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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74화 (668/849)

Chapter 674 - #94. 안신애 (15)

먼저 일어난지라 샤워를 끝내고 뒤늦게 일어난 해솔 오빠와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유희가 깼는지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 든 걸 보니 씻으려고 온 게 틀림없었다.

때마침 해솔 오빠가 아침을 차리겠다며 자리를 비킨 상황이었기에 신애는 능글맞은 미소를 한껏 지으며 껄렁껄렁하게 물어봤다.

“이야~ 얼굴 좋은 거 봐라. 어젯밤에 많이 좋았나봐?”

“…….”

근데 애가 이상하게 자신과 눈을 마주치질 못한다.

“??”

어제 남자친구와 거사를 치렀으니 할 말이 매우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내외를 하니 그녀 입장에선 황당한 거다.

“뭐야. 왜 그래?”

일어나서 유희에게 다가가 팔꿈치로 팔을 톡 건드렸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 씻어야 돼서.”

“응. 2층으로 가서 씻는 게 편할 거야. 2층으로 가.”

“알았어.”

유희가 2층으로 가는 걸 신애가 졸졸 쫓아갔다.

“그래서 첫 경험은 어땠어? 왜 말을 안 해줘. 어제 한 거는 맞지?”

“…응.”

“꺄악! 축하해!! 완전 좋았겠다. 엄살을 피우더니 혼자서도 잘 하잖아. 아참! 어젠 미안. 내가 도와주겠다고 해놓고 해솔 오빠랑 너무 오래 자리 비웠지?”

“괜찮아. 덕분에…뭐 흠흠.”

어제 자신이 자리를 비워서 둘만 있는 시간이 많아 거사를 치를 수 있었다는 뜻으로 오해한 신애가 팔꿈치로 다시 한 번 유희의 팔을 쿡쿡 찔렀다.

“뭐야뭐야? 어제 둘이서 대화를 많이 했나보네.”

“나 씻는다!”

어제 일을 얘기하기가 많이 쑥스러웠는지 유희가 그녀를 피해 화장실로 도망을 갔다.

낄낄 웃으며 1층으로 내려가 해솔 오빠에게 유희가 엄청 부끄러워 하더라며 재잘거렸다.

“어제 저 잠들고 오빠가 수습하러 나갔을 때, 이미 텐트에 들어가 있었어요?”

“어. 그래서 캠프파이어 불 끄고 먹었던 것들 수습하고 나서 바로 자러 들어왔어.”

“생각보다 엄청 빨리 들어갔네요.”

“빠른 건 아니야. 우리가 섹스했던 시간이 꽤 길었으니까.”

“…그렇게 길었어요?”

해솔 오빠랑 섹스를 하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가 없다.

거기다 시간 확인도 못하고 곧장 잠들어서 더 그랬다.

“아무래도 우리가 섹스하는 걸 듣고 분위기가 잡히지 않았을까? 두 사람 사이 생각해보면 급발진 할 이유가 그것밖에 없잖아.”

“어…저희가 섹스하는 걸 들었다고요?”

“아마 그렇지 않을까? 별장에 드나들었던 흔적이 있었거든. 그럼 우리가 섹스하면서 소리 냈던 걸 못 들었을 수가 없어.”

사색이 된 신애가 어젯밤을 떠올렸다.

‘내가 어제 소리를 얼마나 질렀더라?’

초반에는 열심히 소리를 참았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해솔 오빠에게 매달려 있을 힘도 없어진 상황에서 입을 다무는데 신경을 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냥 헐떡이며 숨을 쉬는 게 최선이었다.

그러니 신음을 참는 것도 불가능했을 터.

“그러니까 제가 낸 소리를 유희가 들었다는 거…에요?”

“그렇지 않을까. 이따가 형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겠지.”

“아닐 수는 없을까요?”

머리가 띵했다.

“아닐 수도 있지. 근데 우리가 1층에서 섹스를 해서 좀 힘들지 않을까.”

소리를 못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거다.

신애는 경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마른세수를 했다.

이건 흑역사라고 칠 수 없는 일이었다.

“오빤 안 부끄러워요? 왜 이렇게 태연한 건데요!”

“아하하, 부끄러웠어?”

“엄청요! 아니, 안 부끄러운 게 이상한 거잖아요!”

안 부끄러워하는 오빠가 비정상인 거다!

‘수줍어하는 해솔 오빠 모습, 보고 싶을지도.’

엉뚱한 쪽으로 잠깐 생각이 세어나갔다.

이게 다 해솔 오빠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생긴 일이다.

저 얼굴로는 무슨 짓을 해도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멤버들이 못된 장난을 쳤을 땐 화라도 낼 수 있지, 오빠가 장난을 치면 화도 못 내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으니 환장할 지경인 것이다.

이럴 땐 해솔 오빠한테 말을 걸지 않고, 차라리 당사자인 유희한테 대놓고 물어보는 게 나았다.

씻고 나온 유희에게 쪼르르 달려 간 신애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아무도 없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 왜에~!”

유희가 반항하는 걸 봐주지 않고 데려와서 벽에 애를 밀쳐낸 후 벽치기를 했다.

“뭐, 뭐야? 뭔 짓인데! 징그럽게.”

“솔직히 말해.”

“아씨! 야, 어젯밤 얘기는 숙소 가서 해줄게. 그럼 되잖아!”

“그딴 거 말고!! 네 애인이랑 첫 섹스한 건 축하하는데, 어쩌다가 섹스를 하게 됐는지는 알아야겠어.”

“…!!”

유희가 뭔가 걸리는 게 있는지 갑자기 입을 조개처럼 다물어버린다.

“솔직하게 불어. 어제, 별장 왔었지?”

속으로 아니라고 대답해주길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유희의 표정만 봐도 대답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능했다.

꿀꺽-

침을 삼킨 유희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말했다.

“왔, 다면?”

쿵!

신애가 벽으로 주먹을 다시 한 번 더 내리쳤다.

큭! 하고 눈을 질끈 감은 유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이글거리를 눈동자를 한 신애가 유희를 노려봤다.

“어제 네가 본 모든 것. 멤버들의 귀에 들어갔다간 나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여.”

“그렇게 협박한다고 내가 쫄을 줄 알아?!”

“지금 네가 영 못 알아듣는 것 같은데, 알아선 안 되는 것을 알았으니 그 요망한 입을 놀리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어. 인질이 다칠 건 무섭지 않은 모양이지?”

“큭, 분하다! 좋아. 그럼 서로 하나씩 비밀을 갖고 딜하는 건 어때? 너도 내 비밀을 지키고, 나도 네 비밀을 지켜주는 거다.”

“네 비밀?”

“내가 오늘 그거 했다는 거 말이야. 멤버들한테 물어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고 할 텐데, 그러고 싶지 않아.”

지용씨와의 추억을 함부로 꺼내서 멤버들과 공유하고 싶지 않은 소유욕.

신애는 유희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기에 말했다.

“좋아. 그럼 여기에서 있었던 일은 서로 무덤까지 가져다는 걸로.”

“딜.”

“딜.”

짝!

서로 손바닥을 마주치는 것으로 합의를 마친 두 사람은 언제 오글거리는 말을 했냐는 듯 태연하게 바깥으로 나왔다.

“오빠~ 이거 옮기면 되는 거죠?”

“응. 유희는 가서 지용이 형 좀 깨워줄래?”

“네.”

유희가 텐트로 쪼르르 사라지고.

해솔 오빠가 만든 아침을 호들갑스럽게 칭찬한 신애가 숟가락 젓가락을 꺼내놓았다.

“흐아아암~ 굿모닝. 다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

아침이 모두 준비 되었을 때,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로 우지용이 나타났다.

어젯밤 고생을 해서 그런지 볼이 홀쭉해보였다.

“아침은 좀 든든하게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이것저것 넣고 라면 끓였어요.”

“좋네. 마침 해장해야 됐어.”

해장에는 라면만큼 좋은 게 없는 법.

국물이 얼큰할 수 있게 각종 해물이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크~ 좋네. 속 풀린다. 근데 다들 벌써 다 씻었네? 몇 시에 일어났기에 멀끔한 거야? 나만 늦잠 잔 것 같은데.”

“형이 술을 많이 마셔서 그래요.”

“후, 그런 것 같긴 해. 분위기에 취해서 술이 달더라. 그나저나 아침에 해돋이 보러 가려고 했는데 망했네. 아쉽다.”

“아침에 가도 예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후회 안 하실 거에요.”

“그래. 오늘 일정은 어떻게 돼?”

계획 된 여행 일정은 2박 3일이었으니 오늘은 이곳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면 됐다.

겨울이라서 계곡에 발을 담글 순 없어서 뭘 할지 궁금했다.

“편하게 생각해요. 딱히 일정 같은 건 없거든요. 다 같이 할 건 이따가 근처 마트에 들려서 필요한 거 구매해오는 것 정도? 그 외에는 각자 알아서 하고 싶은 거 하면 돼요. 차가 필요하면 타고 나가거나 택시 불러도 되고요.”

“어제처럼 캠프파이어도 할 수 있나?”

“하고 싶다고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죠. 창고에 보면 가지고 놀 수 있는 것도 많아요. 근처에 경사진 곳이 있어서 썰매처럼 타고 놀아도 괜찮고요.”

“난 몸 쓰는 건 별로.”

어제 체력을 많이 써서 그런지 우지용은 휴식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반면 해솔 오빠와 신애는 어제 거하게 체력을 소모했으나 오늘도 활동적으로 돌아다닐 생각이 만만했다.

“흐아아암~ 난 피곤해.”

“저, 저도 좀 피곤해서. 여기 근처 산책하면서 쉬고 싶어요.”

유희와 지용이 먼저 의사를 밝혀 바깥에 나가지 않을 것을 요청했기에 해솔과 신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타협했다.

“그럼 오늘은 각자 커플끼리 시간 보낼까요?”

“마트도 우리끼리 갈게. 거기 시내에 보양식 파는 집 있을 거야. 거기서 밥 사오면 될 것 같다.”

“하하, 어제 힘을 좀 썼더니…. 고맙다.”

뭐 때문에 체력이 닳았는지 모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저나 어제 우리가 방해 된 건 없었지? 너무 일찍 들어와버려서 괜히 좀 미안하네.”

“전혀. 오히려 우리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어. 다만 텐트를 못 써서 어떡하냐? 기껏 준비해서 왔는데 말이야.”

“그럼 오늘은 서로 바꿔서 자는 거 어때요? 어제 텐트에서 자서 불편했을 텐데 오늘은 형네가 별장에서 자는 거죠.”

“흠, 그럴까?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침대에서 안자니까 불편하긴 하더라. 텐트가 로망이 있긴 한데 하루로 충분한 것 같아.”

잠자리가 불편했다기보단 섹스할 때 불편했을 거다.

두 커플 모두 적극적으로 장소를 바꿔서 자는 것을 찬성한 덕분에 빠르게 결정이 내려졌다.

“아앗! 머리 안 말리면 감기 걸리세요. 제가 머리 말려드릴게요.”

밥을 모두 먹은 후, 우지용이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자 유희가 쪼르르 그에게 달려가서 말을 걸었다.

신애는 두 사람을 유심히 살피다가 해솔 오빠에게 말했다.

“확실히 몸정은 엄청난 것 같아요.”

“응?”

“두 사람, 어제랑 완전 180도 달라졌잖아요. 엄청 가까워졌어요. 이제 좀 연인 관계 같달까?”

어제는 애인이라기보단 썸 타는 사이처럼 보였었다.

그런데 오늘은 서로에게 의식적으로 스킨십을 하고 있었다.

서로의 손을 수줍게 만지고, 허리나 허벅지를 살짝 살짝 터치하는 건 엄청난 발전이 맞았다.

“확실히 우리가 평소에 하는 것처럼 행동하네. 아직 멀었긴 하지만. 그래도 풋풋한 맛이 사라졌어.”

“저게 훨씬 보기 좋지 않아요?”

“그런가? 나는 내 애인 신경 쓰느라 딱히 생각 안 해봐서.”

“그래도 우리가 살인성인으로 저 둘 사이를 저렇게 만든 거잖아요. 보람차지 않아요?”

의도한 일은 아니었지만, 계획했던 대로 두 사람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인 덕분에 부쩍 가까워질 수 있었던 거다.

저렇게 좋아 하는 얼굴을 보니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이지만 보람차다 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애야.”

“네?”

“저 커플은 이제 알아서 내버려둬도 잘 할 것 같은데, 우리도 슬슬 오늘 데이트에 대해 얘기 해야하지 않겠어?”

“아! 죄송해요. 제가 너무 신경을 못 썼죠?”

그가 충분히 서운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평소 자주 배려를 받는다 해서 그걸 권리로 생각하면 안 되지 않은가?

“사과할 일은 아니고, 그냥 지금부터는 우리 둘이 즐기는 게 낫지 않겠나 싶어서. 물론 어제 재미없었다는 건 아니야. 캠프파이어도 재밌었고, 음악 감상 한 것도 재밌었거든. 이후에 했던 것도 엄청 좋았고. 아마 저쪽도 신경 안 써주는 걸 더 좋아할 거야. 어린애들 아니잖아.”

“그렇죠. 멤버라서 너무 과하게 참견을 했나 봐요.”

“가족 같은 사이니까 더 신경 써주고 싶었을 거야. 그 마음 이해해.”

신애는 자신의 마음을 찰떡같이 이해해주는 해솔 오빠가 좋아서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그가 입에 발린 소리를 하고 있다는 걸 모른 채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 우리는 뭐할까? 근처에 나가면 구경할 곳이 있긴 한데. 차도 우리가 쓰면 되니까 어디든 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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