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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784화 (768/849)

Chapter 784 - #96. 진해솔 (88)

끼이익-!

쿵!

"위험해!!"

"아아아악!!!"

"젠장!! 신관을 불러! 사제!! 사제!!!!"

황제가 대규모 국책 사업을 시작했다.

귀족들이 가진 것을 회수하여 비앙카에게 넘겨주고 있던 중에 뜬금없이 터트린 계획이었다.

"이런 대규모 건설을 우리들과 아무 상의 없이 결정 하시다니요! 폐하께서 아무리 정치에 서툴다고 해도 정도를 넘어섰습니다!"

보통 이런 대규모 국책 사업을 할 때는 귀족들과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맞았다.

어디에 건설을 할 것인지, 누구에게 운영권을 넘길 것인지 등등.

거대 공사에 들어가는 돈의 규모가 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귀족들의 탐욕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직 백작께서는 모르시나봅니다. 폐하께서 짓겠다고 하셨던 것들 모두 비앙카, 그 여자의 입에 넣으시겠답니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이국의 상인이지 않습니까? 왜 우리의 것을 그 여자에게 뺏긴단 말입니까!!"

귀족들은 황제가 귀족들에게 알려 온 국책 사업들을 이미 분석을 끝낸 상태였다.

만약 이대로 지어지기만 한다면, 상당히 많은 재물을 얻을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그 모든 것이 비앙카의 머릿속에서 나온 계획이라 해도 눈 뜨고 코 베인 기분이 들었다.

비앙카가 생각이 있는 여자였다면, 그런 계획은 당연히 귀족들에게 이익을 나눠줘야 했다.

"그 여자가 우리 귀족을 우습게 아는 게 분명합니다. 결단코 이번 일을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국책 사업에 발을 뻗으려고 드는 귀족들이 비앙카에 대한 증오를 불 태울 무렵.

황제로부터 다른 명령이 내려졌다.

귀족들에게 국책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돈을 내놓으라?"

"강도가 아닙니까? 강도!!"

"돈을 많이 내놓은 가문부터 운영권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호구 잡히는 겁니다!! 절대 투자금을 내놓아선 안 됩니다!:"

"그렇지요. 그래봤자 노른자는 그 여자가 다 차지할 테니까요."

귀족들도 상황이 어떻게 흘러 가고 있는지는 잘 알았다.

비앙카가 무얼 노리고 귀족들에게 투자할 기회를 주었는지도 알았다.

'귀족들을 회유하려는 것이겠지.'

'위기 감지도 제법 하지 않은가?'

'정말 평범한 상인이 맞을까...? 정말 배후가 있는 건 아니겠지?'

문제는 뻔한 수작질임에도 불구하고 그 수작에 놀아나고 싶어 하는 귀족들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선심 쓰듯 나눠준 짜투리만로도 귀족들에겐 엄청난 이득이 될 것이다.

'이번 일에 빠지면 도태 되게 될 거다!'

계획이 모두 실현 되었을 때, 아무것도 이권을 얻어내지 못한 귀족은 도태 될 것이다.

황제를 꼬신 능력이 허튼 것은 아니었는지 그녀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계획은 천 년 제국 게오스의 현 상황의 빈틈을 제대로 비집고 들어온 일이었다.

왜 진작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아쉬울 따름이었다.

"근데 정말 이 계획이 성공할까요? 투자를 한다 해도 이 국책 사업이 성공해야 이익을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실패할 리가 없지 않소!! 나라에서 하는 일이오! 우리 게오스 제국에는 부유한 평민들이 넘치고,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곳이 많습니다! 해외의 귀족들이 우리 게오스 제국을 얼마나 부러워 하는지 잘 알지 않습니까."

"우리 게오스 제국이 관광할 곳이 넘쳐 나긴 하지요. 신의 축복을 받은 풍요를 누리는 제국이 아닙니까."

귀족들이 게오스 제국의 풍요로운 자연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면 강할수록, 황제가 진행하려고 하는 국책 사업의 성공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럴 수록 비앙카가 차지하고 있는 노른자들이 탐났다.

짜투리라도 얻을 수 있다면 투자하는 것이 마냥 손해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귀족은 항상 본인이 가질 수 있는 재물보단 남의 떡인 더 큰 재물을 갈망하는 법이었다.

'황제의 총애가 하늘에 닿았는데, 비앙카를 정말 우리가 쳐낼 수 있을까?'

'애초에 이 사업은 비앙카 그 여자의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했지. 노른자를 전부 다 빼앗아 오는 건 불가능하다.'

'차라리 적대하지 않고 지지해주는 대신 노른자를 요구한다면?'

비앙카를 지지할 생각을 갖고 있든, 적대하여 빼앗아야 한다고 생각하든.

머릿속이 복잡해진 귀족들의 행동이 굼뜨기 시작했다.

저 마다 다른 탐욕이 생겨나 뜻을 합치기가 쉽지 않아진 것이다.

비앙카가 계획했던 대로, 귀족들에게 투자를 받겠다고 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었다.

♧ ♧ ♧

국책 사업이 망할 리 없다는 철썩 같은 믿음을 가진 귀족들이 곳간에 넣어두고 꽁꽁 숨기고 있었던 돈을 풀기 시작했다.

나라에서 주는 투자 계획.

결코 손해가 날 리 없다는 생각에 너도 나도 기회를 달라며 나라에 돈을 바치기 시작한 것이다.

황제는 1년에 걷는 세금과 엇비슷한 정도의 금액이 순식간에 모이자 어처구니 없어했다.

"자긴 돈 없다고, 청렴결백하다고 우기던 귀족들이 맞는지 모르겠구나. 어쩜 이렇게 순식간에 얼굴을 바꾼단 말이냐?"

"그래도 그들의 쌈짓 돈이 폐하의 손에 다시 돌아 오지 않았습니까?"

"나도 이젠 제법 배워서 경제에 대해 아는 게 있다! 귀족들이 이렇게 쌓아만 두고 쓰질 않으니 백성들이 고통 받는 거야."

제국에서 도는 재물의 80%가 귀족들의 곳간에 쌓이고 있을 거란 예상을 했었다.

헌데, 게오스 제국의 풍요로웠던 역사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귀족들의 재물 수준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어쩌면 귀족들이 황제의 개인 내탕금보다 더 큰 재물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동안 귀족들이 대대로 부를 쌓아왔으니...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비앙카의 맞장구에 황제는 표정이 심각해졌다.

가뜩이나 정치력으로도 귀족들에게 밀려서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는데, 그나마 황제가 가장 자신 할 수 있었던 '부'조차도 귀족들에게 밀린다고 하니 위기감이 들었던 것이다.

"어떻게 해야 그들을 더 쥐어 짤 수 있을 것 같으냐? 귀족들이 가진 부를 빼앗아 오고 싶다. 귀족들 때문에 황권이 흔들리고 있다."

"황권이 굳건하려면 일단 후계자를 만드셔야죠. 그리고 군권을 쥐고 있는 귀족을 폐하의 사람으로 만드셔야 합니다. 재물로 압박하는 것은 괜한 반발심만 만들어줄 겁니다."

"지금 군권을 쥔 귀족은 짐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의 자가 아니다. 내 사람이 될 사람도 아니고."

황권이 좀 강했다면 몰라도, 지금의 황제는 정치적 기반이 조금도 없는 상태.

군권을 쥐고 있는 귀족에게 자신의 편이 되라고 하기에는 매력적인 조건이 하나도 없었다.

"그 사람에게 많은 재물을 안겨주면 되죠."

"재물을...? 고작 그것으로 될까?"

"충분히 됩니다. 설득이 되지 않은 것은 만족하지 못한 수준의 재물을 제시했기 때문일 테니까요."

설득이 되지 않으면 더 많은 재물을 내어주면 되는 거다.

설득이 될 때까지.

입에 금을 쳐 넣고, 쳐 넣다 보면...

배가 꽉 차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음을 알고 황제의 앞에서 배를 까내 보일 것이다.

"군권에 재물까지 쥐면 너무 위험하지 않겠느냐?"

"폐하의 사람으로 만든 후에, 적당한 때에 처리하셔야죠. 군권을 쥐게 되어도 절대 배신하지 않을 그런 귀족을 키우셔야 합니다."

"재물로 시간을 벌라는 의미구나."

황제가 크게 깨달았다는 듯 주먹을 움켜쥔다.

비앙카는 요사스런 붉은 입술에 호선을 그리며 미소 지었다.

"충분한 값어치는 될 것입니다. 특히 그에게 건네 줄 재물들이 '공수표'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어차피 그에게 넘길 것은 시일이 오래 걸리는 일. 그 사이에 사람을 키우고, 약속했던 재물을 주기 전에 처리를 하라? 하!! 기가 막힌 계획이다. 비앙카!! 넌 천재가 분명해!!"

처음엔 정치에 관련 된 조언을 하는 것이 자신의 신분에 맞지 않은 일이라며 꺼려했었던 비앙카다.

하지만 황제는 비앙카만큼 정치를 잘 하는 사람을 보질 못했다.

그녀가 해주는 말들은 모두 황제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며, 귀족들 때문에 답답했던 황제의 속을 뻥 뚫어주었다.

"네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싶구나. 비앙카, 계속 짐의 곁에서 충언을 해주어야 한다. 알겠지?"

"폐하께서 제가 바라는 모든 것을 다 해주신다고 하는데 떠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상인이 있는 곳은 황금이 있는 곳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오스 제국의 풍요가 계속 된다면 비앙카는 절대 떠나지 않는다.

황제는 그녀의 말에 안심하면서 오늘 비앙카에게 '조언' 받았던 내용을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되새겼다.

'후계자를 만드는데 서두르자. 그리고 내 사람을 키워야 한다.'

내 사람을 키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기에 황제는 고민에 빠졌다.

비앙카에게 묻는다면 그녀는 손쉽게 해결 방책을 알려줄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해결 방법을 알려 준 그녀에게 입 앞까지 떠 먹여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도 충분히 무능했는데, 언제까지 그런 모습만 보여줄 순 없잖아. 나도 이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황제다운 모습을 비앙카한테 보여주고 싶어.'

그리고 솔직히 이 정도로 조언을 들었으면, 적어도 나머지는 황제가 하는 게 맞다.

비앙카는 황제가 자신에게 너무 의지한다 싶으면 따끔하게 혼을 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황제는 비앙카에게 모든 것을 다 물어 보려다가 따끔하게 혼났던 그때를 다시 회상했다.

"폐하, 설마 이것도 제 의견대로 하실 생각이신가요?"

"어?"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뭐 잘못 됐느냐? 제가 조언해준 것이 맞는 것 같아 그런 건데."

평소처럼 비앙카의 조언을 듣고 그대로 시행하려 했던 황제를 비앙카가 돌연 막아섰다.

그때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 된 것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사실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자각을 하고 있긴 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비앙카의 조언에 의지하기 시작했을 무렵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비앙카는 황제의 그런 행동이 비이상적이라는 사실을 예리하게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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