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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742화 (730/849)

Chapter 742 - #96. 진해솔 (46)

오줌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노란색의 자국과 죽은 개구리 마냥 퍼져 있는 후궁의 모습은 솔직히 내가 봐도 경악을 금치 못할 광경이었다.

“수습을….”

하긴 해야 하는데…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직접 수습하겠다고 나서봤자 좋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을 잘 알았다.

결국 손을 대려다가 말고 바깥에 대기하고 있을 궁인들을 불렀다.

자기가 모시는 후궁이니 이런 꼴을 봐도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겠거니 한 것이다.

내 신호를 받고 들어 온 궁인들이 벌어진 참상(?)을 확인하고

“마, 마마!!”

거기다가 후궁의 몸에 얼룩덜룩하게 남아 있는 손자국을, 궁인들이 몰라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가 황제라고 욕은 속으로 하는지 궁인들의 표정에 나에 대한 책망은 서려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사람을 더 멋쩍게 만드는 걸 모르고 말이다.

“흠흠.”

헛기침을 한 나는 후궁을 챙기는 궁인들을 보며 옷을 걸쳤다.

물론 내 곁에도 궁인들이 달라 붙어서 나를 챙기려 들었지만, 이런 사소한 일까지 챙김 받고 싶지 않아 궁인의 손길을 거절했다.

‘이거 빼박으로 이상한 소문 나겠는데….’

사실 여성 편력 쪽으로는 별의 별 얘기가 다 퍼져서 답이 없는 상태이긴 하다.

애초에 삼천 명을 후궁으로 삼기 위해 왔을 때부터 답 없는 평판이지 않았는가.

내 평판 부분은 이미 상당 부분 포기한 상태다.

그러니 지금 이 일로 생겨날 소문도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내가 여기서 아니라고 변명하는 것도 웃긴 일이잖아.'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궁인들이 주변을 모두 수습하고, 후궁을 깨끗하게 씻겨서 다시 데려왔다.

침대에 눕혀진 후궁은 어느새 색색 잠이 들어 있었다.

“깨어나거든, 준비가 되면 연락을 넣으라고 전하거라. 무슨 뜻인지는 그렇게 말하면 알아들을 거다.”

“예, 폐하.”

후궁이 머물고 있는 궁을 나서며, 나는 잠시 밤 산책을 하기로 했다.

내 뒤로 궁인들이 우르르 따라오고 있었기에 홀로 사색에 잠기기엔 좋지 않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아이돌로 살았던 기억이 있는지라 따라오는 시선에 적응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별이 진짜 많네. 사진 찍어두고 싶게.'

이 세계의 여러가지 좋은 점들 중, 아름다운 밤 하늘은 top10에 속해 있다.

하늘을 보다가 홀려서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멈춰 구경만 하게 될 정도로, 이 세계의 밤 하늘은 아름답고 찬란하다.

별이 쏟아진 것만 같은 밤하늘을 머리 위에 이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잘 하고 있는 거겠지?'

이번 연회에서 후궁들과 다시 잠자리를 갖게 되며, 한 가지 생각한 게 있었다.

'좋은 능력을 썩히고 있는 후궁이 있다는 거.'

마냥 후궁전에서 허송세월을 보낼 만큼 무능한 자들이 아닌데, 후궁으로 평생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이번 연회장에서 보여준 춤처럼, 수 많은 후궁들이 제각각의 재주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 재주를 내 후궁이 되면서 선보일 기회를 잃었고 말이다.

지금은 삼천 명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 정도 숫자가 될 터.

그 많은 인원을 잉여 인간으로 두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었다.

'이용할 수 있는 건 전부 이용해야지.'

그래서 한 가지 꾀를 낸 것이 후궁들의 능력을 잘 이용해보자는 거였다.

실제로 후궁 중에는 유능한 자가 많았다.

내가 그녀들의 능력을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므로, 주로 후궁들의 가문을 연관 지어서 능력을 확인했다.

그리고 오늘, 나와 밤을 보낸 후궁도 그런 경우에 속했다.

내가 가장 먼저 포섭하기로 결심한 여인은 그만큼 중요한 일을 맡아 줄 것으로 기대하는 중이었다.

‘정보 수집은 중요하니까.’

현대 사회를 살면서 정보 수집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제대로 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면 어떤 일을 시작해도 제대로 일이 마무리 되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여기서도 정보 관련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귀족 가문 출신의 후궁을 가장 먼저 섭외한 것이다.

‘성향이 하필 마조라서 다루기가 쉬우면서도 까다롭긴 한데….’

마조 성향에도 다양한 성격이 존재한다.

주인의 말을 얌전히 들으며 잘 따르면서 플레이 하는 걸 좋아하는 마조히즘이 있고, 오히려 주인에게 발칙한 짓으로 도발해서 분노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후 혼나고 싶어 하는 마조히즘도 있었다.

보통 선자의 경우는 소프트한 마조히즘이고, 후자의 경우는 강도가 강한 마조히즘이다.

그리고 아직 마조로 개발이 덜 된 후궁을 안아 본 결과.

'익숙해지면 잡아 먹으려고 들 기세였지.'

몸이 이미 고통을 쾌락으로 느끼도록 완벽하게 개조가 된 몸이었다.

애초에 그렇게 타고 난 몸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한 번 맛 본 쾌락을 잊을 수가 없을 거야.'

자칫 잘못하면 나쁜 길로 빠져 들 확률이 매우 높다.

황제인 내가 그녀를 매일 신경 써주며 안아 줄 수 없으니, 충동을 견디는 게 쉽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함부로 몸 굴리게 하면 안 된다고 경고해야겠어.'

앞으로 협조를 받기 위해서라도 그녀가 본인의 몸에 함부로 손대지 않게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시작부터 강도를 높여 상대해 확실하게 ‘주인’으로 각인을 한 거다.

‘다행히 잘 먹힌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한데….’

문제는 이렇게 쓸 만한 능력을 가진 후궁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야심해진 밤 하늘아래, 나의 밤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황제의 가장 큰 일은 인사.

인사가 만사고, 후궁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 또한 내가 해야만 하는 필수적인 일이 됐다.

“산책은 이쯤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예, 폐하. 마마께서 폐하를 애타게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이미 오래 기다리게 했는데, 더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궁인들을 우르르 데리고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후궁전으로 움직였다.

당연하지만 아까 나와 찐하게 밤을 보낸 후궁의 처소로 가는 건 아니었다.

“폐하~!”

“바깥 공기가 추운데, 여기서 짐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냐?”

궁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후궁이 종종 걸음으로 달려와 안긴다.

"폐하께서 오신다는 연락을 받으니 기뻐서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여자를 안고 있었던 시간에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여자라….

양심이 푹푹 찔려왔지만 오늘도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들어가자꾸나. 몸이 얼음장 같구나.”

그녀의 손을 잡고 궁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방 안에 앉자마자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그녀의 꽁꽁 얼은 두 손을 입김으로 녹여주었다.

“호오~ 호오~ 어떠냐? 좀 괜찮으냐?”

”폐하께서 소첩의 손을 녹여주시는데, 어찌 춥겠습니까? 참으로 따듯하옵니다.”

손이 여전히 새빨간데, 얼굴은 사과처럼 붉었다.

“아니다. 여전히 손이 얼음장 같다. 짐의 몸으로 녹여주마.”

내 몸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 있었고, 후궁의 차가운 손을 그곳에 쑤욱 집어넣었다.

그녀도 내가 이러는 걸 좋아할 걸 알았기 때문이다.

“어머…!”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손이 내 사타구니에 있는 뜨끈뜨끈한 방망이에 닿자 수줍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젠 좀 어떠냐?”

“후후, 정말 따듯합니다. 헌데…이래도 되는 건가요? 폐하의 그곳에 손을 녹이다가 옥체에 문제라도 생긴다면….”

“짐이 괜찮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들었으니 짐이 책임져야지.”

되도 않는 드립을 치며 후궁과 꺄륵하하호호 웃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밤.

내 방망이는 아직 죽어 있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

사절단이 게오스 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쌌다.

왔으니 다시 되돌아 가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사절단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제국에 와서 가장 중요하게 했어야 할 일을 아직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황제 폐하를 대면할 면목이 없었다.

“오늘도 허탕이오?”

"하아...예, 이놈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나라를 위해 헌신했다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허어, 이를 어찌한다. 이제 곧 제국을 떠나야 하는데….”

"팔겠다는 놈이 돌연 말을 바꾸며 잠수를 탔을 때부터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불길했어요."

황제가 만만치 않은 놈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지독하게 나올 줄도 몰랐다.

“철저하게 소량 유통하면서 자기들끼리만 그걸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다들 선뜻 판매를 못하고 있는 거고요.”

소량 유통했다는 건 즉, '조사하면 다 나와!' 라는 의미이다.

추적해서 들어가면 누가 사절단에게 인형을 판매했는지 알 수가 있는 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욕심 앞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 아니겠나?

그 인형을 구하겠다고 게오스 황제에게 받아 온 재물이 어마어마했다.

'눈 질끈 감고 팔 만큼 매력적인 조건이었는데...'

굳건한 충성심이 아니었다면 황제 폐하가 넘긴 재물을 홀랑 들고 나르고 싶었을 만큼 어마어마한 재물들이다.

그중에는 돈을 줘도 구할 수 없는 물건도 있었다.

해서 사절단은 인형을 단 한 개도 구매하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을 상상도 못했다.

"정말 이대로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하고 가야 하는 겁니까?"

"돈 귀신에 잡아 먹히기라도 한 것인지…."

“돈 귀신에 잡아 먹혔다고 해도 우리가 제시한 대가라면 받아들였어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뭔가 좀 더 챙겨 온 거 없습니까?"

사절단들은 어떻게 해서든 인형을 하나라도 구매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끝내 사절단이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올 때까지도 인형을 구할 수가 없었다.

“끄응..이를 어찌한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한 가지 이유밖에 없습니다."

"...역시 그것밖엔 없는 거겠죠?"

"이제와 아니라고 생각해봤자 바뀌는 건 없을 겁니다."

사절단들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만만한 적이 없었던 황제.

제국의 황제가 자국의 귀족들에게 단단히 경고를 해놓은 게 틀림없었다.

“이젠 정보를 구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인형을 갖고 있는 귀족들 정보 말씀이시죠?”

“예, 지독한 제국 놈들이 명단조차도 영 쓸모없는 것들만 주고 있습니다.”

으드득-

사절단의 이가 바득바득 갈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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