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61 - #96. 진해솔 (65)
"잔뜩 지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쌩쌩하구나? 잠들지도 않고 재잘재잘 떠드는 걸 보니 말이야."
"쓰, 쓸데없는 생각 하지마라!"
내 말을 어떤 의미로 들은 건지, 황급히 이불로 자신의 몸을 가렸다.
수갑에 묶여 있던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이젠 그걸 이용해서 몸을 움직이는 법을 익힌 모양.
재주가 아무리 좋아도 한계는 있는 탓에 이불은 그녀의 몸을 어설프게 가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원래 완전히 다 드러내는 것보다 보일 듯 말 듯 하는 것이 사람을 더 꼴릿하게 만드는 법이었다.
"유혹하는 거라면 훌륭하다. 덕분에 다시 섰어."
"그만하라고, 미친 놈아!!!!"
"하하! 그러니까 지쳤으면 잠을 잤어야지."
어차피 오늘 섹스의 목적은 그녀를 희롱하는 것.
나는 줄을 당겨서 바깥에 있는 궁인들을 불렀다.
날이 밝았기에 슬슬 끝내려는 것으로 생각했는지 방 안을 수습하려 궁인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물."
나와 잠자리를 하면 대부분 여자들이 목을 말라 하기에 들어올 때 무조건 물을 함께 가져오는 편이었다.
궁인이 내 말에 물을 가져와 헬리앙의 입가에 가져다 대주었다.
그녀는 사양하지 않고 궁인에게 넙죽 물을 받아 마셨다.
"더 줘."
헬리앙은 넉살 좋게 궁인에게 물을 한 잔 더 받아 먹고 나서야 만족을 했다.
궁인들에게 자신의 몸을 노출하고, 진한 정사의 흔적을 보게 하는 것에 창피함을 느끼진 않는 듯 했다.
귀족들은 사용인에게 자신의 몸을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곤 했는데, 그녀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었다.
'노출 플레이로는 좋은 반응을 보긴 힘들겠네.'
그렇다고 여자가 아닌 남자에게 노출 플레이를 구경 시키게 하고 싶지는 않다.
"나가보거라."
"예? 예에."
탈진하지 않도록 물을 먹였으니 회복했을 것이라 믿고 궁인들을 다시 내보냈다.
궁인들은 침대를 정리하려다가 내 축객령에 당황하면서도 명령을 일단 따랐다.
"뭐, 뭐야? 왜 내보내?"
"내 침대에서 나가고 싶으면 기절을 했어야지."
누가 봐도 그녀는 체력을 모두 회복한 상태로 보였다.
평소보다 훨씬 사정한 횟수가 많긴 했지만, 더 이상 하지 못할 정도로 싼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다리를 어깨에 얹었다.
그리고 가랑이 사이를 확인해서 보지가 어느 정도로 망가졌는지 상태를 확인했다.
"하지마!!! 이제 그만 할 때도 됐잖아!"
"단련한 몸이라서 그런지 보지가 아직 쌩쌩하구나. 이 정도면 더 해도 되겠어."
단련한 몸이 이렇게까지 성능이 좋다니.
앞으로 정력이 쌓이면 이 몸으로 해소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 안아주지 못한 후궁이 넘치는 상황에서 정력이 쌓일 일은 매우 드물 테지만 말이다.
"추, 충분히 쌌잖아. 날 임신 시킬 때까지 할 셈이야?"
"...임신 해줄 생각이냐?"
"미친놈아. 그렇게 안에다가 쌌는데 임신이 안 되겠어? 나도 여, 여자란 말이야."
"......"
사실 아까부터 보지 안에서 꾸물꾸물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기는 하다.
아마 자궁 안까지 꽉 차게 싸둬서 안까지 꼼꼼하게 씻지 않으면 한동안 정액이 계속 흘러나올 것이다.
그리고 저 많은 정액 중에는 헬리앙의 몸 안에 자리를 잡아 유의미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놈도 있을 것이다.
'사령관을 임신 시킬 생각은 없었는데.'
내가 게오스 제국과 전쟁을 선포한 이상, 그녀는 나를 절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평생 나를 증오할 사람인데, 그 사람을 임신 시켜봤자 아이가 행복하겠나?
나에 대한 증오가 아이에게까지 전염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적대국 황제의 씨를 받아 임신을 했으면, 아이를 원망할 거냐?"
"...몰라."
모르겠다는 것은 그럴 수도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궁인에게 말을 해둬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어? 안 하는 거야?"
섹스할 거라고 생각해서 대비를 하고 있었던 그녀는 내가 갑자기 물러나자 어리둥절해 한다.
"그래, 안 한다. 흥이 식었어."
그녀의 몸이 기분 좋기는 하지만, 역시 감정이 섞이지 않은 섹스는 깊은 피로감을 남긴다.
나는 궁인들을 다시 방으로 불러 들이고, 대충 외투만 걸친 채 밖으로 나갔다.
"사령관에게 피임약을 먹여라."
"하오나..."
황제의 씨를 얻은 여인에게 함부로 피임약을 먹이는 것은 큰 죄악이다.
"적대국 출신의 여인이다. 아이가 생겨봤자 좋을 일이 없다."
방금 전까지도 내 약점을 캐내려고 했던 여자다.
그런 여자에게 괜히 내 씨를 줘서 싹이 트이기라도 한다면 골치가 아파질 것이다.
그녀는 게오스 황제에 대해 충정을 바치려 할 것이고, 내 아이를 벤 여자를 나는 버리지 못할 테니까.
사전에 아예 가능성 자체를 잘라내는 것이 옳았다.
♧ ♧ ♧
제국이 게오스 제국을 공격했다!
내전으로 흔들리고 있는 게오스 제국은 공격을 받고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허무하게 성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게오스 제국이 침략했을 땐, 성 하나를 빼앗지 못해 굴욕을 당했었는데 말이다.
사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성을 빼앗긴 것은 황제가 내전을 끝내겠다며 귀족들의 병사를 싹싹 긁어갔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생긴 병사들의 공백을 미처 수습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격을 당했으니 당연히 쉽게 뚫리는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겨우 목숨만 건져서 도망쳐 온 귀족을 패배한 불명예의 죄를 물어 감옥에 가둬버렸다.
"무능한 놈은 짐의 신하가 될 수 없다!!"
영지도 잃고, 영지민도 잃었으며, 가신들도 잃어 실의에 빠진 귀족이었다.
제국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소식에 전전긍긍 하고 있던 다른 귀족들은 게오스 황제가 그 귀족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우리가 모시는 주군은 폭군인가 성군인가?"
"황제 폐하는 지금 폭군의 길을 걷고 있다."
"우리는 제국에 충성하는 것인가, 황제 폐하에게 충성하는 것인가."
"천 년 제국이라 불리는 게오스 제국이다. 우리 제국은 앞으로도 영원해야 한다."
"하지만 폭군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나라를 망칠 폭군을 따를 이유가 있는가?"
가뜩이나 내전으로 심란했던 귀족들은 황제를 배신 할 훌륭한 명분까지 생기자 더 이상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제국은 파죽지세로 게오스 제국을 침략하고 있었고, 내전을 일으킨 개국 공신 귀족파들은 기세등등하게 자신의 영지를 왕국으로 만드는 작업을 이어갔다.
그 뿐인가?
혁명단이라는 황당한 놈들이 불쑥 튀어나와서 '평민'들을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반역을 일으켰다.
게오스 황제의 편에 선 귀족들의 영지를 습격해서 재물을 빼앗고 영지민들을 빼앗아 갔던 것이다.
"황제의 편에 서 봤자 손해만 보지 않는가?"
"황제는 지는 해가 맞다."
"허나 황제를 져버리면 게오스 제국은 어떻게 되겠는가!"
"황제는 배신해도 나라를 배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황제가 문제이니 다른 황제로 갈아 끼우면 되는 일이 아닌가?
자연스럽게 귀족들이 한 가지 의견으로 뜻을 모았다.
게오스 황제에게는 애석한 일이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어졌고 그건 결코 게오스 황제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지금 게오스 황제는 폭군이다! 제국을 망치는 폭군을 언제까지 따라야 하는가! 우리는 폐하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에 충성해야만 한다! 폭군은 들으라!! 우리는 제국을 망치고 있는 폭군을 더 이상 따르지 않을 것이다! 게오스 제국을 위하여!!!!"
와아아아!!!!
"황제는 포로로 붙잡힌 제국민들을 외면했다! 내전을 종결시키겠다며 귀족들의 병사를 강제로 빼앗아 갔고, 그로 인해 제국에 의해 침략 당하자 속수무책으로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우우우우ㅡ!!!!
황제를 향한 비난이 쏟아진다.
"허나 황제는 본인의 과오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것을 잃은 귀족에게 패배한 무능한 자는 신하로 둘 수 없다며 감옥에 가둬버렸다! 이것이 어찌 평생 충성을 받친 귀족에게 할 수 있는 예의란 말인가!"
우우우우우ㅡ!!!!!!
무능 한 폭군은 물러나라!!!! 무능한 폭군은 물러나라!!!!
여론을 성동하기도 좋았다.
백성들은 이미 전쟁으로 피폐해졌고, 황제에 대한 불만을 가슴 속에 욱여 넣고 있는 상태였다.
황제가 귀족을 핍박하면, 귀족들은 황제에게 핍박 받아 손해가 난 것을 평민에게 메꾸려 하기 때문이었다.
평민들은 귀족처럼 다른 이에게 손해를 메꿀 방법이 없으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저 속에 불만과 고통을 쌓아만 두고 있는 거다.
그러다가 이렇게 귀족들이 선동을 시작하면 안에 쌓아두던 불만과 고통을 쏟아낸다.
귀족이나 황제나 그들에겐 모두 '빼앗아 가는 놈'들임에도 불구하고....
분풀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이유로 무작정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다.
그 대단한 게오스 황제라 해도 귀족들이 이런 식으로 반역을 저지르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뭣들 하는 것이냐!! 당장 저 불손한 것들을 모조리 죽여라!!"
"송구하옵니다, 폐하."
"뭐? 소, 송구?"
"예, 소신 더 이상 폐하의 명령을 들을 수 없사옵니다."
"서, 설마 네놈....네놈까지?"
최측근에서 그녀를 지켜주던 기사까지 더 이상 뜻을 따를 수 없다며 거절을 했다.
게오스 황제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곳에 자신의 편은 없었다.
"누구냐. 누가 이런 짓을 했어?! 어떤 놈이 짐을 배신했냔 말이다!!"
황제를 끌어 내리는 반역을 저질렀다면, 다음 대 황제로 삼을 이를 미리 준비해뒀다는 걸 의미한다.
게오스 황제는 자신을 배신한 황족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기다렸다는 듯이 황족이 나타났다.
"이제 그만 인정하고 그 자리에서 내려오심이 어떻습니까?"
"너, 너는...?"
게오스 황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그동안 황족들에 대한 철저하게 감시하고 핍박했었다.
무지렁이 평민들처럼 먹고 사는 일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재물을 얻는 것을 제한하고, 지식을 쌓을 수 없도록 책을 금하였으며, 24시간 감시해서 귀족과의 만남도 제한했다.
모든 것을 제한 받으면서 살아가야 했던 황족들.
그 황족들 중에도 그녀와 친분이 깊었던 이는 존재했다.
그녀와 어릴 적 동문 수학하며 가깝게 지냈었던 사촌 동생이 말이다.
헌데 그 사촌 동생이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게오스 황제를 따르던 귀족들이 사촌 동생의 뒷편에 시립해 있었다.
마치 앞으로 귀족들이 충성을 다할 존재가 사촌 동생이라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