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32 - #91. 최관 (7)
[형부님 : 뉴스에서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리던데 괜찮은 거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지가 않았다.
그와 연락을 주고받을 만큼 여력이 나지도 않았다.
현재 조직은 경찰들의 수작질에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경찰들이 움직였다는 걸 알게 됐을 때는 여유로웠다.
이미 그들이 어떤 수작을 부릴지 내부자로부터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유롭게 이번 일을 계획한 경찰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게 함정이었을 줄은…. 완벽하게 당했어.’
경찰에서 흘러 들어온 정보가 거짓으로 꾸며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100% 그녀의 잘못이었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최악의 상황은 모두 그녀의 부족함 탓이었다.
완벽하게 대응했다고 마음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치명적인 부분을 공격당했으니 말이다.
‘업장은 전부 올 스톱 됐고, 조직원들이 잡혀 들어가서 인력부재가 심각해.’
이 미친놈이 단순히 영업장을 건드린 것뿐만 아니라 너희들 싹 다 조져버리겠다는 듯 조직원들을 줄줄이 체포해버렸다.
문제는 그렇게 들어간 조직원들 중에는 말단도 있으나 꽤 중요한 일을 해주고 있는 중간 간부들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조직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인력을 모조리 잡아갔으니 제대로 일이 돌아갈 리가 없었다.
‘이렇게 막 나갈 줄은 몰랐는데.’
조직원들을 체포한다는 건 정말 전면전을 하자는 거였다.
경찰들만 제 식구 챙기는가?
조폭들도 제 식구들 끔찍하게 챙긴다.
최관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반격을 시작했다.
조폭들에겐 그들만의 룰이 있고, 당한 것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앞뒤 상황을 가리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 새끼가….”
반병신으로 만들어놓으려고 하니 미꾸라지처럼 도망 다닌다.
형사라는 새끼가 지 몸은 어찌나 위하는지.
그 흔한 편의점 한 번을 가질 않더라.
그를 유일하게 노릴 수 있는 건 출퇴근 시간인데….
“이젠 퇴근도 안 합니다. 24시간 경찰서에서 생활하는 것 같습니다.”
“붙잡혀간 우리 조직원들은?”
“변호사 의뢰했으니 곧 나올 수 있을 겁니다. 변호사 얘기 들어보니까 우리 애들을 형사가 붙잡고 있을 수 있는 기간이 있답니다.”
“그래.”
“일단 다른 애들 입단속에 신경 써보겠습니다. 그놈들이 노리는 건 애들이 아닐 테니까요.”
“…….”
경찰들이 노리고 있는 건 그녀다.
아랫놈들을 잡아넣은 것은 그녀를 붙잡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뉴스에서는 보란 듯이 그녀의 조직원을 붙잡았다는 것을 떠들어대고 있었다.
대단한 자랑 거리라는 듯이 말이다.
‘열 받아.’
자신이 노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형사가 철저하게 몸을 사리면서 점차 그녀의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잡기만 하면 어떤 죄든 갖다 붙이기만 해도 된다는 식으로 밀어붙였다.
그렇게 산하의 조직원들이 모였다하면 경찰서에 우르르 붙잡혀 가기 시작했다.
뉴스에서 조폭들이 대거 붙잡혔다고 하니 그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마냥 잘했다면서 경찰들을 칭찬하기 바빴다.
쿵!
조폭들이 일반 시민들에게 동정심을 살 위치에 있는 게 아니긴 하지만, 아무 죄 없이 잡혀들어간 애들도 있는지라 열이 안 받을 수가 없었다.
열 받는 건 그렇게 잡아간 애들한테 딱히 미련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붙잡아 둘 수 있는 기간이 지나면 순순히 풀어줬다.
그래놓고 계속해서 조직원들을 잡아간다.
‘날 조롱하는 거나 다름없어.’
이건 명백히 그들을 흔들기 위한 수작질이었다.
보란 듯이 여론을 움직여서 안팎으로 정신을 못 차리게 하는 거다.
실제로 조직원들은 이대로 계속 당하기만 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너희들 잡혀가기 싫지? 그럼 윗놈 불러와. 그럼 안 잡아갈게.’ 가 그들이 제안하는 당근이었다.
거기다가 우리가 윗선을 공략할 거라는 걸 알았는지 여론을 움직여서 보란 듯이 사람들에게 알렸다.
요즘 윗선들도 여론의 움직임은 경계하는 편이었기에 웬만한 것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회유되지 않을 것이다.
까드득-
‘어떻게 해야 하지?’
머릿속이 복잡해지는데 형부로부터 문자가 계속 오고 있었다.
그의 문자를 언제까지 무시할 순 없었다.
[형부님 : 연락하기 어려운 상황인 거니?]
“…….”
누군가로부터 걱정을 받는다는 것.
참 어색하고 낯선 일이다.
하지만 그의 메시지를 닫고 넘길 수가 없었다.
한참동안이나 그가 적은 메시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고, 이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건가 하는 무력감에 시달렸다.
역시 나는 보스의 뒤를 이을 감이 못 된다 하는 자책도 들었다.
‘연주 언니가 보스가 됐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겠지.’
그녀가 경찰들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지켜봐주고 있던 선배님들도 슬슬 지금 상황이 걱정되기 시작했는지 그녀에게 은근한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해결해내겠다고 재차 확인을 시켜주고서야 돌아가셨다.
‘계속 두고 볼 순 없어.’
조직원들을 계속 붙잡아서 전방위적으로 쑤시고 있으니 어쩌면 소 뒷걸음 치다 쥐잡은 격으로 무언가 치명적인 정보를 얻어갈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최대한 빨리 대응 방법을 정해야 한다.
그녀가 선택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아예 침묵하고 쥐 죽은 듯이 숨어서 경찰들이 지쳐 떨어져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
혹은 그녀가 알고 지내는 정치인들을 움직여서 경찰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
‘지금 조직원들 상태를 봤을 때 숨으라고 하면 사기가 꺾일 거다.’
그렇게 꺾인 사기는 결국 자신에 대한 충성심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경찰들이 가장 바라마지 않은 상황이 되겠지.
‘결국 방법은 후자밖에 없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수밖에는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었다.
가장 쉬우면서도 그녀의 자존심을 박살나게 만드는 방법이었기에 선뜻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더 일이 커지기 전에 수습해야 돼.’
한참 고민을 하던 그녀가 결정을 내리려 던 순간.
형부로부터 전화가 왔다.
메시지를 확인한 것을 보고 연락을 한 것 같았다.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었기에 그녀는 통화를 연결시켰다.
“형부.”
-왜 이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어?
“죄송합니다.”
-뉴스에 난 거 처제 일 맞지?
“…예.”
-역시 그랬구나. 연주 언니도 걱정하고 있더라.
“면목 없습니다.”
-그런 소린 하지 마. 그런 거 듣겠다고 전화한 게 아니라는 거 알잖아.
속 터진다는 반응인지라 그녀는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비록 쓴 미소였다 해도 말이다.
-답이 없을 때는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어.
“형부께서 도와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응.
“하하,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누군가로부터 선뜻 도와주겠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
“아닙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웃지만 말고, 한 번 믿어봐 주면 안 되나?
믿어달라고?
이건 믿음과는 다른 문제였다.
“믿지 못해서 거절하는 게 아닙니다. 정말 괜찮아서 그런 겁니다. 그래도 큰 위로가 됐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대로 그냥 포기하고 쉬운 길을 가려고 했다.
어차피 그들과의 관계는 연주 언니로부터 우연히 얻어낸 것.
쉽게 얻은 만큼 이런 식으로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정말 나쁘지 않나? 이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남에게 의지하는 게?’
이대로 정치인들에게 의지하게 된다면, 보스가 자신을 후계자로 삼아준 것이 잘못 된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그동안 보스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시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보스가 흔들리면 조직이 흔들린다. 보스는 줏대가 있어야 해. 한 번 밀고 가겠다고 생각했으면 주변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 아랑곳하지 말아야 한다. 내 목에 칼이 겨눠진다고 해도 들이 박을 수 있는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두려워하지 말고, 아이들을 믿어라. 네가 어떤 무모한 결정을 내린다 해도 그들은 네 편에서 목숨을 다 해 싸워줄 거다.’
보스는 싸우라고 하셨다.
결심한 것이 현실에 막혀 막막해진다 해도, 우직하게 밀고 가야 할 때 망설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조폭이라고 하면 양아치일 뿐이라고 업신여기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지. 조폭은 일반인들에게 두려움이 되었고, 공권력을 가진 놈들에겐 건드리기 꺼려지는 폭탄이 됐어.’
보스께서 이뤄왔던 것을 자신이 망칠 수는 없었다.
남들은 조폭을 업신여길 수 있어도 본인 스스로마저도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해선 안 됐다.
‘네게 무슨 말을 해줄까 고민하다가 이 정도 말이면 괜찮을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당부하는 거다. 너라면 굳이 이런 말을 안 해도 잘 해낼 테지만 말이다.’
보스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조언들이 환청처럼 귓가에 울렸다.
그녀는 뒤늦게 조직을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보스에게 들었던 조언들에 귀 기울이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이대로 꼬리를 말았다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온 보스에게 어찌 얼굴을 들 수 있겠는가?
정치인들에게 부탁을 한다고?
‘언제부터 내가 다른 이에게 조직의 안위를 맡겼지?’
조직의 안위를 지키는 사람은 자신이어야만 한다.
동생들을 실망시키지 말자.
“덕분에 생각 정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형부. 바빠서 이만 끊어야 할 것 같은데 양해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얼마든지.
“다음에는 좀 더 밝은 모습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응.
형부와 전화를 끊은 그녀는 곧장 움직일 수 있는 애들을 싹 다 모았다.
그리고 그녀의 명령은 한껏 긴장한 채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흔들리고 있던 이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던 조폭들의 반항이 시작 된 것이다.
♧ ♧ ♧
“시발, 야! 너 이거 어쩔 거야.”
“지금까지 잘 되고 있을 땐 칭찬해주셨잖아요. 거의 다 됐는데 이 정도에 흔들리시는 겁니까?”
“얘네들 지금 미쳐 날뛰고 있는데 이거 어쩔 건데?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그냥 싹 다 잡아 넣으면 되는 거잖습니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요. 다를 거 없는 상황인데 왜 그러십니까?”
조폭들이 일반 시민에게 일방적으로 시비를 걸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치 어서 자신을 잡아넣으라는 듯이 말이다.
문제는 그들의 숫자가 한 둘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거기다가 경찰들이 의도해서 조폭들을 집어넣는 것과 조폭들이 난동을 부려서 집어넣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얘네들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온 거야. 얘네들 터져서 일반 시민들한테 직접적인 피해가 생기면 어떡할래? 너 그거 싹 다 너한테 책임지라고 할 거라고.”
“최관만 잡으면 끝납니다. 결과가 중요한 거잖습니까?”
“잡을 수 있기는 하고? 네가 잡아 온 것들한테 제대로 알아낸 거 하나도 없잖아.”
“아닙니다. 지금은 마땅히 효과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분명 그쪽이 큰 피해를 입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고요.”
“아아! 나는 모르겠으니까 이거 최대한 빨리 수습해. 네가 시작한 일이니까! 시민들이 피해 입기 전에 무조건 해결하라고!”
일이 조금만 잘못 되어도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겠다는 경고를 하고 상사가 나가버렸다.
“하아~”
뭐가 중요한지 한치 앞도 못 보고 현재만 바라보는 어리석은 상사의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마냥 당하기만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언젠가는 비슷한 일이 벌어질 거라 예상하기는 했다.
결과가 좋으면 언제 이런 짓을 했냐는 듯 태연하게 다가와 한발을 걸치려고 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상사의 협박과도 같은 경고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앞으로 할 일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예상치 못한 반격으로 그녀의 입지가 곤란하게 된 건 사실이지만, 사실 큰 타격을 입은 건 아니었다.
언제까지 조직원을 잡아들이기만 할 순 없었으니 슬슬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려 했던 것이다.
“크, 큰일 났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계획한 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