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48화 (643/849)

Chapter 648 - #93. 민영 (2)

한민영은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인기가 많은 여배우다.

사실 초반에는 아름다운 외모에 주목을 더 많이 받아서 상대적으로 연기력은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후로 꾸준히 보여주는, 캐릭터를 넘나드는 활약에 주머니 속 송곳니처럼 한민영의 연기력은 주목을 받게 됐다.

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수상으로 이어졌다.

거기다가 라이벌로 진주아가 있어서 유례없는 팬덤 싸움이 일어났다.

원래 배우의 팬들은 아이돌처럼 똘똘 뭉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진주아라는 걸출한 존재의 등장으로 ‘내 배우’에게 상을 주기 위해 팬들이 똘똘 뭉쳤다.

진주아 쪽도 마찬가지였기에 두 사람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수상을 번갈아 했다.

여배우들끼리 이렇게 직접적으로 라이벌이라고 불리면서 대결을 한 건 처음 있는 일인지라 생각보다 과열 되면서 서로 상대 배우를 험담하는 수준까지 왔다.

슬슬 말려야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수위가 됐을 무렵.

-진주아랑 한민영 둘 다 한 남자랑 사귀는 거 실화?

-와~ 팬들 더 뒤집어지겠는데?

-근데 정작 두 사람은 사이좋지 않음?

-엄청 좋음 ㅋㅋ 팬들만 서로 죽으라고 싸움. 둘이서 팔짱 끼고 쇼핑하는 사진도 있음.

-근데 의외로 댓글이 창 안 났네? 난 뒤집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좋아하는 남자가 진해솔이라고 하니까 인정인 거지. 다른 남자였으면 창났지ㅋㅋ

-진해솔이 그렇게 대단한가?

-(사진)

-시팔, ㅇㅈ

-그럼 진주아 배우 애기는 진해솔이 아빠인 거임?

-아빠돌 엌ㅋㅋㅋㅋㅋㅋ

진해솔의 스캔들은 서로를 개처럼 뜯어먹던 두 팬덤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진주아 팬들은 이미 진해솔의 아이를, 무려 ‘아들’을 가진 진주아가 승리했다고 생각했다.

한민영의 팬들도 ‘아들’이라는 점에서 차마 할 말을 잃었는지 기세가 많이 꺾였다.

그렇게 진주아의 승리로 팬덤 싸움이 끝나갈 무렵.

한민영이 출연한 작품이 전국을 들썩일 정도로 대박이 났다.

그 전까지는 A급 여배우로 대우를 받았다면, 이젠 모두가 S급이라고 선뜻 말할 만큼 인정을 받은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한민영은 연기 대상을 받으며, 연기자로서의 능력을 확실하게 인정받게 됐다.

과열 됐던 과거보단 덜하지만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팬덤이 불 타 오르기 충분해진 것이다.

[상대 배우에 대한 인격적 모독을 금지하겠습니다.]

[감정적으로 다투는 건 지양해야 합니다.]

다만 예전에 있었던 과열 된 팬덤 싸움이 제 살 깎아 먹는 식이라는 것을 자각했기에 이후로 서로의 인신을 공격하는 식의 싸움은 지양하기로 했다.

운영진이 직접 자제를 시킨 효과는 컸다.

더 이상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서로를 증오하는 분위기는 사라지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팬덤이 큰 변화를 겪든 말든.

한민영은 오늘도 해솔이의 ‘그것’을 그리워하는 중이었다.

“쟤 슬슬 온 것 같지?”

“응. 한 번 만나고 오라 해야 할 것 같은데?”

“뭐를요?”

“애인 말이야.”

한민영은 애인을 만난 이후 약 3일 동안 가장 쌩쌩하고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한다.

하지만 4일 째가 되면 그때부터 애가 점점 맛이 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스탭들은 최소 3일 아니면 4일에 한 번씩은 민영이 애인과 만나기를 바란다.

신입은 저렇게까지 심각한 컨디션 문제를 앓는다면 애인 쪽에 양해를 구해서 주기적으로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애인이 진해솔이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것도 어려운 모양이야.”

“그래도 애인이잖아요. 일보단 애인 건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게 좀 심각해보여도 건강에 문제가 되는 건 아니거든.”

“우리 해솔이 얘기 하는 거야?”

그때, 오늘로 그를 보지 못한지 4일째가 되는 민영이 정신이 살짝 나가 있다가 되돌아왔는지 스탭들에게 물었다.

“응. 너 애인 언제 만나는지 궁금해서. 컨디션 슬슬 또 안 좋아지잖아.”

“저번에 별로 못했어. 중간에 깜빡 잠들어버려서. 그거 아니었으면 더 버텼을 텐데….”

“아휴! 네 밤 생활은 알고 싶지 않거든?”

“!!”

“아하하! 신입 눈 땡그래진 것 좀 봐.”

“민영이 너는 너무 자기 사생활을 서슴없이 밝혀서 문제야.”

“뭐 어때, 해솔이가 내 애인인 건 다 알려진 사실이잖아.”

“네가 누구랑 사귀는 건지 아는 거랑 네 밤 생활에 대해 아는 거랑은 많이 다르지. 아무리 네가 여자라도 입 조심 할 필요가 있어.”

“알았어. 자제해볼게. 그리고 내일 만나기로 했어.”

“그래그래. 잘 했어.”

마침 내일 스케줄이 없어서 해솔이랑 만나서 하루 종일 놀기로 했다.

그녀가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었던 이유는 만나자마자 그를 호텔로 이끌고 갈 방법을 궁리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스탭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얘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물어보질 못했다.

‘약속 장소를 호텔로 잡아버릴까? 호텔 수영장에서 놀자고 하고서 유혹하고 방으로 올라가면….’

아! 근데 이건 예전에 써먹은 적 있는 방법이었다.

그날 수영복을 입고서 호텔 방으로 끌려갔고, 날이 저물고 다시 뜰 때까지 해솔이에게 박혔었다.

‘하으…좋았지.’

배가 빵빵해져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당시의 짜릿했던 기억을 되새김했다.

그때처럼 해솔이가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을 덮쳐줄 좋은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저번에 써먹었던 방법을 또 쓰면 안 당해줄 것 같았다.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워낙 꼼수를 자주 쓰다보니 뭘 떠올리든 했던 방법만 떠올랐다.

고민하던 그녀의 시야에 아직 낯선 사람 한 명이 문득 들어왔다.

“저기요.”

“예? 저요?”

“네. 신입님.”

“네네! 말씀하세요.”

“그…제가 상담을 좀 해도 될까요?”

“사, 상담이요? 저한테요?”

그녀의 난데없는 부탁에 신입이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그녀는 먹잇감을 노리는 암사자처럼 말했다.

“네. 신입님한테요.”

“어떤…상담이신지…?”

“그냥 물어보는 거에요. 아이디어 같은 거?”

“아아…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말씀해주시면 열심히 생각해보겠습니다.”

헤헤.

민영이 흐뭇하게 순진한 신입을 바라봤다.

그녀의 새로운 아이디어 뱅크가 되어줄 수 있다면 신입은 받은 돈값을 다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스탭들이 있는 곳에서 상담을 할 수는 없었다.

각자 민영에게 한 번쯤 당한 게 있는지라 스탭들이 안다면 하지 말라고 막을 테니 말이다.

“이리와요.”

스케줄을 끝내고 모두가 퇴근했을 때.

그녀가 신입을 몰래 불렀다.

“혼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근데 좋은 방법이 떠오르질 않더라고요.”

“네에….”

“좋은 방법이 생각이 안 나면 얼마든지 말해도 좋아요.”

꿀꺽-

신입이 긴장이 됐는지 침을 소리가 날 정도로 삼켜냈다.

“그러니까, 제가 내일 애인을 만나거든요. 들어서 알고 있죠?”

“네에.”

“근데 제가 성욕이 좀 강해요.”

“!!”

“애인이랑 만나면 바로 섹스를 하고 싶은데,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신입이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가 자신의 귀를 손가락으로 휙휙 후비더니 말했다.

“죄송한데,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애인이랑 만나서 바로 섹스하고 싶은데, 어떻게 꼬셔서 침대로 데려갈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주세요.”

한민영의 당황스러움을 넘어 황당함을 안겨주는 고민 상담에 신입은 말문이 막혔다.

“그게 고민이셨던 거에요?”

“아주 심각한 문제에요. 제 컨디션을 좌지우지 하는 일이니까.”

“음….”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지한 모습에 신입은 긴가 민가 하면서도 그런…가?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민영한테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맞기도 했다.

“확실히 애인분과 만나는 건 컨디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죠.”

“맞아요. 그 사람이랑 섹스를 해야 컨디션이 회복 돼요. 그러니까 이런 상담을 해주는 것도 나를 위한 일이라는 거죠.”

“음…알겠습니다. 진지하게 생각해보겠습니다.”

“웬만한 방법은 이미 제가 다 써먹었어요. 그래서 색다른 방법이 필요해요.”

“색다른 방법이라….”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자를 침대로 데려가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외모로 원탑이라 볼 수 있는 한민영조차도 남자로 고민을 한다는 게 신기했다.

“어때요? 좋은 생각났어요?”

“어…음….”

남자를 침대로 데려가는 방법?

신입이 한민영처럼 예쁜 얼굴이었다면 해봤을 일.

신입 입장에선 상상에서나 해볼 수 있는 일이지만, 한민영 같은 사람이라면 상황이 달라질 거다.

“이런 건 어떠세요?”

머뭇거리던 신입은 자신의 욕망을 슬그머니 꺼내보았다.

♧ ♧ ♧

드디어 해솔이와 만났다.

무려 5일 만에 만나는 얼굴이었기에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서 가슴에 얼굴을 묻고 향기를 듬뿍 마셨다.

“누나, 살 빠졌네.”

“으응~ 신경 예민한 역할이라서 살을 좀 더 빼야 했어.”

해솔이 익숙하게 그녀의 옷 안에 손을 넣어서 허리둘레를 가늠했다.

그녀가 살이 빠지면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이 해솔이었다.

본인은 살이 빠졌다는 걸 알려면 몸무게를 재야하는데 말이다.

“이번에 맡은 게 악역이었지?”

“응. 악역인데 꼭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였어. 해솔이 너는 연기 안 할 거야? 너랑 같은 작품 또 하고 싶다.”

“주아 누나 작품에 들어간 거 때문에 질투 났구나?”

어느새 해솔이의 손은 그녀의 가슴에 닿아 있었다.

유두를 자극하는 그의 손길을 즐기며 점점 아래를 촉촉하게 적셔가던 그녀가 입술로 그의 목을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우물우물-

“으응….”

그의 살을 뜯어 먹고 싶다는 충동이 들 때가 있다.

해솔이의 정액이 맛있으니까 살점과 피도 맛있지 않을까 하는 잔인한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귀여운 강아지를 오면 입에 넣고 와랄라 하고 싶은 감정이 좀 더 격해졌을 때, 그녀가 느끼고 있는 지금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진한 스킨십은 자연스럽게 키스로 이어졌다.

쪽쪽쪽!

좀 더 질척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혀를 집어넣으려는 순간, 해솔이 그녀의 입술에 귀엽게 입술을 세 번 찍었다가 깔끔하게 떼어냈다.

“우웅?”

“더 해줘야 해?”

“히잉.”

“오늘 누나가 집에 오라고 해서 요리 해주려고 재료 사왔는데.”

“네가 해주는 요리…?”

솔깃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인데, 이렇게 되면 그녀가 모처럼 계획했던 게 전부 무용지물 되는 거였다.

“으응…좋아.”

“정말? 누나 표정이 엄청 실망한 느낌인데.”

“아니야. 나 안 실망했어.”

“내 요리 먹으면 실망한 거 싹 사라질 걸?”

천진하게 자신만만해 하는 해솔이를 보며 민영은 차마 속에 있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네 정액만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면 원이 없는데….’

분한 것은 해솔이가 해준 음식이 그녀의 마음에 쏙 들었다는 점이다.

다이어트 때문에 먹는 걸 주의해야 했는데, 그런 것도 잠시 잊고 먹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의 요리는 그만한 위력이 있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부동의 1위인 해솔이의 정액이었는데, 음식에 홀려서 그 위치가 흔들릴 뻔했다.

평소 그녀가 엄청 좋아하던 음식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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