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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736화 (724/849)

Chapter 736 - #96. 진해솔 (40)

훌륭하게 1차 방어에 성공한 우리는 게오스 제국의 공격을 계속해서 무사히 막아냈다.

나라에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인재들이 많더라.

황제가 될 때까지 대부분 상대하던 이들이 남성 귀족들이라서 이렇게까지 뛰어난 능력이 많은 이들이 있는 줄 몰랐다.

내가 굳이 뭔가를 하지 않아도 게오스 제국의 공격을 알아서 척척 막아내니, 치트를 쓴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나마 내가 한 것이 있다면...

'공을 세운 장군들, 앞으로도 일 잘하라고 건강식품 좀 보내줬지.'

일명 '영약' 같은 거 말이다.

효과가 엄청 좋은 걸 준 건 아니고, 그동안 여자들을 안으면서 모은 코인을 조금 써서 구매를 했다.

그랬더니 얘네들이 영약 맛을 봤는지 미쳐 날뛰기 시작하더라.

게오스 제국도 당황스럽긴 했을 거다.

만만하게 봤으니까 침략도 한 걸 테고.

'그래도 만만한 놈들은 아니네.'

이대로 패배만 하다가 물러가기에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는지, 어떻게든 이겨보겠다는 듯 무리수를 쓰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추가 지원군을 보내오더니 총 공격을 해온 것이다.

이때 솔직히 많이 쫄렸다.

게오스 제국에서 상상 이상으로 많은 숫자의 지원군을 불러서 누가 봐도 우리 쪽이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때, 한 기사가 전례 없는 활약을 하면서 함락 당할 줄 알았던 성을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후에 얘기를 들었는데, 내가 내려 준 영약을 먹고 엄청난 실력 상승을 이뤄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한다.

손해를 감수하고 시작했던 침략이 어처구니 없이 실패한 상황에서, 게오스 제국은 주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전쟁이 일어 난지 3주 째.

게오스 제국은 다시 공격해오지도, 회군하지도 않은 채 쥐 죽은 듯이 고요하게 진형을 유지했다.

♧ ♧ ♧

황제가 되면 어떨까?

여러가지 상상을 해봤으나 실제로 경험하는 황제의 삶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사치스럽고 한편으로는 빡빡했다.

여자들이나 안으면서 생활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신경을 써야 했던 것이다.

'인사가 만사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의 말이다.

그리고 황제가 해야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사람을 다루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사회 생활 좀 해본 사람이라면 알 거다.

아르바이트생을 하나 써도 마음처럼 안 따라줘서 골치가 아픈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귀족들에게 맡겨야 하는 황제 입장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니까.'

황제가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귀족이 다스리는 수 만 명의 백성이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황제 앞에서 자기가 무능하다는 걸 대놓고 알려 줄 귀족이 어디 있겠으며, 성격이 파탄 났다는 걸 티 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황제가 일을 시킨 귀족을 평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뿐이었다.

"오엔 백작에 대한 고발이 들어왔습니다."

범죄 사실이 까발려져서 고발 당하는 것.

그럼 그때 내가 사람을 보내서 그놈이 고발 당한 것 이외에 문제가 더 있는지 확인 할 수가 있어진다.

문제는 그런 식으로 하면 결국 후속 조취일 뿐이라는 거다.

거기다가 고발 당한 귀족이 나와 친분이 깊은 귀족이라면, 저지른 죄도 어느 정도 삭감을 당한다.

황제가 만약 그 귀족이 마음에 들어서 처벌을 하기 싫다고 하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죄의 수위를 대폭 경감 받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나는 그런 식으로 권력을 휘두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랬는데....'

나를 골치 아프게 만드는 일이 생겼다.

게오스 왕국이 공격을 다시 시도한 건 아니지만, 회군한 것도 아닌 상황이라 방심하지 않아야 했다.

그런데 게오스 제국과 전쟁에서 계속 승리해서 그런걸까?

귀족들 중에 딴 짓으로 자기 주머니를 채우는 놈이 나왔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가 고된 생활을 하고 있을 병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제 여동생이 전쟁터에서 세운 공을 봐서라도 부디 선처를 부탁 드립니다."

전쟁 특수를 노려 식량을 매점매석해 이익을 취한 귀족.

"...그게 그대가 할 말의 전부인가?"

"부디 선처를 부탁 드리옵니다!!"

중죄를 지었으니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게 정상이었다.

전쟁 중에 매점매석을 했다?

이 새낀 그냥 죽이는 게 정답인 거다.

사형이 익숙하지 않은 나라도 이건 절대 봐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저 새끼 가문 사람인 거지...?'

매점매석을 한 귀족 가문에 속해 있는 여인이 하필이면 전쟁터에서 큰 공을 세운 사람이라는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그녀가 활약하지 않았다면 게오스 제국과의 전쟁에서 성이 함락 되었을 것이다.

그녀가 세운 공이 매점매석으로 제국에 피해를 입힌 것보다 더 컸다는 의미이다.

'이걸 시발...공으로 만회가 되는 게 어이가 없네.'

한 명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전쟁을 하고 있는데, 정작 그 가문의 가주라는 새끼는 불법으로 돈을 벌고 있는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당사자는 얼마나 억울하겠나?

그동안 전쟁터에서 세운 공을 가문 때문에 싹 다 빼앗기게 생겼는데.

'자기 여동생을 전쟁터에 보내 놓고 돈을 벌고 싶나? 아니, 애초에 사이가 좋을 리도 없나? 저렇게 뻔뻔한 새끼가 자기 여동생을 대우 해줬을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서슴없이 전쟁터에도 보냈을 것이고 말이다.

'그런 주제에 정작 자기가 불리해지니까 여동생을 핑계로 죄를 삭감 받겠다?'

마음 같아서는 저놈의 주둥이를 잡아 채 다신 헛짓거리 못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이 세계에선 이런 식으로 죄를 삭감 받는 게 당연한 거라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저 자의 여동생에게 물어보는 것 뿐이었다.

정말 자신이 세운 공을 오라비를 위해 쓸 것인지.

'아예 가문을 만들어주겠다고 할까. 아니면 저놈을 처리하고 대신 가문을 맡으라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전쟁 중에 매점매석을 한 죄를 상쇄 할 공을 쌓은 거다.

그 정도라면 가주로 만들어주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이런 식으로 여성 가주를 늘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죄 지은 놈의 여동생이 전쟁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자기 몫을 제대로 챙길 줄 아는 화끈한 성격의 여인이기를 바란다.

남성이 대부분 귀족 가문의 수장직을 떠맡고 있다고 해서 여자가 가주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걸로 안다.

가문에 남자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여자가 가주직을 이을 수밖에 없다.

무조건 여자가 남자보다 능력이 좋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여동생 공을 뻔뻔하게 뺏어 먹은 놈보다야 가문을 잘 이끌 것이다.

"저 놈을 가둬라. 전쟁이 끝난 이후에 처벌을 결정해야겠다."

"폐, 폐하! 이 무슨..!? 저는 분명 제 여동생의 공으로 죄를 삭감...!"

"닥쳐라. 네가 세운 공도 아닌데, 네 것인 것처럼 쓰려고 드는구나. 네 죗값은 공을 세운 당사자가 그러길 바란다고 했을 때나 가능한 거다."

"폐, 폐하! 이러는 법은 없습니다! 이러는 법이..!"

아우성 치는 귀족이 끌려갔다.

다른 귀족들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는 눈치였다.

나는 귀족들이 선수를 쳐서 내 행동을 지적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참 괘씸하지 않습니까? 나라가 전쟁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데, 그걸 이용해 자기 이득을 취해 놓고도 당당하게 나오니 말입니다."

"폐하..."

"벌을 공으로 상쇄한다는 제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걸 이용해서 자기 이익을 취하려는 자가 나쁜 거지. 더욱이 저 자는 공을 세운 게 본인이 아니지 않습니까?"

죄를 지은 사람이 따로, 공을 세운 사람도 따로인데.

"그걸 죄 지은 사람이 당연하다는 듯이 가져다 쓰는 게 말이나 됩니까? 적어도 공을 세운 당사자에게 물어보고 결정을 내리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오나 폐하, 본디 가문의 여인들이 일을 하는 것은 가문을 드높이기 위함입니다. 가문의 여인들이 공을 세우는 것 자체가 가주를 위한 행동이기에 굳이 물어 볼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글쎄다.

아마 가문을 위해 희생하라는 강요를 당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물어봤습니까?"

"예?"

"물어봤냐고요. 네가 피땀 흘려서 세운 공. 내가 불법적으로 돈 벌려다가 걸렸으니까 대신 쓰겠다고. 동의하냐고 물어봤냐고요."

"그....음..."

"안 물어봤으면 섣불리 추측하지 맙시다. 당사자 아니시잖아요. 아니면 뭐 찔리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귀족이 서슬 퍼런 내 질문에 깨갱하고 물러났다.

"전쟁을 이용해서 이익을 취한 귀족이 있다면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전부 잡아 들여라. 나라를 좀 먹을 놈들은 귀족의 자격이 없는 놈들이다."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는데 자기 이익을 본다?

그런 놈한테 나라 일을 맡겨봤자 도둑 놈밖에 더 되겠는가?

내 서슬 퍼런 눈빛에 찔리는 게 있어 보이는 몇몇의 귀족들이 내 시선을 외면한다.

'저놈들은 따로 조사해봐야겠어.'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썩은 부분을 도려내다 보면 내가 신경 써야 할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물론 나랏돈을 빼 먹는 도둑놈들을 모두 잡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내 눈에 거슬린 놈 정도는 처리 해줘야 나라가 맑아지는 법 아니겠는가?

내가 하는 일들이 이 세계에 도움이 되면 됐지, 잘못 되게 만들지 않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게오스 제국에서 사절단이 도착했습니다."

먼저 침략을 해온 게오스 제국에서 사절단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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