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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711화 (701/849)

Chapter 711 - #96. 진해솔 (15)

왕자의 예사롭지 않은 정력을 들은 왕은 그때부터 왕자의 궁에 여자를 마구 쏟아 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새벽 무렵, 여자가 왕자의 궁에서 궁인들에 의해 들려 나오는 광경이 심심치 않게 목격 되기 시작했다.

"사실 난 아직도 믿고 있지 않습니다. 너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지금 왕자의 궁에 여자를 들인지 며칠 째인지 알고나 계십니까?"

"그러고 보니 하루도 쉬지 않고 색사를 한 셈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항상 왕자 궁에 들어간 여자들이 실려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경지에 오른 소드마스터도 그런 짓은 못 합니다!"

소드 마스터.

현재에는 전설 취급을 당하는, 검사가 최고 경지에 도달했을 때 경외를 담아 임명하는 칭호다.

아무래도 검사들은 검을 다루기 위해 육체를 단련하다 보니, 정력도 건강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뛰어난 검술 실력이 정력을 높여주는 건 아니었다.

즉, 왕자가 보여주는 말도 안 되는 색사 능력은 소드 마스터라 해도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거짓말이라 해도 이미 소문이 모두 퍼진 상태에요. 소수의 귀족들이 아닌, 다수의 귀족들이 왕자에게 넘어가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지금은 왕자가 진짜 정력이 뛰어난 건지 아닌지는 문제가 아닌 겁니다. 이번 일로 대세가 기울었어요."

더군다나 왕자의 정력이 뛰어나다는 걸 이유로 왕이 귀족들에게 금혼령을 내려 가문의 여식을 왕자에게 보낼 것을 종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늙은이가 여전히 머리 하나는 잘 굴린단 말이지.'

왕은 귀족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걸 왕자가 배우면 곤란해진다.

귀족들도 모르지 않은 일이다.

지금은 편을 먹기보다 압박을 줘야 할 때라는 걸 말이다.

'자기 안위만 챙기는 쓸모없는 것들...'

그런데 먼 미래를 보지 못하는 옹졸한 귀족들이 대의를 외면하고 왕자의 곁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뜻을 모은 귀족들만이 왕자의 반대편에 서서 견제를 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들인 게지.'

왕자는 점점 능력을 개화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어여뻐 하는 왕자가 능력도 마음에 쏙 드니 왕이 있는 곳에서 웃음이 마르지 않는다는 거다.

귀족들도 이젠 더 이상 왕자를 무시할 수가 없어졌다.

'순진한 척 굴고 있지만, 속에 뱀새끼를 키우고 있는 게 분명하다!'

'과연 왕의 핏줄이라는 건가.'

정말 순진한 왕자였다면 귀족들을 이토록 몰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왕의 도움이 있었다지만, 진짜 순진하고 멍청했다면 받아 먹는 것조차도 제대로 못했을 것이고 말이다.

"왕자가 날뛰는 걸 언제까지 봐줘야 합니까? 우리도 뭔가 수를 내야 합니다."

"지켜보는 건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왕자에 대한 예의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귀족들이 본격적으로 정치의 매운 맛을 보여주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왕이 왕자를 끼고 도는 것을 오래 지속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두고 본 경향이 있었다.

'아무리 제 새끼라지만, 평범한 무지렁이를 왕위에 올리겠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멍청함에 탄식하며 버릴 거다.'

냄새나고, 멍청하며, 천박한 무지렁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절로 왕자에 대한 정이 뚝뚝 떨어질 거라 생각했다.

아무리 귀한 핏줄을 타고 났다 해도 자란 환경의 영향은 클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귀족들은 자신들의 사생아를 통해 이미 그런 경험을 해본 적 있었다.

어릴 적 사생아를 데려와 키우지 않고, 뒤늦게 존재를 알아 집 안에 들였을 때 생겼던 부조화.

'왕도 곧 알게 될 거다.'

평생 왕궁에서 살아 온 왕이 어디 무지렁이와 대화를 나눠보았겠는가?

그렇기에 침묵한 거다.

곧 왕이 자신의 핏줄의 예상하지 못한 천박함에 분노할 테니까.

'처음부터 어설프게 귀족 말투를 따라했었지. 그게 노림수였을 수도 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왕자를 반대하고 있는 귀족들은 궁지에 몰렸음에도 여유를 잃지 않고 있었다.

지금은 왕자가 승리한 것처럼 보여도, 노련한 정치가인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판을 뒤집을 자신이 있었다.

속에 뱀을 수십 마리 키우고 있는 그들에 비하면 왕자는 벼ㅑㄹ 거 아닐 수밖에 없었다.

...그런 줄 알았다.

♧ ♧ ♧

"왕자님!!"

"꺄악!!"

"오늘도 너무 멋있으셔!"

"하아~ 나도 딱 한 번만...저분 품에 안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영애들도 줄 서서 기다리고 있대. 우리 같은 것들이 어찌 저 품에 안겨?"

"하루에 한 명씩 실려 보내시는 분이잖아. 운 좋으면 넘치는 정력의 끝자락은 밟아 볼 수 있는 거 아니니?"

귀족들에겐 견제의 대상이 되는 왕자의 정력.

하지만 궁인들에게 왕자의 남다른 정력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왕자에게 승은을 입는 순간, 허드렛일에서 벗어나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왕자의 옆을 노리는 사람은 궁인들 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늘은 누구일까?"

궁인들은 신분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한편, 매일 바뀌는 왕자의 여자들 목록에 이번에는 누가 추가 될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처음은 왕이 내려 준 후궁이 왕자의 침대를 데웠지만, 그 이후로 왕자의 침대를 데워 준 여자는 귀족 출신의 영애들이었다.

왕자와 잠자리를 한 여자 중에 가장 먼저 임신 소식을 전해 오는 영애가 왕자비의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상황이었다.

왕이 왕자에게 왕위를 내려 줄 의지가 확고하기에 귀족들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그러게. 오늘 천국을 맛볼 여자는 누굴까?"

왕자의 침소에서 흘러 나오는 신음 소리를 통해 얼마나 만족스러운 잠자리를 보내는지 모르는 궁인이 없었다.

과연 오늘 궁인의 부러움을 한 가득 받는 주인공이 될 이가 누구일지.

수 많은 눈동자가 왕자 궁을 주시했다.

한편.

나는 내가 안은 여자를 전부 후궁으로 삼을 생각을 갖고 있었다.

삼 천 명을 채우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으니 하루에 한 번씩 찾아 오는 여자들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그랬던 건데...

"네가 안은 여인들은 2주 후에 임신 여부를 확인할 거다."

"그리고요?"

"실패한 여인들에게 굳이 두 번의 기회를 줄 필요가 있겠느냐?"

왕은 세상에 넘치는 여자를 두 번 안을 필요가 있느냐면서 별스러운 것을 묻는다는 대범한 태도를 보였다.

"귀족 여인들과 하룻밤 보내는 것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생각했던 거냐?"

"...예."

"하긴, 평민들은 아직도 일부일처를 법으로 두고 있으니 어색할 만도 하지."

일부다처는 귀족들만 가능한 권한.

평민들은 여러 처를 두려면 많은 세금을 물어야 해서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내가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상식' 중 하나다.

"제게 안긴 여인들 모두 처녀였습니다. 그래서...정조를 귀하게 여긴다 생각했고요."

"그럴 필요 없다. 왕족에게 처녀를 바치는 것은 충성의 의미일 뿐. 크게 의미를 둘 필요 없다. 만약 임신을 하게 된다면 그때 후궁으로 임명하면 될 일이고."

왕족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취급을 받는 건가.

"제 궁을 밤에 방문하는 여식들 중에 연인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는 없겠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가 본의 아니게 ntr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확실히 네가 거리 생활을 한 티가 나기는 하는구나. 역시 아직 가르칠게 많단 말이지."

왕이 내 말에 깊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한 말이 여간 마음에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나를 옆구리에 끼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고쳐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왕의 심지는 상당수 타버려 검게 재가 된 상태였다.

'왕이 죽길 바라는 건 나도 마찬가지고.'

아침엔 나라를 다스리고, 밤에는 나라를 풍요롭게 해야 한다는 왕이 본격적으로 하루마다 다른 여자들을 데려 오는 것을 보며 심상치 않다 생각하긴 했다.

'겉으로 친절한 척 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본인의 치적을 남기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보고 있는 게 느껴져.'

왕이 나를 과할 정도로 감싸고 도는 이유.

그건 왕의 사후에 후계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싫어서였을 것이다.

완벽한 줄 알았던 자신에게 생긴 유일한 흠.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왕에게 내 존재는 자신의 흠을 없애 줄 훌륭한 도구였을 것이다.

내 부족함을 볼 때마다 초조해 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일 것이고 말이다.

'내가 훌륭한 왕이 될수록, 내게 왕위를 넘겨 준 현왕의 업적이 되겠지.'

그래서 나를 보며 그때 그런 말을 했던 모양이다.

자신이 완벽해질 수 있어졌다고 말이다.

자꾸 내게 여자를 들이밀었으면서, 굳이 후궁으로 만들지 않은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건강한 왕족의 후계를 세우는 것이 왕위를 물려 받을 왕자의 가장 큰 업적이 되는 곳이기에.

넘쳐 나는 여자들을 최대한 많이 밀어 넣어서 자손을 보게 하는 거다.

많은 자식을 낳을수록 내가 왕위에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으니 말이다.

'끔찍한 나르시즘이네.'

그 나르시즘 덕분에 이 차원에 빨리 적응 할 수 있게 된 것이니 불만은 없다.

왕이 나를 이용하듯, 나도 왕을 이용하면 되는 일이었다.

"제 방에 왔던 영애 중에 연인이 없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얻고 싶어 하는 이가 있다면 넣어주십시오."

"혹 그 중에 마음에 들었던 여인이 있었던 게냐?"

나중에 후궁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삼천 명을 모아야 하는 나이기에 스쳐 지나가는 인연조차도 아까운 게 사실이었다.

"제가 조금 더 노력한다면, 하루에 두 명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두, 두 명을?"

"예. 하지만 귀족 출신의 영애들이 무한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래서 조만한 금혼령을 내리려고 했다. 네가 첫 아이를 가질 때까지만이라도 말이야."

"굳이 연인이 있어 싫다는 영애까지 억지로 안고 싶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이미 한 번 저를 거쳐갔고, 거부할 다른 이유가 없는 분을 꾸준히 안아서 전하께서 바라는 손주를 안겨드리고 싶습니다."

임자 있는 여자라면 나도 사양한다.

삼천 명의 후궁을 굳이 귀족 여성들로 꽉 채울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노리고 있는 건 궁인들이었다.

그도 부족하다면 외교를 통해 여자를 들일 수도 있는 거고.

'왕국이지만, 솔직히 제국 선포를 해도 부족함이 없는 나라니까.'

방법이야 얼마든지 많으니 적어도 내 손에 들어왔던 여자를 놓치지 않고 쥐고 만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왕은 하루에 두 명을 안겠다는 내 거만하기 그지 없는 선포에 압도되어 선뜻 내 제안을 허락해주었다.

아침에는 왕에게 정치를 배우고, 밤에는 여자를 끼고 침대를 뒹구는.

이 세계 대부분의 왕족들이 사는 삶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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