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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58화 (653/849)

Chapter 658 - #93. 민영 (12)

스토커가 정말 뒤통수가 깨진 걸로 숨이 꼴딱 넘어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는 거다.

건강한 범죄자를 신경 쓸 이유가 있는가?

NO!

적어도 비앙카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한민영을 달래는 것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주인님은 무사하고, 스토커는 저희 쪽에서 확보했으니까요.”

“결국 진짜 실행을 하려고 했다는 거네요.”

“맞아요. 일기장에 써놓은 기획을 고스란히 사용했어요. 덕분에 미리 준비하기 편했고요.”

“이걸 정말 했다 이거지….”

민영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비앙카는 분노하는 민영을 주시하며 스토커가 직접 준비한 약병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걸로 주인님을 기절시키려는 속셈이었을 거에요. 그리고 납치하는 거죠.”

“…이게 그렇게 강한 약인가요?”

“졸피뎀으로 흔히들 수면제라고 알려진 약이에요.”

“수면제로 기절이 가능해요?”

“물론이죠. 농도를 얼마나 강하게 했는지에 따라서 조금만 섭취해도 쓰러질 수 있어요.”

거기다가 스토커는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약물을 사용한 범죄 기록을 갖고 있기까지 했다.

“이 범죄기록이 알려주는 건, 범죄를 위해 미리 연습을 했다는 걸 뜻해요. 처벌을 받은 건 한 번이지만 아마 여러 차례 연습을 했을 테죠.”

민영은 비앙카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스토커가 정말 답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스토커에게 동정심은 과분한 자비였다.

“그럼 정말 해솔이가 위험할 뻔 했나요?”

“주인님 일정을 어떻게 땄는지 모르겠는데 놀랍게도 납치가 가능했을 정도로 위험한 순간이 있었어요. 미리 손을 써두지 않았으면 이 음료를 먹고 주인님은 납치를 당했겠죠.”

범행 장소는 인적이 드물 수밖에 없는 주차장.

오랫동안 준비를 했던 게 괜한 노력은 아니었는지 찰나의 방심을 제대로 노린 것이었다.

“그 여자가 만들어 놓은 집도 보여드릴게요.”

비앙카는 한 장씩 민영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보다시피 집 전체가 창문이 없는 구조에요. 그리고 바깥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개조를 해뒀더군요. 인적이 드문 곳이라서 저기에 갇히면 소리로는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을 거에요.”

비앙카의 설명을 하나하나 들으면서 한민영의 주먹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침대는 유난히 큰 걸 준비했더군요. 성인 용품도 잔뜩 준비해뒀고.”

으드득-

다른 건 몰라도 성인 용품이라는 단어가 나온 순간, 한민영은 참을 수가 없어졌다.

감히 해솔이한테 그 더러운 몸을 붙일 생각을 하다니…!!

“기술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 주변 인물들한테 물어보니 말수가 많지 않고 소심한 편이었다고 하더군요. 사람들과 깊게 사귀지 않고 소처럼 돈을 벌었다고 해요. 그렇게 번 돈은 대부분 집에 쏟아 부은 걸로 보이네요.”

누군 안 그러고 싶은 줄 아나?

그를 독점하고 싶은 욕심을 꾹꾹 눌러 참는 거였다.

그런데 그의 선택을 받지도 못한 여자가 감히 그를 독점하겠다고 이런 짓을 계획했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놀라운 건 에어플레인의 악성팬이라는 걸 전혀 모르더군요.”

“철저하게 숨겼다는 거네요.”

“완전 범죄를 노린 겁니다. 머리가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영리하게 행동한 거죠. 거기다가 차량에서 주인님이 입을 수 있는 사이즈의 옷이 따로 준비 뒀더군요. 아마 옷을 갈아입혀서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했을 겁니다.”

“…….”

말을 듣고 있으니 그 스토커의 범행이 매우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아니, 이미 실행을 했다가 비앙카에게 제지를 당하지 않았는가?

한민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동선이 아주 깔끔해요. CCTV는 최대한 노출 되지 않는 경로를 통해서 움직였고, 주차장에 마침 사람이 없어서 수면제를 먹이고 쓰러진 걸 바로 태우고 움직였다면 굉장히 쉽게 납치했겠죠.”

“만약 저희가 저 사람을 미리 알고 준비하지 않았다면 그랬을 거라는 거죠?”

“네. 이 계획대로 주인님이 납치 돼서 저 집에 갇혔으면, 구출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을 거에요. 아무리 저라도 저렇게 철저하게 준비한 범죄를 추적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테니까요.”

“…….”

“그 시간이면 주인님이 험한 꼴을 당하기 충분했겠네요. 쯧!”

추적을 하는 사이에 해솔이는 스토커에게 온갖 험한 짓을 당할 것이다.

그렇게 상처 입은 상태로 구해내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택배를 허투루 넘기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자, 상황은 이렇게 된 거고, 남은 건 처벌이에요. 어떻게 하길 바라세요? 아직도 저번에 말했던 게 전부인가요?”

“그렇게 물어봐도 솔직히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나는 게 없어요. 그냥 바라는 건 딱 하나에요.”

“하나요….”

비앙카는 자신이 한 말을 듣고도 한민영이 싱겁게 반응하니 살짝 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쿵짝이 맞아야 박수도 치고 그러는 거 아니겠는가?

“저 사람이 해솔이 앞에 나타나는 일이 없어지는 거요. 머릿속으로 해솔이에 대한 생각도 하지 않기를 바래요.”

“호오~ 그건 확실히 좀 어려운 일이겠네요.”

몇 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신이 번 모든 돈을 써서 납치 계획을 한다는 건 엄청난 집착을 갖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한민영이 그걸 못하게 만들어달라고 한다.

“…너무 어려울까요?”

“아뇨. 전 오히려 어려운 걸 더 좋아해요. 달성하기 쉬우면 재미가 떨어지죠. 집착 대상을 떠올리지 않게 만든다라….”

비앙카의 입술이 호선을 그린다.

단순히 신체적으로 보복을 가하는 것보다 훨씬 흥미로운 과정이 될 것이다.

“재밌는 시간이 되겠네요.”

비앙카의 눈이 반짝였다.

모처럼 제대로 취미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 ♧ ♧

비앙카에게 스토커를 완전히 맡겨 버린 민영은 뒤늦게 해솔이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언제까지 그에게 말을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스토커가 먼저 범죄를 저지르려 한 거였지만, 비앙카는 정말 범죄를 저지른 거였다.

“그걸 왜 지금 말해? 누나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해솔이는 민영의 말을 듣고 기함했다.

그는 스토커 문제를 말하지 않은 것에 놀란 게 아니라 비앙카와 그녀가 뭔가 했다는 점에서 놀란 듯했다.

“미안해…. 나도 뒤늦게 왜 그랬나 싶긴 했어.”

“비앙카랑 얘기하다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사람 심리를 갖고 노는 스타일이라서. 지금이라도 잘 말한 거야.”

“근데 도움을 많이 줬어.”

“그래야지. 좀 더 얘기해줘.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민영이 좀 더 구체적으로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스토커가 그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는 적당히 순화를 했는데, 다행이 해솔이는 그 부분을 크게 신경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스토커가 역으로 해솔이를 감금하려던 집에 갇혔다는 사실에는 흥미를 보였고, 그녀가 비앙카에게 스토커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말했다는 걸 들은 후에는 표정이 미묘해졌다.

“비앙카가 딱 좋아할 만한 걸 부탁했네. 그리고 누나도 말을 잘 했어. 너무 시시한 걸 부탁했으면 분명 이상한 쪽으로 튀었을 거야.”

“이상한 쪽?”

“자세한 건 누나가 굳이 알 필요 없는 일이야. 그리고 이제부턴 이번 일은 신경 쓸 필요 없어. 비앙카한테 전부 맡기면 나머지는 알아서 잘 해결 될 거야.”

“대단한 사람이긴 한 것 같더라. 회사에서도 스토커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는데, 그 사람은 며칠 만에 스토커 신상을 전부 조사해오더라고.”

돈과 권력으로 안 되는 일이 별로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쪽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랑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고 하던데 그걸 실감했어.”

비앙카와 잠깐 어울렸지만, 쉽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섞이지 않을 사람이라는 건 알 것 같았다.

그래서 해솔이가 아내로 들이지 않고 메이드라는 황당한 직책을 줘서 집에 들인 건가 싶었다.

만약 아내로 들였다면, 주아나 그녀나 기를 못 썼을 것이다.

“그나저나 스토커가 생겼을 줄은 몰랐네. 요즘 멤버들이랑 단체 활동을 안 해서 방심하고 있었던 것 같아. 앞으로 조심할게.”

“응…꼭 그렇게 해줘.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료나 물은 절대 마시지 말고. 팬이라고 헤~ 풀어져서 함부로 가까이 오게 하면 안 돼.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아이구~ 우리 누나가 혼자서 마음 고생이 엄청 심했겠다. 고생했어.”

해솔이가 품에 그녀를 안고 둥가둥가 해주면서 위로를 해줬다.

그의 위로는 민영에게 효과가 매우 좋았다.

“하으으으~”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어서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몸을 축 늘어트렸다.

단단하게 받쳐주는 그의 가슴이 주는 안온함은 정말 중독적이었다.

킁킁- 킁킁킁-

“하핫, 누나 콧바람 간지러워.”

“네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응응. 지켜줘서 고마워, 누나.”

팬이 음료를 줬다면 의심없이 마셨을 수도 있었을 거라며 해솔이가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너한테 큰일 생기면 안 돼…. 난 절대 못 견딜 거야.”

“응응. 알았어. 몸조심 할게.”

“납치 같은 거 절대 당하면 안 돼.”

“당연하지. 이번에는 누나가 지켜줬지만, 다음부터는 혼자서도 잘 해결 할 수 있게 할게. 알지? 사실 납치당했어도 위험한 일은 없었을 거야. 금방 누나 곁으로 돌아왔을 걸?”

“그래도 납치당하는 것 자체가 싫어.”

“그렇지. 아예 그런 걸 당하면 안 되지.”

해솔이에게 한참 부둥부둥 위로를 받고나니 이번 일로 잔뜩 깎여나갔던 정신력이 많이 회복이 됐다.

“근데 그 스토커, 비앙카씨한테 맡겨놓은 거 잘한 일일까?”

“누나가 그 사람을 걱정해줄 필요는 없지. 내가 말했잖아. 이제부턴 신경 쓰지 말라고.”

“으응….”

“비앙카가 알아서 잘 해결해 줄 거니까 앞으로 생각도 하지마. 누나도 그 사람이 내 생각 하는 거 싫었다며. 나도 마찬가지야.”

“알았어, 그럴게.”

이 단단하고 따듯한 품을 잠깐이라도 잃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괜스레 더 애틋해졌다.

그녀는 해솔이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등 근육을 만졌다.

스윽-스윽-

“하~ 좋다아~”

이 순간이 영원히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물주물주물-

“…이거 도발하는 거야?”

행복한만큼, 그녀의 손도 덩달아 엉큼해졌다.

“아니야~ 그동안 스트레스 주던 일이 해결 된 것 같아서 안심이 되니까, 손이 저절로 움직인 거야.”

보통 그와 껴안고 있으면 서로의 몸을 만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보니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손이 알아서 그의 몸을 더듬고 있는 거다.

물론 지금은 잔뜩 의식한 채로 그를 만지고 있는 거지만 말이다.

엉큼한 행동을 했음에도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그녀도 자신이 한 것처럼 해솔이에게 만져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너도 나 만지고 있잖아.”

아무리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지만, 이 정도 터치를 서슴없이 한다는 건 엉큼하다고 표현해도 되는 거였다.

“응? 그러네. 나도 만지고 있었네.”

“푸훗!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렇게 가까이 안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서로한테 손이 가나봐.”

“흐흐. 기왕 이렇게 된 거 한 판 할까? 누나가 좋아하는 임신섹스♥”

해솔이가 능글맞은 미소를 보이면서 말했다.

특히 마지막 말은 귀에 가까이 가져다 대고

큰 걱정을 덜어낸 가벼운 마음으로 하는 섹스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었다.

사실 일이 해결 되지 않아 마음이 무거웠어도 섹스를 마다하진 않았을 거다.

“으응, 가슴 빨아도 돼?”

“…내가 대신 누나 가슴 빨아주면 안 될까.”

“히잉.”

그녀의 애교에 해솔이가 두 손을 들었다.

윗옷을 들어 올려 자신의 가슴을 보여줬다.

오밀조밀하게 꽉꽉 차올라 있는 근육을 보며 그녀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와아~”

“새삼스럽게. 자주 보던 거잖아.”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오는 걸. 이런 몸이 관리를 안 해도 기본으로 장착 되고 있다는 게 부러워 죽겠어.”

“나는 내 몸보다 누나 몸이 더 좋은데? 누나도 몸매는 기본으로 장착 되어 있는 거잖아.”

해솔이의 손이 깊은 골짜기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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