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67화 (662/849)

Chapter 667 - #94. 안신애 (8)

“난 너희들을 믿었어!! 철썩 같이!!”

“…….”

“…….”

“…….”

“…….”

숙소에 깊은 침묵이 내려왔다.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다.

“남자 만나본 적 있다며!! 사귀진 않았어도 썸은 탔다며!! 근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배신감에 파르르 떠는 신애의 앞에 쪼르르 무릎을 꿇은 멤버들이 울적해진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쩝.”

“에휴.”

참담한 결과에 할 말이 없었기에 입 밖으로 나오는 건 한숨뿐이었다.

신애는 그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탕탕탕 소파를 두들기며 말했다.

“전부 싹 다!! 차이고 돌아오는 건 너무 심하잖아!!”

소개팅에 나갔을 땐 자신 있었다.

드디어 자신에게도 남자가 생기는 구나!

신애가 그녀들의 속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그녀들도 온갖 커퀴 짓으로 속을 뒤집어 주리라!

포부도 당당하게 소개팅을 나갔었다.

그런데.

“아니, 나는 최선을 다 하긴 했거든. 근데 남자를 만나 본 적이 너무 오랜만이다 보니까 유행이 지난 줄 몰랐어….”

“그게 어떻게 변명이 될 수 있는데!!! 내 앞에서 해줬던 조언들은 뭐냐구!”

엄청 크게 기대하고 있었기에 실망도 훨씬 클 수밖에 없었다.

소개팅을 주선할 때 해솔 오빠한테 신애는 멤버들의 칭찬을 굉장히 많이 해놨었다.

애들이 얼마나 매력이 넘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아마 그 아이들을 만나게 될 남자들이 땡 잡은 것이라고까지 했었던 신애다.

그랬는데 정작 결과는 상상 그 이하가 됐다.

“창피하게 이게 뭐냐구우!”

“미안해.”

“히잉.”

“그때 개그를 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멤버들이 면목이 없다며 숙였던 고개를 다시 한 번 더 푹 숙였다.

“아니, 남자들도 너무 한 거 아니야? 어떻게 그렇게 일방적으로 사람을 찰 수가 있어? 언니들이 뭐가 부족해서!”

말도 안 되는, 부정하고 싶은 결과에 괜스레 남자들 탓도 해봤다.

“아니야…. 남자 분은 정말 괜찮았어. 근데 막상 그 사람을 앞에 두고 있으려니 입이 떨어지질 않더라고.”

그런데 쓸데없이 착한 멤버들이 자신들의 실패 원인을 말해오기 시작한다.

“소개팅에 나갔는데 여자가 돼서 말을 안 했다고??”

“아~ 그건 너무 심한데. 차라리 나처럼 개그라도 하지 그랬어.”

“넌 거기 나가서도 평소에 하던 개그를 한 거야?!”

쟤가 개그를 할 때마다 숙소에 내려앉은 서늘한 침묵이 몇 번이었던가?

그 짓을 소개 자리에서 했다면 남자가 거절하는 게 당연한 거였다.

“환장하겠네!! 이럴 거면 자신 없다고 말하고 나한테 조언이라도 받았어야지!”

“나도 내가 남자 앞에서 그럴 줄 몰랐지. 잘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멤버들이 시무룩해져서 속상해 하는 걸 보니 그녀도 이 이상 멤버들을 다그칠 수가 없었다.

이러다간 자존감이 너무 낮아져서 우울증에 빠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희들도 일이 이렇게 돼서 속상할 테니까 그만할게. 이번 주 쉬는 날에 우리끼리 술 한 잔 하고 털어버리는 걸로 하자. 어때?”

“난 좋아.”

“그래. 이럴 때 술을 마시지 언제 마시겠어.”

“난 지금 당장 술이 필요할지도….”

신애가 탓하는 걸 그만두자 그녀들은 그렇게까지 자신[이 불쌍하다는 뜻임을 알아차리고 술을 울부 짖었다.

“근데 얘들아. 나는 분위기가 썩 나쁘지 않았거든.”

그때, 멤버 중 한 명이 슬그머니 손을 올리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멤버들에게 어필하는 멤버가 있었다.

하지만 멤버들은 낙담하는 와중에도 그 멤버의 항의를 받아주지 않았다.

“넌 됐거든? 네 쪽은 하나도 안 궁금하다고.”

“맞아.”

“왜에! 나도 소개팅 하고 왔다고!”

“소개팅이 아니라 팬사인회겠지.”

바로 우지용과 소개팅을 한 멤버였기 때문이었다.

“분위기 좋았다니까? 막 핑크핑크한 분위기가 흘렀다고!”

“팬이랑 식사한 건데 당연히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나도 생각이라는 게 있었어! 너무 팬이라고 어필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밀당을 했다고.”

“그래서 연락처 받았어?”

“…….”

“사진 찍었지?”

“…….”

“사인도 받았을 거고.”

“…….”

“넌 그냥 저기 찌그러져 있어. 우리보다 네가 더 암울한 상황이니까.”

“히잉.”

항의를 하던 멤버가 다른 멤버의 명치를 때리는 딜교에 항복했다.

누구는 어줍은 개그로 분위기를 망치질 않나, 쓸데없이 이견차이로 자존심을 부리다가 소개팅 남성과 말다툼을 한 후 카페에 버려지질 않나, 본인도 연예인이면서 사인과 사진을 찍는 식의 팬 사인회를 하고 오질 않나.

신애는 쯧쯧 혀를 찼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소개팅을 주선해준 값은 받아야 했다.

이런 식으로 대가를 받고 싶진 않았지만 말이다.

“어휴, 앞으로 언니들은 나한테 새끼 쳐달라고 하지 마. 내 연애에도 간섭 금지야! 이론만 빠삭하면 뭐하냐고. 현실에 접목 시키질 못하는데!”

“네에…죄송합니다아…저희가 죄인입니다아….”

“우리가…조언을 해줄 급이…아니었던 거야….”

“앞으로 연애는 신애 미만 잡이다….”

멤버들이 소개팅을 모두 차여 온 것은 분하고 속이 터지는 일인 것은 맞지만, 자신이 바라던 것을 쟁취할 수는 있었다.

제대로 된 소개팅을 주선해준 만큼 그걸 망치고 온 멤버들이 신애에게 할 말이 없었다.

“우리가 면목이 없어서 직접 만나서 말을 못할 것 같고, 네가 대신 죄송하다고 전해줘.”

“맞아. 할 말이 없다. 미안해.”

“난 그냥 지금처럼 혼자서 살아야 할 운명인가 봐.”

“나도. 이게 맞는 거야. 내 주제에 남자는 무슨….”

“뭔 소리야! 다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오히려 그럴수록 더 남자한테 관심을 둬서 분발할 생각을 해야지!”

생각한 것보다 애들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뒤늦게 신애는 그녀들을 탓하던 태도를 바꿔서 다독여주기 시작했다.

“아니야. 이번에 네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깨달았어.”

“남자는 너무 어려워.”

“그냥 이대로 너희들이랑 평생 살래.”

“징그럽지만 그게 맞는 듯. 우리 평생 같이 살자. 흑흑!”

“뭔 소리야! 너희들이 얼마나 잘났는데 혼자 살아! 남자한테 차인 걸로 충격을 받으면 세상 여자들은 다 어떻게 살겠냐? 너희만 차인 게 아니라 모든 여자들이 공통적으로 남자들한테 차이고 다닌다고.”

멤버들이 완전 기가 죽어서 자존감이 높아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본의 아니게 그들을 위해 준비한 소개팅이 그녀들의 자존심을 짓뭉개버린 것이다.

“이 꼴 보려고 소개팅을 주선해준 게 아니잖아.”

“아유, 얘 울려고 그러네. 네 말이 맞아. 우리가 너무 과민반응 했어. 안 그럴게.”

“미안하다, 신애야!! 울지 마라!”

“지금 잠깐 우울한 거지, 장난으로 한 말들이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

“씨이…진짜지? 앞으로 남자 사귈 거지?”

♪♪♪♩♩♬

“당연하지! 마음에 드는 남자한테 차이는 게 흠도 아닌데!”

“잠깐, 누구 전화 왔는데?”

“어엉~ 내 꺼다.”

멤버가 핸드폰 알림 소리를 듣고 후다닥 자기 방으로 사라졌다.

나머지 멤버들은 농담으로 한 소리였다며 놀란 신애를 다시 달랬다.

“이래서 소개팅 주선은 쉽게 하는 거 아니라는 말이 있나봐.”

“그래도 기회가 되면 딱 한 번만 더….”

“어허이!”

“아니이! 그럴 수 있는 거 아님? 못 하는 건 연습 하면 되는 거잖아!”

“소개팅으로 연습하는 건 아니지. 차라리 결혼업체에 등록하는 게 맞지.”

미련이 남은 멤버들이 주접을 부리는 사이.

“야야야야야야!!! 나 어떡해!! 나 어떡해!!”

“어우, 깜짝이야. 뭐야? 뭔 일인데.”

“전화 받으러 간 거 아니었어? 쟤 왜 저래.”

“나 어떡해!!!!!!!!”

“누가 가수 아니랄까봐 목청 봐라.”

전화 받으러 갔던 멤버가 갑자기 미쳐서 돌아왔다.

“전화 왔어. 어떡해?”

“누군데.”

“어떡하냐구!! 조언 좀 해봐!!”

“그니까 누군데!! 우지용 선배님한테 전화 오기라도 했냐?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멤버가 제대로 말도 안 해주고 지 혼자서 호들갑을 떠는 걸 보며 한 소리를 하자 혼비백산한 멤버가 대답했다.

“어. 지용씨한테 전화 왔어.”

“???”

“응???”

“누구한테 전화가 왔다고?”

“우지용씨…소개팅 했던 그분….”

“전화 번호 교환 안 했다며!”

“그래서 물어보니까 형부한테 물어봤대. 내가 전화번호를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주고 가서 서운했다더라고….”

“!!!!!!”

“미친.”

소개팅 전에 가장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봤던 멤버가 유일하게 성공을 했다.

멤버들 전부가 뒤집어지는 순간이었다.

♧ ♧ ♧

-응. 지용이 형이 물어봐서 내가 알려줬어.

신애는 제발 자신을 도와달라는 멤버의 요청에 해솔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정을 물었다.

“진짜 그분이 먼저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던 거에요?”

-응. 사실 알려주기 전에 물어봤어야 했는데 알려주고 나서 생각이 나더라고. 혹시 기분 나빴을까?

“아뇨. 기분 나쁜 건 아니고 놀란 정도에요.”

-번호를 안 줬다고 많이 서운해 하더라.

“그게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번호를 줘야 하는 줄 몰랐을 거에요. 워낙 대단하신 분이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거절 당 할 거라고 생각해서 엄감생신 쳐다도 못 봤대요.”

-아닌데. 그럴 거면 소개팅을 나가지도 않았지. 진심으로 좋은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해서 나간 거야.

“그러니까요. 애들이 자신감이 너무 없어요. 제가 오빠랑 연애할 때 엄청 참견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자기 연애는 잘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 엉망이더라고요.”

신애는 자괴감을 느끼는 멤버들에게 말할 수 없었던 투정을 해솔 오빠에게 잔뜩 했다.

“자신이 없어서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싶어도 못했대요. 그래서 지용 선배님이 전화 했을 때 엄청 놀랐어요.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전전긍긍 중이구요.”

-잘 해봐. 그 형이 마음 안 들었으면 연락처를 물어보지도 않았을 거야.

“네! 얘기 전해줄게요. 아마 엄청 좋아할 거에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엄청 불안해했거든요.”

해솔 오빠에게 사정을 들은 신애는 안도할 수 있었다.

도대체 이분이 우리한테 왜 이러시나 불안에 떨고 있었다.

“야! 안심해도 된대! 믿기 힘든 일이긴 한데 지용 선배님이 마음에 들어서 연락한 거 맞대!”

전화를 끊자마자 신애가 멤버들에게 달려갔다.

문 앞에서 전화를 엿듣고 있었는지 문을 열자마자 멤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내, 내, 내가 마음에 들어서 연락처를 얻으신 거라고?!”

“맙소사!”

“우리 그룹에 또 연애를 하는 사람이 나오다니!!”

“경사 났네! 경사 났어!”

“무려 우지용 선배님을 꼬셨어!!”

멤버들은 벌써 우지용과 멤버가 사귀는 사이가 된 것 마냥 호들갑을 떨었다.

사실 남자가 먼저 호감을 표했으면 그건 사귀는 거나 다름없는 게 맞았기에 근거없는 호들갑은 아니었다.

“선배님!! 앞으로 선배님이라고 부를 테니까 노하우 좀 전수해줘!”

“나도나도나도!”

“자세히 말 좀 해봐. 무려 우지용 선배님을 꼬신 네 무용담을 듣고 싶어!”

신애도 자신의 노력이 아예 허투루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뻤다.

‘거기다가 만약 연애설이 터진다고 해도 상대가 우지용 선배님이라면….’

여자 아이돌이 남자를 사귄다.

팬들은 당연히 안 좋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귀는 남자가 우지용 배우라면 어떻게 될까.

우지용이 도대체 이 여자랑 왜? 라는 생각과 함께 그 여자의 능력이 재조명 된다.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급이 올라가는 거다.

그러니 멤버들도 이 만남에 적극적으로 찬성을 하는 게 맞았다.

그룹을 위해서라도!

신애가 진해솔과 연애를 하는 것에 여러 조언을 해준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탕탕탕!

“이제부터 우지용을 꼬시는 방법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와아아아!!!!

그리고 신애를 위해 멤버들이 노력한 만큼.

이번에도 멤버들은 우지용 선배와의 연애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견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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