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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785화 (769/849)

Chapter 785 - #96. 진해솔 (89)

"너무 과합니다. 제가 조언을 해드린 건 이런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드린 거지, 그대로 이행하라고 강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짐도 그렇게 받아들인 적 없다. 짐은 그저 네가 조언해준 것이 현명한 듯 하여 이행한 거다."

사실 비앙카가 항상 그녀의 마음에 드는 조언을 해주는 건 아니었다.

비앙카가 해주는 모든 조언에는 항상 본인의 이익을 전제로 깔고 시작하니 말이다.

워낙 노골적으로 자기 이익을 위해 조언을 하는지라 황제도 잘못 된 조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그녀가 해준 조언을 무조건 수용하고 받아들였다.

'그게 편하니까.'

비앙카의 조언이 잘못 되어 귀족들이 황제를 압박한다 해도 상관 없었다.

'머리 아프다고. 정치하는 거!'

귀족들이 가져 오는 일감들에 슬슬 황제도 지쳐가고 있었다.

그들은 항상 황제가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강요했고, 그러면서도 귀족들의 이익에 반하지 않은 선택지를 주기를 바랐다.

황제는 어느 순간부터는 그 모든 징징거림이 지겨워졌다.

'생각하기 싫어. 누가 대신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모든 게 싫어지고 지겨워질 무렵 나타난 게 비앙카다.

그녀가 해주는 조언은 황제가 굳이 머리 아프게 귀족들과 씨름하지 않게 해줄 만큼 훌륭했다.

그러니 황제 입장에선 비앙카가 욕심을 부려도 하나도 아깝지가 않은 것이다.

굳이 비앙카의 조언을 참고해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의지도 없었고.

하지만 이런 황제의 생각을 모르는 비앙카는 진지하게 조언을 했다.

"제가 만약 폐하께 좋지 못한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의지하는 것을 반겼을 겁니다. 하지만 폐하, 이건 옳지 못한 일입니다."

"...네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 몰랐다."

"송구합니다. 허나 옳지 못한 일을 방치할 수는 없었습니다. 건방진 행동이었으니 저를 벌하셔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거기다가 따끔하게 지적한 후, 고개를 숙이며 확실하게 황제에게 사죄를 올리기까지 한다.

비앙카가 이런 행동을 한 것이 모두 '자신'을 위한 일임을 어찌 모르겠는가?

황제는 그날 이후 비앙카를 더더욱 믿고 총애했다.

그녀를 위해 위험한 도발 수준의 충언까지 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황제는 마음이 든든하고 어깨가 으쓱해 지는 것이다.

더불어 비앙카가 조언했던 것처럼 황제의 사람을 키우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깨달았다.

'어떻게 해야 내 사람을 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황제는 이번에 투자를 통해 몰려 온 귀족들 중에 쓸만한 이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황제는 몰랐다.

비앙카와 귀족들 사이에서 비밀스러운 커넥션이 이미 깊게 연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게오스 제국이 요즘 시끌시끌하다.

비앙카를 그곳에 보냈을 때부터 각오하고 있었던 일이긴 한데, 생각한 것보다 일을 크게 만들고 있는 지라 제국에도 여파가 안 미칠 수가 없었다.

"돈이 많다고 듣긴 했습니다만, 그런 엄청난 사업을 국가에서 할 정도로 대단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게 말했잖습니까? 그때 전쟁 배상이 너무 적다고요."

게오스 제국의 주변 나라는 항상 풍요로운 게오스 제국의 기후를 부러워 했다.

땅은 비옥하고, 날씨는 사계절이 뚜렷하며, 자연재해로부터 피해가 적은 땅.

하지만 그런 풍요로운 땅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던 것인지.

게오스 제국은 풍요를 누리며 더 이상 발전을 꾀하지 않았다.

덕분에 그런 대단한 풍요를 누리고도 주변 국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문명을 유지했다.

'주변 국가들이 수시로 전쟁이나 시비를 걸어와서 발전이 억제 되기도 했고.'

그런 게오스 제국에 비앙카가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아는 지식을 통해 게오스 제국에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얼핏 보면 그 변화가 제국을 위한 일이 맞을 것이다.

귀족들도 깜빡 속아 넘어가서, 게오스 제국을 변화 시키는 비앙카의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 여자가 거기서 하는 짓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정말 이 계획이 현실이 된다면 게오스 제국은 엄청난 발전을 이룰 겁니다."

게오스 제국을 좀먹을 줄 알았던 여자가 그곳을 발전시키는 기막힌 사업을 가져올 줄이야.

우리 제국의 귀족들도 게오스 제국에서 벌이고 있는 국책 사업이 실패 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서 우리 제국도 게오스 제국이 하는 사업을 따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적어도 도태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게오스 제국의 뒤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제국이 이 엄청난 계획을 감당 할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게오스 제국에서 받은 전쟁 배상금과 귀족들의 투자를 받는다면..."

실패가 아닌, 성공만 바라보고 있는 귀족들이 탐욕을 부리고 있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게오스 제국에서 벌이고 있는 국책 사업의 규모가 너무 큽니다. 우리 제국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겁니다. 괜히 황새 따라 가려다가 가랑이 찢어지지 맙시다."

귀족들이 자존심이 많이 상했는지 다들 불만으로 가득하다.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두면 자기들끼리 투자금을 모아서 게오스 제국을 따라 하려고 들 것 같았다.

하지만 영업 노하우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비앙카와 달리 그들은 어설픈 지식으로 고생만 하다가 끝날 거다.

'가랑이 찢어져 봐야 사업 힘든 걸 알겠지.'

귀족들끼리 하고 싶은 거 하겠다는데 적극적으로 말릴 이유는 없었다.

성공한다면 세금이나 받아 먹으면 될 것이고, 실패한다 해도 귀족의 사정이니 황제인 내가 걱정 해줄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대신 귀공들이 뜻을 모아 사업을 하는 것까지는 만류하지 않겠습니다."

사업 하는 것을 막지는 않겠다고 하니 불만에 찼던 귀족들의 표정이 나아진다.

게오스 제국을 잡으려다 본의 아니게 우리 귀족들까지 걸려들어서 난감하게 됐다.

'에휴, 그래도 패가 망신 할 정도는 안 되게 조언을 해줘야 하나.'

앞 날은 생각도 못하고 지들끼리 희희낙락 하고 있는 걸 보니 짠해진다.

회의를 끝내고 돌아 온 나는 오랜만에 주변에 있는 궁인을 모두 물렸다.

완전히 혼자가 된 이후에야 포니를 불렀고, 시간이 좀 흐른 후 녀석이 나타났다.

"오랜만."

[미션은 잘 밀고 있어?]

"만나자마자 미션 얘기냐. 인사도 안 하고."

[진행도가...뭐야? 벌써 2천 명이야?!]

비앙카가 게오스 제국에서 열심히 일을 해주는 사이.

나는 부지런히 아랫도리를 움직여서 미션 진행을 2000명대까지 올려두었다.

이제 남은 것은 고작 1000명.

1천 명을 어떻게 채울지 따로 계획을 세워둔 것은 아니지만, 아들이 다 자랄 때까지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었기에 조급해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남은 숫자는 천천히 채울 생각이야. 그래서 말인데, 다음 미션, 동시에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지?"

3천 명의 후궁을 만드는 미션을 해결해도 나는 아직 갚아야 할 코인이 남아 있었다.

이 미션을 다 끝내고 또 다른 미션을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시에 진행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미션을 동시에?]

"어."

[쓰읍, 글쎄다. 그게 되나...?]

"안 될 거 없지 않아? 여기 상황이 완전히 안정화 돼서 분신체로 둬도 충분히 깨질 것 같거든."

[한 번 알아보고 올게. 기다려봐.]

포니가 뿅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내 앞에 나타나서 다른 미션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좋아, 빨리 빚 잔치 끝내고, 해방 되는 거야."

포니가 다음 미션은 뭘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도록 목록을 보여주었다.

"그때랑 달라진 건 없네."

금액도 똑같고, 내용도 똑같았다.

여러 개의 미션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므로, 좀 어려운 미션이라도 다 갚을 수 있는 미션을 하고 싶었다.

내게 바라고 있는 미션은 내 성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미션들이었다.

사실 내가 할 줄 아는 것과 그들이 내게 바라는 것이 그 부분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딱히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건...딱 80만 코인이네."

마치 네가 이 미션을 꼭 해줬으면 좋겠다는 듯.

80만 코인의 미션이 반짝반짝 내 앞에 유난히 시선을 끌어모았다.

내가 녀석에게 지고 있는 빚이 총 80만 코인.

정확히는 178만의 코인인데, 3천 명의 후궁을 만들라는 것에서 100만이 까이고 총 78만 코인이 남아 있었다.

80만 코인의 미션을 해결하면 더 이상 힘든 일은 없을 거라는

이 미션 한 번으로 위에 녀석들에게 지었던 빚을 완전히 갚을 수 있게 되는 거다.

[이거 하려고?]

"아직 결정한 건 아니야."

[이거 하나면 78만 코인 갚고, 2만 코인이 들어올 텐데?]

"코인은 지금 내가 수급하고 있는 정도만으로 충분해. 근데 이거 난이도 차이가 너무 없지 않아? 100만 코인에 80만 코인이면 20만 코인 차이가 나는데, 난이도가 비슷하잖아."

3천 명의 여자를 안아야 하는 100만 코인의 미션.

그리고 이번에 내가 선택한 미션은 한 남자에게 빙의해서 그 세계에 남자의 씨앗을 퍼트리라는 것이었다.

[대신 3천 명을 안으라고 한 건 아니잖아.]

"3천명을 무지성으로 안는 게 차라리 낫지. 이건 임신시키라는 거잖아. 거기다가...이건 그 사람 입장에서 NTR 아니야? 찝찝하다고."

[그 사람 몸에 들어가서 하는 거니까 세이프 아닐까..?]

"상황 설명 좀 구체적으로 해줘. 도대체 무슨 일로 자기가 직접 하면 될 걸 80만 코인을 걸어서 대신 해달라고 하는 거야?"

포니가 내 말에 미션을 건 남자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이 남자가 살아가는 세계는 바이러스가 퍼져서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으로 변한 상태.

그곳에서 능력이 뛰어났던 남자는 동료를 모아 작지만, 나라를 재건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아포칼립스에서 생존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도 필요해. 사실 우리는 이 세계를 포기한 지 오래 였어. 그도 그럴게 바이러스잖아? 초반에 이쪽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밀렸었다고.]

그런데 꾸역꾸역 생존자들이 살아서 아포칼립스에 적응을 하더니 나라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 하필이면 생존자들이 전부 여자고, 유일한 남자가 바로 이 의뢰를 내건 남자인 거지.]

"!!!"

전부 싹 다 여자라는 말에는 살짝 놀랐지만, 80만 코인이나 내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적어도 남자가 한 명은 있으니 좀 저급하게 말해서 '번식'은 할 수 있지 않은가?

그게 뭐가 문제냐는 의미를 담아 포니를 바라보며 녀석이 한숨을 푸욱 쉬더니 말했다.

[근데 이 남자가 여자한테 안 서.]

"!!!"

[아! 물론 신체 능력은 멀쩡하니까 걱정하지 마.]

"남자가...여자를 두고...거기가 안 선다고?"

뭐 그런 끔찍한 일이...!

[그래서 자기 대신 여자를 안아 줄 사람이 필요한 거야. 정확히는 임신까지 확실하게 시켜줄 수 있는.]

그제야 나는 이 미션에 80만 포인트가 걸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납득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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