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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47화 (642/849)

Chapter 647 - #93. 민영 (1)

“민영씨, 태우 건설 조태혁 이사님이 식사 초대를 했어. 같이 간단하게 저녁을 먹자는 건데, 어때? 태우 건설이 지은 아파트 CF, 잘만 하면 민영씨한테 들어올 수도 있어.”

“식사는 당연히 저녁일 거고, 장소는 호텔인가요?”

“흠흠, 뭐 어린아이 아니잖아. 서로 알 거 다 알지 않나?”

“됐어요. 그 사람도 참 이상하네요.”

남자가 돼서 여자를 스폰하겠다고 나서는 놈은 흔치 않다.

“싫다고만 하지 말고 응? 무명 생활 오래해서 이런 기회 흔치 않다는 거 잘 알잖아. 연기력? 외모? 이 바닥에서 오래 못 살아남아. 뒤를 받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민영은 오랜 세월 무명 배우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났고, 못 생겼던 얼굴을 고침과 동시에 드디어 연기력을 인정 받아 여배우가 될 수 있었다.

본판이 워낙 별로다 보니 성형을 해도 답이 없는 수준이었다.

먹고 살 돈이 없는데 성형을 하는 것도 언감생심이었고.

스폰?

얼굴이 못났을 땐 그런 것도 안 들어왔다.

진해솔.

그만이 유일하게 못 생겼던 그녀의 본래 얼굴을 보고도 관심을 가져준 사람이다.

그래서 해솔이가 특별한 거다.

아무도 그녀를 소중히 대하지 않았을 때.

가장 가치가 없을 때 그녀를 바라봐준 사람.

그뿐인가?

그녀의 인생을 바꿔 줄 특별한 선물까지 줬다.

오랜 세월 연기를 아무리 배워도 아무도 그녀의 연기를 봐주지 않았는데, 해솔이가 그녀의 외모를 바꿔준 것이다.

바꿔준 외모는 본인의 이상형이라고 했다.

해솔이의 이상형이 됐다는 얼굴이기에 더욱 특별했고, 바뀐 자신의 얼굴이 소중했다.

그리고 이 얼굴로 연기력을 인정받아 신예 여배우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을 때도 모든 게 그녀의 능력이기보단 해솔이에게 은혜를 입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렇게 얻은 몸을 인기를 부여잡겠다고 다른 놈에게 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네요. 고작 이 정도밖에 서포터 못 해주겠으면 할 수 있을 정도만 해요. 이런 식으로 저한테 해야 할 일을 미루시면 안 되죠.”

“어?”

“당당하게 스폰 연결 해주고, 그걸 안 하는 내가 병신이다? 참 기적의 논리를 하시네요.”

얼굴이 바뀐 후로 그녀를 노리는 남자가 생겼다.

예전 얼굴을 하고 있을 때는 그토록 바라던 관심을, 이젠 굳이 바라지 않아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기쁘다거나 그들의 관심에 응하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바뀐 태도가 역겨웠다.

“앞으로도 본인의 능력 부족을 저한테 떠넘기는 식의 행동을 하면 법적 싸움을 하셔야 할 거에요.”

“그러니까 네가 그 얼굴로 무명 생활을 한 거야! 여자가 호탕할 줄 알아야지!”

그녀가 오랫동안 무명 생활을 한 건 못 생긴 얼굴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의 바뀐 얼굴로 기억을 하고 있었고, 그로인해 오랜 무명 생활을 한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저 정도 얼굴이면 무명일 수가 없을 텐데…하면서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웃음을 짓는 것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너 뒤로 남자를 숨겨두고 있어서 그렇게 비싸게 굴었던 거야? 으하하! 진작 말을 하지 그랬어. 그랬으면 어? 그런 식으로 별 거 아닌 남자를 연결해주려고 안 했겠지!”

해솔이의 여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소속사는 얼마 남지 않은 계약기간을 의식했던 건지 아니면 해솔이의 위치를 고려했던 것인지 슬그머니 화해 요청을 해왔다.

직접적으로 사과를 하는 게 아니라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식으로 말이다.

“팀장님의 무능함 그동안 뼈저리게 잘 느꼈어요. 그러니 서로 더 이상 얼굴 붉히지 말고 깔끔하게 헤어지시죠.”

스캔들이 났을 때도 그렇고, 그동안 활동을 하면서 소속사가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됐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정확히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게 맞다.

문제는 차라리 계속 관심이 없었으면 모르겠는데 회사를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오면 기꺼이 그녀를 희생시키려 한다는 점이었다.

“야. 이런 식으로 행동 하면서 얼굴 붉히지 않고 헤어질 수 있을 줄 알아?! 너 여기 나가잖아? 활동 못해. 내가 그렇게 만들 거거든. 너 망할 때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거야. 우리가 그 정도 힘은 있다고!”

“네, 그러실 줄 알고 그동안 꽤 열심히 증거를 모아뒀어요. 이것들을 보시면 아마 생각이 달라지실 걸요?”

그녀가 소속사에 그동안 모아두었던 증거들을 꺼내놓았다.

“!!!”

스폰 제안을 했던 녹음본, 정산에서 의심스러운 부분들, 의도적으로 그녀의 재능을 깎아내리고 폭언을 했던 녹음본 등등.

이게 터지면 빼도 박도 못할 게 분명한 증거들이었다.

“절 건드리지만 않으시면 돼요. 나중에 뒤에서 더럽게 구시면 전 바로 이 증거들 터트릴 거에요. 근데 절 안 건드리면 저는 깔끔하게 이 모든 것들 묻을 겁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시다 시피 제가 무명 생활을 오래 해서 독한 년이거든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같이 진창으로 빠져줄 수 있어요. 더군다나 해솔이랑 친분이 깊으신 분들이 제 사정을 아시면 많은 도움을 주실 거고요.”

진해솔의 인맥.

솔직히 쓸 생각 1%도 없다.

소속사와 마찰이 있다는 것도 그에게 말한 적 없다.

하지만 진해솔이라는 이름값에 팀장은 겁을 먹었고, 결국 그녀를 순순히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현재 소속사와 헤어지고 새로운 소속사로 옮겼다.

전 소속사와 계약을 했을 때 했던 실수를 또 다시 할 수는 없으니 다음 소속사는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했다.

해솔이의 여자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고, 소속사를 바꾸면서 제대로 푸쉬를 받아서 예전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부족해…부족하다고….”

까득, 까드득-

본인 스스로도 만족할 수밖에 없는 삶.

마냥 행복하게만 보이는 그녀의 삶은 남들의 생각만큼 평화롭지가 않았다.

“누나? 괜찮으세요?”

“쉿-! 조용. 저때 건드리면 안 돼.”

오랫동안 그녀와 일했던 스태프가 능숙하게 신입을 만류했다.

까득, 까드득, 까득, 까득.

이를 가는 게 좋지 못한 습관이라는 걸 알지만 ‘그것’이 부족해지면 스스로를 주체 할 수가 없었다.

해솔이가 필요했다.

그의 숨결, 그의 체액, 그리고 그의 성기에서 나오는 달콤한 ‘그것’!

손이 덜덜 떨리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전화해도 될까?

당장 전화를 해서 자신이 있는 곳에 와달라고 하고 싶었다.

해솔이라면 필요하다고 하는 그녀의 앞에 바로 달려줄 것이다.

초반에는 중독증세를 이기지 못해서 스케줄을 하는 해솔이를 애타게 불렀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예전의 내가 아니야. 더 버틸 수 있어!’

이젠 참는 방법을 배웠다.

어떻게든 참아서 스케줄을 끝내고 해솔이에게 연락을 할 거다.

그렇게 인내하고 나서 바라는 것을 얻었을 때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짜릿한 쾌감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없는 일이었다.

“후욱, 후욱.”

“저 상태로 촬영이 가능한 거에요? 뭔가 위험해 보이는데….”

“괜찮아, 괜찮아. 연기자잖아.”

“도대체 뭐가 부족하다는 거에요? 제가 지금이라도 구하러 다녀오는 게 낫지 않을까요? 상태가 정말 안 좋아 보이시는데. 아니면 병원에서라도 가시는 게….”

“하하하! 신입이 되게 기특하네. 구하러 오겠다는 말도 하고. 이런 신입은 처음이지 않아요?”

“민영이를 무서워하는 경우는 있었죠. 대견하네.”

한민영의 유난스러운 상태는 익히 스탭들에게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

저 모습은 숨기고 싶어도 도저히 숨길 수가 없는 상태였다.

처음에 스탭들은 그녀가 마약을 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불안정한 태도가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보고 싶어서였다는 걸 알게 되고 안도할 수 있었다.

많이 이상한 건 맞지만 상대가 진해솔이지 않은가?

다들 저런 남자를 애인으로 둔다면 이 정도 이상함은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하는 중이었다.

“민영이가 저러는 거 애인 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약하는 앤가 싶어서 기겁했지?”

“네, 네?! 아,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 안 했어요.”

그동안 쌓아왔던 커리어가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는 게 ‘마약’이다 보니 스탭이 태연하게 말하는 것에 신입이 기겁을 했다.

하지만 스태프들은 여유롭게 이어서 말을 해줬다.

“우리는 한 때 그렇게 오해했었어. 얘가 뜬금없이 저러니까 약을 못해서 금단증세에 시달리는 거 아닌가 했거든. 근데 아니더라. 애인이랑 만나고 오면 멀쩡해져.”

“그게 가능한 거에요?”

“실제로 보니까 가능해지더라고.”

아직 뭣 모르는 신입은 불안한 눈동자로 한민영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스태프들의 눈빛에는 불안감이 전혀 없었다.

자신만 한민영의 이상한 행동을 의심하고 있는지라 머쓱해져서 더 이상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도 없었다.

민영은 신입이 걱정했던 게 무색하게 매우 성공적으로 촬영을 마치고 돌아왔다.

카메라가 돌아가기 전까지는 정상인처럼 멀쩡하게 행동했고, 신입은 혹여 그녀가 긴장감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핸드폰내핸드폰내핸드폰내핸드폰내핸드폰.”

대기실에 들어오자마자 핸드폰을 찾아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다시 경악했지만 말이다.

“해솔아! 응, 보고 싶어. 어디야? 뭐해? 누구랑? 지금 시간 돼? 나 스케줄 끝났는데. 응. 사랑해. 보고 싶어. 언제 와? 나 기다리고 있을게. 응응. 촬영 잘 했지. 근데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

애인과 대화를 하는 것인지 서슴없이 애정 어린 말을 해댄다.

전화를 건 상대방은 한민영의 이런 태도가 익숙한지 능숙하게 그녀의 광기를 받아내고 있었다.

한참동안 한민영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눈 그녀는 핸드폰을 끊자마자 벌떡 일어나서는 스탭들에게 말했다.

“갈래.”

“애인이 데리러 온대?”

“응.”

“알았어. 일단 옷 갈아입자.”

한민영의 스태프로 일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기뻐했던 신입은 오늘 하루종일 그녀와 눈조차도 못 마주쳤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역시 연예인의 이미지는 믿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건 다음날 바로 밝혀졌다.

“이쪽은 신입. 어제부터 따라다녔는데 경황이 없어서 못했지?”

“아! 이분이 새로 오신 그분이구나.”

“어…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잘 부탁해요.”

금단증세에 시달리는 약쟁이처럼 행동하던 한민영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신입이 익히 알아오던 멀쩡하다 못해 반짝반짝 빛나는 여배우 한민영이 그곳에 있었다.

어제를 떠올려보면 사람이 바뀌었나 싶을 정도였다.

“예,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신입이 바짝 군기 든 채로 대답했다.

짧게 인사를 나누고, 스태프들이 그녀의 곁에서 말을 걸었다.

“어제 애인 잘 만났어?”

“헤헤, 응.”

“오랜만에 잔뜩 충전하고 왔나보네. 너 얼굴이 반짝거려. 덕분에 오늘 촬영은 잘 되겠다. 표정도 순둥해지고.”

“정말?”

“피부샵에서 관리 받은 날처럼 좋아.”

“다행이네. 오늘 화장품 CF 찍는 날이잖아.”

사람 이미지가 바뀌어도 너무 바뀌었다.

어딘가 살짝 맹한 듯 보이기도 하고.

‘잠에서 덜 깬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이런 사람이 어제랑 똑같은 사람이라고?

신입은 지금이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어제가 꿈을 꾼 것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좀 더 그녀의 곁에서 관찰을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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