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66화 (661/849)

Chapter 666 - #94. 안신애 (7)

“새끼를 쳐달라고?”

“네, 오빠. 안 그러면 우리 가족들 사생활을 전부 털리게 될 지도 몰라요.”

신애가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한 상대는 해솔 오빠였다.

아무래도 남자이니 소개를 받기 편할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쓰읍, 나도 아는 남자라고 해봤자 연예계 쪽 선배님 아니면 멤버들인데.”

“어…그래요?”

“응. 소개를 못 시켜줄 정도는 아닌데, 멤버들이 같은 업계 종사자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

“직업은 상관없을 거에요. 근데 성격적으로 건실한 분을 소개시켜주셨으면 좋겠어요. 될 수 있으면 연상 쪽으로요. 괜찮을까요? 부담 된다면 거절하셔도 돼요!”

“아니야. 그 정도로 부담 될 리가 있나. 한 번 알아볼게. 어려운 일 아니니까.”

“오! 감사해요. 애들도 좋아할 거에요.”

해솔 오빠에게 부탁을 해놓긴 했지만 멤버들의 수가 많은지라 혼자서 소개를 모두 감당할 순 없었기에 그녀는 주변을 좀 더 뒤져서 부탁을 해야 했다.

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남자 출연진들을 좀 더 유심히 살피기도 했다.

‘생긴 건 엄청 성숙하게 생겼는데, 성격은 진짜 속 좁고 찐따네.’

출연하는 걸로 남자의 성격을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대기 중에 친절을 미끼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특히 남자 연예인인 경우에는 쉽게 밑바닥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여자에게 항상 갑의 위치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어휴, 오늘도 꽝이었어요.”

멤버 남친 만들어주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신애는 해솔 오빠에게 세상에 이렇게 제대로 된 남자가 찾기 힘들 줄 몰랐다며 투정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

“제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깨달았어요. 새삼 오빠에 대한 사랑이 더 진해졌달까요?”

“하하하!”

“멤버들이 왜 남자를 못 만나는지도 알 것 같았어요. 그동안은 관심을 안 가져서 별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건 기특한 소린데.”

“오빠랑 만나는데 다른 남자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잖아요. 당연한 거죠! 아무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요, 요즘 남자들 진짜 어딘가 이상하더라고요. 제 눈에는 정말 별 것도 아닌 사람인데 자기가 엄청 대단한 줄 아는 것 같았어요.”

남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편한 세상.

남자의 숫자가 줄어든 만큼 여자가 그 자리를 차지해서 어쩔 수 없이 소수의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여자들이 더 노력을 해야 하는 세상이기는 하다.

“그런 것들도 남자니까 여자들이 떠받들고 살겠죠? 제가 만약 우리 멤버였으면 그냥 남자를 안 만나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굳이 이런 사람이랑 만나서 고생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거죠. 혼자서 지낸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불행하단 생각도 안 들고 말이에요.”

“그럼 멤버들한테 남자 소개시켜주는 거 없던 일로 할 생각이야?”

“아뇨. 그래도 한 명 당 한 번 정도는 기회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부 인연이 안 돼서 망쳐진다고 해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아요.”

적어도 평생 떨어지지 않을 감을 목 떨어져라 쳐다보는 것 정도는 멈출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얘네들이 남자에 흥미가 생기도록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알았어. 내가 좋은 사람으로 구해볼게."

그렇게 주변의 도움과 해솔 오빠의 인맥을 통해 멤버들에게 소개시켜 줄 남자를 구하는데 성공했다.

해솔 오빠가 자신을 위해 정말 크게 도움을 줬다는 걸 깨닫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신애는 오빠에게 남자 사진을 받아서 멤버들 앞에 당당하게 내밀었다.

이 정도 구성원이라면 좀 거만하게 굴어도 멤버들이 뭐라하지 못하리라.

“이건 뭐야?”

설명도 하지 않고 뜬금없이 내밀어진 남자들의 사진에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보였다.

“딱 봐도 대충 감이 잡히지 않아? 이 언니가 너희들을 위해서 큰일 좀 해왔다.”

“남자 사진이네?”

“설마…너…?”

멤버들도 바보는 아닌지라 신애가 왜 남자 사진을 멤버 수에 딱 맞춰서 가져왔는지 금방 알아차렸다.

“짐작한 게 맞아.”

“말도 안 돼!!! 네가 어떻게 이 분들이랑 연결이 돼?”

“이분들이 나온다고? 우릴 만나러??”

“안 믿겨지지? 나도 모아 놓고 까암짜악 놀랐어. 근데 이게 현실이야. 어때? 언니한테 큰절하고 싶어지지 않니?”

사실 멤버들이 소개팅 얘기를 듣고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많이 걱정했었다.

남자에 관심이 싹 사라졌다는데, 이대로 뒀다간 전부 노처녀가 될 기세이지 않은가?

그래서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라는 느낌으로 빡세게 남자를 골랐다.

그 결과가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그녀도 몰랐고 말이다.

“이거 몰래 카메라지? 카메라 어딨는지 찾아봐, 얘들아.”

“몰카 아니얏!! 진짜야.”

“아니, 이게 왜 몰카가 아님?”

멤버들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사진을 보며 심각하게 표정을 굳혔다.

한편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희희낙락할 수 있는 신애는 길거리 자판대에서 만병통치약을 파는 사기꾼이 된 것처럼 말했다.

“여기서 각자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골라잡아 봐. 대신 먼저 고른 사람이 임자야. 한 사람을 두고 두 명이 싸우는 건 안 돼. 동시에 고르면 가위바위보 단판으로 이기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야.”

“야~ 남자를 그렇게 고르는 게 어디있어!”

“남자는 원래 필이야! 너희가 남자를 못 만나서 안 만나는 건 아니잖아. 느낌이 없다며!”

해솔 오빠보다 못해서.

느낌이 안 와서.

어린애를 만나는 것 같아서.

챙겨주기 귀찮아서 등등.

갖갖이 이유를 대며 남자를 만나지 않는 이유를 항변하던 멤버들.

“내가 주선 한 소개팅이니까 싫은 사람은 받지 마.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안 그래? 내 말에 따를 사람만 소개시켜줄 거야.”

평소라면 더러워서 안 받아! 라고 소리치고 가버릴 멤버들이었다.

그래서 속으로 조마조마했으나 해솔 오빠가 인맥으로 데려 온 이들을 믿었기에 배짱 장사를 해봤다.

“야~! 네 말대로 우리가 남자를 못 만나서 안 사귀는 줄 알아? 완전 폭군이잖아.”

“그래서 싫어?”

“아니이~! 그냥 그렇다는 거지. 싫다는 건 아니고….”

그리고 놀랍게도 이게 통했다.

멤버들의 눈은 아까 전부터 사진에서 떼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기에 신애는 마음껏 승리자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우리 오빠가 너희들 눈을 너무 높여버려서 남자를 못 만나고 있다니까 특별히 기회를 만든 거야. 너희들도 봐서 알겠지만, 해솔 오빠한테 부탁해서 구한 남자분도 있어.”

“끄응….”

“이분이지? 워낙 유명해서….”

배우로 유명하고, 진해솔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다.

“그래! 그리고 너희들이 싫다고 했던 부분에 해당하는 남자들은 최대한 배제했어. 그리고 기준 1순위로 인성 2순위로 외모 3순위로 재력을 봤고.”

“3순위는 굳이 필요 없는뎅.”

“그래도 너무 돈으로 찡찡대는 거 꼴불견이야. 내가 애를 키우는 건지 남자친구를 사귀는 건지 알 수가 없어진다니깐? 그리고 내가 준 돈으로 여자 만나고 다니면 그거만큼 혈압 오르는 거 없다?”

“근데 재력이 나랑 비슷하면 내가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사라지는 거잖아.”

멤버들은 소개팅이 구체화 된다 싶으니 하나 둘 자기들만의 이상형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럼 언니는 이 분으로 해. 가장 경제력이 떨어지거든. 근데 외모는 2강임. 아! 그리고 여기 쓰여 있는 주의사항 읽고 나서 결정하고.”

참고로 주의사항은 소개팅 남자의 여자관계를 써놓은 것이었다.

진국인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이 부분은 양보를 해줘야 했다.

여자들이 진국인 남자를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지 않은가?

멤버들도 그걸 알았는지 순순히 주의 사항을 읽어나갔다.

“소꿉친구가 이미 선점했구나? 그래도 뭐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소꿉친구 외에 여자가 한 명 더 있어서 마음에 드네. 들어갈 틈이 아예 없는 게 아니잖아. 두 명이면 많지도 적지도 않고 딱 좋은 숫자인 것 같아. 거기다 여자 친구들이 전부 회사원이면 나보다 경제력이 떨어진다는 뜻 아니겠어?”

가장 이상적인 선택으로 일반인 남성을 꿰차자 슬슬 다른 멤버들도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는지 눈알이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유난히 애들의 시선이 자주 멈추는 사진이 하나 있기는 했다.

바로.

“나, 나는 이분 할래!”

“야! 이 사람을 네가 어떻게 꼬시려고. 급이 안 맞잖아.”

아무리 여자 아이돌로 활동한다고 해서 모든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듯.

그들에게도 일정한 급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런데 신애가 내민 사진에는 그녀들의 급으로는 만남조차도 불가능할 남자가 있었다.

어떻게 이 사람을 마다할 수 있겠는가?

“몰라! 우지용씨라면 내 인생을 베팅할 가치가 있어!”

무려 그 우지용인데!

“진짜 이분이랑 만나겠다고? 그냥 식사만 하고 끝날 텐데?”

“팬사인회 했다고 생각하면 돼. 무려 1:1 팬사인회인데 이 정도 손해는 감수할 수 있어.”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

우지용과 1:1 식사를 할 수 있다면 그 기회조차 허공으로 날려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아….”

다른 멤버들 사이에서 노골적인 아쉬운 한탄이 쏟아졌다.

그들도 우지용을 가장 먼저 선택하고 싶었으나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쳐 선뜻 선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누가 봐도 우지용은 이 남자들 중에서 가장 독보이고 급이 높은 사람이니 말이다.

“먼저 찜한 사람이 임자야. 알지? 이제 너희들도 빨리 골라!”

“가, 가위 바위 보라도….”

“쓰읍! 그건 동시에 선택했을 때 얘기고. 지금은 아니잖아? 반박은 안 받는다고 했어. 반박시 소개팅 파토야!”

“알았어, 알았다고. 씨잉.”

혹시 모를 멤버들 간의 분란을 막기 위해 신애가 처음부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멤버들도 신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만남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녀의 룰에 따르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서로 취향이 겹치지 않아서 각각 한 명씩 남자를 골라잡을 수 있었다.

“이렇게 서로 이상형이 다르면서 왜 다들 해솔 오빠만한 남자를 찾아다닌 거야?”

“…그분은 취향 그 이상에 존재하신달까.”

“인정.”

“그 얼굴에 취향이 어디 있어. 내 눈앞에 있어주면 감사한 거지.”

해솔 오빠 미만으로는 남자로 안 느껴진다던 멤버들이 각자 자신이 선택한 남자의 사진을 소중하게 품에 챙겼다.

객관적으로 해솔 오빠보다는 못한 남자들이지만, 멤버들에겐 좋은 인연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신애는 자신의 노력이 적어도 한 커플 정도는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진짜 잘 해야 돼. 적어도 한 명은 꼭 커플이 되는 거다?”

“알았어. 우리 믿어!”

“그동안 이론으로만 설명하느라 답답해서 혼났는데, 이번에 언니 실력 제대로 보여주마.”

“싹 다 성공해서 언니들의 힘을 보여주겠어!”

멤버들은 각자 의지를 다지며 사진에 구멍이 날 때까지 열심히 노려봤다.

그런다고 남자가 사진에서 튀어나오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멤버들이 싫어하면 어쩌지 했는데, 남자가 눈에 안 들어온다던 애들의 태도가 단숨에 달라지니….

‘역시 남자 만나기 싫다는 건 전부 거짓말이었네.’

부디 이 숙소에 사랑의 꽃이 피기를 바라며, 신애는 흐뭇하게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