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46화 (641/849)

Chapter 646 - #92. 아현 (9)

[에어플레인 진해솔, 새 여자 생겼나? 프러포즈 영상 화제.]

(사진)

에어플레인 진해솔이 미모의 여성에게 프러포즈 곡을 가게에서 불러 화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애정 어리게 바라보며 주변의 축하 박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프러포즈 이후 둘은 밤늦은 시간까지 데이트를 즐겼다.

새로운 여자는 아무래도 일반인이다 보니 사진에 얼굴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이력을 갖고 있는지 전부 기사에 나왔기 때문에 지인들은 몰라볼 수가 없었다.

이아현이 진해솔의 여자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바닥을 보여주며 망하게 될 거라 험담을 하던 그들의 입이 꾹 다물려졌다.

작곡가로의 성공?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진해솔의 여자친구라는 수식어 앞에 그녀 외의 모두가 평등해지고 있었다.

“얘가 어떻게 진해솔이랑 만나…?”

“말도 안 돼! 기사가 잘못 난 거 아니야?”

“우리가 오해하는 걸 수도 있어. 허니 엔터 출신 연습생이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어진 추가 기사가 터지면서 이아현의 얼굴이 기사에 확실하게 실렸다.

프러포즈 하는 진해솔과 그 앞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아현의 얼굴은 더 이상 아니라고 부정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

“…….”

“…진짜 이아현이네.”

여태까지 완벽하게 비밀로 하고 있던 관계가 괜히 기자에게 걸린 것이 아니었다.

이후에는 진해솔의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해주길 바란다는 기사가 터졌다.

얼굴이 밝혀지니 이아현이 아닐 거라 생각하던 사람들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유명 작곡가가 되는 것보다 더 부러운 게 잘난 남자를 만나는 거다.

그런데 하필 남자를 만나도 모두가 입을 닫을 수밖에 없는 사람을 만났다.

거기다가 이아현은 능력까지 있으니 이젠 정말 질투와 시기심을 보일 급도 아니게 되어 버린 것이다.

“나, 나 오늘 따라 좀 피곤해서. 컨디션이 별로라 먼저 일어나볼게.”

“어? 어어. 그, 그래. 나도 솔직히 컨디션이 안 좋긴 했어. 그날이라서.”

“그럼 우리 이만 헤어질까?”

“그래, 그러자. 다음에 또 연락해서 약속 잡지 뭐.”

“맞아맞아. 오늘만 날인가. 호호.”

이 자리에서 이아현 흉을 봐봤자 무얼하겠나.

이아현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모두가 패배감을 느끼며 그날 만남의 자리가 끝났다.

그리고 이후로 단톡에서 새 메시지가 올라오는 일이 점점 드문드문해졌다.

뒤늦게 이아현을 흉보는 게 얼마나 덧없고 추잡한 일이었는지 깨달아버린 것이다.

몰랐을 때는 괜찮을 수 있어도 자신이 저지른 죄를 자각하고 나서는 같은 죄를 저지를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들은 당사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 대신 철저하게 외면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아현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외면하는 것 말이다.

♧ ♧ ♧

-와아아아!!!

-멋지다!

-세상에, 꿈만 같아. 이런 프러포즈를 받다니!

-누가 보면 당신이 받은 줄 알겠어.

-그래도 보기 좋잖아. 내가 저 여자라면 당장 키스를 갈겼을 거야.

꿈? 현실?

뭐가 됐든 상관없을 것 같았다.

아니, 꿈이라면 깨어나서 많이 슬플 것 같다.

그만큼 지금 이 순간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니 말이다.

주변에서 환호를 해주고 있었지만, 귀가 먹먹했다.

그녀는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사람 환장하게 만들 만큼 잘 생긴 남자를 빤히 바라봤다.

“안 받아줄 거야?”

그는 그녀를 향해 반지 케이스를 내밀고 있었다.

저걸 내밀기 전에는 귀를 녹여버릴 듯이 아름다운 노래를 오로지 나 하나만을 위해 불러줬다.

“미쳤어. 네가…네가 이걸 하면 어떡해? 내가 하려고 했단 말이야.”

똑부러지게 말을 해야 하는데 울컥 울음이 터졌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꾸만 피식피식 웃음도 나왔다.

얼굴을 무언가로 가리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도망쳐야 할 것 같았다.

“그럴 줄 알고 내가 먼저 선수친 거야. 프러포즈, 내가 하고 싶었거든.”

“이러는게…어디써어…히잉.”

괜스레 투정이 나온다.

좋으면서.

“방금 내가 부른 곡, 뭔지 기억 나?”

“응…어떻게 모르겠어. 내가 너한테 준 곡이잖아.”

“살짝 편곡해서 가사를 붙였어. 너한테 프러포즈 하려고. 내가 곡을 만드는 것보다 이걸 더 감동 받아 할 것 같았거든.”

맞다.

해솔이가 자신을 위해 직접 곡을 만들어주는 것은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자신의 곡을 그가 불러주는 거다.

그러니까 이건, 그야말로 그녀의 취향을 저격시킨 완벽한 프러포즈인 것이다.

그녀가 유학하고 있는 곳으로 뜬금없이 처 들어 온 남자 친구.

“오늘 뭔가 이상하다 싶었어. 네가 그걸 거절하고 갔을 때부터 말이 안 되는 거였는데.”

그와 데이트를 하러 나올 때까지만 해도 오늘 벌어질 커다란 이벤트를 조금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려 13년 만에 속편이 개봉한 영화를 보러갔고, 늘 그랬듯이 두 사람은 끈적끈적한 분위기가 조성이 됐었다.

원래 밥을 먹으러 가야 했지만, 이렇게 한 번 불이 붙으면 거하게 뒹굴어서 식기 전까지는 배가 안 고프곤 해서 바로 집으로 돌아가려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해솔이가 깔끔하게 키스를 그만뒀다.

그녀가 성욕에 헐떡이고 있는 만큼 해솔이도 꼿꼿하게 세운 똘똘이가 자기주장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멈춰서 밥 먹으러 가자고 했던 것부터 이상했었지.’

얘가 야한 걸 마다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아는지라 정말 이상했었다.

하지만 정말 맛있는 집을 예약해뒀다고 해서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깊게 고민하기엔 현재가 무척 즐거웠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맛있는 걸 먹는 건 아현이 제일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나 아직도 손 내밀고 있는데.”

“헉! 싫을 리가 없잖아. 무조건 좋아. 완전 좋다고!”

정신을 차린 그녀가 해솔이의 손에 들린 반지 케이스를 냉큼 빼앗아 들었다.

와아아!!!

키스! 키스! 키스! 키스!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반지 케이스를 받자 프러포즈가 성공했음을 눈치채고 또 다시 환호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키스 요청!

“으아아! 안 돼요오.”

아현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모국어로 말하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빨개진 얼굴을 식히느라 손부채로 열심히 얼굴을 식혀야 했는데, 주변에서는 여전히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부추기고 있었다.

키스! 키스! 키스! 키스!

여자가 용기가 없구만!

미남을 차지했으면 용기를 보여줘야지!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진한 부러움과 기쁨이 가득했기에 아현도 더 이상 부끄럽다는 이유로 뺄 수가 없어졌다.

그리고 그때, 망설이고 있는 그녀의 앞에 바짝 남자친구가 다가왔다.

오오오오!!

남자가 대단하네!

저 친구, 패기 마음에 든다.

젠장. 부러우면 지는 건데 완전 져버렸군!

“아우우.”

얘가 뭘 하려고 이러는 건지 대번에 눈치 챈 그녀가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사진 찍는 사람도 있는데….”

지금은 주변 사람들이 해솔이의 정체를 모르는 듯했지만, 결국에는 스캔들이 터질 거다.

해솔이가 작정을 했는지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들 저렇게 바라는데 안 해주는 것도 좀 그렇잖아. 내 프러포즈 성공하라면서 응원 많이 해주고 계시는데 말이야.”

아는 사이도 아닐 텐데 저렇게까지 열렬하게 응원해줄 필요는 없지 않나 싶지만.

해솔이가 좋아 하니 그러려니 할 생각이었다.

한참 고민하던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해솔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입술로 돌진했다.

-우오오오!!!!!!!!

-키야~~!

-젊구만. 젊음이여~!

-오오! 이 아름다운 커플에게 축복을!

주변 사람들에게 환호 받으며 하는 키스는 짜릿했다.

살면서 이렇게 멋진 날이 다시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짜릿한 순간이었다.

키스를 끝낸 두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계속 가게에 있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슬슬 해솔이의 정체를 알게 된 사람이 나오고 있기도 했다.

때문에 그녀는 해솔이와 손을 꼭 잡은 채로 가게 밖으로 서둘러 나왔다.

차에 올라타서 앉으니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휴우….”

“많이 부끄러웠어?”

“부끄러운 것도 부끄러운 거지만, 사람들이 널 알아볼까봐 걱정 많이 했어.”

“숨길 생각이었으면 진작 안경을 썼지.”

“정말 사람들한테 알리려고?”

“너도 괜찮다고 했잖아.”

“그래도 이렇게 빨리 알려질 줄은 몰랐지…. 거기다가 네가 프러포즈를 하는 바람에 더 난리 날 거잖아.”

“내 여자가 되려면 이 정도는 견뎌야 돼. 흐흐. 미남을 차지하려면 이 정도 용기는 보여주라고.”

해솔이의 익살스러운 장난에 피식 웃음이 터졌다.

“이거 되게 비싸 보이는데.”

“가격보다는 디자인을 신경 많이 썼어. 어때?”

“마음에 들어.”

반짝반짝 누가 봐도 비싼 값을 줬을 게 분명한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세련 된 디자인은 이런 걸 잘 모르는 그녀가 봐도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근데 나 이 반지를 껴야 돼, 이 반지를 껴야 돼?”

“평소에는 그거 끼고, 이건 결혼식 날 껴.”

해솔이가 준 반지가 이번이 처음인 건 아니다.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어서 평소에 꼭 끼고 있으라는 반지가 있어서 그걸 여태까지 커플링으로 껴왔다.

“응응. 그리고 나 네가 부른 그 노래….”

“응응. 네가 달라고 할 것 같아서 주려고 녹음해서 음원으로 갖고 왔어. 짠.”

USB를 그녀의 손에 올려준다.

어쩜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센스 있게 내 마음을 알아주는 건지!

그녀는 남자 하나는 정말 잘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새삼 진해솔에 대한 사랑이 뭉실뭉실 피어올랐다.

뭐라고 해야 할까.

사랑이 주체가 되지 않아서 벅차 오른 감정이 밀려온다고 할까?

“…너는 나를 어떻게 이렇게 잘 알아? 말한 것도 아닌데, 너는 내가 뭘 바라는지 다 알잖아. 프러포즈 하는 것도 그렇고, 이 USB도 그렇고. 내가 바라는 걸 미리 알아서 척척 해주니까 미칠 것 같아.”

“우리가 몇 년을 만났는데 그 정도를 모를까. 당연한 거야. 너도 나에 대해서 많이 알잖아.”

알기야 하지만, 이렇게 세심하게 챙겨서 이벤트를 해줄 만큼의 스타일은 아니었다.

“너 때문에 내 심장이 남아나질 않는 것 같아.”

“하핫.”

해솔이가 웃는다.

지 웃음이 여자한테 얼마나 치명적인지 모르니까 저렇게 해맑게 웃을 수 있는 거다.

저 남자가 아니면 누가 자신을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행복하게 해줄까?

그에게 프러포즈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조차도 이 정도로 확신을 가졌던 적이 없다.

하지만 자신을 본인보다 더 잘 알고 배려해주는 그의 모습을 보니,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네 여자가 돼서 네 아이를 낳고 살고 싶어. 평생 네 곁에서 말이야.”

울먹이면서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감정이 북 받쳐서 참을 수가 없었다.

훌쩍이는 꼴사나운 모습으로 이런 말을 해야 한다니!

하나도 로맨틱하지 않았고, 나중에 이때를 떠올리면서 이불을 발로 찰 게 분명했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을 꼭 해야 할 것 같았다.

다행히 해솔이는 그녀의 엉망진창의 모습을 보면서도 귀엽다는 듯 미소를 지어주고 있었다.

“응. 그러자.”

그리고 다정하게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훔쳐 준다.

그녀는 욕망을 한가득 담아 해솔이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그의 손에 입술을 묻고 말했다.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오늘 밤에 날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렇게 예쁘게 굴까.”

“변태야. 지금은 그런 소리 하지 말고오.”

“그래그래, 사랑해.”

“흐이잉…!”

이번에도 역시나 그녀가 바라는 말이 뭔지 정확하게 알고서 말을 해준다.

아현은 다시 한 번 쏟아지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해달라는 말 해줬는데 왜 우는 거야.”

“몰라아…흐어어엉…!”

너 땜에 못 살겠어.

네가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한다.

“흑…호텔 가자…훌쩍!”

“푸훗.”

웃는 해솔이의 목소리가 심장을 간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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