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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57화 (652/849)

Chapter 657 - #93. 민영 (11)

‘드디어 준비가 끝났어!’

개돼지처럼 일해서 모은 돈으로 그녀는 남들의 방해를 받지 않는 둘만의 신혼집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기술직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라 신혼집은 손수 두 손으로 하나하나 직접 개조를 한 것이었다.

돈의 한계로 집은 시골 지방에 구해야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은 것도 있었다.

외진 곳으로 가면 자신과 남편을 방해할 사람이 없지 않겠는가?

너무 잘 생겨서 여자들이 줄을 서는 그를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인적이 드문 시골은 안성맞춤이었다.

“많이 기다렸지…? 내가 찾아갈게. 조금만 기다려.”

남편과 함께 보낼 신혼 생활 계획은 그녀의 일기장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걸 보여주며 앞으로 미래에 있을 날들을 그와 함께 대화 나눌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마련한 신혼집에서 그와 첫날밤을 보내는 것이다.

“흐흐흐.”

그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각종 책을 통해 섹스 체위를 섭렵했다.

내 남자의 과거는 찝찝하긴 해도 묻어두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자신의 몸으로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거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만 받아들이게 관리를 하면 된다.

그와 만나기 위해 오랫동안 지금 이 순간을 계획하고 대비했다.

이젠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을 때였다.

“스케줄은 이미 완벽하게 파악했어….”

기술직이라 평균 여성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갖고 있는 그녀이지만, 성인 남자를 단숨에 제압하는 건 쉽지 않았다.

특히 그는 항상 여러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서 몰래 데려가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최고의 방법은 재우고 그를 데려가는 것.

그녀는 수면제를 타놓은 병을 서랍에서 꺼내들었다.

아주 진하게 타놓았기에 이걸 마시면 성인 남자라 해도 순식간에 쓰러질 것이다.

문제는 이걸 해솔이에게 어떻게 먹이느냐였다.

“후우…잘 할 수 있을 거야. 연습 많이 해봤잖아.”

수면제를 얼마나 타야 순식간에 잠이 드는지.

얼마 후에 정신을 차리는지.

몸에 문제가 생기는 양은 어느 정도 인지.

쓰러진 남자를 데리고 CCTV를 피해 이동하는 방법까지.

가뜩이나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성인 남성으로 실험을 해보느라 엄청 고생을 많이 했었다.

초반에는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경찰에 걸려 형사 처벌을 받은 적도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우리 남편 몸은 소중하니까….”

시험해보지 않고 함부로 약을 쓸 순 없었다.

‘그러다가 큰일 나면 안 되니까. 차라리 내가 잘못 되는 게 나아.’

이 정도 희생은 그를 위해서 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를 신혼집에 데려오면 정말 잘 해줄 거다.

과거 만났던 여자들은 생각도 안 나게 말이다.

나만 바라보고, 나만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서 평생 함께 할 생각이었다.

‘그이도 내 희생을 알려주면 감동할 거야.’

반짝반짝 빛나는 그를 처음 보았을 때, 그가 나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었다.

고난 끝에 행복이 올 거라 생각하며 버텼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자신인지라 해솔이 앞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도록 적어도 집은 마련하고 나타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긴 인내의 시간이 끝났다.

이젠 오랫동안 계획했던 것을 실행할 때였다.

“준비 다 됐지?”

잊은 것 없는지 다시 한 번 수첩을 꼼꼼하게 살폈다.

오늘 해솔이는 애인 여자의 집에 가는 날이었다.

자꾸 행적을 놓치는 그를 집요하게 따라다닌 결과 겨우 얻어낸 정보다.

특별한 스케줄이 없다면 그는 요일에 따라 만나는 여자를 바꾸는 것 같았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여자들 외에 더 많은 여자와 사귀고 있었는데, 오늘 가는 행선지도 바로 알려지지 않은 내연녀를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만나서 전해주는 거야….”

가발을 쓰고, 그 위에 모자와 마스크를 눌러 썼다.

옷도 일부러 평소에 입지 않는 스타일의 옷으로 입었다.

세상 사람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고, 분명 CCTV를 통해 우리를 쫓으려 할 것이다.

해솔이를 노리는 그들로부터 보호해야만 한다.

오직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때문에 최대한 신상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하고자 가발도 쓰고, 옷도 바꾼 것이다.

주변에 무난하게 녹아들 수 있도록 튀지 않는 색깔로 차려 입었다.

‘그래도 첫 만남이니까 예쁜 모습 보여주고 싶었는데….’

신혼집에 도착하면 준비해놓은 속옷을 입을 것이다.

옷을 입은 것보단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더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나왔다!’

그의 집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녀는 해솔이의 차가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그 뒤를 조심스럽게 따랐다.

여자 친구의 집에 갈 때 빈손으로 가지 않았기에 여유롭게 뒤를 따라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자 친구의 집 근처에 도착하기 전 마트 주차장에 차를 댔다.

그녀도 황급히 주차를 시키고 수면제를 탄 음료를 챙긴 뒤 해솔이를 향해 뛰어갔다.

아니, 뛰어가려고 했다.

퍼억!

무언가가 그녀의 뒤통수를 갈기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으으으…머…머야…으으….”

순간 정신을 잃고 몸이 바닥을 나동그라졌다.

정신을 못 차린 그녀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뒤통수가 워낙 강하게 충격을 받아서 혀가 굳어버렸다.

“자아, 일단 자체 제작 음료부터 시음해주시고~”

그녀의 머리채를 잡은 누군가가 턱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쏟아지는 고통에 절로 입을 벌렸는데, 벌려진 입 사이로 음료수 입구가 훅 들어왔다.

“아아! 아아아아!!!”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도 이 음료를 마셔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알았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반항을 하려 했는데, 이미 그녀의 입에는 음료가 목구멍 안으로 들어 간 상태였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한모금만 마셔도 기절할 수 있는 양으로 만든 음료인지라 힘이 쭉 빠졌다.

“읏쌰. 어우, 돼지새끼. 존나 무겁네.”

그것이 그녀가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

♧ ♧ ♧

번쩍!

“아흐윽!”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속이 울렁거려서 토할 것 같았고, 목이 미친 듯이 말랐다.

“어으…살려…살려줘…어어….”

누군가에게 약을 먹인 적은 있어도 직접 당해본 적은 없는 그녀는 이 약이 사람을 이토록 괴롭게 만들 거라는 걸 전혀 몰랐다.

병원에 가야 했다.

속이 울렁거리는 건 둘째 치고서라도 뒤통수에서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불길하기 짝이 없었다.

‘너무 아파.’

살려달라고 말하고 싶은데 목이 말라서 목소리가 잘 나오질 않았다.

그녀는 손을 올려서 자신의 뒤통수를 확인해봤다.

‘이건 설마 피?’

평생 머리가 떡질 일은 씻지 않을 때가 전부였던 그녀는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무언가가 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기다가 주변을 살펴보니 사면이 모두 회색으로 막혀 있는 공간이었다.

‘여기 왜 익숙하지?’

두려움 때문에 미처 눈치 채지 못했던 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구가 사라져서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하나하나 내부 공사에 정성을 들인 그녀는 몰라 볼 수가 없었다.

이곳이 그녀에게 매우 익숙한 신혼집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되자 이젠 두렵다 못해 무서워지고 있었다.

‘누구야? 누가 날 여기로 데려온 거지?’

아무도 모르게 준비한 신혼집이다.

그런데 그녀의 뒤통수를 가격하고, 약을 먹여 기절시킨 범인은 마치 네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듯 이곳에 그녀를 데리고 왔다.

누가 이런 짓을 한 건지, 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 누구…누구 없어요? 여기, 여기 사람 있어요! 살려주세요. 죽을 것 같아요. 살려주세요!!”

누군가가 고함을 내질러도 바깥으로 한 줌의 소리가 흘러나가지 않도록 열심히 내부 공사를 한 공간이다.

이런 식으로 소리를 쳐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간절하게 소리 지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왜 역으로 이곳에 갇혀야 한단 말인가!

이곳은 해솔이를 위해 준비한 신혼방이었다.

계획대로 진행이 됐다면 이곳에서 해솔이와 알콩달콩 첫 만남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준비해놨던 침대 위에서 말이다!

“으으윽….”

마지막에 힘이 빠져서 바닥에 쓰러졌기 때문일까?

온몸이 욱신거리고 아팠다.

뒤통수에 피가 흐르는데 아픈 곳이 없는 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주섬주섬 일어나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

덜컹덜컹덜컹!

쾅쾅쾅쾅쾅!!

“씨바아아알!!!! 누구야!!!!! 누가 이딴 짓을 한 거냐고오!!! 내가 여길 어떻게 준비했는데!!! 네가 뭔데 내 계획을 망쳐!!! 개새끼야!!! 나와!!! 나오라고!!!! 죽여버릴 거야!!!! 으아아아아!!!!”

열리지 않는 문을 두드리다 보니 열이 머리끝까지 뻗쳤다.

분노를 숨기지 않고 버럭 소리를 내질러봤다.

혼자 씩씩대면서 겨우 회복한 힘을 전부 써버린 그녀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를 위해 난방 시설도 허투루 만들지 않았건만, 그녀를 납치한 범인은 난방을 쓰지 않는 것인지 바닥이 냉골이었다.

‘애초에 날 생각했으면 침대를 굳이 옮기지도 않았겠지. 도대체 누굴까. 나한테 악의를 가진 사람이 이런 짓을 한 게 틀림없는데….’

해솔이를 데려오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소 원한을 살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중에 그녀가 계획했던 일을 훼방 놓을 정도로 대범한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좋아,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들어오기만 해봐라…. 내가 부상 입었다고 방심하고 있을 텐데, 방심하는 순간 덮쳐서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그녀는 속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냉골인 바닥에 앉아 덜덜 떨었다.

범인은 무슨 생각인 건지 쉽사리 그녀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

아프고 지끈거리는 뒤통수와 머리, 약의 부작용으로 울렁거리는 속까지.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독한 행동이었다.

슬슬 열이 오르는 건지 이마에 손을 대보니 뜨끈뜨끈한 온도가 심상치 않았다.

“이러다가 나 죽어. 사람 죽일 생각이야?! 피가 계속 난단 말이야. 살인이라도 저지를 셈이냐고!! 너 지금 나 보고 있잖아. 저기 달린 홈캠으로!”

그녀만큼 이 집의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범인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녀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았다.

해솔이가 방 안에서 뭘 하고 있을지 지켜보려고 설치해둔 홈캠이 자신을 감시하는 수단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몰라도, 일단 만나서 대화를 나누자. 그럼 이런 식으로 해결하지 않아도 좋은 방법이 나올 거야. 응? 네가 여기에 날 가둬봤자 무슨 이득이 있겠어. 괜히 귀찮기만 하잖아. 나도 네가 뭘 바라는 건지 알게 되면 최선을 다 해 협조할게. 사과하라고 하면 사과할 거고, 보상하라고 하면 보상할 수 있어!”

구구절절한 설득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피딱지가 앉은 뒤통수가 섬뜩한데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녀의 필사적인 설득은 범인에게 닿지도 못한 채 스러졌다.

그때 비앙카는 열심히 회사에서 일을 하는 중이었다.

홈캠으로 납치한 그녀를 지켜 볼 이유?

전혀 없었다.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집에 잘 놓여 있는지 확인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더욱이 스토커가 자기 손으로 준비한 수면제를 사용해서 납치를 했기에 뒤통수를 강하게 때릴 필요도 없어서 매우 약하게 손을 썼다.

피가 많이 난 것은 본의 아니게 넘어지는 과정에서 상처가 길게 찢어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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