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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30화 (627/849)

Chapter 630 - #91. 최관 (5)

“형님, 말씀하셨던 그 짭새. 생각보다 끈이 꽤 높더라고요.”

“그래서.”

“아무래도 당장 좌천시키는 건 어려울 듯합니다.”

형부와 꿈만 같았던 하룻밤을 보내고 며칠이 지났다.

경찰에서 그녀에 대한 표적수사가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지 꽤 시간이 지났기에 얼마나 진행이 되었는지 듣고 싶어 물으니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해왔다.

그녀를 노리고 있는 경찰이 쉽게 처리 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정보.

아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비리는?”

“있긴 한데, 윗선과 연결 된 거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작자한테 오기도 전에 꼬리를 자를 겁니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놈이라는 걸 알게 되니 마냥 화가 났던 감정이 가라앉고 냉정하게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건드리기 어렵다고 해서 내버려둔다면 결국 표적수사가 시작 될 것이다.

그들은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고, 그녀의 오른팔 정도는 큼지막하게 떼어내야 만족을 할 것이다.

“그래도 가만히 있다가 당할 수는 없는데.”

“본격적으로 표적수사가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방법을 짜내긴 해야 할 겁니다. 다만 저희 쪽에서도 위험을 부담해야 해서요. 어디까지 선을 두고 실행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경찰이 조폭을 건드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조폭들이 경찰을 건드리는 건 굉장히 어렵다.

조폭이 경찰들을 건드려봤자 신상에 위험을 주는 게 다지만, 경찰이 조폭을 건드리려고 하면 돈줄부터 막아버린다.

사업장이 어디에 있는지 전부는 아니어도 잘 알고 있어서 그곳을 이리저리 핑계를 대서 막아버리면 조폭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게 공권력이고, 조폭들이 근처를 알짱이는 경찰들을 보고도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였다.

거기다가 그쪽이 제 식구 챙기기가 굉장히 심한 편이라서 잘못 건드렸다가는 정말 큰일 날 수 있다.

더럽고 치사해도 적당히 당해주고 넘기는 게 최선인데….

‘날 건드리겠다는 건 여기랑 전면전 하자는 거 아닌가?’

반대로 경찰들도 조폭을 건드렸다간 크게 당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섣불리 건드리지 않고 지켜보는 거였다.

경찰은 조폭을 죽이지 못하지만 조폭은 얼마든지 궁지에 몰리면 경찰을 죽일 수 있으니까.

결국 조폭과 경찰은 서로를 죽일 듯이 싫어하지만 진심으로 죽이겠다고 달려들지는 못하는 관계인 것이다.

그런데.

‘경찰이 먼저 선을 넘었다.’

이는 아마 보스가 자리를 비우고 후계자로 자신이 오르게 되면서 생긴 욕심일 것이다.

경찰들은 이번에 터진 커다란 스캔들을 만회할 공이 필요했고, 이제 막 후계자가 된 그녀는 꽤나 건드리기 만만해보이지 않았을까?

그들이 내부 사정을 훤하게 알 순 없는지라 생긴 일이었다.

그녀는 그들이 건드릴 수 있을 만큼 후계자 자리에서 허투루 일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내부를 곪게 만들고 있던 세력을 싹 잘라낼 수 있었기에 조직 내부는 예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상태였다.

보스가 유지하고 있었던 끈들도 후계자인 그녀에게 무사히 넘겨진 상황이었다.

보스의 곁에서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보면서 모든 것을 공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들이 예상한 것보다 최관은 후계자 자리에 걸맞은 인재였다.

덕분에 조폭들도 그녀가 후계자가 된 것에 오랫동안 불만을 느끼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선을 알려주는 건 내가 해야 할 일이지.”

“어떻게 할까요? 가장 쉬운 방법으론 아무래도 사고로 밀어버리는 건데 말입니다.”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면 표적수사는 엄두도 내지 못할 테니 가장 쉬운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게 참 신기하지?

죽이려고 하는데도 꼭 안 죽고 살아 돌아와서 골치 아프게 만드는 놈이 있었다.

“밀어버린다…. 들키지만 않는다면 최고의 방법이긴 한데 걸리지 않을 수 있겠어?”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르고, 이번 일은 반드시 책임 부분까지 완벽하게 염두를 해두고 실행해야 했다.

들켰을 때의 처리 말이다.

“이쪽으로 기가 막히게 기술 쓰는 놈들이 있긴 합니다.”

“그런 것들은 기록이 많이 남아 있어서 안 돼. 깨끗한 놈으로 해야지. 가뜩이나 촉 좋은 형사인데.”

“아니면 가족을 건드리는 건요? 그건 좀 쉽지 않겠습니까? 죽이기도 좋고, 효과도 기가 막힐 겁니다. 지 가족이 죽었는데 조폭 수사는 뭔 수사겠습니까. 제정신 못 차리죠.”

“아니, 너무 위험해. 가족은 섣불리 건드리는 거 아니다.”

형사 가족을 건드렸다가 역효과를 만들 수 있다.

복수를 위해 가릴 것이 없어진 사람만큼 상대하기 어려운 법이 없으니 말이다.

들키지 않을 수 있다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언젠가는 들킬 수도 있고 그 형사는 죽을 때까지 그녀의 조직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원한도 책임을 질 수 있을 만큼 지는 것이 조직의 평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너무 극단적으로 상황을 몰아가는 건 좋지 않았다.

“그럼 어떡합니까? 돈을 왕창 쥐어줘볼까요? 짭새면 쩐이 제일 잘 먹히지 않습니까?”

“그건 내 자존심이 상해서 안 되겠는데.”

“형니임~!”

“가만히 있어봐. 생각 좀 하게.”

건드릴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무얼 선택할지에 따라 앞으로의 일이 크게 달라질 거다.

“일단 모든 걸 멈추고 뻐꾸기들한테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오라고 해봐. 그 인간에 대해 좀 더 알아야겠으니까.”

이번 일을 해결할 가장 쉬운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이번 일로 자신에게 크게 신세를 진 정치인 쪽에 부탁을 하면 간단하게 해결 될 것이다.

정치인들에겐 쉬운 일이지만, 그녀에겐 온갖 발품을 팔아야 해결이 가능한 일.

‘이럴 때면 왜 사람들이 권력이라는 거에 환장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

보스를 모시면서 그녀는 단 한 번도 권력에 집착하거나 욕망을 느낀 적이 없다.

보스의 후계자가 됐어도 그 마음은 바뀌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이 자리에 오르고 보니 권력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어가고 있었다.

‘정치인들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도 알겠고.’

정치권과 연결이 될 수 있는 것도 그녀의 조직이 전국 조폭들을 아우르는 곳이었기에 가능한 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조폭을 자신과 동등한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그저 그들이 처리하기 귀찮은 부분을 넘겨줘서 해결하게 만드는 사용인 수준으로 대했다.

보스는 그녀가 이뤄온 업적이 있는지라 대우를 해주는 듯 했지만, 후계자가 조직을 물려 받자 태도를 아예 바꿔버렸다.

적당히 상대해주고 계속 머슴 일을 시키려는 속셈 말이다.

‘굳이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지. 그래봤자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알고서.’

굴욕적인 관계이다.

하지만 조직을 위해서라면 인내할 수 있는 관계이기도 했다.

혹시 모를 상황.

지금처럼 경찰이 그녀의 조직을 노렸을 경우를 생각하면 보스께서 만들어둔 정치인과의 끈을 함부로 끊어버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연주 언니의 부탁을 받게 되면서 그들과의 관계가 크게 발전했다.

그들은 단순히 돈을 후원 받는 것보다 정치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을 더 좋아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돈을 안 받는 것도 아니지만.’

조폭 출신이라는 걸 알다 보니 그쪽에서도 관계를 끊지는 않아도 가까이에 두려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데 그녀가 건네 준 증거 앞에서 그들은 순식간에 태도를 바꿨다.

정치인들의 태도 변화야 익히 알고 있는 일인지라 그리 놀라울 것 없기는 했지만, 그때 처음으로 그들에게 사람 취급을 받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쓰레기 같은 놈들이 지들 모습은 생각 않고 누굴 짐승 취급 하는 건지.’

그러니 이번 일도 정치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기꺼이 들어 줄 게 분명했다.

애초에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관계였으니까.

다만 이런 일로 그들을 움직이기엔 아쉬움이 컸다.

짜디 짠 정치인들은 전화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탁에도 많은 대가를 빨아먹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될 수 있으면 그녀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직접 해결하는 게 좋았다.

‘더욱이 경찰 쪽을 움직여달라는 부탁은 우리가 그쪽에 한없이 약하다는 걸 증명하는 일이지.’

정치권과 관계는 이제 막 새롭게 쌓아올린 상황이다.

자신이 보스 못지 않게 조직을 잘 이끌어갈 사람이라는 것을 그들도 알게 해야만 했다.

그러니 고작 그들이 입김을 후~ 불면 날아갈 경찰 하나쯤이야 스스로 잘 해결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그게 가장 쉽게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그걸 사용하지 않으려는 이유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의 고민이 밤하늘처럼 끝도 없이 깊어지고 있었다.

♧ ♧ ♧

“야. 너 뭐하냐?”

“예, 예?”

권명주는 자신의 자리에 얼쩡거리는 강형사에게 별 생각 없이 말을 붙였다가 이상한 촉을 느꼈다.

“네가 내 자리에 뭔 볼 일이 있다고 서 있냐고. 씨발.”

“아, 제가 여기에서 반지를 잃어버려서 말입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이리저리 뒤지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반지? 돼지 손가락에 뭔 반지를 껴.”

“아니, 씨. 돼지 손가락이라뇨!! 제 약혼 반지거든요?!”

“아~ 그래? 너한테 그런 게 있었어? 몰랐네. 시바, 너도 애인이 있는데 난 왜 없냐.”

“뭔 개소리세요. 권반장님은 남편이 있으시면서.”

“이혼했잖아. 쏠로, 인마! 그러니까 새끼 좀 까봐. 소개팅. 쌔끈하게 어린 녀석으로.”

“미친 거 아닙니까? 뭔 소개에요.”

“야. 이거 네 반지 아냐? 저기 구석에 반짝이는 거 있는데.”

“어? 헉! 맞습니다! 겨우 찾았네! 감삼다!”

강형사가 반지를 후다닥 주워서 후후 입김으로 불며 자리로 돌아갔다.

권명주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강형사의 뒷모습을 지그시 지켜봤다.

‘저 새끼….’

킁킁!

냄새가 났다.

“웩-”

향수 냄새가.

“시빨, 향수 좀 뿌리고 다니지 말라니까. 우웩-!”

좋지도 않은 향수를 자신의 자리에 남기고 간 탓에 짜증이 난 권명주가 창문을 열었다.

“아이~! 추워요!”

“시끄러, 새꺄. 임신한 것처럼 토할 것 같으니까 참아.”

“임신이래 푸핫!”

“뭔데 비웃어? 나는 뭐 임신 못하냐? 할 수도 있지!”

“별을 봐야 뽕을 따죠. 거기 거미는 안 쳤습니까?”

“쳤다. 시빨! 너는 뭐 안 쳤냐? 여기 있는 아줌마들 다 써본지 억만년이겠구만.”

“아니, 가만히 있는 사람까지 건드려서 도발을 하십니까?”

시끌벅적한 경찰서.

권명주는 한참 서로 디스 아닌 디스를 해대면서 놀다가 적당한 때 자신의 자리에 앉아 흐트러진 서류를 한데 모았다.

서류를 대충 아무 곳에나 쌓아 둔 그녀는 서랍을 열어 그 안에 나름대로 숨겨둔 서류들을 꺼냈다.

“흐음….”

이 서류는 이번에 그녀가 은밀하게 계획하고 있는 표적수사의 시나리오였다.

더불어.

“아주 그냥 서류가 걸레가 됐구만. 걸레가 됐어.”

그녀가 마련해놓은 미끼 중 하나이기도 했다.

남의 손을 마구 탈 거라고 예상하고 만들어둔 서류지만, 진짜 그렇게 된 걸 확인을 하니 속이 쓰렸다.

애석하게도 그쪽 애들이 얼마나 많은 스파이를 심어놨는지는 알아낼 능력이 없었다.

해서 그녀는 이런 식으로 가짜 정보를 풀어 적들을 교란을 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같은 식구를 의심하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았지만, 이렇게 냉큼 걸려든다는 걸 알다보니 이 짓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젠장.”

강형사가 이 서류에 손을 댄 것은 아마 약혼 때문일 것이다.

누가 봐도 선호되지 않는 직업인 형사.

남자에게 결혼해달라고 하려면 돈으로 유혹하는 수밖에 없었을 터다.

그리고 그놈들은 형사가 약해질 때를 기가 막히게 파고드는 편이었다.

자신이라고 한 번도 그런 유혹을 안 당해본 게 아니다.

실제로 몇 번은 정보를 넘겨서 두둑하게 챙겨 먹었던 적도 있다.

결국 강형사가 개인적인 이유로 그녀를 배신한 것처럼 그녀도 이번 일이 정의감 때문에 시작한 일이 아니며, 개인의 안위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너무 원망하지 말라고.”

내부 스파이를 걸러내고, 그것을 이용하는 것만큼 재밌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녀가 상대하려 하는 이들의 능력도 어느 정도 가늠이 됐다.

최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여자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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