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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756화 (742/849)

Chapter 756 - #96. 진해솔 (60)

“나는 그대를 만나면 먼저 어떻게 해달라고 말을 할 거라 생각했다. 살려 달라고 하든, 죽이라고 하든 뭐가 됐든 말이야.”

사령관에 대한 이야기는 조사로 상당히 많은 정보를 알아둔 상태다.

이 여자의 이름이 무엇인지, 나이는 몇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게오스 제국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등등.

모든 것을 조사를 통해 알아두었기에 딱히 그녀에게 정보를 캘 이유가 없었다.

게오스 제국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고 말이다.

“게오스 황제와 어릴 적 동문 수학한 사이라고 들었는데 맞는가?”

“어디서 그 정보를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으로 협박을 하려 한다면 소용없을 거라고 말해두겠소.”

독기로 가득 찬 사령관의 눈빛에 나는 희대의 악당이 되어 있었다.

정작 전쟁을 시작한 건 저들이면서 말이다.

나는 괘씸한 마음이 올라와 사령관의 머리채를 잡고 말했다.

“누가 보면 내가 대단히 개새끼인 줄 알겠구나."

"큭!"

"먼저 제국에 전쟁을 선포하고 침략한 것은 너희들이고, 지금도 전쟁을 끝내고 싶지 않아서 포로로 붙잡힌 수십 만 명의 목숨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너희 황제가 하고 있는 짓이다.”

그런 주제에 뭐가 그리 잘났다고 눈을 똑바로 뜨냔 말이다.

“아무리 좋게 포장해봤자 결국 사람 죽이고 재물을 탐하러 온 도적놈들이 아니냐?”

“감히…!!!”

그런 말이 있다.

1명을 죽이면 살인범이고, 1만 명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고.

이놈들이 취하고 있는 태도가 딱 그거였다.

1만 명이 넘는 목숨을 죽이러 와 놓고서 본인이 영웅인 줄 안다.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입장에선 어처구니가 없는 행동들이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모두 가해자일 뿐인데 말이다.

“퉤!!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나를 현혹시키려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오. 고작 이런 말에 현혹 되어 농락 당할 줄 아는가?”

침을 뱉는 것을 고개를 돌려 피해냈다.

미녀의 침을 얼굴에 맞는 거니 뭐…어떤 사람 입장에선 호강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저걸 순순히 맞아주고 싶지는 않았다.

미녀의 침이라면 매일매일 묻히고 다니니 말이다.

"나도 모르게 또 버릇이 도졌네. 여기서 사람들을 개몽시키겠다느니, 생명이 소중한 걸 알게 하겠다느니 하는 고리타분한 강요 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야."

나라와 나라의 전쟁에서 선악을 구분하는 건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아무리 먼저 쳐들어와서 침략을 했어도 저들 입장에서 우리는 죽여야 할 악적이었다.

근데 적어도 지가 가해자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는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보는 사람이 역겹게.'

사령관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지 그저 악에 바쳐 내게 소리를 질렀다.

“큭! 괜히 모욕 주지 말고 죽여라! 네놈에게 살려 달라고 빌 생각 따위 없으니까.”

“음…그건 다시 한 번 게오스 황제에게 의향을 물어보고 난 후에 결정할 생각이었는데?”

“필요 없다! 날 이용해서 주군께 피해를 끼칠 바에야 죽는 게 나으니까.”

“우리가 왜 너를 편하게 죽여줘야 하는지 모르겠구나. 기왕 이렇게 포로로 잡은 거 이용할 수 있는 건 전부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

우리는 그쪽이 포로들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만약 다시 한 번 의향을 물었는데 이번에도 답이 없다면 포로의 목숨을 포기했다고 간주하여 필요 없는 자들은 죽여줄 생각이다. 특히 너희처럼 제국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자들은.”

“…….”

살려줘 봤자 전혀 고마워 하지 않을 놈들이다.

광산 노예로 부리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위험해서 싫다.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존재를 내가 다스리는 제국 안에서 살아 숨 쉬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놈이 내 나라이서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겠는가?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일반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낼 수 있기에 특히나 주의해서 다뤄야 한다고 들었다.

'고난과 역경을 뚫고 복수를 한다 뭐 이런 시나리오는 거부하고 싶단 말이지.'

그러니 후궁이 될지, 죽을지 선택하라고 하고 사령관처럼 행동하면 깔끔하게 목을 따줄 것이다.

‘그래도 이 여자는 좀 아깝긴 하네.’

대단한 위치에 있는 여자라서가 아니다.

‘얼굴은 순진하게 생겼으면서 태닝 금발이라니...’

햇볕에 그을려 자연 태닝 된 탱탱한 갈색 피부.

거기에 유난히 반짝이는 금단발, 그리고 여자들에겐 쉽게 보기 힘든 떡벌어진 어깨와 근육질 몸매까지.

다소 남성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그것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가진 모델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남들과 다른 몸매를 이용해서 자신의 매력으로 승화 시킨 느낌이라 관심이 갔다.

하도 비슷비슷한 여자들을 안다 보니, 이렇게 특이한 외형을 가진 여성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저렇게 극한으로 단련해서 발달 된 몸을 가진 여자는 안아 보질 못했거든.’

후궁들 중에서 검술을 익힌 여인이 없지는 않았으나, 미용 목적으로 익히거나 호신술 정도로 검술을 익힌 게 대부분이었다.

재능 있는 귀족 영애들은 사령관처럼 재능 있는 분야를 단련 시켜 그 분야의 일을 맡기지만, 어중간한 재능을 가진 귀족 영애들은 미모를 가꿔서 정략혼에 이용을 한다.

내가 여태까지 만난 귀족 영애들은 후자에 속하고 말이다.

그렇다 보니 실전에 사용하기 위해 검을 익혀 온 사람을 안을 기회가 없었다.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었다면 좋은 경험이 됐을 텐데....

아쉬워도 어쩌겠는가?

나는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취하는 취미는 없었다.

“나중에 게오스 황제가 뒤늦게 발뺌을 하면서 너를 참한 원수를 갚겠다며 길길이 날뛰어도 상관없다. 게오스 황제가 날뛰어봤자 달라지는 건 없을 테니까. 제국은 이미 모든 준비를 끝냈다.”

“!!”

"그리고 그건 우리가 네게서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그동안은 저쪽에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수습이 가능한 수준으로 움직이며 몸을 사렸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 제국은 게오스 제국과 전쟁을 할 준비를 모두 끝낸 상태였다.

전면전을 결정한 상황에서 소심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포로 처분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까지 예의를 갖추었으면 막 나가도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게오스 황제가 본인의 욕심 때문에 제국민들의 목숨을 포기한 것도 널리 알려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 군주가 해야 자신의 백성을 버렸다는 게 알려지면 꽤 재밌을 거야."

전쟁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막 칭제선언을 한 신생 국가가 절대 강자 게오스 제국의 공격을 받았음에도 전쟁에 있는 예의를 철저하게 지켰는데, 정작 강대국인 게오스 제국은 예의를 밥 말아 먹은 것처럼 지키지 않았다는 게 소문이 난다면 다른 나라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게오스 제국민들은 본인들의 황제를 부끄러워 할 것이고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주군께서는 전략적인 선택을 하신 것 뿐이다! 제국민의 목숨을 포기한 게 아니라!”

되도 않은 주장으로 본인이 모시는 황제를 감싸는 모습이 꽤 안쓰러웠다.

“포로로 붙잡힌 제국민들의 목숨을 모두 포기하는 게 언제부터 대단한 전략이었는지 모르겠군. 아무튼 그대의 의견은 잘 들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회유 되지 않을 충성심을 갖고 있다는 거지?”

하긴, 자기 목숨까지 버리겠다는 사람인데 오죽하랴.

‘기왕이면 지휘관이나 사령관이 변절해서 게오스 황제를 욕해주면 사람들이 더 좋아할 텐데 아쉽게 됐네.’

수십 만 명을 이끄는 군의 사령관과 지휘관에 아무나 앉히진 않은 모양이다.

나도 굳이 그들을 설득하느라 시간을 쓰지 않기로 했다.

“명령을 하면 사령관과 지휘관들은 모두 처형하겠다.”

“예, 폐하.”

“!!!!”

“그때까지 너무 팍팍하게 굴지 말고, 두둑하게 잘 먹여라. 죽을 사람한테 그런 걸로 쪼잔하게 구는 거 아니다.”

“예!”

사령관과 대화를 끝내고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등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사령관이 나를 다급하게 불러왔다.

“자, 잠깐!”

“왜 그러지?”

더 이상 듣고 싶은 말도, 해야 할 말도 없었다.

미련 없이 돌아섰던 지라 불만을 담아 바라보니 사령관이 꽤나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폐, 폐하께 서신을 쓰고 싶소이다.”

“서신을?"

거기다가 무슨 말을 적을지 알고 허락을 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이 정도 자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 말했다.

"우리 쪽에서 검수를 할 텐데 괜찮겠는가?”

“상관없소. 마지막으로 폐하께 글 한자락 남기고 싶을 뿐이오.”

“흠….”

“죽을 사람에게 이 정도 소원은 들어줘도 되지 않소?”

잠시 고민하다가 크게 선심을 쓴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입장에선 뭐라고 적었는지 모두 확인이 가능하니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좋다, 허락하지. 다만 지금 당장 써야 하고, 짐이 옆에서 직접 뭐라고 적는지 확인할 것이다.”

“받아들이겠소.”

물론 사령관이 우리가 모르는 특이한 수법으로 서신에 이상한 걸 적어둘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 쪽에서도 안전 장치는 만들어둬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한 가지 더 조건을 달지.”

“뭐든 상관없다.”

네가 먼저 상관없다고 한 거다?

“게오스 황제에게 보내는 서신에 수작을 부린다면.”

“…부린다면?”

사령관은 긴장했는지 목소리의 떨림을 미처 숨기지 못했다.

나는 한 발자국 그녀에게 다가가 턱을 손으로 받쳐 나와 눈이 마주치게 한 후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대를 후궁으로 삼아서 농락할 것이다. 그대의 몸 구석구석을 농락하고 희롱해서 짐의 것으로 흠뻑 젖게 할 것이다. 그리고 짐에게 혼나야지. 감히 제국의 정보를 적국의 황제에게 알리려 한 죄에 대한 벌로 말이야.”

갈색으로 탄 피부가 빨개질 때까지.

엉덩이가 두 배로 퉁퉁 붓게 될 때까지.

그래서 아픔을 참지 못해 엉엉 울어버릴 때까지.

혼쭐을 내서 내 아래에 깔아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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