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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744화 (732/849)

Chapter 744 - #96. 진해솔 (48)

“사절단의 대표에게 본인들이 저지른 일의 책임을 물으라.”

“예!!!”

“바른 말을 했다고 이런 식으로 책임을 물게 하는 법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적국에 와서 입을 함부로 놀렸으니 적어도 혀가 잘리고 주둥이가 꿰매지는 것에 아무런 억울함도 느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절단의 목숨까지 취할 생각은 없다.

그렇게 되면 전쟁을 반대하는 게오스 제국의 귀족들이 명분을 잃는다.

하지만 사절단이 제국의 황제를 분노하게 만들어 혀가 잘리고 입이 꿰인 것이라면 반대하는 쪽의 힘이 아예 잃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그대들이 제국의 귀족들에게 은밀히 접근하여 짐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기적을 갈취하려 들었다는 말을 들었다.”

게오스 사절단도 자신들이 마지막까지 꽤나 거하게 설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 얘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 게오스 황제는 신하들에게 도둑질을 종용하는 자인 것이냐?”

“제국의 황제는 말을 조심하시오!!!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것이 어찌 도둑질이라 하는 건가!!”

“허면 네놈들이 도둑놈들이 아니라는 거냐?”

“우린 정당하게 거래를 요청했을 뿐이오!!”

혀가 잘리고 주둥이를 꿰매게 될 놈이라서 그런지 말을 할 수 있을 때 전부 다 토해내겠다는 듯 거침없이 내 말에 반박을 해왔다.

나는 잘 걸렸다 생각하며 말했다.

“어젯밤, 눈물을 흘리며 짐에게 독대를 요청한 귀족이 있다.”

“그게 이 상황이랑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요!!”

“있지! 있고 말고! 어젯밤 짐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던 샤웰 남작은 어서 나와 모두에게 사건을 소상히 밝히라!”

“불충한 신하에게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주시다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대기하고 있던 샤웰 남작이 나타난다.

“저, 저 자는…?!”

뜬금없이 샤웰 남작이 나서자 무언가 불길함을 느꼈는지 사절단 사이에서 동요가 일었다.

“저 자를 아시는 겁니까?”

“못 알아 보시겠습니까? 우리와 거래를 하려 했던 그 귀족이지 않습니까!”

“설마..?!”

설마는 뭔 설마냐.

너희도 우리 이용해먹으려고 했잖아.

나도 그럼 누명 좀 씌워서 이용해 먹어도 되는 거 아니겠어?

“저 자들이 찾아 온 건 폐하께서 연회를 베풀어주셨던 날이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폐하의 신묘한 능력이 담긴 물건을 저희 가문이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저들은 제게 그 물건을 요구하며 많은 재물을 보상으로 주겠다고 현혹시켰습니다.”

“네놈이 좋다고 팔겠다고 해놓고 갑자기 말을 바꾸지 않았나!! 그게 무슨 문제가 된단 말이오!!”

사절단은 샤웰 남작이 무얼 꾸미고 있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는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작 그게 본인의 목줄을 죄는 단서가 될 거라는 걸 모른 채 말이다.

“미련하고 욕심 많은 신하가 불경하게도 폐하께서 내려주신 은혜를 두고 잠시 흔들렸사옵니다. 하지만 곧 폐하의 은혜를 적대국인 게오스 제국에 파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생각하여 마음을 바꿨나이다.”

“그래, 참으로 기특하다. 그런데 뭐가 그리 억울하여 짐을 찾아왔느냐.”

“재물을 받고 물건을 파는 것은 거래가 맞지요. 하지만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하니 강제로 물건을 도둑질 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겠습니까!!”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도둑질이라니!!!”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깨달은 사절단이 악을 쓰며 샤웰 남작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가까이 있었다면 주먹질을 했을 게 분명한 분노였다.

“당신들이 아니라면 가문에서 보관 중이던 폐하의 은혜는 어디로 사라졌단 말입니까! 그대들에게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한 그날 밤에 벌어진 일이오!! 그대들밖에 범인이 없다 이 말입니다!”

“누명이오! 누명!! 제국은 사절단에게 이런 식의 모욕을 주는 걸 어찌 감당 할 셈이오!!”

“그래, 샤웰 남작이 하는 말이 거짓이거나 누명이라면 게오스 황제가 좋아 죽으려고 하겠지. 헌데 애석하게도 누명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증거 없는 심증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오!!”

“누가 심증이라 했는가? 짐은 그런 적 없다.”

“하! 되도 않는 수작 그만 부리시오! 하지도 않은 짓인데 증거가 어디 있단 말이오!”

“여봐라! 사절단의 짐을 모두 꺼내 뒤져라!”

“예!!!”

“이, 이이이!! 안 된다, 이놈들!! 으악!”

“게오스 황제께서 이 일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사절단은 병사들이 다가오자 비명을 지르면서 격렬하게 반발했다.

병사들은 그런 사절단의 몸을 간단하게 피해버리고 바리바리 싸놓은 짐을 엉망진창으로 만들며 짐을 뒤적였다.

“이런다고 없는 것이 나올 줄 아시오? 사절단은 저들이 몰래 우리 짐에 물건을 놓지는 않은지 두 눈 부릅 뜨고 살펴보게! 누명을 씌우려는데 무슨 짓인들 못하겠나!”

나는 속으로 그들을 비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짐이 아직까지 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있다네. 아마 오늘 처음으로 밝히는 거겠지.”

미끼를 투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저들은 그 미끼를 멋지게 물고 입질을 해왔다.

나는 노련한 낚시꾼이 된 것처럼 찌를 살짝 풀었던 줄을 확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짐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두 알 수 있는 능력이오.”

“!!!!”

“!!!!!”

이건 우리 귀족들도 몰랐던 일이어서 사절단이나 귀족들이나 모두 깜짝 놀랬다.

당연하지만 이건 허세다.

내가 굳이 코인을 써서 추가 기능을 집어 넣겠는가.

대~충 번지르르하게 거짓말을 하면 되는데.

“물론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짐도 알 수가 없어지긴 하오. 하지만 이 정도 거리에서는 누가 짐이 제작한 물건을 갖고 있는지 정도는 알 수가 있지.”

거리에 상관없이 위치를 전부 다 안다고 하면 누구도 내 인형을 선뜻 구매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거짓말도 적당히 수습이 가능할 정도로만 쳐야 하는 법이었다.

“그, 그래서 당신의 그 물건이 사절단 짐에 있다고 나온다 이겁니까!!”

“그래! 바로 그거다.”

나는 확실한 퍼포먼스를 위해 몸소 자리에서 일어나 사절단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이렇게, 대놓고, 품에다가, 숨겨두면 모를 줄 알았던가!!”

“으악!!!”

사절단 중 유일하게 당당하지 못하고 창백한 안색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자의 가슴팍을 발로 차서 넘어트렸다.

병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그 사절단을 움직이지 못하게 결박했고, 나는 직접 그 녀석의 가슴팍 안에 손을 집어 넣어 인형을 꺼내들었다.

“!!!!!”

“자, 어떠한가. 이래도 그대들이 도둑이 아니라 할 건가?”

“이, 이게…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분명 구하지 못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 귀족들은 탐욕을 부리고, 지네들은 뭐 대단히 깨끗할 줄 알았나 보지?

사색이 된 사절단의 표정을 보니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사실 샤웰 남작이 말했던 것처럼 연회가 있었던 날 밤, 인형을 도둑질을 당한 것은 아니었다.

진실은 샤웰 남작이 인형을 판매한 것이 맞다.

다만 은밀하게 움직여 사절단 중 한 명에게만 몰래 인형을 비싸게 팔아 먹으라고 했던 거다.

그 사절단은 제가 가져 온 사비를 탈탈 털고, 황제가 내린 재물을 몰래 뒤로 빼돌려서 값을 지불해 인형을 구매해갔다.

어차피 재물은 돌아가서 채우면 됐을 것이다.

애초에 황제가 한 두 푼에 깐깐하게 굴 사람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렇게 구매한 인형은 아마 게오스 제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데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절단이 인형을 구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에 황제가 크게 실망했을 터. 하지만 사절단 중 한 명이 다른 루트로 최선을 다 해 인형을 구해와 황제에게 바친다면? 사절단으로 갔던 일로 황제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한데다 능력까지 있다는 점이 어필이 돼서 한 몫 단단하게 잡았을 거야.’

나름 똑똑하게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그렇게 머리를 굴려도 결국 내 손바닥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자가 자신을 위해 인형을 쓰기도 전에, 내가 전부 파토를 내버린 것이다.

“게오스 제국은 인재가 참 없나보군. 좋게 봤는데 영 아니었던 모양이야.”

사절단 대표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덜덜 떨고 있는 사절단을 바라봤다.

“어째서…어째서 이런 짓을…??”

“도, 도둑질을 한 게 아닙니다! 억울합니다!”

“도둑질을 한 게 아니라면 왜 말하지 않았는가! 구린 게 있으니 구하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한 거겠지!!!”

사절단 대표는 도둑질을 당한 당사자보다 더 분노하고 있었다.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꼬리를 자르려한들, 사절단의 행동이 없던 일로 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정말 몰랐습니다! 저자의 독단으로 벌어진 일입니다!”

하오체를 쓰면서 바락바락 대들더니, 잘못이 밝혀지니 다시 높임말을 쓴다.

“증거가 명백하니 굳이 시간 끌 것도 없이 처벌을 내리겠다. 제국에서는 생계 때문이 아닌 이유로 도둑질을 한 자는 양손을 다른다. 작두를 가져와 저 자의 양 손을 자르거라! 그리고 사절단 대표는 책임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제국의 황제에게 무례한 언행으로 분노를 샀으니 혀를 자르고 입을 꿰매겠다!”

“어째서…어째서어!!!”

제국에 명백히 잘못을 저지른 자와 그 대표가 정당한 죗값을 치른다.

게오스 황제는 결코 이 일로 제국 내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귀족들을 압박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황제의 입장이 난감해질 거다.

괜히 사절단을 보내서 망신만 당하고 오지 않았는가?

황제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해 사절단이 됐던 자들에겐 지금 이 순간이 크나 큰 불명예로 남을 것이고 말이다.

게오스 제국과 황제 그리고 사절단까지.

골고루 엿을 먹여 주는 일이 되었으니, 저놈들을 죽여서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통쾌한 결말인 것이다.

귀족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사절단은 처벌을 받았다.

그리고 병사들이 흐트러뜨린 짐을 허겁지겁 주워서 패잔병처럼 터덜터덜 되돌아갔다.

사절단이 떠나고 몇 주 후.

잠잠하던 게오스 제국이 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사절단이 제국에서 어떤 추잡한 꼴을 보고 돌아왔는지 확인하고, 분노를 감추지 못한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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