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61화 (656/849)

Chapter 661 - #94. 안신애 (2)

신애가 남자친구의 집에 오게 된 것은 꽤 갑작스럽고 충동적인 일이었다.

안신애, 그녀는 시애 라는 이름으로 아이돌 활동을 하며 웹툰을 취미로 그리는 걸 좋아하는 여자아이다.

여자 아이돌 생태계가 워낙 치열하다보니 연애는 엄두도 못 내는 게 당연한데, 그녀는 앙큼하게도 꽤 대단한 남자친구를 갖고 있었다.

남들에게는 쉽게 알리지 못할 대단한 남자 친구.

업계 선배이자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에어플레인의 진해솔이 바로 신애의 애인이었다.

첫 만남은 스케줄을 통해 선배님이 자신에게 그림을 가르쳐주면서 시작 됐다.

사실 신애는 그때까지만 해도 해솔 선배님을 감히 자신이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설레는 감정까진 막을 수 없어도 좋아해 봤자 자신은 안 될 거라 생각한 것이다.

문제는 해솔 오빠가 만날 때마다 은근히 끼를 부렸다는 점이다.

멤버들에게 엄청 많이 상담을 했었다.

이거 여지를 주는 거 아니냐면서 말이다.

‘남자가 먼저 여자한테 꾸준히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다? 이거 빼박인 거다.’

‘진짜? 진짜’

몇 차례 묻고, 또 물으면서 재차 확인을 거쳐야 했다.

‘야! 너는 왜 애한테 바람을 넣어?! 그러다가 차이면 네가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차이는 건 문제가 안 돼. 사귀었다가 상처 받는 게 더 큰 문제지.’

‘흠, 그런가?’

‘얘는 순진해서 남자한테 당하면 폐인 될 수도 있다고.’

‘아, 아니거든?! 그리고 해솔 선배님 안 나빠! 그런 사람 아니라구!’

멤버들은 그런 남자랑 사귀면 신애가 상처받을 거라며 반대해서 더 마음을 다 잡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어디 마음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여지는 것인가?

자주 만나다 보니 엄감생신 올려도 보지 못했던 오빠를 향한 마음이 활짝 열려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오빠가 기자 회견을 했을 땐, 역시나 자신은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접으려고도 해봤었다.

모든 게 실패했고, 그 결과로.

“헤헤헤.”

바라만 봐도 좋은 내 님이 되었다.

“고생 많았어. 그리고 미안, 같이 들어왔어야 했는데. 갑자기 스케줄이 잡혀서.”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그뿐인가?

지금 신애는 남자친구의 집에 초대가 된 상태였다.

이건 그가 자신과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렇기에 집에 초대 된 지금,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미래에 자신이 살 곳이기도 해서 감흥이 남다를 수밖에 없기도 했고 말이다.

“그나저나 집이 정말 예뻐요.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어요. 엄청 넓고 막 뭐라 그래야 하지? 영화에서 나올 법한 재벌집인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는 나도 적응 안 됐는데, 여기서 계속 살다 보니까 적응이 되더라고.”

“오빠가 꾸민 게 아니에요?”

“응. 여기 꾸민 사람이 이런 쪽 취향을 갖고 있다 보니 이런 집이 만들어진 거야. 다들 이런 쪽으로 까다롭게 굴지 않다 보니 그냥 맡겨버리거든.”

“와아. 되게 센스 있으신 것 같아요.”

“관리하는데 힘들기만 하지, 뭐.”

확실히 저런 예술품들을 관리하려면 힘들긴 할 것 같았다.

원래 집안일이라는 게 해도해도 끝이 나지 않는다지 않은가?

그런데 집이 이렇게 넓고, 관리해야 할 물건들의 값어치가 높다 보니 신경 써야 할 게 굉장히 많을 것이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왜 이렇게 늦지?”

해솔 오빠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하늘 높게 떠올라 있었던 해가 졌을 무렵.

드디어 현관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생겼다.

“우리 왔어용~”

“언니이~ 애들 좀 받아줘~! 무거워 죽겠어.”

“어머어머, 애들 전부 자는 거니?”

“신나게 놀았더니 집에 오는 사이에 차 안에서 다 잠들었어.”

그의 여자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녀들의 품에는 아이가 꼭 한 명씩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품에 있는 아이들을 챙기느라 바빠 보였다.

신애는 순식간에 구석에 찌그러져서 그 광경을 얌전히 지켜봤다.

아직 이방인에 불과한 자신은 감히 끼어들 수 없는 무언가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애들 배고파하진 않을까?”

“중간중간에 먹여서 괜찮아. 아마 푹 자고 일어나면 씻기고 먹이면 될 거야.”

특히 정화 언니는 아이들을 챙기는 손놀림이 매우 능숙해보였다.

다른 여자들도 아이들을 챙기는 게 부족하진 않았지만, 넘사벽으로 능숙한 사람 앞에서는 빛이 바랄 수밖에 없었다.

“밥은 준비 됐으니까 다들 씻고 식당으로 와. 아참! 애들 때문에 깜빡했네. 손님 왔어. 인사 나눠야지.”

“어? 손님이요? 아! 맞네, 오늘 오기로 한 사람 있었잖아. 애들이랑 같이 외출하니까 우리가 왜 외출했는지 이유를 까먹었어요.”

“애들이 진짜 천방지축이야. 체력을 따라 갈 수가 없어.”

“저기 숨어 있네. 다들 인사 나눠.”

“!!!”

신애는 꿀꺽 침을 삼켰다.

순식간에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에 몸이 굳어버려서 육식 동물의 눈앞에 꼼짝없이 붙잡힌 먹잇감이 된 것 마냥 굳었다.

“아무리 아이돌이라지만, 얼굴이 창백한 게 평소 색은 아니죠?”

“우리 때문에 저렇게 된 것 같은데?”

“세상에, 아현아. 너 어릴 때랑 비슷해.”

“아잇! 언니이!! 내가 언제 저렇게 긴장했어요! 안 그랬거든요?”

“안 그러기는. 기 쎈 척 하는 거 엄청 귀여웠는데.”

“그래놓고 금방 홀려서 헤실헤실 웃었지.”

“아하하!”

신애는 입술을 우물거리며 인사를 할 틈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자기 세계에 빠진 사람들 사이로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지 막막했다.

제일 충격 받은 것은 저 사람들이 너무 친해보인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왜 친한 거야?’

분명 저 여자분들 모두 해솔 오빠랑 사귀는 여자들일 것이다.

당연히 한 남자를 두고 경쟁하는 살벌한 자리가 될 거라 생각했다.

‘아니야. 지금은 화목해 보여도 속은 안 그럴지 몰라.’

사극을 좋아하는 신애는 궁중 암투물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갖은 상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앞에선 잘해줘도 뒤에서는 그녀를 괴롭힐지도 모를 일이었다.

‘일단 최대한 착하게 웃자!’

신애가 최선을 다 해 미소를 지었다.

다행인 것은 그녀의 웃음이 나쁘지 않은 모양인지 자신을 보고 있는 여자분들 중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반가워요! 이아현이에요. 이 언니들이 하는 말은 무시해요. 장난기가 많아서 놀리는 거니까.”

“안녕하세요!! 안신애라고 합니다.”

“로즈라고 해요. 작은 보컬 학원 운영 중이에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말씀 편하게 해주세요!”

“우린 구면이죠? 옛날에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만난 적 있는데.”

“그럼요. 주아 선배님!”

“전 처음 보네요. 한민영이에요.”

“안녕하세요. 민영 선배님!”

최선을 다 해 꾸벅꾸벅 인사를 했다.

원래 아이돌로 활동하면서 인사는 빡세게 교육을 받았다.

사회생활에서 인사는 첫 인상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인사 교육을 확실하게 받았다.

“언니라고 불러요. 호칭이라도 편해야 빨리 친해지지.”

“맞아요. 여기서 신애씨가 제일 어리다고 들었어요.”

“앗! 넵! 알겠습니다. 언니들! 부족하겠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막내가 기강이 빡세게 잡혀있네?”

“아~ 드디어 막내 탈출인 건가?”

자신이 오기 전, 오랜 막내 생활로 언니들에게 많이 시달렸다며 아현 언니가 신애를 가장 격하게 반겨주었다.

신애는 환영받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이 믿겨지지 않아 어리둥절했다.

그녀가 혼란스러워 하는 걸 알았는지 해솔 오빠가 신애의 손을 잡았다.

“계속 서서 얘기하지 말고 밥 먹으면서 얘기하자. 다들 팔 안 아파?”

“아차! 애들 방에 눕히고 올게!”

우르르 등장한 그녀들은 퇴장할 때도 우르르 퇴장했다.

다시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아기들한테 온 신경을 다 뺏긴 것이다.

신애는 사람들이 사라지자 허탈해져 절로 숨을 푹 쉬었다.

큰 산을 넘긴 했는데 정작 정상에 도달하고 나니 눈앞에 넘어야 할 산들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 느낌이랄까?

“후아….”

“정신없지? 애들이 깨어나면 더 정신없어. 이건 그나마 나은 거야. 누나들이 오늘 일찍 나가서 애들이랑 놀고 온 것도 너 배려해준다고 그런 거고. 네가 긴장한 만큼 누나들도 신경 쓰고 있는 중이야.”

“긴장 하신 것 같지 않던데요…?”

“네가 누나들보다 더 긴장하고 있어서 모르는 거지. 오랫동안 같이 지내서 눈치 챌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네에…. 그래도 대화를 한 번 나눠봐서 그런가? 긴장이 좀 덜 되는 것 같아요.”

오빠가 옆에 있어서 든든하기도 하고요.

뒷말은 꾹 눌러 참았다.

그의 여자들이 많은 곳에서 이런 말로 티를 내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정한 티는 둘이 있을 때 해도 충분하잖아.’

오빠한테도 너무 자신의 편을 들지 말라고 한 마디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원래 옆에서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지 않은가?

해솔 오빠가 자신의 편을 너무 들어주면 다른 여자 분들이 질투할 수 있으니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충고를 받았다.

물론 이 충고의 출처는 멤버들이다.

“오빠, 이따가 언니들이 저 곤란하게 해도 제 편들지 말아주세요. 스킨십도 하지 말고요.”

“응? 편들어주지 말라고? 왜?”

“언니들이 질투하면 어떡해요. 저는 오빠가 그래도 전혀 서운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최대한 언니들한테 잘 해주셔야 해요. 그래야 저한테 좋아요.”

“하하, 글쎄?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네가 원하는 게 그거라면 네 뜻대로 할게.”

다행이 오빠가 별 다른 반발 없이 그녀의 의견을 들어주었다.

“꼭 잘 보여서 언니들한테 이쁨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그러니까 오빠는 저 믿고 맡겨주세요.”

“응. 믿어.”

해솔 오빠의 응원을 받고 심호흡을 크게 한 후 식당으로 이동했다.

“자, 이쪽에 앉아. 해솔이 너는 신애 옆에 앉고.”

“네. 와~ 음식 많이 하셨네요.”

“응, 다들 조금씩 도와줘서 금방 했어.”

“와~ 정말 맛있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음식을 해솔이한테 듣긴 했는데, 괜찮니?”

“정말 그러셨어요?”

“응. 정화씨가 물어봐서 말해주긴 했는데 이렇게 전부 해줄 거라곤 몰랐어.”

“갈비탕이랑 보쌈에 김치 정도는 쉽지.”

“감사해요. 이렇게 신경 써주실 줄 몰랐는데….”

앞으로 힘든 일이 생기면 저분에게 의지하면 될 것 같았다.

아이들을 방에 눕히고 왔는지 한 분씩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와~ 이걸 그새 다 한 거야? 대단하다.”

“요리한 경력이 몇 년인데 이 정도야. 재료 있으면 뚝딱이지.”

“잘 먹을 게요! 너무 맛있겠다.”

다들 음식에 한 눈이 팔려서 다행이 신애에 대한 주목도가 내려갔다.

‘다행이다. 계속 이렇게 아무도 안 쳐다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안심한 것도 잠시일 뿐.

금세 대화의 내용이 그녀에 대한 내용으로 바뀌었다.

“여자 아이돌, 그쪽이 되게 치열하다던데 정말 그래요? 기싸움이 엄청나다는데.”

다행히 물어오는 내용은 직업에 대한 것이었다.

꽤 많은 분들이 연예계 쪽 일을 하다 보니 궁금해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돌 쪽은 잘 모르시나 보다.

“기 싸움...장난 아니긴 하죠. 근데 멤버들이 직접 부딪칠 때는 거의 없어요. 기싸움 하는 건 대부분 스탭들이나 회사 쪽이에요.”

“그 사람들이 어떻게 기 싸움을 해요?”

“가령 출연 순서나 같은 샵을 다니면 그 샵에서 얼마나 특별 대우를 받는지 같은 거요. 보통 잘 나가는 그룹을 원장님이 직접 해주세요. 시간이 겹쳤을 경우에 비슷한 급의 아이돌이 샵에 동시에 들어온다? 그땐 매니저들이 난리가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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