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45 - #96. 진해솔 (49)
"참 치졸한 놈들입니다. 사절단이 돌아가자 마자 공격을 해오는군요."
"미리 준비해둔 일이니 신경 쓸 거 없다."
미리 대비한 전쟁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게오스 제국도 간만에 다시 시작한 전투라서 그런지 꽤 오랫동안 전투가 지속 되었다.
"폐하, 적군이 동쪽 성문에 총 집결하여 공격을 시도 하고 있다 하옵니다!"
"폐하! 무사히 동쪽 성문을 수성하는데 성공하였다 하옵니다!"
"폐하, 적군이 기습하여 북쪽 성문을 공격해오고 있다 하옵니다!"
"폐하!! 북쪽 성문이 뚫릴 위기에 처했으나 기사단이 무사히 북쪽 성문을 수성하였다 하옵니다!"
이쪽도 통신은 마법에 의해 발달 되어 있어서 실시간으로 전투의 상황을 전달 받을 수 있었다.
"폐하! 승리옵니다! 적군이 큰 피해를 입고, 후퇴하였습니다!"
피를 말리는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게오스 제국이 후퇴했다.
다른 귀족들은 승리에 기뻐했으나 나는 피해 상황이 걱정 되어 그것부터 먼저 물었다.
"피해는?"
"아직 피해를 상정 중이오나 약 3천 명이 전사하였고, 1만 명의 병사가 부상을 입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3천 명이 죽었다고? 승리했는데도 말이냐!"
전투가 한 번 일어나면 몇 백씩 죽어 나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돈도 아니고, 사람을 한 명씩 카운트한 숫자에서 백 단위의 숫자를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는 없었다.
더욱이 전쟁에서 참 애석한 점이 승리했다고 해서 피해가 적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상처 뿐인 승리 라는 말이 딱 지금 현재의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북쪽이 한 번 뚫릴 뻔했던 게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보입니다."
"인원에서 오는 이점을 게오스 제국이 잘 이용하고 있구나."
게오스 제국은 오랫동안 역사를 이어 온 제국이라 그런지 인구가 굉장히 많았다.
땅도 크고, 비옥한 지형인데다 역사까지 오래 됐으니 사람이 많아지는 게 당연한 일이긴 했다.
정확하게 인구수를 집계 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에 비해 두 배 아니, 세 배 이상은 많을 것이다.
'반면 우리 제국은 정복 전쟁으로 땅을 넓히고, 다른 나라 사람을 노예로 들여와 인구수를 늘려놨지. 게오스 제국은 오랫동안 한 민족으로 끈끈한 소속감을 갖고 있고.'
아직 맛보기에 불과한 전쟁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하면, 제국은 큰 피해를 입게 될 거다.
지금 현 상황에서 꾸준히 승리를 쌓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오로지 몇몇의 독보적인 인재들 덕분이었다.
"게오스 그놈들이 사람을 아주 갈아 넣을 기세구나..."
"사절단이 돌아갔으니 그들에게 제국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 분노했을 것입니다."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는 건가. 뭐 예상한 일이긴 하다. 이번 전투에서 활약한 기사가 있다던데, 그들에게 상을 내려야겠다."
북쪽 성문을 수성한 기사단이 있다는 보고를 머릿속에 콕 짚어 두고 있었다.
게오스 제국은 숫자로 전쟁을 밀어 붙이는 스타일이었고, 우리 쪽은 소수의 재능있는 인재가 전쟁터를 휘젓는 스타일이었다.
공을 세운 인재에게 영약을 아끼지 않는 것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만약 여기가 마나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였다면 내 선택이 잘못 된 것일 수도 있다.
소수의 인재만 믿고 전쟁을 끌어가겠다는 소리니까.
'이걸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순신 장군님을 복사 시켜서 전쟁터에 보내겠다는 거랄까.'
하지만 이곳은 다행스럽게도 마나가 존재하는 이세계.
일당 백 아니, 일당 천 혹은 일당 만이 충분히 가능한 말도 안 되는 불균형한 힘의 세계였다.
그러니 내가 인재에게 계속 투자를 하는 건 옳은 선택인 것이다.
"저번에 폐하께서 내려주셨던 그 은혜를 말씀이십니까?"
그 영약을 먹고 한계를 뚫어 실력 상승을 이뤘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다.
뜬금없이 불쑥불쑥 나오는 신묘한 물건들에 귀족들 사이에서 은근히 말들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이 정보들은 모두 후궁이 알려준 정보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귀족들의 요즘 정세, 적대국의 정세, 게오스 황제가 사절단을 보낸 이유 등등.
정보 상인들이 공유하는 정보들이 인터넷 검색 사이트 못지 않은 지식을 자랑하고 있었다.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고.'
게오스 제국과의 전쟁이 끝나면 개인적으로 정보 조직을 하나 만들까 생각 중이다.
그 정도로 후궁이 가져다 주는 정보가 내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대가는 섹스로 지불한다.
다른 걸 바라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필요 없단다.
"북쪽 성문을 지켜낸 기사단이 총 몇 명이지?"
"총 15명입니다."
하나 주면 기사단장이 홀랑 먹고 입 닦겠군.
"그 중에 공을 많이 세운 기사가 있겠지? 영약 세 개를 내리겠다. 공을 세운 기사에게 하나씩 넘겨주라고 하거라."
대단한 영약을 준 건 아니다.
내가 섭취를 하면 스케줄로 떨어진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정도의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마나를 다루는 사람이 코인으로 구매한 영약을 섭취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나 같은 경우가 영약을 제 값 못하게 쓰는 거고,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섭취하면 영약에 있는 영양분을 100% 흡수할 수 있게 되는 거라는 거다.
'씨...나도 마나 그거 한 번 배워볼까?'
이 몸은 마나를 다룰 수 있는 몸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납치 당할 수 있으니 이동할 때 조심하라고 했고.
본체와 분신체가 옮겨 다닐 때, 포니의 경고를 듣고 절대 골목길은 들어가지 않는 편이었다.
누가 말을 시켜도 절대 대답하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걷기만 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신묘한 힘을 다루는 이들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아예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것이다.
[마나의 최하급 (실전편)- 3,000 코인]
[마나의 최하급 (이론편)- 1,000 코인]
[마나의 하급 (이론, 실전묶음) - 8,900 코인]
다만 이 몸으로 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는, 마나에 관련 된 상품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 때문이었다.
최하급 책만 해도 총 4,000 코인을 들여야 한다.
빚을 지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함부로 쓰기가 어려운 사치인 것이다.
'됐다. 내가 저런 힘을 가져서 뭐하겠냐고.'
이곳 생활을 오랫동안 할 것도 아니고, 황제는 여러 기사들에게 보호를 받는 입장이라 더더욱 무력을 기를 필요가 없었다.
순간적인 충동과 욕심으로 코인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 코인으로 날 키울 게 아니라 내 기사들을 키워야지.'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기사들에게 내가 하사해준 영약이 돌아갔다.
영약을 섭취한 기사들이 일제히 높은 실력 상승을 이루었고, 그때부터 전쟁의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폐하,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폐하, 일반 병사가 게오스 제국의 장군 목을 따왔다고 합니다!"
일명 '공 세우기'.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폐하가 영약을 내려주고, 또 꾸준히 살펴보며 승진도 시켜주신다!
처음에는 기사들만 공을 세우려 들었지만, 우연히 일반 병사가 큰 공을 세워 영약을 타자 겉잡을 수 없는 불길이 되어 활활 타올랐다.
참고로 그 병사는 영약 뿐만 아니라 기사 작위도 받았다.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기사가 될 수 있다!'
평민이 비록 세습이 불가능한 작위임에도 귀족 끄트머리에 든다는 건 엄청난 파란을 몰고 오는 일이었다.
철저한 신분제 세상에서 신분을 바꿀 수 있다는 건 인생을 바꾸는 일이나 다름없는 것.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기에 전쟁터에 나간 병사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승리옵니다!"
"폐하, 후퇴하는 게오스 잔당 놈들을 붙잡았다 하옵니다!!"
"사로잡은 포로들이 수도에 거의 도착했다고 합니다."
승리.
또 승리!
계속 된 승리가 이어졌다.
물량에는 답이 없다고 들었기에 많이 쫄았는데, 그 걱정이 무색 할 지경이었다.
욕망이라는 게 얼마나 큰 일을 해내는 것인지...
그들이 세운 공을 치하하기 위해 꽤 많은 지출이 생겼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어차피 제국은 더 많은 인재들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만 그 인재를 귀족들 사이에서 발굴해 써야 했는데, 전쟁을 핑계로 똘똘한 평민을 귀족으로 만들어 쓸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이러면 진짜 전쟁 터진 게 나한텐 진짜 잘 된 일인데?'
거기다 드디어 포로가 제국의 수도에 도착했다고 한다.
전쟁 때 사로 잡은 포로들은 게오스 제국에게 돈을 받고 풀어주는 게 정상적인 절차다.
하지만 나는 돈을 받고 포로를 풀어주기 보단 후궁으로 만들 생각이 가득했다.
물론 아무나 후궁에 앉힐 생각은 없다.
포로 중에서는 게오스 귀족 출신의 여인들이 있지 않겠는가?
그런 여인들을 내 후궁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그 여자들이 첩자 행동을 하면 어떻게 하냐고?'
나랑 섹스를 했는데도 첩자 노릇을 할 수 있다면 대단한 거다.
지금 내 후궁들을 봐라.
나와 잠자리를 갖기 위해 자기 가문에서 더 뜯어 올 게 없는지 눈을 밝히고 찾고 있지 않은가?
나와 잠자리를 갖고 임신을 하면 가문에 좋은 거 아니냐고 우기고 있다는데, 게오스 출신의 귀족들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겠는가?
나는 내 아랫도리 능력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 ♧ ♧
퍼억! 퍼억! 퍼억!
"악! 으억! 큭!"
"쓸모, 없는, 새끼들!!"
"폐, 폐하...아악!"
우드득-!
콰직!
"어찌 단 한 번도!! 한 번의 승리도!! 못 할 수가 있냔 말이다!!! 짐의 제국이!! 게오스 제국이 우습게 보이는 것이냐!!!!"
빠악! 퍼ㅡ억!!
"쿨럭, 사, 살려주...끄악!"
"저 쓸모없는 새끼는 뽀삐 먹이로 던져버려라!"
꿀꺽-!
"예! 폐하."
기사들이 피투성이가 된 귀족을 질질 끌고 밖으로 나갔다.
오늘도 전쟁이 패배했음을 알려 온 귀족에게 분풀이를 한 게오스 황제는 씩씩거리며 숨을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후...아....후....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이런 식으로 감정적으로 행동해봐야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이렇게 무능할 수 있단 말인가? 평화가 길었던 게 독이 되었구나!"
병사라는 것들이, 지휘관이라는 것들이 제대로 전쟁을 치를 줄을 몰랐다.
그러니 그 많은 인원을 데리고도 성 하나를 함락시키지 못하지 않았는가?
"짐이 직접 나가서 친국을 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인데..."
절대 반대하는 귀족들 때문에 게오스 황제는 황궁에서 나가질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