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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766화 (751/849)

Chapter 766 - #96. 진해솔 (70)

황후는 되게 복잡해 보여도 하는 행동을 보면 은근히 알기가 쉬운 여자였다.

'모르고 보면 답답해 보일 수 있는데, 알고 보면 쉬운 타입.'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사람이건 물건이건 할 것 없이 무한한 총애를 보낸다.

그러나 총애를 받고 만약 자신을 배신하는 행위를 하면?

'마음을 완전히 칼 같이 끊어내지.'

내가 황제다 보니 그녀를 실망 시킨다고 해서 관계를 싹 잘라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와 잘 지내고 싶었던 나는 애초에 실망 시킬 사유를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정화씨가 그랬지. 가정에 평화를 주려면 조강지처를 대우해줘야 한다고.'

그래서 나도 주아 누나를 다른 여자들보다 조금은 더 대우를 해주는 편이었고, 그 덕분인지 주아 누나가 다른 여자들을 은근한 카리스마로 휘어 잡아 가정의 평화를 이룩했다.

물론 주아 누나가 연주 누님이나 관이 처제를 휘어 잡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굳이 휘어 잡지 않아도 애초에 주아 누나에게 함부로 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문제가 되지 않았고 말이다.

이런 좋은 본보기가 있기에 이곳에서도 나는 조강지처를 조강지처답게 대우해주고 있었다.

그게 잘 먹혔는지, 아니면 내가 후궁들에게 딱히 정을 주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황후가 후궁들을 잘 휘어 잡고 있는 듯 했다.

"후궁들 중에 건방지게 구는 이는 없습니까?"

성격을 보지 않고, 너무 못나지 않은 여인이라면 후궁으로 삼아 댔던 나이기에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사내가 되어선, 내명부의 일을 신경 쓰십니까?"

"우리끼리 하는 얘기이지 않습니까."

"그래도 내명부에서 벌어지는 얘기는 함부로 말씀 드리기 어렵습니다."

"왜요?"

"제가 말을 잘못 전했다가 그 후궁을 폐하께서 더 이상 찾지 않으면 어쩝니까? 가뜩이나 견제 할 경쟁자들이 많아 매일매일 독수공방 하는 여인들인데요."

후궁의 숫자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딱히 황후에게 할 말이 없었다.

나도 미션만 아니었다면 이런 식으로 후궁을 무자비하게 늘리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당분간은 좀 자제하겠습니다."

"믿어도 되겠습니까?"

"저 못 믿습니까, 황후?"

"...아뇨. 믿습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시는 분이니까요. 후궁이 회임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이곳에 오실 줄 몰랐습니다."

"짐은 당연한 거라 생각하고 온 것인데, 기분이 좋으셨군요? 한 번 더 언급하시는 걸 보니."

"...폐하께서는 모르는 그런 게 있습니다."

후궁이 임신을 해도 밤에 황후에게 갔다는 사실 자체가 그녀에겐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아무래도 그녀는 내가 그걸 모르고 한 행동이라 생각하나 보다.

'모르는 걸로 치는 게 더 로맨틱하려나?'

오해를 풀 이유가 없었기에 입을 그냥 꾹 다물었다.

"그래서 황후, 옷을 좀 벗어주시겠습니까? 그대의 살결을 맛보고 싶은데 옷이 자꾸 그걸 방해하지 않습니까."

"...하여튼 만나기만 하면 그걸 할 생각만 하시죠?"

"황후가 워낙 매력적이니 그런 겁니다."

내 말에 반박하고 싶은 듯 입술을 달싹이던 그녀가 이내 포기한 듯 작게 한숨을 쉬더니 입을 다물었다.

나도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물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내게 불리한 말을 하려고 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할 일이나 하자.'

황후가 겉옷을 벗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었다.

워낙 치렁치렁한 옷이다 보니 도움을 받지 않으면 벗는 것만으로도 한 세월이다.

성질대로 막 벗으면 옷이 옷끼리 얽혀서 더 엉망이 되어 버리고 말이다.

"이제야 좀 그대의 살결을 만질 수 있겠구려."

"읏...!"

황후의 살결은 중동성이 심했다.

몽실몽실한 살결은 마치 보들보들한 아기 살을 만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만져도 자꾸 만지고 싶어 진다.

"피부가 어째 점점 더 부드러워지십니다."

"폐하께서 주신 것을 바르니, 효과가 좋습니다."

"황후를 위해 짐이 특별히 만든 것이니 절대 다른 이에게 줘선 안 됩니다. 황후만 쓰세요."

"정말 저한테만 주시는 게 맞습니까? 다른 후궁들에게도 줘 놓고 비밀로 하라고 하시는 건 아니죠?

"어허! 짐을 의심하는 겁니까? 후궁들 중에 황후처럼 부쩍 피부가 좋아지는 이가 있었습니까?"

"...아뇨."

황후도 내가 준 물건의 효과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았기에 순순히 대답을 했다.

"거 보십시오. 정말 황후에게만 주는 겁니다. 다른 이에게 줄 생각도 없습니다. 재료가 워낙 귀해서 말입니다."

"황제 폐하께서 못 구할 재료가 있습니까?"

"아무렴요. 있지요."

"무엇인지 알려주시면..."

"됐소. 황후에게 부담을 나눠주고 싶지 않습니다."

재료가 코인이라고 어떻게 말하겠나.

"이런 귀한 것을 저만 써도 될지..."

"황후가 아니면 누가 이것을 쓸 자격이 있겠습니까? 오로지 황후 만이 쓸 자격이 되는 겁니다."

내가 해주는 칭찬이 기분 좋았는지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 붉어진다.

"어휴~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나는 능글 맞은 아저씨처럼 그녀의 풀어 헤쳐진 젖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잘록한 허리에 팔을 두르고,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은 후 숨을 쉬다 보면 분내가 남과 동시에 젖 향기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아들이 밥은 잘 먹고 있습니까?"

"읏! 아들 밥을 빼앗아 먹고 계시는 분께서 하실 말씀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녀에게서 젖 향기가 나는 이유는 아들 녀석의 밥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 가슴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황후는 아들을 위해 기꺼이 가슴 외형을 포기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이 오히려 그녀에 대한 감정을 치밀어 오르게 만들었다.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세계인데.'

정이 붙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했으나 마음이 어디 머리로 움직여지는 일인가?

나는 이미 충분히 이 세계에도 정이 들어버린 상태였다.

'분신체로 두면서 계속 이렇게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내가 이 세계에 마냥 드나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만 해도 이민을 하려면 각종 서류와 돈이 필요한데, 차원을 넘는 것이 쉬울 리 없지 않은가?

지금이야 취업비자로 들어와 있지만, 미션을 완료하게 되면 비자도 기간이 끝날 것이다.

그럼 계속 이 세계에 드나들기 위해 비자를 다시 얻어야 한다는 건데...

'그것도 다 코인이란 말이지.'

문제는 내가 이곳의 미션을 다 완료해도 빚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신체를 하나 이곳에 둔다고 치면, 다음 미션은 무엇으로 한단 말인가?

분신체를 하나 더 구입하려면 그것도 또 코인이 든다.

결국 이곳에서 계속 생활하려면 '더 많은 코인'이 든다는 의미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꼴이지.'

나는 코인을 벌기 위해 이곳에 왔다.

죽었던 아이의 과거 기록을 없애고, 생명을 불어 넣는 것.

충분히 힘든 일임을 알고 있었고,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냉정해지자.'

이 세계에서 남은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

그 시간을 더 늘릴 수는 없으니 최선을 다 하자.

그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나는 아기가 된 것처럼 그녀의 젖꼭지에서 나오는 모유를 쭙쭙 빨았다.

"젖을 빼주지 않으면 젖 몸살이 난다고 하더군요. 이게 다 황후를 위한 겁니다."

황후의 몸이 유난히 젖이 잘 도는 몸인 건지, 아니면 마나라는 게 존재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내가 딱히 건강 식품을 주지 않아도 그녀는 모유가 많이 나오는 편이었다.

모유를 얻겠다고 어떻게든 젖을 쥐어 짜내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황후는 축복 받은 몸이라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나도 이렇게 얻어 먹을 수 있지 않은가.

"맛도 없을 텐데, 뭘 그리 맛있다고 드십니까?"

모유가 아기한테나 좋은 것이지, MSG로 단련 된 어른의 입맛에 맞을 리가 없었다.

"맛이 없다뇨. 맛있습니다. 달달하거든요."

그래도 썩 나쁜 맛은 아니었다.

특히 황후의 모유는 단 맛이 꽤 강해서, 아들 녀석이 환장을 하고 먹는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정말 맛있다고요?"

"황후는 안 먹어 봤죠?"

"그걸 왜 먹어 봅니까. 폐하께서 이상하신 겁니다."

"하하, 아무튼 안 먹어봤으면 한 번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거 압니까? 모유도 맛이 바뀔 수 있다는 거."

"맛이 바뀌어요?"

"네, 황후가 뭘 먹는 지에 따라서 모유 맛이 달라지는 겁니다. 아마 궁인들이 알아서 모유 맛을 조절하게 식단을 내왔을 겁니다."

채소와 해산물을 많이 먹으면 아기가 좋아하는 모유 맛이 된다고, 육류는 모유를 기름지게 하고, 과일은 많이 먹으면 모유를 먹고 아기가 설사를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자 황후가 눈을 반짝였다.

"아녀자들인 알 이야기를, 폐하께서는 어찌 그리 잘 아십니까?"

"물어봤지요. 황후가 아이를 낳았는데, 아버지가 되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건 별로지 않습니까?"

이곳에선 육아는 여인이 하는 게 당연하지만, 내가 살던 곳에서 육아는 아빠와 엄마 두 명이 함께 힘을 합쳐서 하는 것이었다.

세계가 다르다고 해서 그런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가 육아를 꽤 잘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아이가 잘 자라줘야 해.'

내가 한 때 다스렸던 나라가 내 자식 때문에 망했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기왕이면 나라를 잘 다스려서 성군 소리를 들어야 기분이 좋지 않겠나?

황후에게 맡겨도 잘 키우겠지만, 나도 한 손을 보태서 아이가 잘 자랄 수 있게 교육 할 생각이었다.

솔직히 그녀에게 맡기면 이 융통성 없는 여자가 아이에게 똑같이 굴 것 같아서 손을 안 댈 수가 없었다.

"게오스 제국과 전쟁도 끝났으니 이젠 시간이 좀 날 겁니다. 황후에게 육아를 모두 책임지라 하지 않을 거에요. 황자가 올바르게 자라서 제국을 잘 다스릴 수 있게 관심을 기울일 겁니다."

"남들이 절 흉 볼 겁니다. 육아는 본디 어미의 것인데..."

"쓰읍! 흉을 보는 것들이 있으면 벌을 내리면 될 일 아닙니까? 감히 황제와 황후를 흉보다니요."

내 말이 의외로 좋았는지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딱딱한 얼굴에 피어오른 미소가 참 보기 좋았다.

"너무 좋아하시는 거 아닙니까?"

"황자가 아비의 사랑을 받는다는데 기쁘지 않을 어미가 어디 있겠습니까. 폐하의 바램대로 황자를 올곧게 키우겠습니다."

"그래야지요. 게오스 제국을 보십시오. 폭군이 나라를 다스리니, 저 대단한 나라도 산산조각이 나지 않습니까."

"우리 황자가 그런 폭군 짓을 할 리 없습니다."

"그건 앞으로 두고 봐야 할 일이지요. 짐도 아이를 어찌 키워야 하는지 잘 모르니, 함께 배워갑시다."

육아 서적을 좀 더 많이 읽어야겠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경력 있는 아빠지만, 여전히 초보처럼 전전긍긍할 때가 많다.

애들이라는 게 워낙 뜬금없이 이쪽 저쪽으로 튀어 다니곤 하기 때문이다.

그걸 다 커버하려면 부모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노력 해야 했다.

"자, 황자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황후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게 편하긴 했지만, 언제까지 이러고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녀와 밤을 보낼 시간이었다.

"시작해 볼까요?"

내 손이 그녀의 엉덩이로 매끄럽게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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