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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88화 (680/849)

Chapter 688 - #95. 메이 린과 조안나 (12)

이 정도 거부감을 보이니 슬슬 조안나도 오기가 들 수밖에 없었다.

"뭘 찍은 사진 인지라도 알려줘!!! 둘이서 데이트 하면서 찍은 거야?"

"아무것도 말 하지 마! 한 마디도!"

메이가 허락을 해주지 않는 이상 해솔은 절대 사진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을 것 같았다.

사진에 대해 아예 몰랐으면 몰라도, 존재를 알면서 조금도 알지 못하다니!

이건 너무한 거였다.

"너무해너무해너무해너무해앵!!"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찡찡거렸는데도 메이가 단호하게 알려주지 말라고 하는 걸 보니 대충 어떤 사진인지 짐작이 되긴 했다.

'쟤가 저렇게 부끄러워한다는 건 그렇고 그런 사진이라는 거거든.'

그리고 이미 메이는 과거에 그렇고 그런 사진을 찍고 싶다면서 3P를 할 때 카메라를 들고 왔던 전적이 있다.

그러니 이번에도 카메라에 노출 사진이 찍혔을 것이다.

아니면...

"훗!"

"뭐야, 그 기분 나쁜 웃음은?"

한참 땡깡을 피우다가 갑자기 여유롭게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니 메이가 왜 저래? 하는 질색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어쩌냐? 나 알아버렸어."

"...알았다고? 수작 부리지 마. 그런다고 알려줄 것 같아?"

"아니길 바라고 부정하고 있는데, 너도 이만 인정하지 그래? 네가 이렇게까지 부끄러워하면서 사진을 안 보여주겠다는 건 그렇고 그런 사진이라는 뜻인 거잖아."

"아악!!"

메이가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아닐 거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조안나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섹스 사진! 맞지?"

"아, 아니야."

"거짓말 하는 거 다 들켰거든? 와~ 섹스하면서 사진을 찍었어? 나도! 나도 할래!"

"그런 걸 왜 하겠다는 거야!! 미쳤어."

"다 들킨 김에 사진 공개 해도 되는 건가요?"

"응응! 볼래볼래!"

"하아..."

메이는 말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깊게 한숨을 쉬고 털썩 의자에 앉았다.

"네 마음대로 해. 하아~ 진짜 넌 내 어디까지 볼 셈인 거야?"

"친구끼리 숨기는 게 있을 필요가 있니? 걱정하지 마. 나도 너한테 숨기는 거 없어!"

조안나가 발랄하게 말하곤 진해솔에게 딱 달라 붙었다.

그리고 화면에 나와 있는 살색 향연의 야한 사진에 꺅꺅 소리를 질렀다.

"꺄악! 너무 야해! 미치겠다. 너 엄청 섹시하잖아?"

"돌아이년...내 몸 보고 섹시하단 말이 나와?"

"나 약간 바이 성향 있나 봐. 네 몸 보고 섹시하단 생각이 드는 거 보면."

"웩. 미친 년..."

친구의 서슴없이 선을 넘어오는 말에 메이는 모든 걸 포기하기로 했다.

"어우, 보지가 해솔이 자지를 다 먹었네. 얼마나 맛있었으면 저렇게 오물거려? 이게 해솔이 네가 찍은 사진이라는 거지?"

"잘 찍지 않았어요?"

"응. 되게 야하게 잘 찍었어. 야짤로 인터넷에 공개 되면 엄청 돈 많이 벌 것 같아. 구도가 와...너 사진 배운 적 있어?"

"그냥 모델 경력이 꽤 되니까 대충 아는 거죠. 어떻게 찍으면 잘 나올 수 있을지."

메이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도대체 쟤가 어떻게 사진을 찍었기에 저러나 궁금해졌다.

작가라는 직업병이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이겨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메이는 사진을 보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해솔이 찍은 사진을 본 순간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건 완전 재능 낭비잖아."

그녀에게 사진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이 사진을 보면 뭐라고 할까?

이 실력을 갖고 왜 이런 사진을 찍냐며 화를 냈을 것이다.

자신들은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할 감각이고, 센스였다.

"그치? 잘 찍었지?"

"이런 감각을 갖고 싶어서 독립 안 하고 내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애들만 수 십이야. 근데 쟤는 고작 모델로 일 했다고 이런 감각이 나온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야."

"나도 하는 일이 이쪽이랑 연관이 많이 돼서 보는 눈이 있는 편이거든. 이 정도 퀄리티면 작가로 고용하고 싶어져. 너무 사랑스럽잖아. 단순히 야하기만 한 게 아니라."

단순히 여자와 남자의 섹스 사진을 찍은 게 아니었다.

사진 속의 그녀는 함께 하고 있는 남자에게 사랑 받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었다.

메이는 자신이 평생 이 사진을 지울 수 없을 거라 확신했다.

어떻게 지울 수 있겠는가?

그의 사랑을 가둬 놓은 사진인 것을.

물론 촬영한 사진 중에는 노골적으로 국화꽃처럼 피어있는 똥구멍이나 유두를 클로즈업해서 찍은 사진 그리고 정액이 보지에서 흘러 나오는 순간을 찍은, 짓궂은 장난기가 들어 있는 사진도 있었다.

놀라운 점은 그런 장난기 가득한 사진에서도 사랑이 들어가 있다는 거다.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나?'

아니, 못해.

지금의 실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아마 우울증이 걸리지 않았어도 불가능 했을 것이다.

자신은 피사체를 이처럼 사랑한다거나 소중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사랑스러움을 사진에 묻힐 수 있겠나.

이 사진을 찍은 해솔은 사진 실력이 대단하다기보단 자신의 마음을 사진에 고스란히 묻어내는 재능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건 아니야. 하지만 내가 갖지 못한 부분을 갖고 있어.'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그녀도 사진을 배우는 애들을 데리고 다니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사진 작가로 명성이 높아졌다 해도 가르치는 학생보다 못 하는 분야는 분명 존재했다.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됐으면 배우는 거지.'

항상 그렇게 해왔기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해솔의 사진 재능에서 배워야 할 것이 생겼으니 훔쳐 배우면 될 일이었다.

당장 배워서 써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해지겠지만, 굳이 그렇게 초조하게 생각 할 필요는 없었다.

시간을 들여 노력하면 언젠가는 그녀의 사진에도 남이 갖고 있던 재능의 흔적이 묻어 나오게 되곤 했다.

그런데...

"이걸 찍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물어봐도 될까?"

과연 해솔이 갖고 있는 재능을 훔칠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그녀도 선뜻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일단 그가 사진을 자주 찍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행복한 그 순간을 사진에 온전히 담고 싶었던 거에요. 구도 같은 거는 어설프게 따라한 거고."

"이걸 찍을 때 기분이 행복한 순간을 찍겠다였다는 거지?"

"네."

"찍을 때 가장 중요시 했던 부분은 뭐야?"

조안나는 갑자기 야한 섹스 사진을 두고 진지하게 토론이 벌어지자 어리둥절해졌다.

메이는 해솔이 찍은 사진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듯 탐욕을 부리고 있었다.

"당시에 제가 신경 써야 할 게 워낙 많아서...딱히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은데요? 제가 찍고 싶은 부분이 다 나올 수 있게 노력했달까요?"

"카메라 설정은 네가 만진 거야?"

"아뇨, 제가 카메라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요."

"그래...확실히 그래 보여. 카메라 설정을 좀 건드렸으면 더 좋은 작품이 됐을 텐데 아쉽네."

"아쉬우면 한 번 더 찍으면 되는 거 아니야?"

두 사람이 대화 하는 걸 유심히 귀 기울여 듣던 조안나가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다시 한 번 카메라로 섹스를 찍자는 제안이었다.

"한 번 더?"

놀라운 것은 사진을 보여주지 않겠다며 기겁을 하던 메이 린이 그 제안을 솔깃해 했다는 점이다.

"또 찍어 줄 수 있니?"

"...제가 또요? 진짜 괜찮겠어요? 이거 찍을 때도 썩 내켜하지 않았잖아요."

"결과물이 좋으니까. 어떻게 사진을 찍었는지 그때 자세히 못 봐서 다시 한 번 봐야겠어."

제안을 했던 조안나도 얼떨떨한 표정이다.

"진짜? 이걸 진짜 또 한다고?"

"싫으면 너는 끼지 않아도 돼."

더 성장 할 수 있다면 누드 촬영이 대수겠는가?

피사체가 되는 건 여전히 어색했지만, 좋은 결과만 얻을 수 있다면 인내 할 수 있었다.

"아니야! 나도 낄 거야. 근데 우리 예전에도 이거 하지 않았어?"

"맞아, 했었지. 근데 사진을 내가 찍었었잖아. 지금은 내가 아니라 얘가 찍는 거고."

"이러는 게 너한테 도움이 돼?"

"응. 될 것 같아. 해솔이가 어떻게 사진을 찍는지 자세하게 얘기만 해준다면."

"일에 관련 된 거라면 저도 협조해야죠. 해봅시다. 대신 몸을 좀 추스르고요. 지금 다들 몸이 엉망진창인 건 알고 있어요?"

어젯밤과 새벽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진 섹스에 두 사람 몸은 키스 마크와 이빨 자국 그리고 자잘한 멍들로 가득했다.

"기왕 찍을 거면 깨끗한 몸 상태로 시작하고 싶거든요. 제가 진짜 사진 작가는 아니지만, 이 정도는 모델들한테 요구 할 수 있겠죠?"

"당연하지!"

"카메라를 든 순간에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임해줘. 나도 물론 모델로서 최선을 다 할 거야."

그렇게 세 사람은 다시 한 번 누드 섹스 촬영을 하기 위해 의기투합 했다.

♧ ♧ ♧

황금보다 귀한 휴가를 방 구석에서 뒹굴 거리는 시간으로 보내는 것은 아까운 행동이었지만, 조안나는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병원에서 잠깐 만났던 메이의 표정을 떠올리면 심장이 섬뜩해지곤 했는데, 지금 해솔과 생활하고 있는 메이의 표정은 그녀를 안심하게 만들었다.

"애가 많이 좋아졌더라."

메이가 잠깐 스튜디오로 출근한 사이.

두 사람은 집에 남아 메이에 관련 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동안은 옆에 메이가 있어서 그녀에 대한 말을 나눌 수가 없었었다.

"그래요? 많이 좋아진 것 같아 보여요?"

"응. 나쁜 생각 하는 것 같지 않았어."

"조안나가 와줘서 그래요. 저랑 있을 때는 가끔 딴 생각을 하더라고요. 그 딴 생각이 좋은 생각인 것 같지도 않았고요."

"내가 보기엔 네가 없었으면 이 정도로 호전 안 됐을 것 같던데?"

"제가 보기엔 메이한테 우리 두 사람 모두 필요했던 것 같아요. 친구랑 애인은 좀 다르잖아요."

"응, 그렇지. 메이가 회복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뻐. 약은 요즘도 복용하고 있어?"

"작업할 때 정신이 몽롱하다고 자꾸 먹기 싫다고 말하더라고요. 근데 한 번 큰일이 있어서 그런지 제가 약을 가져다주면 그건 얌전하게 잘 받아 먹고요."

해솔은 그동안 메이를 어떻게 케어 해줬는지에 대해 들으면서 병이 빠르게 호전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정성과 사랑이 가득한 세심한 관리를 받는데, 우울증이 버틸 수 있었을 리 없지 않은가?

메이가 얼마나 호강을 했는지 들으니 살짝 질투심이 나면서도 안도감이 찾아왔다.

자신이 없었어도 메이는 잘 견뎌낼 수 있었던 거다.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하는 거야?"

"그렇지 않아도 상담사 분이 슬슬 약을 끊어도 될 것 같다고 말하긴 했어요."

"와우! 그럼 당장 끊어야지! 약 먹는 거 건강에 안 좋잖아."

사람의 감정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약을 섭취하는 게 몸에 좋을 리가 없었다.

"근데 적어도 일을 다 마무리 할 때까지는 복용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요. 그동안은 제가 옆에서 케어를 해주고 있어도 좀 불안한 부분이 있었잖아요. 근데 조안나가 오니까 정말 약을 안 먹어도 될 것 같네요."

오늘만 해도 봐라.

다시 사진에 대한 열의가 차오른 얼굴이었다.

조안나는 메이와 함께 생활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그 정도 의욕을 보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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