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76화 (670/849)

Chapter 676 - #94. 안신애 (17)

신애는 해솔 오빠와 자신의 연애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은 것에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보통 동료 연예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연애 할 때 들키지 않기 위해 한정 된 공간에서 데이트를 한다고 했다.

가장 만만한 곳이 서로의 집안이었고, 그게 아니라면 겨울 같은 날에는 외투로 몸과 얼굴을 꽁꽁 싸매고 사람이 없는 외진 가게에 가서 데이트를 하는 것이다.

아니면 아예 룸이 있는 가게로 가서 조심스럽게 시간을 보내거나 말이다.

하지만 신애는 해솔 오빠와 이곳저곳 구경을 다니며 걱정 없이 데이트를 한 경험이 많았다.

'처음에는 들키면 어떡하지 싶어서 엄청 걱정했지.'

근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남에게 관심이 없더라.

데이트를 할 때 아무도 두 사람을 주목하지 않았다.

솔직히 해솔 오빠는 남자인데다 키도 크고 옷이나 마스크에 가려져도 훈훈함이 가려지지 않아 쉽게 들킬 거라 생각했는데, 신기하게 아무도 그를 알아보는 이가 없었다.

'오빠는 체질 덕분이라는 황당한 소릴 하긴 하는데, 그게 말이 되냐구.'

이 정도면 그냥 가끔 터지는 스캔들은 운이 나빠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게 맞았다.

아니면 기자한테 찍혔든가.

기자가 딱 찍어서 뒤를 밟는데 피하는 게 더 이상한 거다.

하지만 자신은 기자에게 딱히 찍힐 만큼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다.

물론 인기 아이돌 그룹인 건 맞지만, 기자가 발품을 팔아서 뒤를 쫓아 스캔들을 낼 만큼의 가치는 없다고나 할까?

그리고 생각해봐라.

권력도, 능력도 없는 그녀가 해솔 오빠의 연인이라고 누가 믿겠냔 말이다.

'오빠랑 나랑 스캔들이 터지면 아마 대부분 그럴 거야.'

-도대체 진해솔이 왜??

-에이~ 말도 안 되는 찌라시.

-진해솔이 왜 쟤랑 만나. ㅋㅋㅋㅋ

-가짜 찌라시에 놀아나지 맙시다~

-이거 개그냐?

-여자애는 좋겠네 ㅋㅋ 무려 진해솔이랑 스캔들도 나보고.

까드득-

'아마 대부분 저런 반응일 거야.'

분하지만 이게 냉정하게 현실을 따져봤을 때 나올 반응이었다.

해솔 오빠에 비하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자신이지 않은가?

나름 아이돌로 명성을 훌륭하게 쌓아 올렸다고 자부하지만, 해솔 오빠와 비교하면 반딧불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활동을 더 열심히 하는 거다.

조금씩 조금씩...

그의 손에 닿을 수 있도록.

그렇게 열심히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고 있는데...

'이놈의 오빠가...너무 빨리 올라가 버리니까 문제야.'

그녀가 한 계단 올라가면 뭐하는가?

그는 이미 두 계단을 올라가 버렸는데.

아무리 달려가도 좁혀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좌절하고 싶어질 때가 많았다.

그나마 지금은 멤버들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개인 활동과 휴식기를 맞이해 쉬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그녀만 잘 해낼 수 있으면 뒤를 따라 갈 수가 있어진 거다.

'사람들이 적어도 왜? 라는 말은 안 나오게 됐을 때 당당하게 밝힐 거야.'

가족에게 소개를 받을 결심이 선 것도 그의 가족에게 자신을 여자 아이돌이라 소개를 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가 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유희도 스캔들이 났을 때,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을 정도가 되었을 때 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실수로 다른 사람에게 들켜서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스캔들이 나고, 온갖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끝내 예쁜 사랑이 엉망진창으로 짓밟히게 되지는 않도록 말이다.

"그래서 제가 과하게 참견을 하려고 했던 거에요."

이런 생각을 해솔 오빠에게 차분하게 밝혔다.

그와는 항상 이렇게 고민 되는 것을 털어놓고 조언을 받아 온 경험이 많았다.

언제나 그녀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는 오빠였기에 늘 고민을 상담할 때 망설이지 않았다.

"음...유희한테 조언을 해주는 건 좋은데, 내가 걱정이 되는 건 그걸 따랐는데도 스캔들이 났을 때야. 만약 네가 추천해준 장소에 갔다가 사진이 찍혀서 스캔들이 났다고 생각해봐. 너도 그렇고 유희도 그렇고 어떤 생각이 들겠어."

"아...!"

그건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괜한 참견을 했다가 유희씨가 널 원망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는 일인 거야. 앞으로 그룹을 위해서라도 좋은 선택은 아닌 거지. 더군다나 지금은 본인이 원해서 해주는 조언인 것도 아니잖아."

그의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너무 만약을 생각하는 거 아닌가 싶긴 해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이유가 없기도 했다.

"지용 형의 인지도를 너무 무시하지 마."

"그치만, 해솔 오빠도 안 들키고 잘 다녔는걸요?"

지용 오빠가 아무리 대단한 배우라 해도 해솔 오빠의 인지도에 비하면 별 거 아닐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솔 오빠는 그게 아니라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으니까 아는 사람이 더 많은 건 맞아. 근데 우리 나라를 한정해서 생각해보면 나보다 더 아는 사람이 많을 수 있어. 나는 무대를 보지 않으면 쉽게 접할 수 없는 사람인데, 지용 형은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 작품을 통해서 자주 얼굴을 비췄잖아."

배우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tv라는 매체를 통해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직업이다.

반면 아이돌은 이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주로 10~30대의 젊은 연령의 사람들 중 소수의 사람들이 팬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아이돌은 관심 있는 사람들만 얼굴을 알아. 물론 우리가 계속 노래를 부르고 다니면 귀에 익숙하니까 알아볼 수야 있겠지. 근데 배우 만큼은 아닐 거야."

tv매체의 힘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이 강력하다.

그래서 아이돌들이 예능에 환장을 하는 거다.

예능에 나가면 인지도가 급격히 올라가니까.

예능에 나가지 않고 가수로서 인지도를 올리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에어플레인은 그 어려운 길을 선택한 그룹이었다.

그들을 예능에 초대하고 싶어 하는 방송국 쪽 러브콜은 많았지만, 급격히 그룹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굳이 예능에 나갈 필요가 없어진 탓에 생긴 일이었다.

이미지를 소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일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관심 없는 사람은 그들의 얼굴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돌은 무대 위랑 아래에서 모습이 많이 다르잖아."

무대 메이크업을 통한 1차 변신.

반짝반짝 빛나는 의상을 통한 2차 변신.

그리고 무대 위의 컨셉에 의한 3차 변신까지.

알아보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정상이었다.

그들이 아이돌의 평소 모습에 관심이 있지 않은 이상 말이다.

"그러니까 지용이 형은 우리랑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는 거야."

"우리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는 거네요."

"그렇지. 아마 그렇게 무방비하게 행동했다간 바로 스캔들일 걸?"

"우리가 그 정도로 무방비했어요?!"

"초반에는 잘 숨기다가 요즘에는 꽤 무방비 하지 않았어?"

"마스크는 꼬박꼬박 썼어요!"

"이제 네 인지도가 마스크로 가려질 정도는 아니잖아."

"!!!"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다.

연애 초기와 지금의 인지도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컸다.

"그럼 유희도 되게 위험한 거 아니에요?"

스캔들이 나도 괜찮다고 하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연애가 노출 되었을 때 받는 관심이 선하기만 한 건 아닐 것이다.

악의에 노출 된 사랑은 단단해지기보단 부셔지는 게 더 빨랐다.

"잘 됐으면 좋겠는데..."

잘 됐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조언을 해주려고 한 건데, 그것 때문에 멤버와 사이가 멀어질 수 있다고 하니 자제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근데 그렇게 방치하다가 스캔들이 나서 헤어지면 어떻게 하냔 말이다.

"나는 두 사람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응원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히잉..."

"스캔들이 나서 겪는 건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야."

신애는 멤버들이 자신의 연애에 참견했을 때 기분을 떠올려봤다.

당시 멤버들은 해솔 오빠의 기자회견을 보고 포기하는 게 맞다고 조언을 해줬었다.

자신도 멤버들의 말이 맞다고 납득했기에 짝사랑을 포기하려고 했었다.

만약 그때 정말 멤버의 말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접었다면 지금과 같은 행복은 영영 없었을 것이다.

'나중에 멤버들을 원망했을까?'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가 없어서 결국 해솔 오빠를 만났던 자신.

'포기하려고 한 나를 보고 오빠가 실망해서 떠나버렸을 수도 있잖아.'

그럼 100% 멤버들을 원망했을 것이다.

왜 그를 포기하라고 말했냐고.

그러지만 않았어도 오빠와 멀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하면서 말이다.

'연애 실패 이유를 멤버들한테 떠넘기다니. 완전 꼴불견이잖아.'

근데 상황이 그렇게 몰렸으면 이성적인 생각을 버리고 감정적으로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곪아버린 마음을 만만한 멤버들에게 토로했겠지.

'우리 꽤 위험한 짓을 하고 있었구나.'

이래서 친구 연애에 과하게 참견하면 본인만 손해라고 하는 말이 나오는 건가 보다.

'그나마 일이 잘 돼서 다행이지...'

개인 사생활 때문에 감정이 상하면 비즈니스까지 제대로 하지 못했을 테니, 그녀의 삶도 많이 망가졌을 것이다.

"정말 조심해야겠네요."

"조용히 지켜만 봐. 그리고 힘든 일이 생기면 그때 위로해주고."

"네에...그럴게요."

해솔 오빠가 해주는 조언을 듣고 손해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신애는 오늘도 그의 조언을 귀담아 들었다.

앞으로도 자신이 흔들릴 때마다 해솔 오빠는 지금처럼 조언을 해줄 것이다.

그럼 자신은 그의 조언을 듣고 행동하면 되는 거다.

멤버가 스캔들이 나서 곤란에 빠진다면 그때 또 그에게 조언을 부탁하면 된다.

"언제나 제 곁에 있어주실 거죠?"

"내가 어딜 간다고. 당연히 그래야지. 떨어지라고 해도 안 떨어질 거야."

해솔 오빠의 너스레에 기분이 좋아진 그녀가 방긋 웃었다.

그가 곁에 있으면 어떤 일이 닥쳐와도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이후로 웹툰이 잘 돼서 덜컥 드라마화에 선택을 당했을 때도.

유희가 결국 지용 오빠와의 연인 관계를 들켜서 거하게 스캔들이 났을 때에도.

그가 곁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문제 없이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해솔 오빠 덕분에 두 사람이 헤어지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일까?

유희와 지용 오빠가 알콩달콩 연애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자신도 공개 연애를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기자에게 뜻하지 않게 연애를 들키는 상황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때문에 그녀는 더욱 열심히 활동을 해나갔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한 덕분인지 저번 년도의 호응을 그대로 이어받아 이번 년도에도 컴백한 노래가 좋은 결과를 냈다.

그 해의 시상식에서 좋은 결과를 낼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마침내 신애가 시상식에서 멤버들과 함께 최고의 음악상을 받았을 때.

몇 개월 동안 고민하고 계획해왔던 일을 실행에 옮겼다.

자신이 누구와 사랑을 하고 있는지 당당하게 밝힌 것이다.

그것도 수상 소감을 통해 말이다!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소감을 말 할 때마다 꼭 언급하고 싶었던 분이 계십니다. 언제나 제 곁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아주시는 그분께 감사하다고 마음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있기에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사랑합니다."

누가 봐도 연인을 향한 인사였기에, 시상식을 보고 있던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채로 행복과 사랑을 얼굴에 가득 피어 올린 채 수줍게 말해오는 신애의 시상식 장면은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말문을 막히게 만들었다.

도대체 그녀의 피앙세가 누구이기에 저토록 행복하게 사랑을 고백한단 말인가?

그녀의 고백을 기다렸다는 듯이 sns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그 사진은 예상 외로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진해솔 ♥ 안신애 "우리 사랑하고 있습니다!" 깜짝 발표!]

안신애의 연인은 다름 아닌 진해솔.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갖춘 에어플레인의 진해솔이 자신의 sns에 안신애와 다정하게 사진을 찍은 것을 올린 것이었다.

이는 안신애가 자신의 여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행동이었고, 그의 또 다른 여자가 세상에 밝혀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