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60 - #96. 진해솔 (64)
삐걱ㅡ! 삐걱ㅡ!
시야가 흔들린다.
세상이 흔들리는 건 아니다.
그저 자신이 흔들리고 있는 것 뿐이지.
“하아…후우….”
귓가에 들려오는 남자의 거친 숨소리.
허나 그 숨소리를 지워버리는 소리가 있었다.
절망적이게도 그 숨소리 아니, 신음 소리는 자신이 내는 소리였다.
“하으응, 아응, 으으응! 아아아앙!!!”
쪼로록-
이미 나올 수 있는 것은 거의 대부분 쏟아낸지 오래인지라 절정에 도달한 그녀의 음부 안에서 쪼르륵 몇 방울이 튄다.
하지만 그녀의 몸 자체는 절정에 도달해 있었다.
오징어가 된 것 마냥 손발이 곱아진다.
쑤걱! 쑤걱! 쑤걱!
“우욱!”
헛구역질이 나온다.
들어올 수 없는 공간까지 침범한 자지가 그녀의 속을 진창으로 만들고 있었다.
괴로움에 발버둥치고 싶었지만, 황제는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발을 절대 풀어주지 않았다는 거다.
자세가 불편해도 어떻게든 편하게 자지를 박을 수 있게 만들어서 박더라.
그녀는 온몸이 정액과 애액 그리고 땀과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지쳤어…더는…더는 못 버텨….’
뒷구멍에는 울퉁불퉁한 알이 박힌 ‘딜도’ 라는 것이 박혀 있었다.
인챈트가 되어 있는 것인지 그것은 일정한 주기로 그녀의 뒷구멍 안을 휘젓고 있었다.
거기다 황제는 팔뚝 만한 자지를 무자비하게 그녀의 안에 박아대고 있었다.
“끄우우…으응, 으으응…!”
푸욱! 푸욱! 푸욱!
그만하고 싶었다.
하지만 피스톤질은 그녀가 절정을 해도 끝나지가 않았다.
쾌락지옥이라는 말이 있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이젠 안 돼…못 버텨…더 이상은…안돼…!’
이게 도대체 몇 번째란 말인가?
횟수가 열 번을 넘어서면서 더 이상 횟수를 세지 않았다.
그 후에 잠깐 정신을 잃었던 것 같은데, 그때도 박히고 있었고 지금도 자지에 박히고 있으니 황제가 미친놈인 건지, 이러고도 정신을 잃지 않은 자신이 돌은 년인지 구분이 안 갔다.
분명한 것은 적어도 지금 이 자리에 정상인 사람은 없었다.
“아아아!!! 아아아아악!! 으으응!!!!”
이젠 이게 고통인지 쾌락인지 구분도 되지 않았다.
철퍽ㅡ! 철퍽ㅡ!
“미쳐어…! 미쳐버려어…흐아아앙!!!!”
촤르르륵, 촤르륵!
기어코 참아내지 못하고 마지막 바닥까지 떨어졌다.
본능적으로 음부에서 나오고 있는 게 ‘애액’이 아니라 ‘오줌’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참을 수 없는 창피함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누군가 지금 죽여 줄 테니 의향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당장 그러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았다.
****
잠깐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노곤한 탈력감에 눈을 뜨고 싶지 않았지만, 아까부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계속 눈을 감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젠 익숙해 져버린 수갑도 갑갑했고 말이다.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황제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미친놈….”
“하, 깨어나자마자 하는 소리가 욕인가?”
“여기에 네놈 말고 욕 먹을 이가 어디 있단 말인가? 네놈 몸은 정상이 아니다. 정상이면 이런 짓은 절대 못해…!!”
“흠…정신을 잃었던 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정신을 잃은 게 문제가 아니다! 네놈이 오늘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 못하는 거냐?!”
“확실히 많이 하긴 했지. 벌써 날이 밝아오는 걸 보면.”
“뭐? 이런…진짜잖아?!”
믿을 수 없게도 해가 뜨고 있었다.
달이 떠 있는 시간을 오로지 섹스만 하다가 보낸 것이다.
잠깐 정신을 잃었던 순간이 생각보다 길었던 걸까?
“기절하지 않고 잘 버티기에 더 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끝도 없이 했던 것 같다. 몸이 많이 불편한가?”
“불편하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불편하다.”
차라리 고문을 당해서 이렇게 아팠으면 덜 억울 했을 것이다.
저 자의 자지에 꿰여서 보낸 시간들이 여전히 믿어지지 않았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겠군.”
“뭐?? 아쉽다고?”
이런 또라이가…?
그녀는 앞으로 제국의 황제를 ‘황제’ 대접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애초에 그럴 필요도 없는 놈이었다.
“네놈은 미쳤다!!”
“아까부터 왜 이렇게 화가 잔뜩 나 있는 건데? 여태까지 내 몸에 달라붙어서 박아달라고 졸랐잖아. 서로 기분 좋게 섹스 해놓고 다 끝나니까 내외하는 거 태도가 너무 쓰레기 아닌가?”
“쓰레기는 네놈이고!! 그리고 박아달라는 게 아니라 살려달라고 한 거다!!”
“아~ 그게 그런 의미였어? 나는 내 목을 휘감아서 안겨오기에 더 해달라는 걸로 알아 들었지.”
“나는 그때 네놈 목을 조르고 싶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수갑을 차고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해서 최대한 발버둥쳐본 게 목에 팔을 두르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하다가 오히려 그를 더 흥분 시켜서 역효과를 봤고 말이다.
“사실 해가 뜰 때까지 버티는 여인은 네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너무 즐긴 감이 없지 않아 있긴 한 것 같다. 피곤할 텐데, 푹 자도록 해.”
평범한 여자라면 절대 못 버틸 정력이긴 했다.
아니, 이건 섹스가 아니라 암살이었다.
한 번만 더 이런 식으로 섹스를 하면 수명이 줄 거다.
“나는, 진심으로 죽는 줄 알았다. 이게 어떻게 섹스지? 이건 섹스가 아니라 암살이야! 차라리 검에 죽는 게 더 곱게 죽는 걸 거다!”
“에이, 엄살 피우지 말지. 진짜 그 정도였으면 못 버티고 진작 기절을 했겠지. 적어도 난 기절한 걸 억지로 안지는 않아.”
미친 새낀가?
그럼 방금 했던 건 뭐란 말인가?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잠깐씩 기억의 공백이 존재했다.
아마 그때 기절을 했던 걸 거다.
“기절했었어! 그런데 네놈이 계속 박으니까 깨어난 거잖아!!”
“…기절 했었다고?”
황제가 처음 듣는 얘기인 것처럼 억울하다는 순진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밤내 당한 게 있는 헬리앙에게는 하나도 먹히지 않을 가증스러운 표정에 불과했다.
“그딴 표정, 하나도 불쌍하지 않고 오히려 역겨우니 치워라.”
“흠, 이게 안 먹히네.”
“빌어먹을 새끼!”
당장 손이 풀리면 목을 잘라버릴 놈이지만, 잘 생긴 것은 사실이었기에 얼굴만 보고 있으면 더 심하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강제로 사람을 희롱하고, 수치심을 주면서 괴롭혔던 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 번 해봤으니까 다음부터는 조절해가면서 섹스해주지. 오늘만큼은 아니어도 체력이 받쳐주니 섹스 할 맛도 나네.”
그렇게 싸놓고 다음 섹스를 생각한다고?
헬리앙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말이 너무 편하다?”
“…어쩌라는 거냐? 이제와서 높이라고? 이런 짓을 저지른 놈에게 이 정도면 충분히 예의를 지킨 거라고 생각하는데.”
“쯧, 그건 나도 동의하니까 봐주지. 오늘은 목구멍을 너무 소홀이 한 것 같은데, 다음에 기대하라고. 그땐 절로 존댓말이 튀어나올 테니까.”
꿀꺽…!
황제의 협박에 저도 모르게 침이 꼴깍 삼켜졌다.
신음을 뱉어내느라 컬컬한 목이 뻐근해진다.
딱 한 번 기구의 도움을 받아 황제의 것을 목구멍까지 삼켜봤던 게 떠오른 것이다.
…솔직히 입에 잘 들어가지 않는 황제의 것을 입 안으로 삼키는 건 굉장히 버거웠다.
‘그걸 또 해야 한다고…?’
여기서 더 큰 문제는 황제가 ‘다음 섹스’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계획대로 목숨을 부지할 수는 있었지만, 섹스에 미친 황제를 언제까지 받아들이면서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 졌다.
“후궁도 많은 놈이 굳이 나를 또?”
“내가 재차 말했지만, 오늘 안아보니 맛이 좋아서 말이다. 너만큼 잘 버티는 사람은 지금까지 없기도 했고.”
“흥, 그런 말을 해주면 내가 좋아할 줄 알았나? 다음부터는 최대한 빨리 기절해주지.”
기절한 여자를 강제로 안지는 않는다고 했으니 그걸 약점 삼아 이용해 먹을 거다.
“그럼 앞으로 나는 기절한 여자도 박아대는 파렴치한이 되겠군.”
“황제가 돼서 말을 이렇게 함부로 바꿔도 되는 건가!!”
“이렇게 맛이 좋은 몸을 골방에 방치하고 늙어 죽게 둘 수는 없지 않겠나? 적어도 질리거나 망가지기 전까지는 갖고 놀아야지.”
“쓰레기!”
“못해도 달에 한 번 정도는 찾아와주마. 적국의 사령관 출신인데 특별 관리 해줘야지.”
하는 말 하나하나 추잡하고 저질스럽다.
‘가만, 저놈 혹시 정력이 약점인가?’
그러니까 이렇게 여자에 환장해서 안아대는 것 아니겠나?
만약 성욕을 해소하지 못하면 몸이 아프기라도 하는 거 아닐까?
오히려 그런 패널티가 있어야 말이 될 것 같다.
아무리 봐도 비정상적인 정력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얻었다는 걸 누가 믿겠나.
“혹시 네놈, 하루라도 여인을 안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이냐?”
“섹스 안 했다고 큰일나는 사람이 어딨어. 그냥 좋아서 안는 거다.”
“흐응…?”
그녀의 눈초리가 예리해진다.
황제가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차피 저놈의 후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그 자리를 최대한 이용해 먹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어떻게든 살아 있기만 하면 주군이 자신을 구해줄 것이다.
그런 믿음을 갖고 있었기에 그녀는 황제의 약점이 될 수 있는 것을 수소문해 보기로 결심했다.
일단 황제의 비정상적인 정력은 가장 의심 되는 부분 중 하나였기에 추궁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캐내보기로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황제는 그녀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있는 상태였다.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질문을 해왔는지 이미 다 파악하고 있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