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53화 (648/849)

Chapter 653 - #93. 민영 (7)

“그건 걱정하지 마. 여배우 하나 못 다뤄서야 되겠어?”

“피디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믿을게요.”

“그럼 민영씨는 괜찮다는 거지?”

“네.”

피디가 대기실을 나가고, 스탭끼리 남게 되자 뒤늦게 오~! 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오올! 대단하잖아, 한민영~?”

“언니 축하해!”

“연기 진짜 잘 하긴 했어. 캐릭터랑 찰떡 궁합이었으니까.”

“이거 그거지? 주연 잡아먹는 조연.”

그녀의 스탭들은 민영에게 좋은 일이 일어났음을 알고 축하했다.

민영은 기분 좋음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겸손한 척 말했다.

“아직 설레발 칠 때는 아니지. 작가님이 어떻게 바꿀지가 중요한 거니까.”

민영은 판이 자신에게 매우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남을 위해서 착한 척 굴면서 자신에게 온 기회를 마다하는 어리석은 짓을 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고 말이다.

오랜 무명 생활을 하며 이 바닥에선 착한 게 답이 아니라는 걸 처절하게 잘 알게 된 상태였다.

나에게만 가혹하고, 나에게만 오지 않는 기회.

겨우 아등바등 쟁취한 것을 허무하게 빼앗아 가는 권력.

이제 위치가 달라졌기에 남에게 빼앗기지 않게 됐지만, 이 자리에 오고서도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호수 속 백조처럼 분주하게 다리를 움직여야 했다.

‘멈춰서면 잡아먹히니까. 그럴 바에야 내가 잡아먹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렇기에 그녀는 열심히 올라오고 있는 후배를 잡아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제 주연처럼 촬영도 더 많아지는 거네요?”

“그렇겠지?”

“다이어트 하느라 아무것도 못 먹고 있는데, 더 고생해야겠네.”

“언니는 예쁜 옷 좀 많이 가져와줘.”

“아우! 맞다. 네 분량 늘어나면 의상도 잔뜩 준비해야겠네.”

그녀의 스케줄이 늘어났다는 건 스탭들이 해야 하는 일도 늘어났다는 뜻이 된다.

방심하고 있던 스탭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 ♧ ♧

작가님이 예고했던 시나리오 변경.

그건 그녀가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방향이었다.

그녀를 주연으로 끌어 올리는 방법으로 주인공인 백선주와 한민영을 자주 붙여서 케미를 끌어올리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백선주 입장에서는 기회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두 사람의 케미가 살면서 시청자들이 다소 약하다 생각했던 주인공의 캐릭터도 살아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걸 저 친구가 제대로 연기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백선주가 저 연기를 할 수 있나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우뚱해진다.

그녀의 뒤를 따라오려고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요령이 없는 건지 영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과하게 표정 연기를 해서 보기 거북해질 지경이었다.

“진짜 연기를 좀 살살해줘야 하나?”

그녀가 건방진 후배지만, 드라마의 조화를 위해 배려를 해줄까 했는데.

“이번에 네가 주연으로 올라 온 거 말이야. 거기에 비하인드가 있었더라.”

매니저가 의외의 소문을 듣고 오면서 배려를 하려 했던 마음도 쏙 들어갔다.

“비하인드?”

“백선주 소속사가 작가한테 항의를 넣었대. 작가도 솔직히 주인공한테 너무했다 싶었는지 말을 좀 들어준 거고. 상황을 보면 누가 봐도 널 견제한 거지.”

“그런데 작가님이 내 캐릭터를 버리기 싫으니까 아예 날 주인공이랑 붙여버린 거네.”

“작가님 자존심도 좀 상했을 거야. 아무리 회사를 통해 항의를 했어도 결국 불만이 있는 건 배우 본인일 수밖에 없으니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을 한 그녀는 역시 후배 배우에 대한 배려는 쓸데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괘씸하네. 아무래도 확실히 서열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

분란 일으키지 않고 느긋하게 자기 할 일만 할 생각을 하고 있던 민영의 두 눈에 불이 들어온 순간이었다.

한편, 부쩍 늘어난 분량에 흐뭇한 미소를 짓던 백선주는 딱 한 가지 거슬리는 점이 있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아씨, 왜 자꾸 이 여자랑 만나는 씬이 나오는 거야.”

자신의 씬이 늘어난 것처럼 한민영의 씬도 덩달아 늘었다는 점이다.

거기다가 그 여자가 나오는 씬에는 거의 대부분 자신이 함께 걸쳐 있었다.

그녀도 바보가 아니기에 작가가 대본에 어떤 짓을 했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실장님!! 대본 보셨어요? 이거 대놓고 나 멕이는 거 아니에요?”

“뭔 소리야. 또! 그게 왜 널 멕이는 거야. 분량 잔뜩 늘어났는데. 그리고 내가 보기엔 이게 예전 대본보다 훨씬 좋다. 작가님도 지금 대본이 마음에 들었는지 대본도 잘 나오고 있다더라고. 그러니까 앞으로 네가 할 일은 최선을 다 해 연기하는 거야. 연기력으로 한민영을 짓눌러 버리라고.”

똑똑하지만 가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로운 주인공.

본래라면 남자 주인공을 만나서 그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을 하지만, 변한 시나리오에서 백선주는 남자 주인공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남자 주인공한테 도움을 왜 안 받아요? 그러니까 개고생을 하는 거잖아요!”

남자 주인공의 도움으로 한민영과 싸울 준비를 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고생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뀐 시나리오의 백선주는 정말 짠내나는 개고생을 통해 한민영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이걸 나보고 찍으라는 거잖아요! 얘가 하는 개고생을 고스란히 내가 하는 건데!”

원래 한민영이 맡아 연기하는 캐릭터는 성장하는 백선주와 꾸준히 부딪치면서 성장의 발판이 되어주는 악역이다.

그런데 바뀐 한민영의 역할은 열 받게도 촬영 내내 고아하고 당당한 모습만 보였다.

“얘는 손가락 까딱, 말 몇 마디에 간단하게 해결 되는 일인데…!”

“그래서 싫다는 거야? 네가 바라는 대로 분량 늘려줬잖아. 네가 연기만 잘 하면 그렇게 이기고 싶어 하던 한민영 밀어내고 진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대본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죠오…. 이 씬 좀 봐요. 쓰레기통에 숨는다잖아요! 우웩-”

다만 백선주가 성장하기 전까진 한민영이 대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둔다.

백선주는 한민영을 이기기 위해 짠내 날 정도로 열심히 뛰어 다녀야 한다.

‘고생도 다 내가 하고….’

물론 마지막엔 결국 백선주가 한민영을 이기고 승리하게 된다.

하지만 시나리오와 실제 현실은 전혀 다른 법이지 않은가?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이긴다고 해서 백선주가 이룰 수 있는 건 없었다.

또 다시 투정을 부리려는 그녀에게 실장이 정색을 하며 물었다.

“이제 막 이름 알리기 시작한 연기자가 벌써부터 연기를 가리겠다는 거냐?”

“!!”

“우리가 네 가치보다 더 높게 대우를 하주는 건, 네가 그 정도 급까지 올라 갈 걸 대비해서 하는 투자야. 아직 네가 한민영 급 스타가 된 것도 아닌데, 벌써 그 정도 급이 된 것처럼 행동하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네 진짜 현실을 깨우칠 수 있게 네 가치에 맞는 대우로 바꿔줄까?”

백선주에게 실장님의 말은 심장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받게 된 주연 롤에 흥분해서 과하게 기분을 냈다는 걸 깨달았다.

실장의 말대로 그녀는 아직 주연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 신인에 불과했다.

연기대상을 받은 한민영과 비교할 수준도 못 되는 급인 것이다.

“시, 실장님이 한민영을 라이벌처럼 생각하고 열심히 따라가라고 했잖아요. 이기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라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너무 과하게 몰입을 했나봐요. 죄송해요.”

백선주가 잽싸게 배를 보이고 납작 엎드렸다.

여기서 또 투정을 부린다?

그녀가 아는 실장이라면 여태까지 공들여 키운 그녀라 해도 가차없이 버릴 사람이었다.

“그래, 그래야지. 네가 진짜 한민영 급이 되면 이런 투정들 전부 받아 줄 테니까 올라가기만 해. 알겠어?”

“네에….”

“연기 도움 필요하면 선생님한테 언제든 물어보고. 그러라고 돈 받고 있는 사람이야. 네가 쓰고 싶을 때 마음껏 써.”

“네.”

아무리 연기를 가르쳐줘도 도통 늘 생각을 하지 않는데, 선생은 개뿔….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실장에게 한 소리를 듣고 시무룩해진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속으로 또 다시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다만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인지라 그 투정을 바깥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 ♧ ♧

드라마 촬영은 계획에 따라 바쁘게 진행이 되었다.

백선주가 짧은 다리를 열심히 놀리며 한민영을 쫓아왔지만, 이미 판도는 한민영에게 넘어간지 오래였다.

작가가 준 기회를 백선주가 제대로 받아먹지 못했기도 하거니와 한민영이 자비 없이 백선주를 찍어 눌렀기 때문이기도 했다.

-백선주, 얼굴 믿고 연기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한민영이랑 같이 두고 보니까 심하게 차이나긴 하더라.

-원래부터 연기 존못이었음 ㅋㅋ 아직 주연 할 급은 아님.

-어쩌다가 저 완벽한 드라마에 백선주가 묻어서….

-한민영이 나오면 빡 집중 되다가 주인공이 산통 다 깨트림ㅋㅋ

-선주야 주연은 연기 좀 더 배우고 하자 ^^

연기력의 차이가 눈에 보이는 만큼, 백선주는 온갖 욕을 다 먹어야 했다.

능력에 맞지 않은 주연 자리를 꿰찬 대가는 예상보다 더 가혹했던 것이다.

백선주가 욕을 먹을수록 한민영의 가치는 더 높아졌다.

-한민영 연기 개쩌네여. 이번 드라마에서 완전 색다르게 연기하던데 진심 감탄나옴. 저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연기력 탑10은 되지 않을까?

-그건 좀 오버. 10은 아니고 한 50안에 들어가지 않을까?

-20~30대 배우 중에선 탑10 들어가고, 전체로 들어가면 100위 안인 듯.

그녀의 연기력에 대중들이 아낌없는 칭찬을 쏟아낸 것이다.

연기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민영은 대중들의 칭찬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났다.

“밖에 나가서 사람들이 누나 이런 모습 보면 깜짝 놀랄 거야. 누가 알겠어. 모유 먹듯이 남자 자지를 먹는 걸 좋아한다는 거.”

쪽쪽! 쪼옥, 쪽!

“큭, 거기…읏!”

요 근래, 그녀와 해솔이는 임신했을 때를 연습하고 있었다.

자궁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그녀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정액을 입으로 받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연습을 했을 땐, 이것으로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었다.

실제로 해솔이와 만나고 3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성욕이 잔뜩 쌓여서 불안 증세가 도졌었다.

그래서 다음에 만났을 땐 단순히 펠라만 하는 게 아니라 그녀도 충분히 아래로 쌀 수 있도록 해솔이가 직접 입으로 애무를 해줬다.

그렇게 하고나니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더라.

그녀의 몸 안으로 직접 자지를 받았을 때보단 불안정해도 4~5일은 아슬아슬하게 버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 구멍이 헐 정도로 정액을 받아내야 한다는 점이 있었지만, 위 아래로 함께 받아먹었던 걸 위쪽 하나로 통일 한다는 점에서 해솔이에게 부담이 되는 일도 아니었다.

거기다가 해솔이가 자지를 받느라 무리를 하게 될 목을 보호하고자 아이템을 선물해주기까지 했다.

“이건 임신 했을 때 쓰는 거야.”

“응.”

입으로 성욕을 해결시킬 수 있다는 점을 확인 받고서야 민영은 피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작품이 끝나고 나서 피임을 그만둬도 된다고 했지만….

‘휴식기에 피임을 안 해도 애가 안 들어섰는데,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잡아야지.’

사실 민영은 허락이 떨어지기 전부터 이미 피임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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