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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735화 (723/849)

Chapter 735 - #96. 진해솔 (39)

사실 세모론 공작이 한 일은 나를 지지했다기보다는 중립으로 상황을 지켜봤다는 게 맞다.

하지만 당시에 오드만을 지지하지 않은 것 만으로도 충분히 내 편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긴 했다.

반역에 가담한 귀족들의 입으로 들은 바에 따르면, 왕좌에 대한 집착 때문인지 오드만이 제시한 이권들이 엄청났었다.

나도 그걸 듣고 이건 안 하는 게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엄청난 이권들이었다.

오드만의 입장에선 자신이 왕좌에 오를 수만 있다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런 조건들을 무시하고 중립을 지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귀족들은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감정이 아닌 이성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때는 오드만을 따르는 게 가문 이익을 위한 선택이 맞았다.

물론 그렇게 이성적인 선택을 했던 귀족들은 싹 쓸려서 욕심에 휘둘리지 않은 귀족들만 살아남아 있긴 하다.

그렇게 세모론 공작은 중립을 지키다가 내가 계약을 무효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밝힌 후 곧장 찾아와 나를 지지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세모론 공작이 확실히 머리가 좋아.'

내 능력을 확인하자마자 계산이 섰는지 바로 자기 여식을 내게 보냈다.

덕분에 어떤 여자보다 빠르게 임신을 했고, 황후 자리를 꿰찰 수 있게 된 거다.

이제 황제의 장인이 되기까지 할 테니, 내 입장에서는 밀어주고도 살짝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다.

너무 많은 걸 세모론 공작이 갖게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적당히 똘똘한 귀족 한 명이 더 있으면 좋은데...'

적당히 일 잘 하는 귀족 한 명을 찾아보자.

제국으로 나라가 바뀌게 되면 인재들을 좀 더 많이 구해볼 생각이었다.

비어버린 귀족들의 자리를 새로운 사람이 채워야 하지 않겠는가?

반역에 가담하지 않고, 내 편에 섰던 귀족들에게 이권을 모두 나눠줬다가는 그들의 권력이 비대 해질 수 있었다.

그러니 새로운 인재를 들여서 이권을 적당하게 분포해두는 게 나았다.

'하지만 지금은 세모론 공작과 손을 잡는 게 필요해. 적어도 루아벨은 내가 여자를 많이 들인다고 해도 질투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니까.'

귀족들에게 그녀를 황후로 삼겠다 말하기 전, 그녀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때, 나는 여성편력이 심해 앞으로 후궁을 많이 들일 것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했고 질투하지 않고 후궁들을 잘 다스려준다면 황후로 삼아 주겠다고 제안을 했다.

다행히 그녀는 다정한 부군의 사랑 대신 권력을 선택했다.

자기 배에서 나온 아이가 황제가 되는 것.

그것으로 내가 안을 수많은 후궁들을 잘 관리해주겠다고 거래를 한 것이다.

나야 후계자가 누가 되든 미션만 해결 되면 되는 입장인지라 그녀와의 거래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 ♧

빠르게 시간이 흘러간다.

초반에는 꼼짝 없이 본체만 이곳에 두고 생활하다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 때는 분신체를 오가며 생활했다.

새로운 여자가 들어올 때 빼고는 굳이 본신을 이곳에 두고 생활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황후가 낳은 첫 아이가 남자 아이로 태어났고, 왕족에게 대대로 내려오던 각종 유전병과 내 몸은 상관이 없기에 건강하게 자라났다.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만 맿도 사랑 없는 정략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정을 느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핏줄이 많이 당기긴 하더라.

차마 자식한테는 매정하게 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제국 선포 이후, 게오스 제국 쪽과의 동맹 제안은 애석하게도 긍정적으로 진행 되지 못했다.

그쪽에서 황녀 대신 귀족 출신의 영애를 동맹으로 보내오겠다는 황당한 소릴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영애의 출신 가문이 황제인 나에 비하면 한미 하기 그지없었다.

한 마디로 이건...

'감히 제국 선포를 해? 그래 놓고 동맹을 하자고? 어림도 없지.'

이런 식으로 게오스 제국이 우리에게 엿을 먹인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제국 선포와 함께 전쟁 준비를 해야 했다.

보낸다는 귀족이 가문이 공작이어도 불쾌 했을 텐데, 황당하게도 백작 가문의 영애를, 그것도 양녀로 들여 온 여자를 보내겠다고 한 것이다.

보통 귀족 가문에서 뜬금없이 아이를 양녀로 들이는 경우에는 사생아일 확률이 높았다.

특히 노예가 아이를 낳았을 경우, 모친의 출신 때문에 무시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모친의 출신을 숨기고 싶을 경우 양녀로 만들어서 신분 세탁을 하는 거다.

'완벽하게 엿을 먹였지. 황비로 삼겠다고 했는데도 말이야.'

게오스 제국은 우리 제국을 향해 전쟁 선포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마 게오스 제국 입장에선 새파랗게 어린 왕이 제국 선포부터 한 것이 건방지니 한 번 짓밟아 주고 싶었을 것이다.

얼마나 우습겠는가.

왕위를 두고 반역이 일어났던 왕국이다.

제국 선포는 젊은 왕이 뭣도 모르고 한 무리수일 게 분명하다는 게 게오스 제국의 생각이었던 거다.

'저쪽은 우릴 밟아버리고 싶고, 나도 전쟁을 굳이 막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야.'

개인적인 성향으로는 전쟁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전쟁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죽음과 동시에 많은 포로들이 생길 거다.

전쟁에 나가서 싸우는 대부분의 병사들은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니까.

'전쟁을 했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너무 많아.'

후궁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후궁을 늘리는 게 눈치가 보였다.

황후도 내 여성 편력을 이해해주겠다고 해놓고, 상상 이상으로 여자들을 들이자 좀 적당히 하시는 게 어떻겠냐며 잔소리를 했다.

'전쟁을 하면 황후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

수 년 동안 여자를 안았지만, 후궁의 숫자는 겨우 1000명을 넘은 상황이었다.

이것도 얼굴에 철면피를 쓰고 채워 넣은 거였다.

이런 상황에서 나머지 이천 명을 채운다?

상상 이상으로 험난한 길이 될 것이다.

'귀족 영애들은 이제 나랑은 잘 안 자려고 하기도 하고.'

요즘에는 새로운 여자들이 대부분 궁인출신이었다.

그마저도 20대~30대 여성들은 씨가 말라서 나이 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궁에서 일해야 하는 궁인들이 모조리 후궁전에 들어 앉아버린 탓이다.

덕분에 새로운 궁인을 뽑는 숫자를 두 배로 늘렸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 특수로 포로들을 모조리 후궁에 때려 부어버린다면?

'일해야 하는 궁인의 숫자 문제도 해결 되고, 나도 후궁 채워 넣는다고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되고.'

전쟁을 하지 않아야 할 이유보다 할 이유가 더 많다.

모욕을 받아 놓고도 허허 웃으면 외교적으로도 좋지 않았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제국 선포가 어디 의미가 있는 일이겠는가?

우리가 전쟁 준비를 끝내갈 무렵.

게오스 제국에서 먼저 선방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 ♧ ♧

"폐하께 고하거라."

"송구합니다. 폐하께서 지금 개인적인 용무를 보고 계시옵니다."

"...언제쯤 끝날 것 같은가?"

"들어가신지 2시간 정도 지났으니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럼 기다리겠다."

"예."

기사단장은 돌아서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다방면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진 황제에게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여자를 엄청나게 밝힌다는 점이다.

왕자 시절부터 심상치 않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으나 황제가 된 이후, 여자에 미친 것처럼 새로운 여자들을 안아 대기 시작한 것이다.

'한 번 잠을 자면 평생 그 밤을 잊지 못한다고 했던가.'

꼴깍ㅡ

"크흠."

정신 차리자.

그와 밤을 보냈다간 인생이 엉망진창 될 거다.

황제는 결코 좋은 남자가 아니다.

밤에 보여주는 정력과 기술이 기가 막히지만, 그런 잊지 못할 밤을 보내게 했으면서 정작 두 번 안기기가 밤 하늘 별 따기보다 어려웠으니 말이다.

황제는 한 번 안으면 그 여자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지는 듯 했다.

'새로 건설한 후궁전이 순식간에 반이 찼다던가.'

매일 새로운 여자를 두 세 명씩 안고 다니니 후궁전이 남아나질 않는다.

새로 입실하는 여인들이 하루마다 생기니 말이다.

여자들이 모이다 보니 특유의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긴 한데, 그래봤자 황제는 시선도 안 주니 쓸모없는 기 싸움이었다.

그나마 황제가 한 번 안고도 관심을 주는 여인이 있다면 궁인 헬리아와 소피아 그리고 자기 아이를 임신한 여자들이었다.

'하룻밤 이후에 계속 그리워하면서 시들어 가기엔 내 인생이 아깝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자들이 여전히 황제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다를 거라는 여자 특유의 묘한 자신감과 더불어....

'너무 잘 생기셨잖아.'

평생 얼굴 뜯어먹고 살 자신 있다면.

그리고 한 번이라 해도 황홀한 밤을 보내보고 싶다면....

'딱 한 번이라면 좋을지도.'

짝!

기사 단장이 자신의 뺨을 내리쳤다.

가져 온 소식이 전쟁과 관련 되어 있는데도 이런 태평한 생각을 하다니....

요즘 일이 바빠서 남자를 못 만난 게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가 보다.

때마침, 정신을 차린 기사 단장을 궁인이 불렀다.

"폐하께서 부르십니다."

이상한 쪽으로 생각이 튀어 정신이 팔렸는데, 그 사이에 폐하의 야릇한 시간이 끝났나 보다.

기사 단장은 다소 흐트러진 얼굴 근육을 움직여 다시 표정을 굳히고 궁인을 따라 이동했다.

"폐하."

방 안으로 들어가자 방금 일을 치른 사람이라고는 상상 못할 정도로 멀쩡한 얼굴의 황제폐하가 앉아서 그녀를 맞이했다.

"미안하네, 오래 기다렸나?"

"아닙니다."

"그래, 소식은?"

게오스 제국과 터진 전쟁.

정확히는 게오스 제국이 침략을 해오는 것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상당수의 병사들이 국경 쪽으로 파견 되었고, 가장 최근에 전달 된 소식으로는 게오스 제국과 대치 중이라는 것이었다.

곧 게오트 제국 쪽에서 공격을 시도 할 듯 싶다는 소식도 이어졌는데, 기사 단장이 가져 온 소식은 바로 첫 번째 전투의 승패 결과였다.

"무사히 게오스 제국의 침략을 방어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아군의 피해는 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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