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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59화 (654/849)

Chapter 659 - #93. 민영 (13)

평소에는 지방 덩어리에 불과한 가슴이 그의 손길을 받는 순간부터 전혀 다른 것이 된다.

그녀가 그의 가슴에 환장하듯이, 그도 그녀의 가슴에 환장하는 편이었다.

섹스할 때 그가 자주 손을 대는 곳 중에 하나가 가슴이었다.

그녀 앞에서는 아니라고 하는데, 자주 잠자리를 하다보면 모를 수가 없었다.

“거기가 그렇게 좋아?”

“응. 여기에 얼굴 묻고 있으라고 하면 평생도 할 수 있어.”

“푸훗.”

그녀가 못 말린다는 듯 윗옷을 슬며시 들어올렸다.

해솔이 둥그런 가슴을 싸고 있는 속옷을 거침없이 밑으로 내려버렸다.

그리고 고스란히 드러난 가슴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아흣!”

혀로 가슴골 사이를 핥아오니 소름이 쫙 돋았다.

“따, 땀 냄새 날 텐데.”

“향긋해. 쮸웁!”

“하으읏!”

가슴 주변을 핥아지다가 이내 유두를 쭙쭙 빨리자 아래로 울컥 애액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몸이 섹스할 준비를 끝마친 것이다.

혓바닥으로 유두를 자극당하는 사이, 해솔이의 다른 손이 그녀의 아래를 쑤욱 밀고 들어왔다.

아직 임신을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정작 임신을 노린 섹스는 끊이지 않고 하고 있었다.

해솔이에게까지 스토커에 관한 일을 모두 말해서 그런지 마음이 무척 편안했다.

그녀는 뱀이 된 것처럼 해솔이의 몸을 팔 다리로 휘감았다.

어서 박아달라는 의미를 한껏 담은 채로 말이다.

♧♧♧

민영 누나로부터 전혀 들은 바 없던 이야기를 들은 후.

불안에 떠는 누나를 달래주고 비앙카를 만나러 움직였다.

“스토커를 중간에 낼름 채갔다면서.”

비앙카는 내 말에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벌써 들켰어요? 아직 제대로 한 것도 없어요.”

“안 건드리고 지켜보면서 즐기고 있는 거잖아.”

“헤헷.”

웃음으로 때우려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다.

“슬슬 혼나는 거 쿨타임 돌아갔지?”

“아이이! 주인니임~ 제가 막 말도 안 되는 협박으로 중간에 가로 챈 건 아니란 말이에요. 그리고 제가 나서지 않았으면 아무리 주인님이라도 큰일 날 뻔 하셨어요! 칭찬해주셔야 한단 말이에요.”

“그 사람은 납치해놓고 뭐했는데? 자세히 설명해봐.”

칭찬은 해주지 않고 타박만 하니 서운했는지 입술을 삐죽 내민다.

그런다고 봐줄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진짜에요. 주인님을 가두려고 했던 집에 가둬두고 편하게 밥 먹인 게 전부라구요.,”

이 정도로 억울해 하는 거 보면 아직 손을 대지 않았다는 건 진심이었다보다.

“그만 괴롭히고 적당히 놔줘.”

“민영 사모님이 저한테 부탁하셨는데요? 앞으로 주인님을 머릿속으로도 상상하지 않게 해달라고요. 오랫동안 범죄를 계획했던 사람이에요. 제가 놔준다고 반성해서 새 삶을 산다? 그럴 일은 없을 거에요.”

오히려 이번 일을 경험으로 삼아서 더 독하고 위험하게 계획을 짤 것이라며 비앙카가 굉장히 섬뜩한 말을 쏟아냈다.

“어쩌면 이번 일의 실패로 생긴 원한이 엉뚱한 쪽으로 튈 수도 있죠. 제가 하는 말이 전부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보여드릴게요.”

비앙카는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길 거라 예상을 했는지 영상 하나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여기다가 사람을 가둬둔 거야?”

스토커를 옹호하려는 생각으로 풀어주라고 한 건 아니었다.

비앙카가 손을 쓰면 사람이 완전히 수습 불가능 할 정도로 망가지기 때문에 그런 거다.

스토커의 처분은 피해를 당할 뻔한 내가 결정하는 게 맞았다.

“얘가 하는 말을 들어보세요.”

방 안에는 작지만 화장실이 존재했고, 단단히 닫혀 있는 철문은 바깥 쪽에서 음식만 넣어 줄 수 있는 개구멍이 존재했다.

그동안 비앙카는 스토커와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않고 대화도 나누지 않으며 오로지 사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의 생활 물품을 조달했다고 한다.

“저런 공간에 누군가를 가둬둘 생각만 했지, 본인이 가둬질 거라곤 상상도 못했을 거에요.”

스토커는 바닥에서 깨어나자 주변을 둘러보며 이곳이 어디인지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에는 왜 자신이 여기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 함과 동시에 탈출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모습이 보였다.

“본인이 제일 잘 알 거에요. 저기엔 탈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걸. 그런데도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제법 재밌더라고요.”

비앙카는 납치범이 당황하고 절망하는 것을 보며 꺄르륵 해맑은 미소를 터트렸다.

아무리 찾아봐도 탈출할 공간이 보이지 않자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살려달라고 외치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목이 쉬어버리자 하지 못했고, 스토커는 결국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힘들면 바닥에 누워서 한참동안 멍하니 있다가 어느 순간 벌떡 일어나서 문을 쾅쾅 두들기는 과정을 반복했다.

“제가 먼저 손을 쓰지 않았다면 저기에 있는 건 주인님이실 수도 있어요. 성인 남자도 순식간에 정신을 잃을 정도의 약품을 갖고 있었거든요.”

“…얘기는 들었어.”

“보아하니 자세히 듣진 못하신 것 같아요. 저 사람이 SNS에 비밀글로 적어 둔 일기장을 보면 절대 동정심을 가질 수 없을 거에요.”

비앙카가 내민 핸드폰을 통해 스토커인 저 사람이 자신에게 하려고 했던 망상글들을 읽었다.

이곳에 적힌 것 중 하나라도 일반 남성이 당했다면 자살하고 싶어 했을 끔찍하고 저질스러운 망상들이었다.

문제는 이 글이 단순히 망상글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 스토커는 자신이 상상하던 것을 실천하기 위해 준비하고 실행까지 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정상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네.”

이 정도 수준이면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았다.

빠르게 재생 된 영상은 어느새 다음날로 넘어갔다.

일어나 씻지도 않고 멍하니 방 안에 덩그러니 앉은 스토커가 문 쪽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특히 문에서 시선을 돌려 홈캠 쪽을 노려볼 때는 본의 아니게 시선이 마주치면서 섬뜩한 소름이 돋아날 정도였다.

‘민영 누나도 그렇고 나도 위험했겠는데…?’

비앙카가 회까닥 돌았을 때 보던 눈빛인지라 저런 사람들이 뭘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엄두도 못 낼 이해할 수 없는 짓을 할 수 있는 눈이었다.

“엄청 위험해보여….”

“거봐요. 저런 여자, 풀어주면 오히려 사회에 해가 될 거에요. 전 세상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거라고요. 취향이라는 게 있는데 저라고 저런 추잡한 거랑 놀고 싶겠어요? 참고로 기왕이면 순백처럼 깨끗한 걸 바닥으로 끌어 내리는 게 가장 취향이에요.”

“…….”

마지막 말은 듣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영상을 계속 재생시켰다.

얌전히(?) 있던 스토커가 움직이기 시작한 건 개구멍으로 음식이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시리얼이네.”

“간단하고 편하잖아요.”

하지만 스토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시리얼을 본 순간 열이 받았는지 문을 향해 던져버린다.

“스탠 그릇이라 안 깨져요.”

괜스레 사방으로 우유와 시리얼만 쏟아졌다.

“저러는 거 보고 다음부터는 일회용 그릇에다가 주고 있고요.”

“근데 숟가락은? 설마 까먹은 거야?”

“아뇨. 일부러 안 줬어요. 숟가락은 위험하잖아요. 그걸로 뭔 짓을 할지 어떻게 알겠어요. 배고프면 지가 알아서 혓바닥으로 먹겠죠.”

영상이 다시 빠르게 재생이 되고, 스토커는 슬슬 배가 고팠는지 구멍으로 전달 된 시리얼을 씹어 먹었다.

맛이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았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저렇게 계속 방치한 거야?”

“네.”

“대화도 안 나누고? 왜 그랬어?”

“아직 기세가 등등하잖아요. 지금 영상을 다시 돌려보니까 배부르게 먹여줘서 기가 안 꺾인 것 같기도 하네요. 아무튼 좀 더 혼자 내버려두고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었어요. 말했다시피 받은 의뢰가 굉장히 어려운 편이라서요.”

그때, 비앙카가 영상을 멈췄다.

“이 부분은 자세히 보셔야 할 것 같아서요.”

비앙카의 말을 듣고 확인해봤다.

굴욕적으로 시리얼을 모두 먹은 스토커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

-해솔아~ 흐어어엉!!!

“우네,”

이게 중요해서 내게 보여준 건 아닐 것이다.

-흐윽, 흑! 나 좀 구해줘!!! 내가 여기 갇혀 있다는 걸 네가 알아야 하는데…. 분명 범인은 그년들일 거야. 이런 짓을 할 사람은 그것들밖에 없어….

“그것들?”

“더 지켜보세요.”

비앙카가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비앙카의 신난 표정을 보며 저 스토커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너랑 내 사이를 질투한 거야. 그래서 날 여기에 가두고 죽이려는 거지!! 씨발년들…다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

이거구나.

이걸 듣고 나한테 그런 말을 했던 거였어.

스토커를 놓아주면 그의 여자들에게 해코지를 할 거란 말이 나온 이유.

스토커가 그의 여자들을 범인으로 짐작하고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던 거다.

“참 의외지 않아요? 상식이 안 통하는 짓을 저지른 주제에 머리 돌아가는 건 제법 좋단 말이죠.”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상황이었지만, 어찌됐든 스토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정답이기에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후로 꾸준히 주인님의 여자들에 대한 격한 증오심을 드러내고 있어요. 범인을 아예 확정 짓고 있죠. 살짝 정신병이 있어서 그런가 봐요. 자기 멋대로 망상한 걸 진실로 생각하는 것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어요.”

“스토커를 가둔 게 다른 사람이었어도 범인이 내 여자들일 거라고 생각하겠네.”

“정확히 보셨어요. 이미 망상증으로 주인님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앞두고 있었던 여자에요. 전혀 다른 범인이 나타나도 주인님의 숨겨진 여자라고 오해하겠죠.”

얼핏 봐도 답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을 갖고 놀겠다고 배짱을 부리는 비앙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저런 위험한 사람을 데리고 뭘 어쩌려는 거야? 너무 위험하잖아.”

“위험하니까 더 스릴있는 거에요. 저렇게 잔뜩 성이 나 있는 걸 얌전한 개로 만들면 짜릿하기도 하고요. 어때요? 이제 생각이 좀 달라지셨어요?”

비앙카의 광기가 더 강할지, 스토커의 광기가 더 강할지.

일반인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세계였다.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한 번 해봐.”

“역시! 주인님이라면 허락해주실 줄 알았어요! 꺄악~!”

사람 한 명 담그라는 허락을 받았으면서, 반응은 보석 선물을 받은 것 마냥 발랄하다.

내 여자들의 안전이 위협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되도 않는 인정을 부리는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무슨 일이 생기고 나서 후회를 하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질끈 눈 감고 비앙카에게 맡긴다면 굳이 험한 것들 보지 않고 위협을 벗어날 수 있었다.

“대신 철저하게 해. 문제 생기지 않도록. 일이 틀어질 것 같으면 곧바로 나한테 말하고.”

“네엥~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누구인지 아시잖아요?”

실비아라는 인형과 비앙카가 합쳐진 인격.

그녀가 진짜 비앙카였다면 몰라도 실비아의 인격을 갖고 있기에 이런 일 쪽으로 확실하게 믿고 맡길 수가 있었다.

‘얘 이후로 인격 가진 아이템은 절대 구매 안 하고 있지.’

인형을 만든 사람이 무슨 지식을 집어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을 농락 하는데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비앙카의 위험한 눈빛을 보고 있으니 자꾸만 불안한 마음이 올라왔지만, 이날 이후 비앙카가 스토커에 대해 얘기를 꺼낸 적은 없었다.

그녀가 스토커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정말 민영 누나가 바랐던 대로 나에 대한 걸 생각조차 못하게 만들었는지 등의 결과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았다.

한 가지 짐작을 하자면 비앙카가 만족할 때까지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버려지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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