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82화 (674/849)

Chapter 682 - #95. 메이 린과 조안나 (6)

"요즘 메이는 좀 어때?"

애인에게 친구를 부탁하고 난 이후.

조안나는 하루라도 안부를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요즘 메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해솔은 메이를 돌보느라 피곤하지는 않는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는지.

하루도 빠짐 없이 수시로 시간이 날 때마다 연락을 넣어 안부를 물었다.

친구에게 연락을 하는 건 혹여나 부담을 줄까 싶어 편하게 연락을 할 수 있는 진해솔에게 연락을 했다.

-많이 괜찮아졌어요. 근데 여전히 혼자만의 생각에 자주 빠지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안 좋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고요.

해솔은 애석하게도 친구의 상태가 그리 호전 되지 못했음을 알려왔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치료해 나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속이 상하곤 했다.

"나 요즘 우울증 극복에 관련 된 책을 읽고 있어. 메이한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좋은 생각이네요. 저도 메이씨 상담사 연락처를 알아내서 개인적으로 조언을 얻고 있어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때 물어보면 방법을 알려주더라고요.

"당신이 걔 옆에 있어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어서 나아서 우리 세 사람 다 같이 만났으면 좋겠어."

-메이씨한테 물어볼 수가 없어서 그런데, 비평가가 저질러 놨던 문제는 좀 어때요?

애인의 말에 생각만 해도 불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비평가 문제는 잘 해결 됐어. 초반에는 비슷한 것들이 몰려가서 기세등등했는데, 곧 제대로 된 사람들이 나타나서 말도 안 되는 글을 싸질러 놨다고 비판했거든."

팔이 안으로 굽을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최대한 조심하며 객관적인 시선으로 메이 린의 사진전을 어떻게 평가 했는지 알아봤다.

메이 린 답지 않은, 완벽하다고 볼 수 없는 사진전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혹평을 받을 만큼 형편없는 사진전은 아니었다 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의견이었다.

사실 이것도 메이 린이 그동안 보여줬던 실력이 워낙 대단했던 지라 아쉬워하는 것이지, 다른 작가들과 비교했을 때 욕 먹을 이유가 없는 사진전이기도 했다.

-결국 안 먹어도 되는 욕을 먹은 거네요.

"응. 그렇지. 늘 그랬던 것처럼 그 사람들은 그냥 싫어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싫어할 수 있는 이유를 준 비평가의 글에 몰려가 맞장구를 친 것이다.

정작 그렇게 말을 한 사람들의 인생을 메이 린과 비교해보면 웃음도 나오지 않을 만큼 형편없을 거면서 말이다.

"나는 메이만큼 인생을 열심히 노력하면서 산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각자 다들 노력을 하고 산다는 건 알지만, 메이는 정말 뭐든 열심히 했거든."

꺾이지 않는 사람이라서 세상은 그녀에게 더 가혹했다.

이래도 네가 버틸 거야?

이렇게 해도?

빨리 무너져.

꺾이라고.

추락하란 말이야!

그들의 행동은 저주나 다름없었다.

-추악한 질투죠.

"응. 너한테 까칠하게 대하는 것도 그래서야. 주변에서 하도 꺾으려고 드니까 예쁘다고 만져주는 것도 꺾으려는 손길인 줄 알고 경계하는 거지."

그러니까 걔가 까칠하게 굴어도 너무 미워하지 마.

-안 미워해요. 오히려 잔뜩 가시를 세우면서도 정작 내가 손 대면 가시를 다 밑으로 내려버려서 얼마나 안쓰러운데.

"정말? 메이가 그래?"

-응. 솔직히 예전보다 더 사랑스러워요. 그땐 서로의 몸에 불타 올라서 속에 있는 마음을 나눌 기회가 없었잖아요. 이제야 메이 린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에요.

그러고 보면 그와 처음 만났을 때는 뮤즈라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눈만 마주치면 들러붙었던 것 같다.

짜릿하고 강렬한 추억이었기에 후회하지 않을 시간들이었지만...

"그러고 보면 우리도 다시 만났을 때부터 대화를 많이 나눴지?"

-그랬죠.

그땐 그와 살을 맞대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었다.

그저 그때보다 사랑이 더 깊어져서 몸으로 나누는 사랑보다 더 깊은 사랑을 하고 싶어진 것 뿐이었다.

"근데 떡정도 무시 못해. 나는 그때도 널 사랑했어."

-푸훗, 나도 그랬어요. 근데 지금은 몸으로 사랑을 나눌 때인 것 같진 않거든요.

지금은 몸의 위로보다는 대화를 나누면서 정서적으로 얽힐 필요가 있는 것이다.

"네 방법이 옳은 것 같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밀고 나가줘."

그녀가 알고 있는 진해솔이라면 메이를 지금보다 더 호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메이가 꾸준히 좋아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

까칠하게 구는 게 많이 누그러졌고, 그가 해주는 모든 것들에 별 다른 반박 없이 수긍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예전에는 전부 싫다고 했었다며. 근데 지금은 싫다고는 하지 않으니까."

-응, 맞아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진짜 편하죠.

"데이트 성공한 게 진짜 큰 것 같아. 앞으로도 계속 옆에서 걔 좀 예뻐해줘.

-네. 그럴게요.

메이 린의 소식을 충분히 전해 듣고 서야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진해솔과의 통화를 끊은 조안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친구가 걱정이 되는데도 곁에 있어 줄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에 자신도 함께였다면 훨씬 좋았을 거다.

'메이 병도 빨리 나았을 거야.'

요즘 조안나는 일부러 일을 몰아서 하는 중이다.

야근을 해서라도 일을 몰아서 처리하는 이유는, 최대한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기 위함이었다.

친구가 아프다는데 제대로 가보지도 못했지 않은가?

'사실 진짜 속마음은, 두 사람만 추억을 쌓는 걸 보고 싶지 않다는 거지만.'

그녀도 그들 곁에 있고 싶었다.

질투심이라면 나름 질투심이다.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그녀의 이러한 노력은 나름 효과가 있어서 열심히 일을 한 보람을 느낄 순간이 왔다.

"드디어!"

드디어 회사를 벗어나서 휴가를 갈 수 있게 됐다!

떠나자!

본인에게 가장 소중했던 회사를 던져버리고 가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안나는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와 애인의 곁으로 갈 수 있다는 것에 행복했다.

♧ ♧ ♧

"누구에요? 작가님이 데려 온 남자."

"저희도 몰라요. 근데 애인일 확률이 높아 보이긴 해요."

수군수군-

촬영장에서 얼마나 조심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스탭들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구석에 모여서 말을 나눴다.

그들이 이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는 하다.

무려 그 '메이 린' 작가가 작업하는 스튜디오에 남자를 데려왔다.

이건 엄청난 직원들에겐 엄청난 스캔들이었다.

"만나는 남자가 있어서 그동안 모델들이 번호를 줘도 싹 다 무시했던 거였네요."

"근데 남자친구가 모델인 것 같지 않아요? 얼굴을 꽁꽁 싸매고 있는 것부터 수상하잖아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나도 저런 남자 갖고 싶다."

"으아~! 그건 맞긴 해요."

스탭들이 일제히 부러움을 담아 메이 린 작가를 바라본다.

그들에게 부러움을 한껏 사고 있는 메이 린은 스튜디오가 유난히 부산스럽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를 데려왔을 때부터 어느 정도 각오를 한 바가 있었기에 호통을 치진 않았지만 이게 과연 잘한 선택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얼굴을 가렸다고 해서 그를 알아보지 못 할 리가 없었다.

이 바닥에서 진해솔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일단 임시방편으로 그를 소개할 때 '지인'이라고 말을 해두긴 했다.

'그런다고 소문이 안 날 것 같진 않은데.'

하지만 스튜디오에 다른 사람을 데려왔다는 것 자체가 심상치 않은 사이라는 걸 증명하는 거였다.

이미 그녀의 스탭들은 진해솔과 자신이 사귀는 사이일 거라 100% 확신하고 있었다.

거기다 스튜디오에서 해솔이 하는 짓을 봐라.

"밥 먹을 시간인데 1시간 정도 휴식하는 게 어떨까요? 제가 싸온 도시락, 맛있을 거에요."

약을 먹어서 그런지 여전히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지 않아 묵묵히 작업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이 잘 되고 있을 때도 그렇지만, 일이 생각만큼 잘 풀리고 있을 때는 더더욱 예민해져서 아무나 그녀에게 말을 걸 수 없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그는 마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사람인 것 마냥 태연하게 다가와 점심을 먹자고 말해왔다.

"밥은 패스할 거야. 먹고 싶으면 방에 들어가서 먹고 와."

"모델도 배고플 텐데요?"

"원래 모델은 배고픈 직업이야. 밥 다 챙겨 먹고 어떻게 모델을 해?"

그게 평소 그녀가 갖고 있던 당연한 생각이었고, 한 번도 이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글쎄요. 적어도 휴식 할 시간을 갖는 게 더 좋은 작업물을 만들걸요? 몸이 피로한데 어떻게 좋은 작품이 나오겠어요."

"여태까지 난 이렇게 작업해왔어."

"그래도 지금은 바꿔요. 몸을 갈면서 일 하는 거 어리석은 짓이니까. 어서요."

스탭들의 시선이 그와 그녀에게 쏠렸다.

두 사람의 대치가 그들에겐 꽤 흥미진진한 볼 거리가 됐을 것이다.

큰 한숨을 쉬며 카메라를 내려놨다.

솔직히 그가 불쑥 끼어들 땐 소리를 지르려고 했었다.

누가 감히 내 촬영장에서 자신의 심기를 건드린단 말인가?

이곳에서 그녀는 폭군이었고,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왕이었다.

그랬는데...

"밥 먹을 거죠?"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끌어내리는 것에 반항하지 못했다.

그럴 수가 없더라.

격한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마스크와 모자에 가려진 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쑥 아래로 내려갔다.

'미치겠네.'

이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도대체 도시락은 언제 챙긴 거야?"

"일찍 일어나서 몰래 만들어서 숨겨뒀죠. 깜짝 놀래키려고요. 그리고 다른 스탭 분 도시락은 죄송하지만, 돈을 주고 주문을 했어요. 아마 곧 도착할 거에요."

"애들 것까지?"

"그럼 저희만 먹나요? 매정하게."

"......"

할 말이 많았지만,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에서 벗어난 이후에 해야 할 것 같았다.

"다들 점심 먹고 일하지. 1시간 30분 휴식이야. 그리고 도시락 시켜 놨으니까 배달 오면 먹도록 하고."

"네에~"

"감사합니다!"

스탭들이 정말 이게 먹혀?! 라는 경악이 담긴 시선으로 그녀를 본다.

'젠장.'

해솔은 바라는 걸 얻었다는 듯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짜잔~ 어때요? 맛있겠죠?"

점심을 먹기 위해 둘 만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녀의 복잡한 머릿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탁자 위에 도시락을 하나씩 펼쳐 놓았다.

순식간에 탁자를 꽉 채우는 음식량은 대충 봐도 2인분을 훌쩍 넘어가 있었다.

정성 가득한 도시락을 싸겠다고 몇 시간의 잠을 포기한 채 주방에 있었을까.

그녀는 젓가락을 자신의 손에 쥐어주는 진해솔을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가 사랑스러워 참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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