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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70화 (664/849)

Chapter 670 - #94. 안신애 (11)

드라마화.

잘 된 웹툰을 원작으로 하여 드라마를 만드는 경우는 꽤 많았다.

지금도 방영 중인 드라마 중에 하나가 웹툰 원작이라고 알고 있다.

웹툰을 본 팬들을 시청자들로 끌어올 수 있고, 또 이미 인기를 검증한 이야기로 제작을 하다 보니 위험 부담이 적어서 좋다고 알고 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웹툰 원작에 대한 기존 팬들의 극성이 있어서 캐스팅을 잘못하면 욕을 먹는다는 점.

그리고 원작 각색을 잘못하기라도 하면 난리가 나게 된다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툰을 원작으로 둔 드라마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었다.

“드라마화 되면 제가 뭔가 해야 하는 게 있나요?”

그런데 그 드라마화를 자신의 작품으로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아직 이야기는 초반이지만 성공을 확신하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아닙니다. 드라마 작가님이 요청을 하신다면 한 번쯤은 만나서 작품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도 있긴 한데 그 이상을 바라진 않을 겁니다. 작가님한테 크게 부담이 되는 일이 없다는 거죠. 오히려 이득을 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드라마를 접한 팬들이 원작을 보려고 할 거거든요.”

이 작품이 드라마화 되었을 때 그로인해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굉장할 거라는 뜻을 넌지시 말해주고 있는 편집자님.

신애는 고민하다가 당장 생각나는 궁금증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근데 보통 웹툰화는 완결이 난 웹툰을 기준으로 만들지 않나요?”

“이미 작가님께서 완결 분량까지 모두 그리신 상황이잖아요. 그리고 드라마로 제작 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때쯤이면 거의 중후반을 넘어가지 않을까요? 그 정도면 충분히 드라마를 제작해도 무관한 상태일 겁니다. 그리고 사실 후보에 든다고 해서 이 작품이 반드시 드라마화 될 거라는 건 확답드릴 수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작에 붙다 보니 그만큼 의견도 여러 가지일 수밖에 없거든요.”

“아~”

그런 거라면 편집자님의 제안이 이해가 된다.

자신의 작품은 ‘후보’에 들어가는 것이지 당장 드라마로 제작 하겠다는 건 아닌 것이다.

너무 말도 안 되는 말에 살짝 흥분했는데 정신이 되돌아오고 있었다.

흥분해서 뭘 한단 말인가?

드라마화 되면 좋은 거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이 일에 너무 매몰 되는 건 안 될 일이었다.

“그럼 후보가 되어도 드라마화가 안 될 수 있는 거네요? 다른 작품이 선택 될 수 있으니까.”

“예, 그럴 수 있긴 합니다.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제가 보기에 작가님 작품만큼 매력적인 선택지가 없습니다. 제가 적극적으로 작가님 작품을 미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고요. 이번 작품이 드라마화 된다면 더 큰 사랑을 받으실 겁니다.”

“아직 먼 이야기라서 확 와 닿지는 않는 것 같아요.”

“하하, 그럼 좀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해볼까요? 이번 달 작가님 작품 프로모션 계획입니다. 일단 메인 배너에 걸릴 예정이고….”

편집자님이 매끄럽게 이야기를 돌렸다.

일단 드라마 화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대답을 들은 걸로 만족하는 듯 했다.

이후로는 일반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일 관련 내용들이 이어졌다.

사실 그녀도 드라마화 될지도 모른다는 현실성 없는 내용보다는 이런 얘기가 훨씬 편했다.

“이 정도면 대충 전달드릴 말은 다 드린 것 같습니다. 자리를 옮겨서 식사하러 가실까요?”

“네.”

편집자님은 제대로 대접 해주겠다는 말을 지켰다.

법카를 사용한 것이니 그녀도 썩 손해 보는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식사 자리에서는 얼굴을 가리고 있는 걸 내릴 수밖에 없었기에 당연하게도 정체가 들켰다.

“사실 본업으로 무슨 일을 하고 계신지 정말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본업이 아이돌이라니…. 혹시 제가 뭔가 실례 된 말을 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은연중에 편집자님이 본업을 그만두고 이 일에 전념하는 게 어떤가 떠보기는 했었다.

사실 편집자가 슬쩍 떠보는 식으로 말한 거긴 하지만, 그녀 입장에선 본업을 무시당한 거니 불쾌해 할 수 있는 일이긴 했다.

편집자님이 떠보는 수단으로 ‘돈’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 잘 되면 돈 어마어마하게 벌 거야. 그러니 돈 안 되는 본업은 그만두는 게 어때?’ 라는 식이었으니까.

근데 정작 본업이 뭔지 알게 되니 할 말이 없어지는 거다.

그녀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면 편집자의 말대로 취미로 하던 그림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게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작품이 대박 났으니 돈을 많이 벌 테지 않은가?

하지만 아이돌로 활동하는 신애에겐 해당 되지 않는 일이었다.

“애초에 저는 그림이 그렇게 좋았으면 진작 미술을 시작했을 거에요.”

신애가 아이돌이 된 건 그림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춤과 노래였기 때문이다.

“예, 그런 걸로 마음 상해 있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휴우~ 다행이네요.”

“다만 제 정체는 최대한 숨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본업이 아이돌이다 보니 알려지면 작품 연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취미로 하는 일 때문에 제 본업에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아요.”

“아유, 당연합니다. 비밀로 하겠습니다.”

편집자님의 얼굴에는 전혀 그럴 생각 없다는 듯 신뢰가 가득해보였다.

‘그 사람이 숨기겠다고 말 했을 때는 진심이었을 거야. 근데 와서 상사가 그걸 왜 숨기냐고하면?’

‘!!!’

‘너도 알겠지만, 상사가 까라고 하면 깔 수밖에 없는 게 직원 입장이거든. 그게 알려지면 작품이 얼마나 잘 팔리겠냐면서 은근하게 소문을 만들자고 하면 편집장 입장에서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까?’

당연히 상사의 말을 들을 것이다.

그녀가 본인이어도 그렇게 했을 테니까.

그렇기에 아직까지 죄를 짓지 않은 편집자님에게 강하게 경고했다.

그게 그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취미라는 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근데 제 정체가 밝혀지면 오히려 그림을 그리는 걸로 스트레스를 받겠죠. 그런 취미,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건 정말 중요하죠.”

“네. 그래서 제 신분을 최대한 숨기고 싶어요. 반짝 화제를 얻어서 작품에 도움이 될 순 있겠지만, 이후로는 아마 역효과가 날 거에요. 아이돌로 활동하다보면 정말 이렇게까지 나를 싫어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팬들의 사랑한다는 10개의 글보다 악질 팬의 아픈 1개의 글이 더 마음에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였다.

편집자님은 그녀가 강하게 경고한 것이 움찔 놀랐다가 뒷말을 듣고 표정이 오묘해졌다.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작가님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저뿐일 겁니다.”

이번에 한 말은 비밀로 하겠다고 가볍게 말하던 것과 달리 묵직한 진심을 담고 있었다.

‘이거 회사에도 말 안 하겠다는 뜻인 거지?’

편집자가 입을 다물면 회사 쪽에서 그녀의 정체를 알아낼 방법이 없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이로써 그녀의 정체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일은 완벽하게 차단이 됐다.

“아! 그리고 앞으로 이렇게 직접 얼굴 뵙고 얘기를 나누는 건 자제하겠습니다. 대신 유선상으로 연락드린다고 서운해 하지 말아주세요.”

“아니에요. 절 배려해주시는 건데요.”

편집자님과의 만남은 배려를 받음으로서 훈훈하게 끝날 수 있었다.

♧ ♧ ♧

웹툰 쪽 일도 무사히 해결이 됐고, 미리 만들어놓은 분량이 착착 약속 된 날짜에 연재가 되고 있었다.

그녀가 할 일은 수정하는 것과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뿐.

웹툰 일에 신경을 덜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신애가 관심을 두는 곳은 자연스럽게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새롭게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은 바로 더블데이트였다.

멤버와 멤버 애인 그리고 자신의 애인이 함께 데이트를 하는 거다.

생전 경험해본 적 없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기에 약속한 날이 다가올수록 기쁨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그건 멤버도 마찬가지였다.

“하, 있잖아. 캠핑에서 하루 자고 오는 거라고 했지?”

“응.”

“그럼…방은 어떻게 쓸 거야?”

이뇬이?

자기도 여자라고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눈에 훤했다.

신애는 아는 척 하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텐트 가져가야지. 오빠네에 있대. 가족끼리 여행 다닐 때 구매해서 크기도 크다고 했어.”

“텐트 하나로 다 같이 자는 거야?”

멤버가 시무룩해진다.

‘어휴, 저뇬 발정 나가지고는.’

정작 앞에 두고는 손도 못 대고 벌벌 떨 거면서.

“당연히 두 개지! 아무리 더블데이트라고 해도 각자 사생활은 지켜줘야 하는 거라고.”

“그, 그렇구나! 그럼 너는 해솔 선배님이랑…?”

“아~ 그러고 보니 너희 커플은 아직 같이 자기엔 부끄러운 사이인가?”

“아니, 그건…음…맞긴한데….”

풋풋하다, 풋풋해.

평소 능글맞은 짓을 자주 하던 멤버가 저렇게 숙맥처럼 구니 신애 입장에선 너무 재미있었다.

“원래 텐트는 방음 잘 안 돼.”

“!!!!”

“근데 해솔 오빠 텐트는 방음이 썩 나쁘지 않긴 하더라.”

“!!!!”

멤버의 얼굴이 신애의 말 한 마디에 극락과 나락을 오가는 것을 보니 웃겨 미칠 것 같았다.

“우리 쪽에선 딱 두 개만 들고 갈 거야. 만약 네 애인이랑 내외하려면 네 쪽에서 알아서 챙겨. 요즘 대여해주는 곳 많으니까.”

멤버에게 선택권을 넘긴 신애는 과연 더블데이트를 하는 날 텐트가 몇 개일 것인지 흥미진진하게 지켜 볼 셈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더블데이트가 있는 날이 왔다.

“어때?”

“굿. 나는?”

“풜풱트!”

과하게 혀를 굴리면서 서로의 모습에 엄지를 들어 올린 둘은 호기롭게 숙소를 나섰다.

숙소 밖에는 연예인들이 주로 타고 다니는 벤이 주차 되어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저 벤이 매니저의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사생팬이 달라붙지 않도록 스케줄을 가는 것 마냥 열심히 표정 관리를 했다.

짐도 미리미리 챙겨서 해솔 오빠의 벤에 옮겨 뒀기에 이상하게 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운전석에 앉아 있는 그에게 반가운 인사를 했다.

드르륵-!

쿵!

“오빠!”

“안녕하세요.”

“어~ 안녕. 일단 출발하자. 사생팬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더라고.”

“헉! 네. 미리 준비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겠네요.”

“오늘 본가 가는 날인 걸로 알면서도 저러네….”

악질 팬들끼리는 서로 정보를 발 빠르게 교환해서 소속사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주범이 되곤 했다.

그러니 캠핑을 목적으로 이동하느라 짐을 잔뜩 들고 갔으면 이상함을 느끼고 끈질기게 뒤를 따라다닐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내가 잘 떼어 놓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해솔 오빠는 그때부터 휙휙휙 차를 이동시키더니 순식간에 뒤를 따라 붙은 사생팬들을 떼어놓는데 성공했다.

“오! 진짜 사라졌어요. 대단하세요!”

“이 정도야. 미리 줬던 짐은 뒤 쪽에 있고, 이건 가면서 배고프지 말라는 의미로 사둔 먹을 거.”

해솔 오빠가 건네준 봉투 안에는 각종 먹거리로 가득했다.

“와! 감사합니다. 젤리!”

아직까진 신나기만 한지 멤버가 봉투에 있는 주전부리들을 꺼내서 입에 허겁지겁 가져갔다.

휴가의 참맛은 이런 것 아니겠나?

신애도 과자 하나를 꺼내서 먹다가 슬그머니 말했다.

“저 옆자리로 옮기고 싶은데.”

“어?”

“오빠 옆에서 가고 싶어서요. 지용 선배님 탈 때 조수석 쪽으로 가도 괜찮죠?”

“얼마든지. 나야 좋지.”

“그 전에 이것 좀 드세요.”

차가 잠깐 빨간불에 섰을 때, 후다닥 해솔 오빠의 입에 과자를 넣어주었다.

자신이 준 과자를 냠냠 받아먹는 걸 보고 있으니 귀여움에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거렸다.

“부, 부럽다.”

해솔 오빠에게 과자를 먹여주고, 그걸 먹는 모습을 구경한다고 잠깐 멤버에게 신경을 못 썼는데 옆에서 그녀를 부러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멤버를 보니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괜스레 부끄러워져 신애가 멤버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도 애인 오면 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

“어으, 나는 잘 못하겠어. 막상 앞에 두면 애교가 안 나와.”

멤버의 엄살에 신애가 눈을 흘겼다.

얘가 제대로 못했으면 우지용 선배님이 사귀어주지도 않았을 거다.

잘 할 거면서 괜히 엄살을 부리는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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