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65화 (660/849)

Chapter 665 - #94. 안신애 (6)

“연애 하냐?”

“얘가 연애하긴 하지.

“내 말은 다른 사람 생겼냐는 거지.”

“미쳤어? 친구랑 연락하는 거야!”

“친구??? 얘가 지금 뭐래니. 진짜 바람 피우는 거야?”

“아니!! 친구라고 했잖아.”

“친구 누구?”

“너희 모르는 친구야.”

“너한테 우리가 모르는 친구가 어디 있어.”

어릴 때부터 회사에서 아이돌을 목표로 함께 연습생 생활을 했던 멤버들이다.

때문에 멤버들 친구가 신애의 친구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학교에선 피곤해서 잠으로 시간만 때우고 와서 그랬다.

“생겼어!!!”

거짓말 아니라 정말 친구가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가족이 생겼다고 하는 게 맞겠지만.

‘넓게 보면 친구라 할 수 있는 거 아냐?’

남들에게 소개할 때도 가족이라고 하면 설명을 많이 해야 하는데 친구라고 하면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어쩌다가?"

“잘! 나도 친구 사귈 줄 알아!”

“남자야? 설마 진짜 바람인 거야?! 나 촉 미쳤네.”

“아니거든? 여자야!! 여자라고!!”

“말 앞뒤가 안 맞지 않아? 여자면 자주 메시지를 보낼 리 없잖아.”

“맞아. 여자들끼리 징그럽게. 할 말도 딱히 없을 듯.”

“아냐. 여자라서 더 공감대가 형성 될 때가 있어.”

여자들끼리 오래 대화 해봤자 뭐하냐는 시큰둥한 멤버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현 언니로부터 초대 받은 두 개의 단톡이 신애에겐 매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단톡이 2개인 이유는 해솔 오빠 때문이었다.

하나는 그가 있는 단톡이고 나머지 하나는 없는 단톡인데 지금 신애가 열심히 메시지를 교환하고 있는 곳은 후자였다.

이곳에서 신애는 해솔 오빠의 가족들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집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여자들 사이에서 암묵적인 룰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 것이다.

“진짜 누구야?”

신애가 너무 열정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아서 일까?

며칠간 신애의 말에 새 친구를 사귀었겠거니 하고 신경을 쓰지 않으려 애쓰던 멤버들은 밤에 외출까지 이어지자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직업은 아이돌.

한 명의 일탈이 멤버 모두에게 피해가 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매니저에게 말하기 전에 무슨 일인지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요청을 해볼 순 있는 일이었다.

“나 의심해?”

“네가 의심할 행동을 하잖아. 연애할 때도 우리가 얼마나 협조를 많이 해줬냐? 너는 그렇게 도움을 준 우리한테 새로 사귄 친구가 누구인지 말해주지도 못해?”

“아니, 그건 아닌데….”

“도대체 누구야? 어디서 사귄 친구야? 질 나쁜 사람인 거 아니야? 막 클럽 같은데 데리고 다니고 그러는 거 아니냐고.”

“그런 사람 아니야! 그냥 말하기 쑥스러워서 그랬어. 뭔가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하고…. 너희들이 배려해줘서 해솔 오빠랑 사귀는 건데 내가 너무 자랑을 하면 그렇잖아.”

신애가 결국 엉뚱한 걱정을 하는 멤버들에게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요즘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해솔 오빠의 가족들이라는 걸 말이다.

“꺄악! 미쳤어!”

“그걸 왜 말을 안 해!!”

“맞아! 우리한테 제일 먼저 말했어야지.”

“그래서 그 여자들한테 막 텃세 당하고 있었던 거야?!”

“질 안 좋은 친구를 사귄 줄 알았더니 상황이 그것보다 더 심각하잖아!”

진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사정을 들으니 멤버들이 더 펄쩍 뛴다.

“어쩐지, 그날 잘 끝났다고 말하고 애가 더 말이 없어서 이상하다 했는데….”

“다들 좋은 사람이라고만 했었지?”

“근데 표정이 안 좋았잖아. 그래서 우리도 자세히 못 물어봤고.”

“그래놓고 뒤에선 잔뜩 당하고 있었던 거야!?”

“소설 그만 써어!!!”

하여튼 시어머니보다 더 지독한 게 멤버들이다.

신애는 자기들끼리 상상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서 결론까지 내려고 하는 걸 겨우 막았다.

그리고 멤버들에게 해솔 오빠의 가족들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자신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있는지 모두 알려주었다.

“그래서 도움을 엄청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라구! 저번에 나갔던 건 같이 나가서 쇼핑한 거야.”

“불려가서 쇼핑 셔틀을 했다고?”

“아니얏!!”

왈칵 짜증을 내는 신애를 보며 멤버들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농담이야. 농담. 진짜 친해졌나보네. 정색하는 거 보니까.”

“푸흐흐! 그렇게 펄쩍 뛸 거면 우리가 물어봤을 때 진작 말하지 그랬어. 그랬으면 이런 장난도 안 쳤을 거잖아.”

“이씨!”

멤버들이 다들 장난기가 많다 보니 이렇게 당해도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전부 농담이었던 건 아니야. 네가 숨길 이유가 없는데 자꾸 숨기니까 진짜 질 나쁜 친구 사귀었나 했단 말이야. 그나마 네가 아니라고 해서 그렇구나 한 거고."

"근데 친구라고 말했던 사람이 그분 가족인 건 좀 쇼킹하지 않아?”

“이렇게 잘 지낼 거면 그땐 왜 그랬던 거야? 기분 엄청 안 좋아 보였었는데. 오자마자 방에 들어박혀서 이불 엄청 찼었잖아."

멤버들은 알리고 싶지 않았던 걸 참 잘 알고 있었다.

신애는 그날 자신이 저질렀던 행동들을 멤버들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

“그, 그땐 이렇게 안 친했지! 대면대면하게 겨우 인사 나누고 온 거 맞아. 거기서 연락처를 교환했는데, 톡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까 직접 대면해서 얘기를 나누는 것보단 부담이 덜하더라고.”

“아항~”

“그럼 그쪽에서도 널 받아들인 거야?”

“당연하지. 그리고 내가 거기 가서 정말 신기했던 게 서로 되게 친하더라고. 거의 다들 친구처럼 지내.”

“에이~ 말도 안 돼. 네가 눈치가 없어서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 사실 그게 아닌데.”

“아니야. 진짜야. 나도 처음에는 의심 했는데, 대화 나누다 보니까 아니라는 걸 알겠더라. 괜히 의심했다 싶을 정도로 다들 내가 막내라고 엄청 챙겨줘.”

그리고 이젠 정말 친한 멤버들이라도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둬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메시지를 통해서 주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가족들끼리의 이야기를 남한테 전하지 않는 것.

그것이 아무리 친 남매와 같은 멤버들이라도, 가족의 이야기는 남의 사생활에 깊게 연관이 되어 있었기에 말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들었다.

해솔 오빠의 정실인 주아 언니의 예리한 지적에 신애는 순순히 수긍했다.

해솔 오빠도 연예인이고, 주아 언니와 민영 언니도 연예인이다.

멤버들을 믿고 있지만 괜히 말이 잘못 빠져나갔다가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었다.

‘나도 이제 어린애가 아니니까.’

미래에 가정을 이뤄야 할 여자다.

이제부터라도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어떻게 챙겨주는데?”

“그냥 막내라고 우쭈쭈 해준달까? 모르는 거 있으면 많이 알려주시고.”

“네가 그 사람들한테 조언 받아야 하는 것들이 있어?”

“그냥 이것저것?”

“뭐야 그게 끝이야? 좀 더 자세히 알려줘!”

하지만 이런 상황을 모르는 멤버들은 더 말해달라며 재촉을 해왔다.

평소에도 서로의 사생활을 서슴없이 공유하고 상담 받다 보니 그랬다.

이게 그룹 특유의 분위기이고,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뭐 이런 걸 자세하게 알려고 해. 그냥 잘 지내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줘.”

“무슨 얘기 나눴는지 엄청 궁금한데!”

“아잇, 뭐 이런 걸 알려고 해. 가족 사생활 얘기니까 말 못 해줘.”

“헉! 가족이래. 어머어머!”

“가족이래!!”

“꺄악! 너 완전 뻔뻔해졌어! 그런 부끄러운 소릴 아무렇지도 않게 하잖아!”

“얘 머릿속에선 벌써 결혼으로 가득 찼나봐.”

“이야~ 우리 신애 결혼하겠다고 하고 막 식장에 들어가는 거 생각하니까 울컥하려고 하네.”

순수하게 자신의 미래를 축하해주고 있는 멤버들을 보고 있자니 울컥 감동이 밀려왔다.

“고마워. 너희들 아니었으면 용기 못 내고 포기했을 거야. 그럼 지금처럼 행복하지도 못했을 거고.”

해솔 오빠를 붙잡을 수 있었던 건 그녀들이 용기를 줬기에 가능한 거였다.

“훗훗! 우리가 열심히 상담해주긴 했지.”

“깽판 치려고도 하긴 했지만.”

“윽! 맞아!! 너희들 만나지 말라고 했었던 적도 있었어.”

“근데 결국 좋은 쪽으로 상담해줬잖아. 나는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그렇고 하나만 생각했어. 내 친구가 과연 그 남자를 만나서 행복할 수 있을지.”

멤버가 이렇게 나오니 신애 입장에선 고맙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거다.

정말 자신을 생각해서 해준 상담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우리 활동은 다 끝내고 결혼해. 중간에 탈퇴하는 건 안 돼.”

“맞아. 넌 인기 멤버라서 나가면 우리 그룹에 치명적이야.”

“아잇! 그런 생각을 왜 해!! 당연한 건데. 난 영원히 너희들이랑 같이 아이돌 할 거야.”

“그래놓고 해솔 선배님이 결혼하자고 하면 홀랑 도망갈 거면서.”

그건 그렇지.

프러포즈를 받았는데 거절할 순 없지 않은가?

그게 어떤 기회인데!

신애는 속마음을 알면 실망할 멤버들을 위해 하얀 거짓말을 했다.

“아니거든? 안 그럴 거거든. 그때가 되면 아마 너희들도 개인 활동하고 있을 때쯤이겠지!”

“안 한다는 소린 절대 안 하네.”

“이햐~ 부럽다. 부러워. 내 님은 어디 계신가요오~”

“그러고 보니 다들 남자는 안 만나? 왜 나만 만나?”

“윽!”

신애는 자신에게 모인 관심을 돌리기 위해 멤버들의 남자관계를 캐묻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는 부족한 게 없는 매력 넘치는 여자들인데 왜 남자를 만나지 않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여자 아이돌로 잘 나가면 연애도 자주 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 연애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면 연애를 하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인 것이다.

“너희들 나 연애하는 거 부럽다며. 혹시 숨겨서 연애하는 거면 이해라도 하지. 너희들 패턴 보면 변화가 하나도 없잖아.”

연애를 하면 티가 날 수밖에 없다.

본인 스스로가 경험으로 뼈 저리게 느꼈다.

사랑은 숨길 수가 없는 것이다.

멤버들이 그녀의 물음에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뭐랄까….”

“환상이 너무 커졌달까?”

환상?

“환상이라니? 무슨 환상.”

“…이해가 안 돼? 네 애인 말이야. 멍충아!”

“맞아!! 형부가 너무 완벽한 남자잖아? 그렇다 보니 뭔가 다른 남자를 봐도 영 마음에 안 찬다고!”

“와~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그러고 있었어?”

멤버들이 갑자기 자신들이 연애를 못하는 건 모두 해솔 오빠 때문이라며 그를 탓하기 시작했다.

“야! 너희들한테 잘 해준 사람을 왜 욕해!”

“잘해준 게 문제야.”

“이 부분이 마음에 들면, 이 부분이 마음에 안 들고, 이 부분이 마음에 들면, 저 부분이 부족해보이고.”

“맞아, 맞아. 다 이런 식이거든.”

“야~! 제정신임? 얘네가 현실을 모르네. 기준을 해솔 오빠로 하면 평생 연애 못해!”

우우우-!!!

멤버들이 당당하게 해솔 오빠의 자랑을 하는 신애에게 야유를 보냈다.

“우리도 알아! 아는데 어떡해! 다른 남자들은 전부 애 같아서 연애 감정이 안 생기는 걸.”

뒤늦게 멤버들에게 비상사태가 벌어졌음을 알게 된 신애는 한숨을 푹 쉬었다.

가족의 사정을 멤버들에게 전부 털리기 전에, 멤버들의 연애를 지원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자신을 보호하고, 멤버들을 위해서라도 좋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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