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71화 (665/849)

Chapter 671 - #94. 안신애 (12)

“안녕.”

“안녕하세요, 선배님. 안신애입니다.”

“우지용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반가워요.”

해솔 오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우지용 선배님을 데리러갔고, 곧 그도 일행에 합류를 했다.

TV나 스크린에서 보던 사람을 직접 만나니 어색하고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게 됐다.

‘그래도 우리 오빠가 더 잘 생겼네.’

하지만 안신애는 진해솔이라는 압도적인 비주얼을 애인으로 두고 있는 여자였다.

남배우의 낯선 아우라에 당황할 순 있어도 금방 적응을 할 수 있었다.

“선배님, 이것 좀 드세요.”

“고마워요. 근데 제가 선배님인가요?”

“어…그런 걸로 알고 있어요.”

“각자 활동하는 분야가 다른데 선배라고 불리는 건 아닌 것 같네요. 선배라는 호칭은 나중에 신애씨가 연기를 하면 불러줘요. 지금은 그것보다 더 편한 걸로 부르죠. 앞으로 지금보다 더 친해질 거 아닙니까?”

“편하게요?”

전혀 편하지 않은데 어떻게 편하게 부르죠?

신애는 울고 싶었지만, 감히 우지용 선배님이 편하게 하라는데 듣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뭐라고 편하게 부를지 막막한 눈친데. 오빠라고 부르면 되지 않나?”

“헉! 오, 오빠요?”

해솔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곤 했어서 새삼 오빠라는 단어가 어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빠라고 부르는 대상이 우지용 선배님이 되니 선뜻 입 밖으로 나오지가 않았다.

“아~ 그거 괜찮네. 그렇게 편하게 불러줘요.”

“어…그럼 지용 오빠…님도 편하게 대해주세요!”

“알았어. 편하게 할게. 근데 님은 빼고.”

“넵! 님은 빼고!”

신애와 지용의 사이에서 호칭을 정리하고 있는데 우지용의 여자 친구가 된 그녀, 신유희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신애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문득 떠오른 사실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유희는 오빠라고 안 부르지 않아요?!”

“아직은 서로 존중 하고 있는 중이야.”

“유희가 오빠라고 안 부르는데 제가 부르면 좀 그렇지 않나 싶은데.”

“그런가? 유희씨, 불편해요?”

“아, 아뇨!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우리 호칭은 알아서 할게. 지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쿨하게 연인과는 존댓말에 서로 누구씨라고 부르는데, 정작 친구 커플에게는 말을 편하게 하라는 지용 오빠의 행동에 난감해졌다.

‘이거 맞아요?’

지용 오빠의 난감한 말에 도움을 구할 곳은 해솔 오빠뿐이었다.

해솔 오빠는 신애가 눈빛으로 물어본 것에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대답을 했다.

‘어쩌겠어. 우리 일이 아니라 참견하기도 뭐하잖아.’

신애가 시선을 돌려 유희를 바라봤다.

유희는 그냥 그렇게 하라는 듯 신애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왔다.

‘너무 친해지려고 노력하진 말아야겠다.’

그때서야 신애는 한 가지 간과하던 사실을 깨닫게 됐다.

더블데이트는 두 사람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 수 있지만, 반대로 잘못했다간 깽판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거 되게 위험한 거였구나.’

이제 막 시작한 연인.

반면 자신들은 오랫동안 사귀어서 안정 된 커플이다.

자칫 우리들을 보고 두 사람 사이의 호흡이 틀어진다면 곤란하다.

신애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캠핑장을 향한 움직임은 계속 되었다.

“도착이다~!”

모두들 연예계 쪽 인사들인지라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캠핑장으로 선택한 것은 해솔 오빠의 개인 별장이 있는 곳이었다.

사유지라서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들어뒀고, 별장 근처에는 계곡이 흘러서 캠핑을 하기 적절했다.

“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네요.”

“그러게요. 엄청 크네. 여기가 네 별장이라고?”

“응.”

“대단한데? 이 정도면 가격이 얼마나 돼?”

“형도 이런 거에 관심 있어요?”

“아니. 나는 이런 곳 살 돈으로 건물을 사지. 이런 건 만들어도 제테크가 안 되잖아.”

해솔 오빠와 지용 오빠가 짧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여자들은 짐을 내리기 시작했다.

“무거운 건 나한테 줘.”

지용은 주변을 살펴본다고 바빴는데, 해솔 오빠는 그녀가 무거운 걸 들자마자 달려와서 짐을 챙겨주었다.

신애야 항상 이렇게 배려를 받았기에 그 모습을 새삼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당연한 일처럼 감사 인사를 하고 덤덤하게 짐을 옮기는데 신경을 썼다.

한편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있는 유희는 부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슬쩍 우지용을 바라봤다.

그는 주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시선을 빼앗긴 듯했다.

유희는 서둘러 양손 가득 짐을 옮긴 후, 우지용을 향해 다가갔다.

“지용씨.”

“여기 정말 좋네요. 오길 잘했어요. 공기도 좋고, 어느 곳을 찍어도 잘 나오네요.”

지용은 찰칵찰칵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주변 풍경이 정말 마음에 쏙 들었나보다.

“여행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별로요. 휴식기엔 거의 집에 틀어박혀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이렇게 나오면 좋긴 하더군요.”

“그럼 이번 여행도 재밌게 보내요.”

“그래야죠.”

연인 관계가 됐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유희는 생각했다.

솔직히 자신을 왜 만나는 건지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었다.

만나려고 했으면 자신보다 훨씬 매력적인 여자들을 만날 수 있는 그이지 않은가?

자신은 신애처럼 매력이 톡톡 터지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그의 앞에 서면 긴장으로 몸이 굳어서 말도 잘 못하는 팔푼이었다.

그런데도 지용씨는 자신과 약속을 잡고 함께 시간을 보내준다.

연인이라는 번듯한 관계를 맺은 채로 말이다.

그저 팬심 하나로 얼굴만 보려고 했던 일이 갑자기 커져버려서 유희는 이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 관계를 결정하는 건 지용씨야.’

그리고 유희는 이번 여행을 미래를 결정할 분수령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여행을 와서 마음이 좀 풀렸을 그에게 본심을 물어볼 것이다.

‘왜 나랑 사귀는 건지, 그리고 앞으로 나랑 뭘 하고 싶은 건지.’

꼭 물어보고 싶었고, 그걸 위해 신애가 제안한 더블데이트를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었다.

♧ ♧ ♧

캠핑장에 도착해서 텐트 두 개를 치고 물건을 이리저리 옮기고 설 얼은 계곡을 구경하다 보니 순식간에 날이 저물었다.

모두의 배꼽시계가 울릴 상황이었기에 부지런히 고기 구울 준비를 했다.

“오빠는 못하는 게 없으시네요. 텐트도 잘 치시고, 불도 잘 피우고.”

“내가 남다른 매력을 갖고 있긴 하지.”

“넌 남자가 왜 이렇게 부지런해? 내가 뭐 한 게 없으니까 머쓱해지네.”

“형은 그냥 가만히 계셔도 돼요.”

“그럼 안 되지. 나도 할 줄 아는 게 있다고. 그래, 고기는 내가 구울게!”

“안태울 자신 있어요?”

“에이~ 설마 그것도 못할까.”

라고 말했던 우지용은 돼지고기를 거하게 태우고 얌전히 자리에 앉혀졌다.

퇴짜를 맞은 우지용의 손에는 씻어야 할 채소가 꽉 채워진 건 덤이다.

“제, 제가 할게요!”

“그럼 같이 할까요?”

우지용의 뒤를 졸졸 따라댕기는 신유희가 재빨리 물가로 가는 그의 뒤를 따랐다.

“안절부절 못하네. 저게 정상은 아니죠?”

신애는 어디를 내다놔도 창피할 멤버의 주접에 할 말을 잃었다.

마른세수를 하며 절로 나오는 한숨을 숨기지 못했는데, 해솔 오빠가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들겼다.

“글쎄다. 사람마다 각자 다른 연애사가 있는 건 당연한 거니까.”

“그래도 저게 평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쟤가 지용 오빠 매니저인 줄 알지 않을까요?”

“천천히 친해지는 과정인 거지.”

여자가 남자를 애지중지 하는 건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고,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신유희가 우지용에게 저자세를 보인 탓에 입술이 삐죽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저건 완전 시녀잖아요. 시녀.”

손가락 하나만 까딱 움직여도 기겁을 하며 자신이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유희다.

“그렇다고 지용이 형이 처제를 시녀처럼 대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유희가 자기가 다 하겠다며 찬물에 손을 담그고 채소를 씻고 있는데, 가만히 보고 있던 우지용이 소매를 걷어 올린 후 다 씻어놓은 채소를 탈탈 터는 일을 시작했다.

비록 찬물에 손을 담그는 궂은일은 유희가 했지만, 적어도 아예 신경을 끄고 있지만은 않은 것이다.

비록 채소를 씻는 일에 불과하지만, 각자 맡은 일을 하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은 제법 풋풋한 연인 티가 났다.

“오빠는 지용 선 아니, 지용 오빠가 정말 유희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아 보여요?”

“뭐 그런 걸 물어. 당연히 마음이 있으니까 사귀는 거지.”

“사실 유희는 그렇게 생각 안 하고 있거든요.”

“그럼 뭐 때문에 사귀는데?”

“그러니깐요. 뭐 때문에 자기랑 사귀는지 모르겠대요.”

“…그럼 본인은?”

“네?”

“처제는 지용 형이랑 왜 사귀는데.”

“어…네?”

“단순히 형이 사귀자고 하니까 사귄 거야? 마음도 없는데?”

남자가 사귀자고 하는데 거절할 여자가 어디 있을까.

당연히 고백을 받았으면 사귀는 게 맞는 거다.

“아…니지 않을까요? 에이~ 설마요. 애가 그렇게까지 멍청할 리가….”

그렇게 말하는 신애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없었다.

설마 자기 마음도 모르고 그냥 휩쓸려서 남자랑 사귈 리가 없지 않…나?

신애가 휙! 고개를 돌려서 신유희와 우지용이 함께 있는 곳을 바라봤다.

두 사람 사이에는 크게 빵 터지는 일은 없어도 잔잔한 웃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빨개진 유희의 손을 우지용이 안쓰럽다는 듯 붙잡아 호호 입김을 불어주고 있었다.

유희는 차가워서 빨개진 손과 별개로 얼굴은 후끈 달아올라서 어버버- 거린다.

그 모습이 어찌나 멍청해 보이던지!

신애는 절로 한숨 나오는 광경에 입을 떡 벌렸다.

“내가 보기엔 플러팅하는 쪽은 처제가 아니라 지용 형으로 보이거든.”

“…우와, 미친. 핫! 죄송해요.”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플러팅 하는 쪽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것을.

“그, 그럼 지금 지용 오빠는 유희 마음을 얻겠다고 저러고 있는 거네요?”

“응. 저 형 지금 내숭 엄청 부리고 있어. 이건 지용이 형을 위해 너만 알고 있는 걸로 해주고.”

“무, 물론이죠.”

쟤한테 그걸 말해봤자 믿을 것 같지도 않다.

해솔 오빠는 지용 오빠랑 친분이 있어서 그의 평소 성격을 안다며 그녀가 미처 몰랐던 비밀도 알려줬다.

상황이 그녀가 알고 있는 사실과 많이 다르다는 점에서 신애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뭘 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그럼 우린 이제 어떡해요?”

“가만히 내버려둬도 잘 될 것 같아서 우린 그냥 순수하게 캠핑을 즐겨도 되지 않을까? 물론 지켜보는 것도 꽤 재밌으니 조금은 부추겨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해솔 오빠의 얼굴에 짓궂은 장난기가 서린다.

잘 생긴 얼굴에서 무지하게 잘생기고 귀엽기까지 한 얼굴이 된 해솔 오빠를 홀린 듯 바라봤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완벽한 얼굴이 내 애인이라는 건 언제나 그녀를 행복하게 만든다.

“캠핑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두 사람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게 좀 더 흥미롭고 재밌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희가 어떻게 하면 두 사람을 부추길 수 있을까요?”

“저 두 사람이 부러워 할 만큼 우리 둘이 잘 지내는 걸 보여주는 거? 원래 사람을 살짝살짝 약 올려줘야 급발진도 하는 법이거든.”

“약 올려준다…. 그거 저희한테는 되게 쉽지 않아요?”

평소에도 사랑이 넘쳐서 곤란한 관계였다.

오빠랑 만나기만 하면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으로 데려가 혼자서 그의 모든 것을 독차지하고 싶어지는 그녀였다.

지금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멤버가 옆에 있다 보니 자제를 하고 있지만, 굳이 참을 필요 없는 상황을 만들어주면 꾹꾹 눌러 참아 왔던 것을 거침없이 내보여줄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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