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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701화 (691/849)

Chapter 701 - #96. 진해솔 (5)

"아우우...숙취~~죽을 것 같애."

"이거 마셔요."

다음날.

복순 누나를 시작으로 좀비들이 하나씩 주방으로 기어 나왔다.

다들 숙취로 고생하는 중이었고, 미리 사둔 숙취 해소제를 통해 부글거리는 속을 달랬다.

"어제 누가 마지막이었어?"

"저랑 연주 누님이요."

"와~ 연주 언니 술 진짜 세다."

나는 일단 초능력자 엇비슷한 몸이었기에 논외로 치는 지라 숙취로 좀비가 된 누나들이 연주 누님에게 감탄했다.

"누님은 술을 잘 마실 수밖에 없지. 파티를 자주 다니셔서."

"나 어제 연주 언니한테 술 주정 부린 것 같은데 꿈은 아니겠지?"

특히 주아 누나는 늦게 일어나서 어제 자신의 행동을 떠올리며 우울해 하고 있었다.

"귀여웠어. 연주 누님도 불쾌해 하지 않았고."

"으아아아!!! 좀 말려주지 그랬어!!"

술에 잔뜩 취한 주아 누나가 연주 누님의 옆에 딱 달라붙어서 갖은 애교를 다 부렸었다.

우리야 그걸 보면서 즐길 수 있었기에 딱히 말리지 않았는데, 당사자인 주아 누나는 부끄러워서 죽으려고 하고 있었다.

"왜? 귀여웠는데."

"맞아. 주아가 그렇게 애교가 많은 줄 처음 알았잖아."

복순 누나와 민영 누나는 주아 누나가 괴로워 하는 걸 깔깔거리며 지켜봤다.

"아아아~!! 안 돼. 내 이미지가!"

"어제 네가 제일 먼저 취해서 분위기 살려준 덕분에 얼마나 재밌었는데. 가족을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해."

"연주 언니 어딨어? 나 언니 나오기 전에 도망칠래."

"그 언니는 별 생각 없을 텐데? 너 혼자만 창피해서 이러는 거야. 그냥 뻔뻔하게 나가."

"내 얼굴이 그렇게 두껍지가 않으니까 그렇지."

짜악!

"악!"

"그럼 술을 덜 마시던가! 혼자서 기분 좋다고 물 마시는 것처럼 퍼 먹어 놓고 이제서 창피해 하면 뭐 어쩌자는 거니?!"

정화씨가 주아 누나의 등짝을 거침없이 퍽퍽 내려치며 호되게 혼을 냈다.

"아아악! 엄마! 악! 아파!"

"으이구, 화상아 화상아! 너 밖에서도 그러고 다니니?"

"아니야! 안 그래. 집이어서 정신 놓고 마신 거야."

"괜히 부끄럽다고 대면대면하게 굴지 말고 살갑게 굴어!"

"알았어엉! 알았따구!"

겨우 정화씨에게 풀려난 주아 누나가 허겁지겁 해장을 위한 콩나물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어우. 맛있다. 울 엄마 요리 솜씨 웬일이야?"

"돈 발라서 얻은 솜씨니까 마음껏 누려."

주아 누나가 엄지를 세우고 국밥을 우걱우걱 먹는 사이.

그녀가 바라지 않던 사람이 주방으로 등장했다.

씻고 나왔는지 촉촉하게 젖어 있는 깔끔한 단발의 연주 누님이 나타났다.

"누님, 해장하세요."

"어, 그래. 애들은?"

"아직 자요. 어제 실컷 놀아서 그런지 다들 피곤한가봐요."

"다들 숙취는 좀 어때?"

"죽을 것 같아요."

"특히 주아가 많이 마셔서 숙취로 고생 중이죠."

"......"

연주 누님이 등장하자 주아 누나는 콩나물 국밥에 얼굴을 묻고 우걱우걱 먹으면서 눈알을 굴렸다.

어제 연주 누님의 옆에 착 달라 붙어서 '언니 너무 예뻐요, 언니 너무 멋있어요'를 주절대던 기억이 떠올라 풋 하고 웃음이 터졌다.

연주 누님을 오랫동안 봐온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주아 누나의 행동에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아무렇지도 않은 척 굴어도 어제 술 취한 주아 누나의 살가운 태도가 익숙하지 않아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그래도 기분 나빠한다거나 부담스러워 한 건 아니었으니까.'

연주 누님이 초반에 가족들과 만났을 때를 떠올려보면, 우리에게 많이 익숙해졌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가족들이 그녀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제...제가 너무 술수정을 심하게 부린 것 같아요, 언니. 죄송해요."

"귀여웠으니 됐어."

"!!!"

연주 누님의 말에 다들 식사하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왜?"

연주 누님은 자신이 한 말이 이렇게 큰 반응을 내보이게 할 줄 몰랐다는 듯 의문을 담아 가족들을 바라봤다.

"아니, 나 방금 좀 설렜어. 이거 정상인 거지?"

"...저도요."

"방금 그건 좀 인정."

나 위기감, 느껴야 하는 건가?

위기감을 느낀다기 보단 사실 연주 누님에게 설레어 하는 가족들이 귀여웠다.

"다들 왜 이렇게 귀여워요?"

"뭐래!"

"애들 깨우러 다녀올게~"

정화씨가 슬며시 빠지고, 곧이어 주방은 예견 된 난장판이 펼쳐졌다.

적어도 확실한 건 연주 누님을 좋아하는 가족들이 많아졌다는 거다.

내가 괜히 반한 여자가 아닌 만큼, 가족들도 연주 누님의 매력에 홀랑 빠진 것이다.

누님이 콩나물 국밥을 먹는 걸 바라보며 나는 어젯밤 그녀와 술 자리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다시금 떠올렸다.

♧ ♧ ♧

하나 둘 술에 취해서 사라지고 어느새 식탁에 남은 사람이 연주 누님과 나 둘이었을 때였다.

"어? 다들 어디 갔어요?"

"취해서 들어갔지."

"와~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요? 별로 안 지난 줄 알았는데. 하루가 뚝딱 지나가버렸네."

그때 당시에는 나도 술에 살짝 취해 있는 상태였다.

덕분에 기분은 무척 좋은 상황.

기분에 취한 나는 오늘 가족 모임에서 아쉬웠던 점을 연주 누님에게 말했다.

"다음에는 처제도 부르면 좋을 것 같아요."

"관이를?"

"네. 처제도 가족이잖아요."

그녀와 내 사이는 제법 오래 됐다.

다만 그녀의 직업이 워낙 독특했기에 선뜻 가족 모임에 부를 수가 없었다.

'조폭...보스니까.'

내가 미처 보지 못하는 곳에서 그녀는 항상 피를 묻히고 다닐 것이다.

즉, 나는 괜찮을 수 있어도 가족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 거다.

연주 누님도 그걸 걱정하고 계시는 건지, 내 제안에 썩 묘한 표정을 지으셨다.

"글쎄, 관이는 어떻다고 하는데?"

"썩 긍정적이진 않아요. 몇 번 물어봤는데 좋다는 말을 안 해주더라고요."

그게 과연 직업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인 건지, 아니면 내 가족에 포함 될 생각이 없는 건지는 모르겠다.

'자꾸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것 때문에 더 안달이 난 걸지도 모르겠네.'

어쨌든 처제가 내 제안을 은근하게 피하고 있었고, 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처제도 내 가족들 구성원에 들어와서 함께 잘 지냈으면 하는 것이다.

"누님도 잘 지내고 계시잖아요. 처제도 만나다 보면 잘 어울리지 않을까요?"

현재 내 여자들은 국내, 국외 두 가지로 그룹이 나뉘어져 있다.

각기 다른 그룹은 서로의 존재를 알고는 있지만 소개를 시켜주진 않은 상태였다.

그러니 그들을 서로 소개시켜주기 전에 국내에 속하는 여자들끼리 안면을 익히길 바랐다.

"내가 알고 있는 관이라면, 아마 싫어할 거다. 걔가 원래 잔 걱정이 많은 성격이기도 하고, 일반인들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해서 부담스러워 할 거야."

"전 처제가 딱히 그쪽으로 특이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요?"

오히려 일반인보다 조금 더 정중하고 조심스럽다는 느낌을 받긴 했었다.

그런 모습이라면 가족들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그건 네 앞이어서 그런 거고."

"현오 만나러 오느라 조금씩은 다들 안면이 있잖아요."

"잠깐 들리는 거랑, 아예 소개를 받는 거랑은 많이 다르지."

의외였다.

"전 누님이 적극적으로 해보라고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네요?"

"관이 그 아이 하나만 놓고 봤을 땐 그럴 지도 모르지. 그런데 모두를 위해 생각해보면 소개를 안 하는 게 맞아. 너는 네 여자들이 모두 사이 좋게 지내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그게 욕심일 수 있다는 걸 알 필요가 있어."

"...욕심이요?"

순간 누님의 말에 정곡이 찔려 멈칫했다.

다들 잘 지내는 게 보기 좋았다.

그래서 처제도 가족들과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욕심이라는 것도 모른 채, 어떻게든 관계를 좋게 이끌어 나가보려고 애썼다.

'정말 그런가? 아니, 누님이 한 말에 찔렸으니 맞는 거지.'

부정을 해본들 추잡해질 뿐이다.

지금 가족을도 성향이 잘 맞는 사람끼리 뭉쳐서 논다.

비슷한 나이대, 혹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말이다.

앞으로 계속 가족들이 늘어나면 이런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근데 나는 다 잘 지내길 바라고 있으니까.'

그렇게 잘 지내라고 강요만 하다가 혹여 누군가가 싸우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성향이 맞지 않은 사람을 붙여 놓는 건 그리 현명한 행동이 아니었다.

적당히 거리를 둔다면 생기지 않을 싸움 같은 걸 유발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아니라고 생각하니?"

"...아뇨. 누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욕심 부리고 있었네요."

시무룩해져 어깨가 축 늘어진다.

모두가 잘 지낸다.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기야 하겠지.

하지만 제각기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는 그녀들에게 내 이런 태도가 강요로 느껴지고,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마 제가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거, 다들 신경 쓰고 있을까요?"

"어떻게 신경을 안 쓰겠어? 당연히 쓰이지. 네가 가족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모를 수가 없는데."

"...전혀 몰랐어요."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적당히 조절하고 다녀. 그렇게 모든 사람들한테 잘 지내라고 강요하고 다니지 말고."

조곤조곤하게 귓가에 박히는 팩트 폭행에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네에...아...좀 쪽팔리네요. 이걸 왜 몰랐지."

얌전하게 대답을 하니 연주 누님이 양주를 콸콸 따르더니 내게 술잔을 내밀었다.

나는 터프하게 양주로 꽉 채워진 술잔을 얌전히 받아들였다.

"마셔. 속 쓰릴 텐데, 핑계라도 대게."

벌주라고 봐도 좋을 술잔이었지만, 마다 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꿀꺽꿀꺽!

식도를 타고 흐르는 후끈한 알코올이 팩트 폭행으로 어질했던 정신을 번뜩이게 해줬다.

"크으...엄청 독하네요."

술 기운이 확 올라 온다.

"예전부터 지적 해주고 싶었던 거야.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안 서운해요. 저 그렇게 속 안 좁습니다!"

"그래, 네가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다른 애들도 그걸 알아서 불만 없이 따르고 있는 거니까 너무 땅 파고 있지 말고."

"네엡."

애도 아니고, 그런 말도 안 되는 투정을 부린 나를 이해해주는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들었다.

"애초에 애들이 순해서 싸울 일이 없지 않니?"

"하하, 맞아요. 제가 설레발을 안 쳤어도 다들 착해서 잘 지냈을 거에요. 감사합니다, 누님."

연주 누님이 말해주지 않았으면 계속 실수하고 다녔을 것이다.

다 같이 잘 지내길 바라는 게 나쁜 생각이 아니다 보니 그 생각에만 사로잡혀 부탁이 아닌 강요를 하게 됐을 수도 있다.

"좋은 소리 한 것도 아닌데 감사는 무슨."

"아니에요!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 이렇게 고칠 부분이 보이면 말씀해주세요. 언제든요. 제가 지금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그래 보이긴 하네."

"하하! 정신이 번쩍 들었다니까요?"

"그건 양주 때문이고."

역시 연륜이라는 걸 무시 할 수가 없는 거다.

그리고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 연주 누님에게 말했다.

"누님, 근데요. 아까 제가 가족들한테 말했던 거요. 그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혹여나 수명 얘기도 가족들에게 강요가 되진 않았을까 걱정이 들었다.

거기다 정화씨와 연주 누님 나이대가 수명 문제를 결정 할 적절한 시기로 보고 있어서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명을 늘리는 걸 말하는 거니?"

"네."

"당연히 마다 할 이유가 없는 일이지. 애초에 다들 혼란스러워서 머뭇거린 거지, 거절 할 사람은 없을 거다."

"역시 그렇겠죠? 다행이네요. 가족들이 싫어하면 어떡하나 걱정 했어요."

바라지 않은 사람한테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 해 달라고 강요할 순 없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모두가 나와 함께 오랜 시간을 함께 해주길 바랐다.

그래서 연주 누님이 흔쾌히 좋다고 해주니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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