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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31화 (628/849)

Chapter 631 - #91. 최관 (6)

경찰 쪽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조직의 영업장에 경찰이 들어와 깽판을 쳤던 것이다.

“경찰들이 하는 짓이 다 거기서 거기거든.”

“예상했던 일이 벌어진 겁니다. 선배님들께서 잘 대비해주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제 뜻에 따라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직이 운영하는 영업장은 대부분 술을 파는 곳이다.

그 외에 건설업과 유통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 사업들 모두 조폭들이 하다 보니 합법과 불법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걸쳐놨다.

그러니 경찰들에게 그들의 영업장은 가장 건드리기 만만하고 먹음직스러운 대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걸려서 조사를 시작하면 무조건 뭔가가 나오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유흥업소를 건드렸다는 건 그곳에서 유통 되고 있는 마약을 발견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짭새 뜰 걸 미리 알았는데 실수할 리가 없지.”

그녀는 경찰 쪽에서 수사를 시작했다는 것들 산하 조직 대표들에게 알렸다.

그쪽에 빌미를 줄 수 있는 일을 만들지 말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녀가 그 말을 전달한지 얼마 되지 않아 경찰들이 영업장에 들이닥쳤다.

덕분에 그들은 기껏 영업장을 덮쳐도 제대로 된 성과없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우린 너무 정 없이 굴면 안 갈 것 같아서 술에 물 타는 거 걸리게 해뒀어.”

“잘하셨습니다. 그쪽에 굳이 우리가 알고 있다는 정보를 알려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거 하나 발견하니까 다들 표정이 이거라도 건져서 다행이다 했다던데? 흐흐. 우리 애들이 그거 보고 속으로 엄청 웃었다드라. 나도 그 꼴을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무릎이 시려서 갈 수가 있어야지. 이래서 늙으면 갈 곳은 하나밖에 없다니까.”

“형님 빠구리 뜰 때 돌아가는 허리가 여전히 기가 막히다던데 뭔 개소립니까?”

“새꺄. 디질래?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형님 먹다 버린 거 나도 좀 먹었소. 크흐흐.”

아무것도 안 걸리면 오히려 의심을 살 수 있기에 적당히 체면을 세워 줄 만한 것을 넘기는 거다.

한 마디로 살을 내주고 뼈를 숨기는 것이었다.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당분간은 몸을 사리셔야 합니다. 이번에 작정하고 털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만약 제 말을 무시하고 제대로 단속 못해서 경찰에 꼬투리 잡히는 순간 경찰한테 털리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부하들이 저지른 잘못이라고 떠넘기는 거 안 봐주겠다는 뜻입니다.”

“!!”

“커험.”

새파랗게 어린 여자에게 쓴 소리를 듣는 게 편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말이 불편하면 불편할수록 대비를 튼튼하게 할 테니 말이다.

“아랫것들 하나 단속 못해서 문제를 만들면 자격이 없는 거지.”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아직 이빨 빠진 호랑이는 아니라고.”

그녀의 다소 과한 경고에 불편한 표정을 짓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결국 그녀의 뜻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선배님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이 향후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칠 게 뻔하기에 불편한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알지알지. 누가 뭐 불편하다 했는가? 지금이라도 불편한 년 있으면 나와! 우리 새보스한테 뭐라 하지 말고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으라고.”

“여기에 불편한 년 있냐? 난 없는데.”

“나도 없소.”

가장 대하기 어려운 선배들이 먼저 나서서 분위기를 다져주니 그녀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큰 불편 드렸으니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어려운 일인데 후배님한테 마냥 맡겨 놓으려니까 마음이 불편하네. 그것들이 꼬장을 부리면 우리 같은 것들은 정말 상대하기가 쉽지 않거든. 여기에 그치들한테 이 안 갈 년들 없을 거야. 하도 당한 게 많아서 말이야.”

“맞아. 그것들이 우릴 우습게 생각하게 만들면 절대 안 돼. 이번에 제대로 기선제압 해야 돼. 경찰들 콧대 세워주면 우리 애들은 줄줄이 용돈이라면서 뜯겨야 하는 거야. 그게 1~2년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 계속 상납해야 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조폭들은 보스와 함께 활동을 했던 선배님들이다.

그들 한 명 한 명 조직을 대표하는 보스나 다름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 대단한 사람들도 경찰을 상대하는 건 영 꺼려한다.

그들이 자신 공권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담그라고 하면 기꺼이 하겠는데 말이야.”

“옛날 생각나는구만. 보스가 우리 애들 건드렸다고 경찰 새끼들 싹 다 잡아와서 갯벌에 굴렸잖아.”

“그때 이후로 건방지게 구는 게 싹 들어갔지. 우리가 동네 양아치 모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지금은 그러면 난리 나겠지?”

“큰일나지. 옛날이랑 지금이 같냐?”

경찰이라는 이유로 새파랗게 어린 것에게 썅욕을 들으면서도 굽신해야 했던 기억.

보스가 아니었다면 온갖 더러운 오물을 묻으면서 번 돈을 지금도 경찰들 주머니에 쑤셔 넣어야 했을 것이다.

“보스가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는 걸 알자마자 이런 짓을 하는 걸 보면 참 영악하다니까.”

“그때 보스가 갯벌에 굴린 것들은 모두 은퇴해서 없지 않겠어? 그러니 그것들이 다시 기를 펴려고 발악을 하는 거지.”

“시간이 언제 이렇게 빨리 지나갔는지 모르겠군. 그땐 안전하지 않았어도 낭만이 있었어. 옛날이 그리워지는구만. 지긋지긋한 무릎 통증이 없었던 젊은날 말이야.”

과거를 추억하며 생각에 잠긴 그들을 최관은 다그치지 않고 기다렸다.

늙은 원로들의 옛 추억 속에는 항상 보스가 함께하고 있었기에 그녀에게도 기꺼운 추억들이었다.

“이런, 내 정신 좀 봐. 옛날 구닥다리 얘기하느라 새 보스가 하는 말이 끊겼구만. 늙은이들이 모이면 이렇다니까. 옛날 얘기에 정신이 팔려버려.”

“아랫놈들 단속하는 건 걱정하지 말어. 우리가 늙었어도 그 정도 장악력은 있거든.”

“선배님들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군요. 감사합니다.”

“우리가 뭐 도울 만한 일은 정말 없겠는가?”

“언제든 찾아와 도와달라고 하게. 어려워하지 말고 말이야. 식구 아닌가. 식구!”

“감사합니다. 선배님.”

산하 조직 대표들을 불러 모은 것은 혹시 생길지 모르는 불만을 사전에 제압하기 위함이었다.

내부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들 필요가 있었는데 마침 경찰이 그 역할을 대신 해주게 되면서 그녀 입장에선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 됐다.

다만 그 상대가 경찰이라는 점에서 주의를 하지 않을 수가 없긴 했다.

외부를 공격하기에 앞서 내부가 흔들리지 않게 단속을 했으니 이제 정말 경찰을 상대할 때가 왔다.

그녀는 먹잇감을 앞에 두고 뜸을 들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단숨에 낚아채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목덜미를 물어뜯을 생각이었다.

♧ ♧ ♧

“오늘 나랑 어디 좀 가지.”

“어디요?”

“좋은 곳.”

권명주는 뜬금없이 찾아와 좋은 곳에 가자는 상사를 보며 의심을 감추지 못했다.

“좋은 곳에 가는데 왜 저를 데려가십니까? 너무 뜬금없잖아요.”

“그래서 오기 싫냐?”

“…이유가 뭔지 알려줘야 갈지 말지를 정하죠.”

“싫음 오지 말든가.”

“아니! 어딘데요.”

“싫음 말라니깐.”

상사의 의뭉스러운 태도에 환장할 지경이 된 권명주는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상사를 따라 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정말 좋은 곳이었다.

“아니, 저한테 뭐 잘 보여야 할 일도 있으십니까?”

평소라면 엄두도 못 냈을 좋은 술이 자신을 먹어달라는 듯 영롱한 색깔을 뽐내고 있으니 환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건 무조건 따먹어 줘야 한다.

시팔, 이거 안 마시면 고자지.

결국 영롱한 노란빛 액체를 뱃속에 냅다 집어넣었다.

목구멍을 타고 몸 안으로 들어오는 뜨끈하면서도 화끈한 열기에 절로 짜릿한 쾌감이 밀려왔다.

“시팔, 이게 인생이지.”

“큭큭, 오버 떨기는. 너 요새 수사 새로 시작했다며. 표적수사.”

“아~ 시발, 역시 뇌물이었네. 뱃속에 들어간 거 뱉어냅니까? 윗선에 뭐 말이라도 나왔어요?”

“새꺄, 너 걱정 돼서 하는 소리잖아. 너무 위험한 상대를 골랐어!”

“지금 아니면 그 새끼 잡아넣을 기회가 없으니까요! 늙은 놈 치워졌고, 새파랗게 젊은 놈이 차기 보스가 되면 얼마나 날뛰겠습니까? 혈기가 사방으로 뻗칠 텐데 초장에 잡아둬야 좀 조용해질 거라고요. 그 새끼들 지금 경찰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 지 아시잖아요.”

“알지. 잘 알지. 너보다 내가 훨씬 아는 거 많다. 너는 그 새끼들을 몰라.”

“그냥 싹 다 잡아 넣으면 되는 건데 뭐 얼마나 알아야 합니까? 어차피 조사하면 뭐든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놈들은 그냥 잡아서 넣으면 끝나는 게 아니야. 보복을 할 거라고. 너 인마 대단한 정의감으로 하는 일 아니잖아. 너 안위를 위해서 공 세우려고 시작한 거 아니야?”

한때는 누구보다 가까이 지냈던 선배이기에 차마 아니라고 발뺌을 할 수는 없었다.

서로 다른 노선을 타게 되면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그래도 선배라고 옛정으로 이런 말도 해주는구나 싶었다.

“그렇긴 하죠.”

“그러니까 상대를 잘못 고른 거야. 그 새끼들은 당한 만큼 보복을 해. 잡아 쳐 넣는다고 해도 몇 년 살고 나올 거고, 넌 그 새끼들한테 칼찌당해서 병원 신세 진다니까?”

“혹시 뭐 받아먹으신 거 있습니까?”

“없어 새꺄! 너 걱정 돼서 하는 소리야! 우리라고 그 새끼들 안 잡고 싶어서 놔둔 줄 아냐? 칼빵 맞으면 경찰이고 조폭이고 황천길 가는 건 똑같아! 네가 대단한 신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위험한 길을 가려고 하냐? 응?”

“…….”

설득이 되려는 것인지 권명주가 말이 없다.

“이거 마시고 잘 생각해봐. 이런 거 먹으려면 일단 살아는 있어야 할 거 아냐. 그리고 나 정말 받아먹은 거 없다. 오로지 후배가 걱정 돼서 하는 말이야.”

“알겠습니다. 진심, 느꼈습니다. 감사해요. 선배.”

“그래, 인마. 네가 그래도 후배 중에 제일 똘똘하고 일을 잘 해서 내가 너 많이 좋아했었어. 걔들 영업장 건드는 건 얼마든지 해도 돼. 뭐라 안 할 테니까 거기서 끝내. 더 깊게 들어가지 말고. 알았지?”

“흐흐. 생각해보겠습니다.”

“생각해보기는. 시팔. 더럽게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나은 법이다.”

그렇게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 술자리가 끝나고.

그녀는 편의점에 들려 소주를 구매해 집에 들어왔다.

“시펄.”

씻지도 않고 주방 식탁에 앉아서 투명한 소주잔에 소주를 부어 꿀꺽 마셨다.

인생처럼 쓰디 쓴 소주의 맛이 달다고 느껴지는 건 뭘까 싶다.

“저도 좋은 거 먹고 살라고 하는 겁니다. 선배.”

지금 그녀가 뭔 짓을 한들 더 위로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났었다.

선배는 줄을 잘 타서 쭉쭉 위로 올라갈 수 있지만, 자신이 잡은 끈은 위태롭기 그지없었다.

그 끈의 수명이 다 하기 전, 뭐라도 해놔야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것이다.

‘최관을 잡아넣는다는 엄청난 공로 같은 거 말이야.’

그런 게 아니고서야 누구도 그녀를 위로 이끌어 주지 않을 것이다.

선배가 뒷돈을 받아먹어서 한 소리이든, 아니면 정말 진심에서 울어 나오는 걱정이었든 상관없었다.

그녀는 한 번 각오한 일을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허무하게 끝낼 생각이 없었다.

“일단 최악으로 시나리오를 짜보자면, 우리 소속 형사들 움직여서 나에 대해 사전 조사를 했고, 수사 내용도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는 상태에다가 선배를 움직여서 그만하라고 회유까지 했다 이거지.”

그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곧바로 그쪽도 선을 넘어 움직일 거라는 걸 경고하고 있는 거였다.

찌릿찌릿-

그녀의 촉이 맹렬하게 경고를 해오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을 명백한 위협이다.

제대로 위협을 가하기 전, 그녀에게 베풀어주는 마지막 자비.

“시펄, 존나게 무섭구만.”

과연 전국구를 장악한 조직의 후계자인가?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정도로 물러날 생각이었으면 시작도 안 했다고.”

이대로 현실에 안주하는 인생을 살 바에야 화려하게 불 태웠다가 죽는 게 낫다.

그녀는 그들이 베푼 자비를 기꺼이 짓밟아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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