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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698화 (689/849)

Chapter 698 - #96. 진해솔 (2)

가족들이 모두 모이다 보니 메이드들도 굉장히 바빴다.

먹는 입만 몇 명인가?

물론 일을 메이드들만 한 건 아니다.

정화씨와 복순 누나가 함께 거들어서 음식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소금!"

"여기요."

요리 실력이 없는 가족은 주로 심부름을 담당했다.

과일이나 야채를 씻거나 하는 궂은 일을 맡은 것이다.

"로즈 언니는 실력이 확 늘었네."

"응. 나 의외로 이쪽에 재능 있는 거 아닌가 싶어. 정화 언니 따라가려면 아직 멀긴 했지만."

학원이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면서 복순 누나는 요즘 새로운 취미를 갖는 걸 즐기고 있는데, 현재는 정화씨와 함께 요리를 배우는 중이었다.

답이 없어 보였던 정화씨의 요리 실력이 늘어나는 걸 보며 자신도 배우면 할 수 있을 거란 용기가 났다고 한다.

"갑자기 내 얼굴에 금칠은 왜 해줘? 부담스럽게."

"지금 주방 진두 지휘 하고 있는 게 언니잖아. 난 이런 거 절대 못하거든. 정신없어."

"확실히 주방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많긴 하네~ 어차피 먹을 건 잔뜩 가져와서 딱히 할 것도 없지 않았어?"

"그래도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건 그렇지. 애들이 먹고 싶다고 한 것들 위주로 하는 중이야."

밖에서 사온 것과 직접 하는 건 엄연히 다르지 않은가?

정화씨만의 철학인지라 다들 그러려니 하고 따라가려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애들 만두 빚어보라고 하려고 만두 속 만드는 중이야.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

"아~ 애들이 좋아하긴 하겠다."

"저도 어릴 적에 해본 적 있어요!"

딱 애들이 좋아 할 법만 일이었다.

정신없이 뛰어 노는 애들을 한 자리에 모아 둘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환영 할 일이었다.

막내인 신애의 귀여운 외침에 다들 꺄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나이가 제일 어려서도 그렇겠지만, 아직 아가티가 벗겨지지 않아 귀여움을 독차지 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귀여움 받는 게 내 거였는데...나 정말 막내 탈출했네?"

이런 상황에 유난히 감회가 색다른 아현이 나이 든 사람처럼 껄껄 웃었다.

막내 탈출하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 소원을 이뤄서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나는 막내 시켜줬으면 좋겠다 싶은데, 너는 막내 탈출한 게 좋았어?"

"당연하지! 막내가 왜 좋아. 완전 싫음."

"마음껏 어리광 부릴 수 있잖아. 어리광만 부리면 언니들이 척척척 나타나서 일도 해결해주고 달래도 주고 그러는데 그걸 왜 마다하니? 너 정말 해솔이랑 동갑인 거 맞지?"

"맞거든요!"

"어머, 그러고 보니 아현이가 해솔이랑 동갑이구나?"

"뭐에요, 언니.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하도 막내막내 하다 보니깐. 나이보단 막내 느낌이 더 강했지."

"이게 막내의 설움인 거거든. 뭘 해도 애기 취급이야."

어쨌든 아현은 막내에서 탈출했고, 새로운 막내로 부상한 신애는 다른 언니들이 막내 대우를 해주는 것이 썩 싫은 눈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부둥부둥 받고 싶어 하는 눈치랄까?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해피 엔딩인 것이다.

"할 말이 있다고?"

밥을 모두 먹고.

에너지를 채운 아이들이 언제 지쳤냐는 듯 또 날뛰기 시작했다.

이렇게 정신없는 곳에서 나눌 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 같이 모여 있을 틈이 없을 것 같았다.

"자자, 이제부터 잠깐 가족 회의 좀 하시죠."

"가족 회의?"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적어도 2~3달에 한 번은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가족 회의 하는 거에요. 각자 하는 일이 워낙 바빠서 날짜를 안 정해두면 이렇게 일 년에 한 번 모일까 말까 하게 되잖아요."

연휴 명절에도 이 바쁜 사람들은 평범하게 쉬는 법이 없었다.

급한 일이 생겼다며 선물을 보내고 마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가족 회의라는 걸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가족들끼리 교류하는 날을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

"나쁘지 않은데?"

"괜찮네. 한 달에 한 번 정도야 시간 못 낼 것도 없지."

"근데 그렇게 만들어도 시간이 안 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면서 안 오지 않을까?"

"그럼 페널티를 만들어야지."

가족들끼리 의미 있는 날을 정해서 자주 모이길 바라는 것 뿐이었던 건데, 가족들이 대뜸 페널티 얘기를 꺼낸다.

"피치 못할 사정일 수도 있는데 페널티를 만들자고?"

"피치 못할 사정이라고 봐주기 시작하면 결국 나중엔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오지 않으려고 할 수 있는 거잖아."

"맞지, 맞지."

"누나들이 페널티를 받을 당사자들인 건 알고 있지?"

"안 걸리면 돼!"

심플하게 자신들에게 닥칠 일을 넘겨버리고, 그녀들은 어떻게 서로에게 골탕을 먹일까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페널티를 결정했다.

"섹스 금지...요?"

"응. 너무 심한 걸 페널티로 걸어버리면 진짜 중요한 일을 못해버릴 수 있으니까. 심각하진 않으면서 충분히 페널티가 될 수 있는 게 그거더라고."

나랑 섹스하지 않는 게 페널티로 삼을 수 있을 만큼 가족들에게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2주는...좀 심한 거 아니에요? 여기서 2주 동안 저랑 섹스 안 하고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있긴해요?"

"그러니까 페널티인 거지! 못 견딜 만큼 힘들잖아. 난 우박이 내리고 지진이 나도 무조건 참석 할 거야."

"근데 여기에 문제가 있어."

"무슨 문제? 누가 봐도 완벽한 페널티인데."

"만약 내가 참석 못하면? 그땐 어떻게 페널티를 줄 건데."

이 페널티에 따라서 내가 2주 간 섹스를 못한다고 쳐봐라.

그럼 나만 괴로운 게 아니라 내 여자들 모두가 다 괴로워진다.

그러니 이 페널티는 나한테 접목 시킬 수 없는 페널티인 것이다.

"어...음...근데 가족 회의에서 네가 빠지면 의미가 있긴 한 거야?"

"내가 빠지면 우리가 가족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잖아."

"아니지. 그게 맞지. 우린 널 공유하게 되면서 가족이 된 거니까."

한 남자를 공유하기에 만들어진 인연이고, 관계이다.

그러니 내가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 없다는 거다.

"우리 그 정도로 삭막하게 살았어? 아니지 않아? 다들 친하게 잘 지냈잖아."

가족들 사이에서도 취향과 성향 차이가 있는 지라 조금 더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끼리 무리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무리들끼리 견제를 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가족들 사이에서도 조금 더 친하게 지내는 경우인데...

"평소에 나 없이 만나서 논다거나 그랬잖아."

"어...그랬지?"

"그럼 뭐가 문제인데. 나 없이도 다들 잘 놀 거면서."

"으음...그렇네. 네가 없어도...그렇구나..."

어째 누나들의 시선이 묘하다.

그동안 같이 어울려 놀았으면서도 서로의 관계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가족이라는 게 단순히 핏줄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랬다면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핏줄을 잃어야 했을 나와 같은 사람에게 너무 가혹한 세상이 아니겠는가?

핏줄이 이어지지 않았어도, 서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아낀다면 가족이 되는 거다.

그리고 나는 이미 그들 모두를 '내 가족'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자! 그래서 나한테 줄 페널티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

"음...그럼 이건 어때? 애들 데리고 혼자서 놀고 오기."

"헉!"

"아니!! 악마가 와서 선생님이라고 하겠네!"

"애들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건 안 돼."

순간 복순 누나가 아찔한 페널티를 제안했으나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탈락했다.

'식겁했네.'

우리 집 애들 대부분이 남자 아이다 보니 함부로 데리고 나갈 수가 없었다.

적어도 아이들 한 명 당 어른 한 명이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이어야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 놀 수 있었다.

아이들은 낯선 이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없을 만큼 나약하고, 이 세계는 남자 아이들을 노리는 범죄가 너무 많았다.

"그럼 1:1로 근사한 데이트를 해주는 건 어때?"

"근사한...데이트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연주 누님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출석을 제일 많이 한 사람을 대상으로 데이트를 해주는 거다. 페널티라기 보단 보상을 주는 거라고 보면 될 거고. 가족 회의에 가장 빠지지 않고 참석한 사람에게 주는 보상."

"오~"

"나쁘지 않은데요?"

"나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엄청 좋아요!"

"이거 어째 해솔이한테 참석하지 말라고 눈치를 줘야 할 것 같은 걸."

연주 누님의 아이디어가 모두의 찬성을 이끌어 내며 가결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근사한 데이트를 보상으로 받아야 할 만큼 신경을 못 써주고 있었구나.'

반성 중이었다.

나와의 데이트를 보상으로 받을 생각에 눈을 반짝이는 걸 보고 있는데 반성하지 않을 순 없지 않겠는가?

데이트가 뭐 그리 대수라고...

'아무래도 더 분발해야겠어.'

만약 상점에서 '그것'을 구매하지 않았다면, 가족들이 지금보다 더 큰 불만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하니 어깨가 무거워진다.

메이씨의 우울증이 나을 때까지 그녀의 곁에 있어야만 하지 않았는가?

당연히 내 여자들을 두고 메이씨의 곁에 24시간 있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메이씨의 사정을 전부 털어놓고 도와주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면 누구도 그러지 말란 소릴 하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어서 가라고 등을 떠밀어 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내 부재는 가족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정말 큰 마음을 먹고 한 가지 상품을 질렀다.

'덕분에 거지가 됐지만...'

몇 년 간 열심히 아끼고 아껴서,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저축해뒀던 코인의 대부분을 사용해야 했지만 후회가 되지 않았다.

어디서 이런 걸 구하겠는가?

'분신술을 말이야.'

사용하는 조건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그걸 감내해도 정말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다.

내 연인이 한 국가에 있으면 활용도가 좀 낮아질 수 있는데, 워낙 다양한 나라에 퍼져 있다 보니 까다로운 사용 방법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분신술이라는 특별한 능력.

그것을 통해 '나'를 메이 린의 곁에 두고, 또 다른 '나'를 이곳에서 가족들과 생활하는데 활용했다.

사용하는 조건은 분신술로 늘어난 육체를 10분 이상 같은 장소에 두지 않는 것이었다.

'10분 이상 같은 장소에 두면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고 든다고 했는데, 난 이걸 애초에 같은 나라에 두질 않으니까.'

처음에는 양쪽에서 쏟아지는 정보와 기억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적응하고 나니 굉장히 편했다.

이쪽이 귀찮으면 저쪽에다 시키고, 저쪽이 귀찮으면 이쪽으로 하는 거다.

다만 그러다 보면 본체와 분신체의 기준이 모호해져서 위험할 수 있어 한동안 분신체를 소환 해제 시켜둘 필요도 있었다.

아무튼 이런 사용 조건만 딱딱 지킨다면, 이 분신체는 귀차니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기적의 능력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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