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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69화 (663/849)

Chapter 669 - #94. 안신애 (10)

담당 편집자님과 만나는 건 신애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할 게 매우 많았다.

엄연히 그녀의 직업은 아이돌이지 않은가?

지금까지 유선을 통해 소통을 해왔기에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작품이 너무 잘 되다 보니 편집자 쪽에서 대접을 해주고 싶은 것 같았다.

“어떡하죠? 분명 그쪽에서 절 알아볼 텐데….”

이건 자뻑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녀의 그룹은 예능을 통해 인지도를 올리고, 좋은 곡과 실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지도를 얻은 그룹이었다.

예능을 통해 얼굴을 알리는 건 많은 아이돌들이 반드시 하는 일이었다.

10번 음악 무대를 서는 것보다 1번 예능을 나가는 게 훨씬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 예능을 고정으로 출연하는 멤버다 보니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아이돌이라는 걸 굳이 숨길 필요가 있어? 취미로 웹툰을 연재하는 건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여질 것 같은데.”

“제가 누구인지 알려지면 연재하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싫어요. 제 이름값이 더해지면 제가 바라지 않아도 작품은 더 유명해지겠죠. 그때부터 달릴 각종 악플들을 생각하면 제 정체가 밝혀지는 게 끔찍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때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는 게 취미가 되지 못할 것이다.

취미는 취미였을 때가 가장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된다.

좋아하던 춤과 노래를 추며 일하는 아이돌이 된 그녀이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럼 너는 무조건 숨기고 싶다는 거네.”

“네.”

“만나러 갈 때 그쪽에 양해를 구해놓고, 최대한 얼굴은 가리는 걸로 하는 게 낫겠다.”

“먼저 정체를 밝히라구요?”

“정체를 밝히는 것보단 따로 직업을 두고 있다고 밝혀두는 거지. 그리고 만나서 알아보면 그때 짠하고 말하는 거야.”

“그리구요?”

“그러고 나서 정체는 비밀로 해달라고 해야지. 아이돌이라는 게 밝혀지면 웹툰 작가는 못하게 될 거라고 말하면 아마 아차 싶어서 입 조심할 거야.”

신애는 해솔 오빠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너무 강하게 나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그건 너무 말이 강하지 않나요?”

“협박 비슷하게 들릴 수 있을 건 아는데, 그렇게 알아들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그쪽에선 작품을 조금이라도 더 잘 팔고 싶어서 무리수를 둘 수 있거든. 네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야.”

“아….”

“숨기려고 했는데 말단 직원의 실수로 유출 됐다. 미안하다. 그래도 반응은 좋지 않냐. 작품 잘 팔리고 있다.”

“!!!”

미래를 보고 온 것 마냥 해솔 오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푹푹 심장을 찔러왔다.

“그 사람들은 충분히 이러고도 남아. 알잖아.”

아이돌로 사회생활을 하며, 시청률을 위해서 남의 상처는 아무렇지도 않게 파헤치는 방송국 직원들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인간적이지 않은 짓을 할 수 있는지조차도.

“그렇죠….”

역시 이번에도 해솔 오빠의 조언을 따르는 게 맞을 듯 했다.

“같이 나가줄까?”

“엣? 안 돼요. 그 사람한테 오빠를 뭐라고 소개하겠어요. 그러다가 스캔들 나면 어떡하고요.”

“흠, 그래도 불안한데.”

“저도 여자에요!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요. 믿어주세요!”

욱한 신애가 할 수 있다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해솔 오빠의 이런 행동 덕분에 편집자와 만나는 걸 무서워 하던 그녀의 생각이 바뀐 건 자각하지 못한 채였다.

“근데 그 편집자님이 왜 부른 건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거절하고 싶었는데 분위기가 거절할 수 없는 쪽이 되더라고요. 저한테 할 말도 있다고 했고요.”

“정말 내가 같이 안 나가줘도 괜찮나 모르겠네. 같이 나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아이잇! 정말 괜찮다니깐요. 그나저나 슬슬 더블데이트 약속 잡지 않을래요? 말을 들어보니까 요즘 분위기가 엄청 좋더라고요.”

“그럼 내가 형한테 넌지시 물어볼게.”

더블 데이트는 보통 남자들이 허락을 해줘야 하는 거였다.

그래서 해솔 오빠가 먼저 나서서 제안을 하는 게 맞았다.

“아~! 벌써부터 재밌겠다. 만나서 뭐하러 갈까요? 캠핑할까요? 고기 구워먹고 그런 거요!”

“오, 좋은데?”

더블데이트 얘기를 하니까 절로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가 나왔다.

웹툰 때문에 생긴 고민도 더블데이트로 뭘 할지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매정한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식사 약속을 잡은 날이 됐다.

신애는 약속 시간이 되기 전 의상부터 고민을 했다.

“좀 강하게 입는 게 맞겠지?”

“그쪽에서 네 정체를 말 안하게 하려면 강하게 가는 게 맞지.”

“너 연기 잘 할 수 있지?”

“아우! 연기 기가 막히지. 나 배우 할 뻔한 거 잊었어?”

“오버는. 킥킥!”

실제로 섭외가 들어오긴 했었다.

연기력을 본 회사 사람들이 정중하게 거절했을 뿐.

“그나저나 우리 멤버들 너무 능력자들 아니야? 한 명은 취미로 그리던 습작이 대박이 나질 않나, 누구는 무려 그분이랑 사귀질 않나!! 꺄아아악!! 기집애, 축하해~!”

“아잇참! 부끄럽게. 흠흠흠! 땡큐?”

놀랍게도 신애가 더블데이트를 하면서 도와주기도 전에 멤버과 우지용 선배님이 사귀는 사이가 된 것이다.

덕분에 더블데이트도 한결 가볍게 성사 될 수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끼지 못해서 아쉬워했지만, 커플들이 두 사람은 그럼 어서 남자를 만나라며 솔로인 멤버들을 놀렸다.

“크흐흑! 분하다.”

“나도, 나도 남자 만날 거야!”

“설마 더블데이트 하고 싶어서 아무나 만날 건 아니지?”

“아- 그건 절대 싫지.”

“준비 끝! 나 다녀올께!”

멤버들의 조언에 따라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게 눈에 힘을 빡 주는 화장을 한 후 약속 장소로 향했다.

시간에 딱 맞게 도착을 하니 편집자님이 먼저 도착해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님이세요?”

편집자분은 안경을 낀 통통한 체형의 부드러운 인상의 여자분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날이 추워져서 좋은 점은 얼굴을 꽁꽁 싸매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일단 여기서 얘기 좀 나누시다가 식사 하러 가시죠.”

“네.”

“그나저나 얼굴이 안 보이시는데도 굉장한 미인이실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그리고 이번에 깜짝 놀랐어요. 따로 하시는 일이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전작 후반 일 때문에 이대로 영영 떠나시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다시 돌아와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편집자님은 첫 만남부터 일단 신애를 열심히 칭찬하기 시작했다.

다소 언급하기 꺼려질 수 있는 일도 부드럽게 풀어서 칭찬에 섞으니 들어도 기분이 나빠지지 않았다.

“그때, 저도 예상치 못하게 일이 너무 바빠져서 연재에 집중을 못하긴 했어요. 제 웹툰을 기다려주는 독자 분들한테 너무 미안하고, 내가 이것밖에 안 됐나 싶어서 그만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했고요.”

“헉! 절대 안 됩니다. 이 능력에, 이 재능을 썩히면 큰일 납니다! 어떤 일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작가님이 본업에서 은퇴를 하시고 이쪽 길로 본격적으로 나서는 건 어떨지 제안을 드리고 싶거든요. 작가님의 이번 작품 심상치 않은 거 느끼고 계시죠?”

“네. 전 작품을 했을 때랑은 반응이 시작부터 다르더라고요. 느낌이 확 왔어요. 어? 이거 터지겠는데 하는 느낌이요.”

편집자님은 신애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을 해주었다.

“맞습니다. 1위에서 내려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아마 지금의 페이스를 쭉 유지한다면 역대급 작품이 될 거라 믿어 의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기에 작가님은 기본적인 피지컬이 좋으시니 멘탈만 잘 잡으시면 될 것 같거든요.”

“이미 완결이 난 거라서 멘탈이 터지진 않을 것 같아요.”

그놈의 멘탈과 시간 부족 때문에 습작이 완결이 날 때까지 꽁꽁 숨겨두고 있었던 거다.

“그 부분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보통 작가님들도 완결 내고 시작하시면 편하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 하기 무척 어렵거든요.”

“대부분 라이브 연재긴 하죠. 저도 시간에 쫓길 때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휴재도 몇 번 했던 걸로 기억한다.

휴재를 안 했다면 어설프게라도 완결을 내지 못했을 터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예 장기휴재를 해서 완결을 제대로 가다듬고 냈어야 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말이다.

“이번에 작가님께서 완결까지 작품을 모두 그리시고 연재를 시작한 거라서 중간에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겁니다. 그래서 말씀 드리는 건데, 개인적으로 저는 완결이 깔끔하다 싶으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들더군요.”

“아쉬운 거요?”

“예, 바로 2부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2부는 정말이지 생각도 못해본 거였다.

물론 2부 연재를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없기는 하다.

하지만 깔끔하게 끝내놓은 작품에 한 번 더 손을 댄다?

솔직히 이 정도 신경을 쓴 작품은 더 이상 심력을 쏟기 싫어진다.

‘지겨워. 새로운 거 쓰고 싶은데.’

그래도 아예 거절하긴 뭐해서 천천히 거절하기로 했다.

“이제 막 연재 초반이라서요.”

“외전도 준비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 2부 연재도 생각해주신다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건 맞으니 당장 준비해달라고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2부는 확실히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혹시 시간이 안 나는 것 때문에 걱정하시는 거라면 이번 작품에서 상상 이상의 돈을 버실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네?”

“하하, 일단 이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모티콘 제안서네요.”

“예, 맞습니다.”

왜 편집자님이 만나자고 했는지, 신애는 드디어 그 의도를 알 수 있었다.

2차 창작에 대한 것을 상의하고자 한 것이 틀림없었다.

“벌써부터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건 너무 빠르지 않을까요?”

“전혀 빠르지 않습니다. 특히 작가님께서 따로 하시는 일이 있다고 하니 오히려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미리미리 준비를 해둬야 한다는 건 편집자님의 말이 맞았기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모티콘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요. 이모티콘을 만드는 작가님을 섭외해서 만들거나 작가님이 직접 만드시는 거. 아무래도 작가님을 섭외하면 금전적인 부분에서 살짝 아쉬워질 수 있습니다만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받아보실 수 있겠죠.”

“반대로 제가 하면 퀄리티는 몰라도 금전적인 부분에서 만족할 수 있겠네요.”

“네.”

“편집자님은 어느 쪽을 추천하세요?”

“저는 작가님께서 실력이 없으시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편집자님은 그녀가 이모티콘을 만들어보는 걸 추천하는 모양이었다.

“그럼 이모티콘은 제가 한 번 해볼게요.”

“방법을 잘 모르신다고 했으니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주세요. 제가 최대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실 요즘 유티비에 워낙 잘 나와 있어서 큰 도움이 되진 않을 테지만요.”

“네, 그럴게요.”

“그리고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게 사실 본론인데, 요즘 웹툰이 드라마로 제작 되는 경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드라마요?”

“당장 만들자! 이런 식의 얘기는 아닙니다. 저희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협력을 통해 웹툰을 드라마화 하긴 해야 하는데 후보를 구하는 와중에 작가님의 작품은 어떨까 생각 중인 거죠.”

이모티콘이 본론이라고 생각했는데 편집자가 가져온 안건은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난 거였다.

신애의 작품을 드라마화 하는 게 어떻겠냐는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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