요?”

뻐꾸기.

그들 사이에서는 경찰 내부의 소식을 대가를 받고 전달해주는 스파이를 일컫는 단어였다.

뻐꾸기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고, 관리하는 것도 힘든 편이었다.

“아니, 하나가 아니라 여럿을 넣을 거야. 지금 경찰 쪽 뻐꾸기들은 나이가 들었잖아. 이번에는 아예 신입부터 확실하게 우리 편인 사람을 넣어두자는 거다. 우리가 후원하는 고아원 애들 중에 똘똘한 애들 있지?”

“예. 있죠. 전교 1등하는 녀석도 있습니다.”

“그 중에 괜찮다 싶은 애들한테 경찰 쪽으로 제안해봐. 간부가 될 때까지 밀어준다고 하고.”

“이야~ 그럼 무조건 하겠다고 하겠는데요?”

공부해서 한국대 가봤자 뭐하겠는가?

빽 없는 놈들은 올라가는데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그런데 조직에서 간부로 올라 갈 때까지 밀어준다?

“그렇겠지. 다만 이 프로젝트는 최대한 아는 사람이 적어야 한다. 그쪽도 우리 조직에 사람을 심어놨을 거야. 그러니 절대 알려지면 안 된다.”

“옙!”

그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그녀는 머리가 좋았다.

보스는 조직을 안정화 시키는데 신경을 썼지만, 이제 막 조직을 맡게 된 그녀는 미래를 위해 시작부터 다시 쌓아 올리는 것도 서슴없이 할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

현상 유지는 그녀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

보스께서 만들어 온 조직에 감히 경찰 따위가 조잡한 수작을 부리지 못하도록 조직을 더 키울 생각이었다.

그래서 현오가 조직을 물려받았을 때.

그녀가 마련한 권력을 누리며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띠링♪

그때, 홀로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의 핸드폰이 반짝 빛을 내뿜으며 울었다.

핸드폰을 확인한 그녀는 선뜻 폰을 잡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하필 문자를 보낸 사람이 쉽게 답장을 주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형부님 : 처제, 바쁜 건 좀 어때? 현오랑 같이 한 번 만나면 어떨까 싶어서 말이야.]

“…….”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순서 1위는 보스이고, 2위는 현오이며, 3위는 연주 언니 그리고 4위가 바로 그였다.

얼핏 보면 4순위가 별 거 아닌 듯 보일 수 있으나 이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낮은 순위가 아니었다.

더욱이 형부는 그녀가 처음으로 마음을 준 ‘이성’이기도 했다.

그와 만나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자신을 평범한 ‘여자’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그렇기에 형부와의 만남은 그녀에게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언니께서도 기꺼이 형부와 시간을 보내라고 하셨지만….’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았다.

특히 경찰이 그녀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으드득-

오늘 들었던 경찰 내부 소식에 그녀의 손에 힘이 꽈악 들어간다.

감히 그런 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이야.

뻐꾸기가 전달해준 정보가 아니었다면 운 나쁘게 휘말렸을 수도 있었다.

정보를 얻은 시점에서 큰 위협이 되는 건 아니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아직 그 경찰이 처리 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정리가 될 때까지 형부와 만날 수 없어.’

그와의 관계를 경찰 쪽에 들키기라도 한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해진다.

더욱이 형부가 연예인이라는 점 때문에 보호하는 게 더 쉽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달고 사는 그였기에 자신과의 관계는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일 것이다.

‘그럼 경찰들이 형부를 미끼로 삼겠지. 협박을 하면서.’

지켜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와 만나고 싶다는 본능을 자재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아 결심한 후 메시지를 작성했다.

[죄송합니다.]

그녀의 선택은 역시나 거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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